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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 

신세대 디벨로퍼의 부동산 선택법 

신윤애 기자
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는 부동산을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라고 여긴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는 상승한다고 말한다. 부동산개발업자인 정 대표는 어떤 기준과 조건으로 토지, 건물을 선택할까.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비결을 들었다.

▎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는 현재 업무용 시설과 시니어용 시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부동산개발을 총체적으로 관리·감독·개발하는 주체이자 건물과 주변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이를 ‘디벨로퍼’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의 레빗타운, 도쿄의 롯폰기힐스, 상하이의 신텐디 지역 등이 디벨로퍼가 개발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는 한국의 신세대 디벨로퍼다. 2013년 본격적으로 부동산개발사업에 뛰어든 그는 2015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체이슨호텔 더 뷰’, ‘체이슨호텔 더 리드’ 등 비즈니스호텔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7~2018년 차례로 오픈했고, 2020~2021년 풍림산업 아이원리조트 운영 대행, 대명종합건설 온양관광호텔 리브랜딩 및 MRO(유지·보수·운영), 서울 회기역 앞 체이슨엠 호텔 라이선스 납품 등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분양형 호텔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브랜딩 작업에 성공했고, 아트와 문화를 접목한 호텔 브랜드 ‘체이슨호텔’을 직접 만드는 등 새로운 모델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의 도전 정신과 선구안은 호텔업과 부동산업이 충격적인 타격을 입었던 팬데믹 기간 더욱 빛났다. 체이슨호텔에서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했던 비대면 서비스, 이를테면 키오스크를 이용한 무인 체크인과 룸서비스·밀 박스 형태의 조식 서비스 등이 위기의 순간에 큰 힘이 된 것이다. 덕분에 체이슨호텔은 전염병 예방, 인건비 절감 등에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정 대표는 “비대면 서비스는 감염병 리스크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던 메르스를 떠올리며 준비한 서비스”라면서 “선제적인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 체이슨호텔 각 지점은 호텔스닷컴·부킹닷컴 등 OTA(온라인 숙박예약 플랫폼) 등에서 10점 만점에 9점대 평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호텔 개발과 운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그는 현재 부동산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부동산 중에서도 업무시설과 시니어 관련 시설을 집중 공략 중이다.

“신축 건물은 한 번 지으면 30~40년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의 쓰임새를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급격히 많아지고 은퇴 연령이 늦춰지는 추세죠. 이런 현상에 주목해 시니어가 사용하는 주거시설, 업무시설, 액티비티 시설 등을 개발 중입니다.”

업무시설을 개발할 때도 그는 남다른 관점으로 특별한 조건을 살핀다. 주차시설 유무다. 그는 “업무시설, 상업시설 용도로 부동산을 살필 때 필지와 사업지 내에 자주식 주차가 100% 이뤄질 수 있는지 따져본다”고 설명했다. 성수나 강남 등 구도심엔 오래된 건축법에 따라 지어져 겨우 차량 한두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건물이 대다수인데, 차량이 많아진 요즘엔 심각한 주차난을 일으키고 재방문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결국 주차가 편리해야 고객들의 방문이 지속되고, 이는 우량 임차인을 유치하는 기회로 이어진다고 정 대표가 귀띔했다.

입지 좋고 조건이 훌륭한 부지는 비싸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위치가 좋고 주차가 편리한 토지나 건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매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세상엔 변하지 않는 가치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부동산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복리사회에서는 상승의 폭만 달라질 뿐 물가가 매년 상승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으로 이익이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부동산에 대해 부동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건 ‘한국에선 어떤 산업이든 부동산을 벗어나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을 하든 직원들이 근무할 오피스는 꼭 필요합니다. 건물을 임대하거나 매수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임대료를 내거나 (매매 비용에 더불어) 대출이자를 내게 되겠죠. 이때 임대료를 내는 선택을 한다면 당장의 지출을 줄일 순 있지만 자산을 축적하긴 어려워집니다. 오히려 건물주의 자산 형성에 기여하게 되겠죠. 현재 상황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가 금리인하 분위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입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건물 임대에 드는 비용과 매수에 드는 비용의 갭이 줄어드는 시기가 옵니다. 이때 임대료를 내기보다는 대출이자를 지출하더라도 건물을 매수하는 것이 5~10년 뒤를 내다봤을 땐 자본적인 이득이 더 크지 않을까요. 물론 자사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길 바랍니다.”


▎정세호 대표는 아비트라지를 활용한 해외 진출을 50세 이전에 이루고자 한다.
그렇다면 자본금이 충분치 않은 스타트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게 옳은 일일까. 이 물음에 정 대표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 부동산이 회사의 담보 자산이 되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대부분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인적자원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죠. 사업이 지속적으로 잘되면 좋겠지만 늘 그럴 수만은 없는 법이죠. 사업이 어려워져 재정적으로 어려운 순간이 닥쳤을 때, 부동산은 든든한 자산이 되어줄 겁니다. 게다가 투자자 입장에서도 담보 자산의 유무는 큰 매력 포인트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부동산 매입을 고려해보길 추천합니다.”

어느덧 10년 넘게 디벨로퍼로 활동한 그는 그동안 안목을 키우고 부동산개발 시장을 리딩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문화예술경영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도시계획학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차별화된 호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심리상담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언뜻 보면 부동산개발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영역이지만 사실은 깊은 관계가 있는 학문들이라고 한다.

“도시계획학을 공부하면 부동산개발 부지를 선정하는 안목이 길러집니다. 이를테면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어도 어느 위치에 버스 정류장이 생길지 예상할 수 있어요. 인구밀도나 교통 흐름에 따라 도로와 정류장 등이 들어서기 때문이죠. 그래서 미리 좋은 부지를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제주에 지은 체이슨호텔은 바로 앞에 공항을 오가는 리무진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이 또한 미리 예측해 호텔을 설립한 케이스입니다.”

쉬지 않고 공부하고 일에 매진해온 그는 이제 더 큰 꿈을 꾼다. 해외 진출이다.

“캐리트레이드(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외국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가 중요합니다. 미국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2022년 3월 기준으로 한국 기준금리(1.5%)에 비해 여전히 미국 금리(0.5%)가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금리 면에서 우월합니다. 향후 달러 가치가 증가(원화 가치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미국 투자자는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대한민국 자산시장 투자 시 1달러당 약 1224원에 거래가 가능합니다. 2024년 9월 4일 한국 기준금리(3.5%)를 보면 미국(5.5%)보다 2% 낮으나 환율로는 2022년 4월 14일 1224원이었던 것에 비해 약 10.1%가 이득입니다. 따라서 2022년 4월 미국 투자자가 강남대로에 부동산투자를 했다면 자산 가치 상승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기준금리 차이 2%를 제외한 환차익 등을 고려하면 아비트라지(하나의 재화에 대해 서로 다른 시장에서 발생하는 가격 차이를 통해 이익을 창출)를 활용해 현 시점부터 꽤 큰 경상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즉, 해외 진출은 환헤지와 중앙은행의 정책 금리 기조를 활용한 사업 비전입니다.”

정 대표는 이 계획을 50세 이전에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38세인 그에게 앞으로 12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그는 “그동안 한국의 부동산개발이 더욱 발전하도록 힘쓰는 한편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여 해외 진출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신윤애 기자 shin.yuneae@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10호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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