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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메이도프의 죄 

 

『메이도프: 최후의 발언』을 독점으로 요약·발췌한 이 기사에서 폰지사기 거물의 아내 루스 메이도프는 거짓말쟁이로 묘사된다. 경리로 교육받은 루스는 수십 년 동안 사기 수익금 680억 달러가 기록된 장부를 주기적으로 조정했다. 루스와 그의 두 아들이 범죄 혐의로 기소당하지 않은 내막을 알아봤다.

▎끝없는 거짓말 버니 메이도프는 폰지사기에 아내가 연루됐는지에 대해 “아내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아내는 아무것도 맡지 않았고, 조사를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지만 사실 루스는 조사를 받았다. / 사진:RUTH MADOFF BY PETER KRAMER/NBCU/GETTY IMAGES
‘루시 북스’는 FBI 요원들이 약 62년 동안 버니 메이도프와 결혼 생활을 해온 아내 루스 메이도프에게 붙인 별명이다. 미국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 [식스티 미닛츠]에 출연해 증언대에 섰을 때 마치 조직 폭력배처럼 거짓말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딱 맞는 별명이다. 2011년이 프로그램에서 루시는 2008년 남편의 체포 이후 보기 드물게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에서 루시는 기자 몰리 세이퍼에게 1961년부터 1963년까지 버나드 L 메이도프 투자증권(BLMIS)에서 접객 담당자 겸 경리로 일했지만 그 이후에는 아들을 키우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루시는 “나중에 아들들이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우리 가족은 회사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집에 살고 있었고, 내게는 장식이나 집안일, 보트 등을 관리하기 위한 사무실이 있었지만 1963년 이후로 경리 일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모든 폰지사기가 그렇듯이 버니 메이도프는 이미 ‘투자’한 사람들이 얻은 막대한 수익을 미끼로 새로운 자금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아무리 사기라도 해도 고객만족을 유지하려면 관리에 생각보다 많은 수고가 들어간다. 재무 기록(루스의 손글씨로 적혀 있다)과 전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루스는 1960년대 이후 금융 거품이 터진 2008년 초까지 수십 년 동안 이 폰지사기 은행의 계좌를 관리하는 업무를 많이 수행했다. 수년간 메이도프 일가와 직원 사건을 조사한 전 검찰 리사 바로니는 “당시 그 방송을 보면서 ‘TV에 나와서 저런 거짓말을 하는군’이라고 생각했다”며 “루스가 한 말은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누구도 루스의 주장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FBI는 2009년에 진실을 알게 됐다. 버니 메이도프의 오른팔이자 연방 정보원이었던 프랭크 디파스칼리의 첩보 덕분이다. 2009년 디파스칼리를 인터뷰한 미국연방수사국(FBI) 요원은 “BLMIS에서 루스가 했던 일에 대해 묻자, 프랭크는 체이스 703 사건을 조정한 사람이 루스였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FBI 내에서 302로 알려진 기밀 문서에 포함됐다. 나는 메이도프의 폰지사기를 15년 동안 조사하면서 이런 302 문서를 100페이지 넘게 확보했다.

703은 거의 모든 폰지사기 자금이 유입된 JP모건 체이스의 예금 계좌를 일컫는 별칭이다. 여기서 “조정(reconciliation)”이란 은행 입출금 내역과 회사의 자금 입출금 기록을 일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루스는 숫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여 장부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을 했다.


▎사랑과 돈 메이도프 밑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루스는 따뜻하거나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었다”며 “루스의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똑같이 말할 것이다. 루스는 남을 끌어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주 고상한 척을 할 수는 있었다. 완전히 차갑지는 않았지만 공적인 거리를 두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 사진:GI/BM/GETTY IMAGES (2)
버니 메이도프와 루스는 항상 루스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강조했지만, 메이도프의 703 계좌 자체가 폰지사기였다. 1986년부터 2008년까지만 해도 703 계좌는 거의 전부 투자자로부터 받은 자금 1500억 달러를 예치하고 이체했다(그러나 메이도프의 사기 규모는 그가 재판을 받을 때 투자자들의 계좌 명세서에 기록되어 있던 허위의 액수인 680억 달러로 여겨진다).

하루에만 1억 달러가 넘는 돈이 눈 깜짝할 사이에 체이스 계좌와 메이도프의 주요 투자자 사이를 오갔다. 루스는 “장식이나 집안일, 보트 등을 관리”하던 회사 사무실에서 이런 숫자를 매일같이 집계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루스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수학을 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그처럼 빠르게 돈이 오가는 것을 봤다면 의구심이 들었을 만도 하다. 루스가 남편에게 그 얘기를 한 적이 있을까? 한 번도 없다.

디파스칼리는 루스가 종종 “수표가 결제됐는지, 순서대로 발행됐는지” 확인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8년 폰지사기가 드러나기 몇 달 전부터 루스가 자신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디파스칼리는 덧붙였다.

디파스칼리는 부패한 사람이었다. 10건의 사기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선고를 기다리다가 2015년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정보원 역할을 하면서 FBI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4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사관과 75회 넘게 장시간의 보고를 수행했으며, 한 번도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난 적이 없다. 루스와 703 계좌의 관계에 대해 할 말이 있는 직원은 디파스칼리뿐만이 아니었다. 2018년 나는 기록 조작으로 유죄를 인정한 BLMIS 직원 에릭 리프킨에게 1992년 입사한 이후로 루스가 얼마나 오래 경리 일을 했는지 물었다. 그는 “계속”이라고 답했다. “루스는 사무실에 아주 오래 있었어요.”

루스를 경찰에 찌른 BLMIS 직원들이 모두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아니다. 직원 5명이 범죄 혐의로 기소된 메이도프 파이브 사건의 증인이었던 위니프레드 잭슨은 10년 넘게 메이도프 증권에서 일하며 703 계좌 업무를 도왔다. 잭슨은 자신이 1987년에 일을 시작했을 때 루스가 주로 조정을 담당하며 “숫자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수정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루스가 남편의 사업이 폰지사기 임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루스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식스티 미닛츠에서 경리 일에 대해 거짓말을 했을까? 그리고 그런 거짓말을 한 사람의 말을 우리가 왜 귀담아들어야 할까?


▎ 사진:GETTY IMAGES
버니 메이도프는 150년형을 살고 있는 감옥에서 내게 “루스는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어떤 혐의로도 기소당하지 않았고 수사도 받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루스 메이도프는 틀림없이 수사를 받았다.

이 사기 범죄에서 루스의 역할은 중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루스의 아버지인 회계사 사울 알펀의 이름은 이 폰지사기에 계속 등장한다. 사울은 1960년대 초반에 버니를 초기 투자자들에게 소개했다. 버니가 체포된 후 가족들을 조사한 전직 FBI 요원인 스티븐 가핑클은 “알펀은 인큐베이터였다”며 “마치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가 IT 인재들을 연결해주듯이 사울은 사기꾼들을 연결해주었다”고 말했다.

루스와 아들들인 마크, 앤드루는 버니가 체포당하기 전날인 2008년 12월 10일에 버니가 회사 연말연시 파티를 위해 떠나면서 자신의 죄를 털어놓았을 때 비로소 사기에 대해 처음 알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버니는 가족들에게 다음 주 중에 자수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아들들은 즉시 버니를 경찰에 신고했다. 많은 수사관이 버니가 아들들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믿는다. 아직 이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루스의 행동은 모범적이지 않았다. 루스의 반응은 즉시 자신의 BLMIS 연계 계좌 중 하나에서 1050만 달러를 인출하는 것이었다(3주 전에는 500만 달러를 인출했다). 루스는 남편의 말이 사업을 즉시 중단하고 사기를 당한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돈을 쓰거나 인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임을 몰랐거나 무시한 것이다.

아들들도 욕심은 있었을지언정 죄는 없었던 투자자들을 거의 신경 쓰지 않은 듯하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하며 법원이 사기 자금 수십억 달러를 회수하려고 지정한 관재인 어빙 피카드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돌려받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웠다. 마크는 2010년 자살했고 앤드루는 2014년 림프종으로 사망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여전히 지급 지연된 보상금 1억 달러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자산 관리인은 버니가 유죄를 인정한 지 8년이 지난 2017년에야 피카드와 합의하고 2300만 달러를 토해냈다.

메이도프의 가족 구성원 가운데 버니의 체포 후 협조를 위해 검찰 사무실 근처에라도 갔던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버니의 자백 후 루스와 버니의 남동생인 회사 최고규제준수책임자 피터 메이도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게임 오버 버니 메이도프의 오른팔이었던 프랭크 디파스칼리와 연방 검사의 대화를 요약한 FBI 메모. 이 메모에서 디파스칼리는 메이도프가 자신에게 돈이 다 떨어졌다고 말하던 순간을 설명했다. 그의 사기는 1960년대 초기 고객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 사진:COLECTIONS (TOP RIGHT)
전 FBI 요원인 가핑켈은 메이도프의 아들들을 조사한 뒤 검찰이 두 사람을 모두 기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마크의 자살 전에는 기소당할 처지였습니다. 저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두 사람이 폰지사기라는 사실은 몰랐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투자 자문 계좌 명세서에서 발생하는 특정 거래로 인해 이익을 취한 방식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크와 앤드루의 계좌에는 날짜가 지났거나 허위인 주식거래가 종종 등장한다. 사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하기 위해 막대한 자산을 보여줘야 할 때마다 가짜 계좌 명세서가 나타났다. 이러한 거짓 기록은 BLMIS 거래 데스크에서 형제들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결국 검찰 측은 메이도프의 아들들이 자신들의 부가 대규모 사기에서 비롯됐음을 알았다고 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의 부지 또는 의도적 무지는 법정에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두 사람이 분명히 알았으리라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시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기록에 따르면 BLMIS의 마지막 10년 동안 약 8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이 사기 회사에서 겉으로는 합법적인 아들들의 개인 부서로 이전됐다. 삼촌 피터와 함께 경영하던 이 회사는 당시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수많은 BLMIS 부서가 재무적으로 서로 얽히게 됐다. 결국 단 하나도 결백한 곳은 없었다.

2005년 증권거래위원회의 수사 도중 버니는 위원회로부터 기록을 요구하는 팩스를 받았다. 아들들을 포함한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도 제출을 요구하는 기록에 포함됐다. 디파스칼리가 FBI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당시 엄청나게 많은 문서가 파쇄됐다. 앤드루, 마크, 피터, 피터의 딸 샤나(회사의 규제준수 고문)는 “문제가 되는” 이메일을 전부 삭제했다. 디파스칼리에 따르면 “고객을 언급하거나 감사관으로부터 추가 질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모든 이메일이 여기에 해당됐다. 피터 메이도프는 결국 SEC에 거짓 기록을 제출하고 세금을 부정하게 회피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10년형을 받아 약 9년간 감옥 생활을 하고 2020년에 석방됐다). 샤나는 겨우 고소를 피했다. 올해 초 통화가 연결된 샤나는 BLMIS와 관련된 모든 언급을 거부했다. 그는 “나는 다 잊었다”며 “지금 잘 살고 있으니 거기로 다시 돌아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디파스칼리는 폰지사기의 메커니즘에 대해 “일상적으로 앤드루, 피터, 마크, 기타 BLMIS 사람들 앞에서 대화를 했다”고 FBI 측에 강조했다. 그는 “입에 올려선 안 되는 주제는 없었다. 암호도 사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디파스칼리가 버니에게 고객이 원하는 만큼의 가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말하면 버니는 “그럼 어제 수익을 활용하라”고 말하고는 앤드루를 보며 “어제 시장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트레이딩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버니가 과거 주식가격을 사기 트레이딩의 기반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버니는 2008년 체포를 며칠 앞두고 디파스칼리에게 “난 지금 벼랑 끝에 있다”며 “이 모든 사업은 다 사기였다”고 말했다. 한 주 뒤 디파스칼리는 FBI 측에 자신이 버니의 사무실로 갔더니 버니가 피터에게 “BLMIS의 역사, 사기가 1960년대의 첫 가족 외 투자자 두 명에게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고, 피터는 그 이야기에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83세가 되어 뉴욕 인근의 요양 시설에 거주 중인 루스 메이도프는 여전히 지지자를 거느린다. 버니의 비서로 일하다가 피터 메이도프 밑에서 퇴직한 일레인 솔로몬은 2011년 내게 “나는 루스가 좋다”고 말했다. “루스는 이 모든 일의 가장 큰 피해자인 것 같아요. 루스가 알았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기 전에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하는데. 루스는 모든 걸 잃었잖아요. 50년 동안 사랑했던 사람과 아들들, 친구들까지도요.”

소시오패스라는 말을 듣는 버니조차도 자신이 크게 후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버니 메이도프는 감옥에서 했던 인터뷰 도중 내게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며 “스스로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계획한 일은 아닙니다. 계획했더라면 더 잘했겠죠.” 그는 낄낄대며 덧붙였다.

이 기사는 리처드 베하의 저서 [메이도프: 최후의 발언]에서 요약 발췌했다.

- Richard Behar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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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호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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