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시를 읊지 않겠다 약조하고 얻은 사랑. 그러나 속 좁은 사내의 옹졸한 내침에 미친 듯 마지막 시를 토하고…. 어쩌랴. 시심 넓고 웅대했어도 한낱 사내의 마음조차 읽지 못한 것을…. 시 한 수로 귀신마저 흐느끼게 했던 옥봉의 역설적 운명.
조선 여인 이옥봉은 한 남자를 알게 되었고, 그를 사랑했다. 눈빛은 이상에 가득 차 있고, 가슴은 혈기로 들끓는 젊은이였다. 옥봉은 이 남자와 국화꽃 향기 짙은 밤에 짧은 사랑을 나눴다. 그녀는 이미 한 번 결혼했으나 바로 남편이 죽는 바람에 과부가 된 몸이었다.
이제 겨우 열일곱 살, 막 피어나려던 인생이 서리 맞은 듯 참담하고 쓸쓸했던 그녀는 옥천의 친정에서 머무르다 시회(詩會)를 위해 내려온 조원을 만난 것이다. 이 훤칠한 기남자(奇男子)와의 사랑은 달디 달았다. 열일곱 살 이옥봉과 서른한 살 조원은 1575년 그 밤 옥천 이봉 군수의 집 부근에 있는 작은 누각에서 사랑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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