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의 뿔피리 뿌우뿌우 불어 도둑을 쫓고 어린아이처럼 웃던 팔순 나이의 소년…
그에게 숟가락에 떠먹여 바친 마지막 술잔
미당 선생님이 곡즉전(曲則全)이라며 찌그러진 향로를 내게 주던 날, 기실 사당동 선생님 댁에는 몇 사람의 여성 시인이 함께 있었다. 추석이었는지, 무슨 명절이었던 것 같다. 미당은 당신이 추천한 여성 시인들 앞에서 기분 좋게 취했다. 웃음꽃이 연신 피어나는 방 안의 화제들을 뒤로하고 혼자 매화 가지가 그려진 향로에 자꾸 시선을 떨구자 미당이 내게 물었다.
“그 향로가 그렇게 좋으냐?”
“네, 찌그러진 것이 참 마음에 닿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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