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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가 새끼 친 서해섬, 보문사 부처는 海風에 눕다 

산 타는 변호사 양승국의 우리 산 순례(끝) | 석모도 해명산
해발 327m 정상에 서니 마니산과 주문도가 빙 둘러서고… 

물이 누렇다. ‘바다’ 하면 푸르러야 하거늘, 지금 배가 물길을 가르는 이 바다는 누렇기만 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 바다를 황해(黃海)라고 불렀으니, 이 바다가 푸르렀던 적은 없는 것일까? 물빛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시야에 또 다른 섬이 나타났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로 건너가는 중이다. 석모도의 등뼈를 이루는 해명산-낙가산-상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가려는 것이다.



배 주위로 많은 갈매기가 날고 있다. 석모도 방문을 환영하는 날갯짓인가? 녀석들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녀석들은 승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노리는 것이다. 바다 위로 과자를 던지면 얼른 내려와 이를 채 간다. 노련한 녀석은 과자가 채 물에 떨어지기도 전에 공중에서 낚아챈다. 요즈음 산에서도 다람쥐나 곤줄박이 등이 등산객이 주거나 흘리는 음식에 맛을 들여 야성을 잃어가고 있어 문제가 됐는데, 바다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야성을 잃지 말고 살아가야 할 녀석들이 이렇게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지는 것은 분명 문제다. 선창가로 다가가면서 보니 누런 빛의 바다는 석모도와 석모도 선창가 앞 대섬 사이를 내처럼 흐른다. 썰물과 밀물 때면 섬과 섬 사이의 좁은 물길로 물이 드나들면서 유속이 상당히 빨라진다.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웠던 베르누이의 정리다. 강화도는 석모도보다 큰 섬이면서도 육지 사이의 물길은 여기보다 좁고 길다. 그렇다면 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라 강화도와 김포 사이의 유속은 이곳보다 훨씬 빠르리라. 그렇기에 예전 왕조들은 외적의 침입으로 급박한 지경에 이르면 소금강(鹽河)이라 불리던 물길을 건너 강화로 피신하려고 했던 것이다. 육지의 백성들이야 어찌 되든 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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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호 (201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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