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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으로 억만장자가 된 사나이 

 

보석은 결국 감성으로 사는 것이다. 그러나 매슈 스툴러는 감성 호소가 아니라 물류 최적화를 이뤄 다이아몬드로 억만장자가 됐다

루이지애나주 라피엣에 있는 도서관 앞, 밀린 공부를 좀 하라고 어머니가 매슈 고디 스툴러(Matthew Gordy Stuller)를 내려줬을 때 그의 나이는 15세였다. 학업에 별 뜻이 없었던 매슈는 도서관에 책만 던져두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귀금속 가게에 진열된 ‘우리 이제 소중한 사이’ 반지를 보게 됐다. 당시 마음에 둔 소녀가 있었던 그는 반지를 선물해서 환심을 사고 싶었다. 그는 가게 주인을 설득해 39.99달러짜리 반지를 ‘선금 5달러, 잔금은 매주 5달러 할부 지급’ 조건으로 사는 데 성공했고, 반지로 소녀의 마음도 얻었다. “제가 원래 좀 낭만적인 기질이 있었죠.” 그가 은근슬쩍 말했다.

그러나 현재 73세인 스툴러가 미국 보석 도매산업을 장악하고 포브스 추산 순재산 10억 달러 이상의 억만장자가 된 비결은 이런 감성과 별 관계가 없다. 생산 공정과 물류 최적화에 대한 가차 없는 집착, 리테일 고객의 모든 니즈 만족이 그가 보석 왕국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이다.

소년 스툴러는 신문 배달, 잔디 깎기, 세차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서 매주 5달러씩 갚아나갔다. 토요일이 오면 그는 오전 10시에 귀금속점으로 가서 돈을 갚고 매장에 계속 남아 잡일을 도왔다. 그는 “항상 창문을 깨끗이 닦아둘 사람이 필요했거든요”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게 됐고, 보석 세공사로부터 보석 연마, 반지 사이즈 조정, 보석 고정 등을 배웠다.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반이 됐을 때 스툴러는 아버지의 치과 클리닉에 있는 청소도구실에서 밤늦게까지 보석을 수선하고 (치과의사들이 브리지나 크라운을 만들 때 사용하는) 저온 왁스 주조로 액세서리의 끊어진 고리나 걸쇠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기 힘든 물품은 구매해야만 했다. 그러나 대규모 유통업자들은 그가 전화하면 무례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대뜸 ‘뭐가 필요한데’ 이러고 나오니까 마치 성가신 방해꾼이 된 기분이었죠.” 스툴러가 말했다.

‘동업은 절대 하지 마라’


당연히 자신이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꼴찌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라피엣에 있는 루이지애나대학에서 1학기를 간신히 견딘 그는 자퇴를 하고 1970년형 닷선 240Z 차 트렁크에 물건을 담아 보석상들에게 팔고 다니는 도매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금 액세서리만 판매했습니다. 그 외의 것은 만들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가 말했다. 얼마 후 그는 뉴올리언스에 있는 파산 직전의 보석업체로 가서 재고와 이동형 진열대를 함께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4500달러, 방식은 선일자 수표였다. 지급은 지역 은행에서 차입한 돈으로 간신히 갚아나갔다. 은행에서 대출할 수 있었던 건 아버지가 그 은행의 VIP였기 때문이다. 수년 뒤 아버지가 은퇴하자 스툴러는 아버지의 치과 사무소를 인수하고 보석용 가마, 연마기, 원심력 주조기 등 점차 늘어나는 보석 관련 장비를 그곳에 두었다.

이때 아버지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될 충고를 건넸다. ‘동업은 절대 하지 마라’였다. 결국 일은 네가 다 하게 될 텐데 왜 지분을 공유하느냐가 아버지의 주장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스툴러의 이름을 딴 회사는 여전히 100% 가족 지분으로 유지되는 비상장기업이다. 본사도 여전히 라피엣에 있다. 라피엣에는 연구실, 생산시설, 포장시설 등으로 구성된 회사의 최대 생산기지가 있으며, 전체 직원은 1500명이다.

이에 더해 멕시코와 태국, 인도에도 규모가 미국보다는 작은 생산 공장이 있다. 스툴러는 매일 평균 약 6000건의 주문을 처리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13만 개에 가까운 물품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 중 일부는 다른 생산업체에서 조달한다. 가장 중요한 원자재는 바로 골드바다. 스툴러는 골드바를 녹여서 매일 200파운드 이상의 주조용 금합금을 생산한다.

연 매출은 약 8억 달러이고 영업이익(EBITDA)은 8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다. 포브스 추산 결과 스툴러의 순재산가치는 8억 달러다. (나머지 2억 달러는 기업을 운영해 얻는 수익에서 나온다.)

스툴러 웹사이트에서는 취급하는 다양한 상품 목록을 볼 수 있다. 보석상을 위한 장비, 세팅되지 않은 보석, 약혼반지, 비스포크 팔찌까지 아주 다양하다. 스툴러는 “리테일 보석업체들은 누구든 스툴러 상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티파니, 해리 윈스턴, 까르띠에 모두 예외가 아니다. 최대 고객은 시그넷 주얼러스(Signet Jewelers)로, 쇼핑몰마다 매장을 운영하는 케이 주얼러스(Kay Jewelers), 제일스(Zales), 재레드(Jared) 등의 모 기업이다.

비결은 바로 물류다. 수년간 스툴러는 작은 박스 수백 개를 우체국에 직접 가지고 가서 소매상들에게 보내는 일을 했다. 그러다가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깨달음의 순간은 1981년에 찾아왔다. 당시 그는 설립한 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페덱스 창업주이자 CEO인 프레드 스미스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페덱스를 활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페덱스와 UPS 전용기가 라피엣 공항 활주로에서 스툴러의 물건을 기다리면, 스툴러에서는 오후 8시까지 물건들을 모두 비행기에 넣어 배송을 시작한다. 미국 대륙 내 거주하는 고객이 오후 5시까지만 주문을 넣으면, 개인 맞춤형 보석이 아닌 이상 이튿날 아침에는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고 스툴러는 보증한다. 스툴러는 “정시에 배송될 수 있도록 매일 물건을 보내는 데서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리테일 매장 입장에서도 (아주 값비싼) 상품의 재고를 많이 쌓아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훨씬 좋다. “모든 손가락 크기에 맞는 보석함과 트레이를 굳이 쌓아두지 않아도 되는 거죠. 원하는 건 저희가 바로 제공해주니까요.” 스툴러가 말했다. 뉴올리언스에서 3대째 귀금속 매장을 운영하는 콜먼 애들러는 미국의 대형 식품 유통사 시스코(Sysco)가 레스토랑 업계에 가져온 혁명을 스툴러가 보석상들에게 안겨줬다고 말한다. “다른 도매상에서도 물건을 구할 수는 있습니다. 가격도 아마 더 저렴하겠죠. 그렇지만, 한곳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그렇게 신속하게 구매할 수는 없어요.”

스툴러는 고객과 상품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그는 남태평양에서 양식 진주를 확보한 후 구매 가능한 보석업자의 수를 제한해서 수익 마진을 확대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고객들이 불만을 표시하더군요. ‘저한테는 못 판다니 대체 무슨 뜻이죠?’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그가 말했다.

수년에 걸친 실험 끝에 그는 판매 대상을 제한하는 독점 공급 방식은 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사업을 잘하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고객도 돈을 벌 수 있게 해줘야죠. 다음 사람도 이윤을 챙길 수 있는 여유분을 남겨놓고 넘겨야 하는 겁니다.” 다이아몬드 산업의 베테랑 애널리스트 마틴 라파포트가 말했다.

스툴러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에서 확보한 원석을 대량으로 직접 받아볼 수 있는 소수의 고객으로 선정된 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이 혜택이 득보다 성가신 점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자신이 선호하는 딜러들로부터 필요한 걸 구매하고 최상급 원석을 가공하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식이 더 좋았다.


▎미다스의 손 루이지애나 공장에서 사진을 찍은 매트 스툴러. 그의 팔 아래 보이는 금합금 코일은 1000도 수소 오븐에서 골드바와 다른 금속을 녹여 만든 것이다(왼쪽). 주조가 끝난 반지를 초음파 장비로 세척하는 모습. / 사진:PATRICK WELSH FOR FORBES
스툴러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그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해내는 것이다. 맞춤형 보석을 제공하는 ‘젬비전(Gemvision)’ 부서에서는 보석 모양에 대한 스케치를 받아서 이를 고화질 3D 컴퓨터 파일로 변환해 3D 프린팅을 활용해 주조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낸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운동선수나 셀럽들이 주문하는 맞춤형 보석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13캐럿 귀걸이를 22만 달러에 판매하기도 했다. “그걸 해낼 수 있는 업체는 스툴러 말고는 없다”고 메릴랜드와 캘리포니아에서 귀금속 판매점 ‘릭스 주얼러’를 운영하며 젬비전을 애용하는 고객이 된 47년 경력의 보석 세공사 릭 노리스가 말했다. “저희도 주조는 자체적으로 했었는데 그보다는 여기서 디자인을 해서 CAD 파일로 보내는 게 굳이 주조 장비를 쓰는 것보다 더 저렴합니다.”

스툴러는 3D 프린팅 기술의 진보에 놀라서 이를 공정에 더 많이 통합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금속도 3D 프린팅이 가능합니다. 아직 마감은 그렇게 완벽하지 못하고 과정에서 손실분도 꽤 있지만요.” 그가 말했다. 그러나 조금만 기다리면 이 또한 해결될 것이다. “항상 첨단을 달려야 하는 법이지요.”

인공 다이아몬드도 그중 하나다. 인공 다이아몬드는 화학적으로 보면 천연 다이아몬드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영겁의 세월 동안 땅속에 묻혀 있는 대신 수주 만에 양식됐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인공 다이아몬드의 소매가는 전통적 다이아몬드 가격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스툴러가 매년 판매하는 0.2캐럿 이상 다이아몬드만 해도 100만 개가 넘는데, 인공 다이아몬드는 이 중에서 80%를 차지한다. 값비싼 천연 다이아몬드가 이렇게 쇠락해가고 있지만, 스툴러는 이를 보며 감상에 빠져들지 않는다. 양으로 승부를 보면 되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다이아몬드 매출을 지금보다 10배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 How To Play It - 제일스, 케이 주얼러스, 재레드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시그넷 주얼러스(Signet Jewelers)는 미국 최대 다이아몬드 보석 소매업체다. 2월 3일 마감된 2024 회계연도에서 시그넷 주얼러는 총매출 72억 달러 중 91%를 미국 시장에서 얻었다. 시그넷 주얼러의 CEO 버지니아 드로소스의 우선순위는 수익성이다. 시그넷의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 수는 2018년 3682개에서 올해 4월 2676개로 감소했지만, 온라인은 정반대다. 온라인 주얼리 리테일 업체 다이아몬드 디렉트(Diamonds Direct)를 2021년에 인수하고 블루 나일(Blue Nile)을 2022년에 인수한 덕에 온라인 매출은 2018년 4억9800만 달러에서 2024년 16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회사의 실적도 6억5700만 달러 적자에서 순수익 8억1000만 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 수익이 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PER이 5년 평균 9.4보다 33% 낮은 6.3배 정도라 시그넷의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로 보인다.

존 도보슈는 포브스 억만장자 투자자, 포브스 배당금 투자자, 포브스 프리미엄 인컴 리포트 뉴스레터의 편집자다.

- Christopher Hel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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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호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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