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최영찬이 만난 혁신 리더(29) 권태혁 영롱 대표 

약사가 영양제 제조에 뛰어든 이유 

장진원 기자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창업에 나섰다. 원재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작용도 세심하게 챙긴다. 신규 브랜드가 자리 잡기 힘든 건기식 시장에서 전문성과 투명함을 무기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권태혁 영롱 대표는 올해부터 싱가포르를 비롯해 본격적인 동남아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 규모는 6조2022억원으로 추산된다.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오메가3, 유산균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건기식이 ‘건강한 삶’을 내세우며 시장에 등장한다. 건강기능식품협회는 가구당 건기식을 한 번이라도 구매했거나 구매할 예정인지를 묻는 ‘구매 경험률’을 81.2%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한 번이라도 건기식을 구매해 먹는다는 의미다.

시중에 넘쳐나는 건기식은 대개 ‘과유불급’의 딜레마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내 몸에 맞는 함량과 성분인지, 이것저것 한 움큼씩 먹어도 괜찮은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따져가며 건기식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로는 의미 없는 섭취를, 외려 몸을 해치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권태혁 영롱 대표는 이런 건기식 시장과 소비자의 고민을 몸소 겪으며 창업에 나섰다. 약사가 직접 만드는 건기식으로 환자와 소비자를 직접 챙기겠다는 비전이다. 부산의 약국 대표에서 건기식 스타트업 창업가로 거듭난 권 대표를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가 만났다. 권 대표가 꿈꾸고 이뤄가는 건기식 기업과 시장은 어떤 모습인지 물었다.

의사 출신 기업가는 종종 보지만, 약사 창업가는 드문 것 같다.

부산대 약대를 졸업한 후 26살 때부터 직접 약국을 운영했다. 부산에서 제일 큰 병원으로 꼽히는 메리놀병원과 양산 부산대병원 앞에 약국을 차렸다. 그런 상권은 자리도 잘 나지 않고 권리금도 높아 개업하기 어려운데, 너무 운 좋게 좋은 자리가 나와서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금수저’과는 아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어렵게 자랐지만, 어릴 때부터 도전 정신이 남달랐다. 약사는 대출도 잘 나온다.(웃음) 뭣 모르고 과감하게 시작했지만 월급쟁이 약사로 첫발을 내디뎠다면 지금의 사업도 도전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리브 영, 리브 롱(Live Young Live Long)’에서 따온 브랜드가 재밌다.

‘영롱’은 젊게 오래 살자는 의미다. 약사들이 제대로 된 영양제와 건기식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9년에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창업에 나섰다. 처음에는 약국 지하창고에 컴퓨터 한 대 들여놓고 시작했다.

약국도 잘됐을 것 같은데, 새롭게 창업에 나선 이유가 뭔가.

종합병원, 대학병원 앞 약국이니 나이 드신 어르신 고객이 굉장히 많았다. 이분들이 처방전을 받아가시면서 꼭 묻는 말이 “집에 오메가3, 또 무엇 무엇 등등이 있는데 같이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약은 식별표가 있어 어떤 성분인지, 어떤 경우에는 섭취하면 안 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영양제는 그런 정보가 없다. 그러니 약사인 나도 정확한 정보를 알려드리기 어려웠다. 기껏해야 “제조사에 여쭤보시는 게 제일 정확하다”는 답을 드렸는데, 제조사에 전화하면 “약사나 의사에게 물어보라”고 한다더라. 그제서야 영양제를 박스째 들고 와서 상담을 원하시는 분이 많았다. 드시면 안 되는데 선물로 받아서 그냥 먹거나, 너무 많이 드시는 경우도 많았다.

환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자는 게 창업 동기가 됐겠다.

그렇다. 처음엔 시험 삼아 온라인에 채널을 열어 상담을 진행해봤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소비자가 원하는 니즈를 분명하게 확인하니 약사인 내가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결심이 섰다. 초기에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상담에 집중했다. 간단한 서베이를 통해 제품을 추천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점점 제품 자체에 눈을 뜨고 사업 방향과 브랜드 콘셉트가 명확해졌다.

너무 좋은 동기였던 것 같다. 나도 영양제를 많이 먹는 편인데, 대부분은 잘 모르고 무조건 먹는다.

소비자가 영양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내게 효과가 있는지 반대로 부작용은 없는지를 아는 건 너무 어렵다. 전문가인 약사가 소비자 대신 스터디하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자, 약사가 안전하게 연구해서 만들 테니 믿고 드시라는 모토로 출발했다. 건기식 시장에서 가장 큰 브랜드와 회사가 되기보다는,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이어가고 있다.

건기식은 제품 특성상 신뢰가 제일 중요한 시장이라고 들었다. 신생 브랜드인데 어려움은 없나.

맞다. 소비자 입장에선 유명 제약사가 만든 제품과 브랜드를 신뢰하게 마련이다. 내 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건기식이니 당연하다. 우리 같은 신규 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런 첫 허들을 넘는 데 약사라는 타이들이 도움을 준 것 같다. 그렇다고 약사가 만든 제품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팔리는 건 아니다. 철저하게 제품 자체로 승부하는 곳이 건기식 시장이다.

신규 브랜드에 가장 중요한 건 차별화인 것 같다. 영롱은 어떤가.

영롱은 크게 네 가지 핵심 가치로 움직인다. ‘전문적인, 투명하게, 진심으로, 함께하는’이다. 전문적이라는 건 약사가 직접 개발한다는 뜻이다. 특히 부작용에 집중했다. 일반적인 건기식은 부작용을 숨기거나 과소평가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이걸 하나라도 찾아내서 제품 포장에 자세하게 기재한다. 속쓰림 같은 사소한 부작용은 물론이고 유방암 증가, 혈전 등 위험한 부작용도 낱낱이 공개한다. 제품 하나를 더 팔기보다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함이다. 가령 유방암 관련 부작용은 콩에서 추출한 여성호르몬 성분인 이소플라본에서 유래하기 쉬운데, 서양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콩을 월등하게 많이 먹는다. 두부, 콩밥 등 서양인보다 2배 이상 섭취한다. 영롱은 이를 감안해 한국인에게 적절한 함량을 제공한다. 비타민B는 속쓰림 부작용이 일어나기 쉽다. 국내 최초로 장용 코팅을 둘러 위가 아닌 장에서 녹아 흡수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게 전문적인 약사들의 영역이다.

투명하다는 가치는 무얼 의미하나.


▎권태혁 대표(오른쪽)와 최영찬 대표가 영롱의 주요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말 그대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숨기지 않고 공개한다는 뜻이다. 건기식은 원산지 공개 의무가 없다. 그러니 대부분 중국산이다. 우리는 작은 부원료 함량까지 다 공개한다. 잔류농약검사, 중금속검사, 비건 인증 등도 모두 시행해 공개한다. 시중의 어떤 제품과 비교해도 자신 있다. 회사 입장에선 리스크도 있지만 소비자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알리려고 한다. ‘진심으로’는 제품을 개발하는 영롱의 자세를 말한다. 영양제나 건기식이 모든 사람에게 다 잘 맞는 건 아니다. 먹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100% 환불해드린다. 건강하자고 먹는 제품인데 스트레스를 받아서야 되겠는가. SNS 채팅 소비자 상담도 내가 직접 한다. 아무리 상담사를 철저하게 교육한다고 해도 약사의 상담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매출의 1%를 기부하는 원칙도 이어가고 있다. 지역사회와 또 소비자와 ‘함께하는’ 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제품에는 어떤 게 있나.

2021년에 내놓은 맥주효모환이 대표적이다. 연간 8만 개, 연 매출 10억원 정도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맥주효모는 탈모 방지 식품으로 홈쇼핑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대부분 미숫가루 같은 분말 형태라 먹기 불편하고 무엇보다 맛이 너무 없다. 우리는 이걸 하루 3g이라는 적정 섭취량을 반영해 환 제형으로 만들었다. 현재 맥주효모 시장의 50%를 우리 제품이 점유하고 있다.

잠재된 고객 니즈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그게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약사 출신이다 보니 원재료에 대한 연구와 적용이 훨씬 디테일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 이미 있는 제품군이지만, 이를 더 좋은 성분과 효과, 맛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콜라겐은 대부분 물고기 비늘에서 추출한다. 그러다 보니 비린 맛이 강하고 중금속이 검출되기도 한다. 우리는 히비스커스에서 추출한 식물성 콜라겐을 개발해 출시했다. 2020년에 내놓은 이 제품은 출시 이듬해 바로 20만 개가 팔렸다. 비건 인증도 받았다. 또 스피루리나는 바다에 있는 미세조류로, 피부와 독소 배출에 효과가 좋다. 대부분이 하와이산인데, 염전처럼 바닷물을 가둬서 만든다. 엄청 비리다. 바다에 떠 있는 불순물 맛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국내 최초로 옥외 배양에 성공해 순도 99% 제품인 ‘영롱 스노우 스피루리나’를 선보였다.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다. 시장 가능성을 검증받은 제품군 중 영롱만의 차별화된 니즈를 적용한 독창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원재료들은 모두 독점 원료다. 이런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아시아태평양 고성장 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새로운 재료·원료를 발굴하는 데 약사라는 전문성이 큰 강점인 것 같다.

그렇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약국이다. 세상 모든 약이 약국에 다 있지 않나. 약 중에서도 식품화할 수 있는 원료가 많다. 예들 들어 야생 블루베리 격인 빌베리는 이미 의약품으로 허가가 나 있었다. 맥주효모도 그랬다. 가령 유산균 시장을 보자. 변비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시장도 크다. 이미 유명하고 강력한 브랜드도 있다. 우리는 이런 시장 수요에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타깃팅한 맞춤형 유산균을 개발했다. ‘영롱 이스트바이오틱스 센서티브’ 제품인데 연간 15억원의 매출이 꾸준히 일어난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영양제도 많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코엔자임Q10을 고갈시키고 간 수치도 높이는 경우다. ‘영롱 밀크시슬&코큐텐’ 제품은 콜레스테롤 저하 제품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영양제다. 이처럼 블루오션이 아직 많다. 약사들은 다 알고 있는데, 이를 제품화하는 데가 많지 않다. 올해 선보일 5개 신제품은 이미 개발을 마쳤고, 내년에 선보일 신제품 라인업도 이미 정했다.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

대부분의 고객이 영롱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들어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유입당 결제율이 11.89%로 매우 높은 편이다. 한 번 들어왔을 때 많은 금액을 결제하는 것도 특징이다. 제품 특성상 4개월분을 한 번에 사 가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하루 평균 200건 이상 구매가 일어나는데, 1인당 구입액이 10만원 정도다. 전체 고객 중 재구매 고객도 40%에 달한다. 업계 평균은 3% 수준이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지난해 싱가포르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한국에서처럼 직접판매에 나서봤다. 일종의 해외 직구 개념이다. 그런데 한국보다 반응이 더 빠르더라. 올해부턴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한다. 대만 시장도 개척 중이고,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홍콩, 태국, 베트남에 차례로 진출할 계획이다. 이어 일본도 사정권에 넣고 있다. 싱가포르는 다이어트 등 먹는 뷰티 제품이 인기인데, 우리 제품이 동남아 1등 이커머스 플랫폼인 ‘쇼피’에서 라이징 브랜드로 선정됐다. 싱가포르에서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동남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글로벌팀을 새로 조직했다. 해외 인력 채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접근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사회 공헌에 남다른 애정이 느껴진다.

매출의 1%를 지역 병원 등에 기부하고 있다. 단순히 매출을 늘려 수익을 크게 창출하는 게 영롱의 목표는 아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공존하는 것을 핵심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매출액 자체가 경영 최우선 목표가 되는 것도 지양한다. 수치에만 집중하면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잃고 척박해질 수 있다. 직원과 고객,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영롱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급격한 성장을 경계한다.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약국 외에는 사업 경험이 없어 항상 부딪쳐가면서 성장하는 것 같다. 핵심은 신뢰받는 영양제·건기식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재무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에는 건기식 시장을 넘어 의약품 유통·도매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의약품 유통 분야다. 영양제 회사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헬스케어 분야에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 최영찬 - 선박과 플랜트 분야 제조업을 영위하는 선보공업의 차세대 경영인이다. 제조업체들이 스타트업 및 투자 생태계와 어떻게 공존하고 미래 사업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선보엔젤파트너스와 기업 연합형 CVC인 라이트하우스를 창업했다. 20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컴퍼니빌딩 프로젝트와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을 공동경영 형태로 성장시키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창업한 2개 법인과 별도로 3개 프로젝트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하면서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최재승 객원기자

202410호 (2024.09.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