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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특집 | 특별한 도서관에서 ‘북 캉스’ 즐겨볼까 

온 가족이 한여름을 시원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이색 도서관 5선(選) 

안신정 월간중앙 인턴기자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1, 2층 열람실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다양한 책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제 도서관은 더 이상 늘어선 책장들과 ‘정숙’이란 안내판이 붙어 있는 엄숙한 곳이 아니다. 수백 대의 비행기 모형이 천장을 날아다니는 여행 전문도서관에서 세계 곳곳을 돌아볼 수 있고, 옛 서원을 본뜬 한옥 도서관에서는 시원한 대청마루에 누워 책을 읽으며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무려 3㎞에 이르는 서가(書街)를 따라 걸으며 산책할 수 있는 도서관에 들어서면 ‘빨리 책을 찾아서 나가야 한다’는 의무감은 말끔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휴가철에 도로 위의 교통체증과 수많은 인파에 치여 ‘휴~’ 하고 한숨부터 나오는 당신에게 진짜 ‘휴(休)’를 선사해줄 도서관들을 소개한다.


▎세계 곳곳 90여 개 도시의 지도가 비치된 ‘발견’의 방. 300개가 넘는 모형 비행기가 1 천장에 매달려 있다.
서울 청담동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 국내 최대 규모의 세계여행 도서관

타닥 타다닥-. 입구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거대한 비행스케줄 안내판이 듣기 좋은 소리를 낸다. 요즘은 보기 힘든 아날로그 안내판에는 인천공항의 비행기 운항 스케줄이 30분마다 업데이트된다. 나무로 짠 격자무늬가 그물처럼 얽혀 있는 천장은 마치 밀림의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다양한 여행용품과 책이 어우러진 이곳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지난 5월에 개관한 이 도서관에는 여행 관련 서적 1만4700여 권이 소장돼 있다.

현대카드가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이어 두 번째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로 개설한 여행 전문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의 관계자는 “도심 한복판에서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지적 활동으로서의 여행을 제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서관이라고 설명한다. 일상 탈출을 꿈꾸지만 실천을 망설이고 있는 도시인들도 이곳에서라면 책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건물 전체에 포진한 서가에 꽂힌 책들은 최고의 북큐레이터(Book Curator)들에 의해 엄선된 것이라고 한다. 〈가디언〉지 여행 칼럼니스트, 론리플래닛 에디터, 타임지 여행 에디터, 일본의 북컨설턴트들이 1년 동안에 걸쳐 여행도서 컬렉션을 완성했다.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공간은 설립 의도를 정확히 구현했다. 마치 책의 동굴에 온 듯 건물을 뒤덮은 모양새다. 위도·경도처럼 테마와 지역 두 축으로 책을 배치해 책을 찾는 과정자체가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일본인 실내건축 디자이너 가타야마가 설계했다.

예술과 건축, 역사와 문화, 모험과 도전정신, 여행 사진 등 13개의 테마와 세계 196개국을 아우르는 ‘지역’별로 분류된 책들은 트래블 라이브러리에 발을 디딘 여행자들이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수천·수만 가지의 여행 루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친구와 여행계획을 세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전하영 씨는 “수백 개의 지도부터 가이드북, 요리 문화 등 섹션별로 분류된 책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세계 문화를 듬뿍 체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마니아라면 꼭 둘러봐야 할 서가도 있다. 기하학적 모양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타나는 1.5층에는 1888년 창간한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 전권이 비치돼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본사도 입수하지 못한 창간호도 있다. 전 세계 구석구석을 사진 속에 담아낸 잡지를 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공간이다. 평소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전 세계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뮤지엄의 최신 동향을 담은 ‘뮤지엄북’을 통해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의 박물관을 간접 체험할 수도 있다.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구조는 일반 도서관들처럼 반듯반듯하지 않다. 울퉁불퉁한 벽면을 채워 넣은 듯한 서가의 배치는 도서관 곳곳에 비밀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놓았다. 이렇게 숨겨진 공간을 ‘발견(Find)’, ‘즐김(Play)’, ‘계획(Plan)’의 방으로 꾸몄다.

작은 비행기 모형 300여 개가 천장을 수놓고 있는 ‘발견의 방’에는 세계 주요 여행지 90여 곳의 지도와 안내책자를 도시별로 분류해놓았다. 여기서 조합해낸 자신만의 루트는 벽 한 면을 모니터로 꾸민 ‘플레이룸’에서 구글어스(Google Earth)의 3D 맵 서비스를 이용해 가상체험을 해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플랜룸’에는 자신의 여행경험, 앞으로의 여행계획을 펼칠 수 있는 화이트보드가 마련돼 있다.

세 곳의 숨은 공간을 돌아보고 나면 여행을 위한 정보 수집과 계획 수립이 모두 끝난다. 굳이 여행 계획을 실행하지 않더라도 이미 세계 곳곳을 여행한 듯한 기분이 든다. 트래블라이브러리 자체가 하나의 여행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져 자칫 모험과 도전정신을 잃어버리기 쉬운 젊은이들에게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아날로그적 공간은 새로운 영감을 줄 듯하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 마르셀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썼듯이 이곳을 찾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여행이 시작이 될 것이다.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52길 18 ■ 운영시간 : 화~토요일 정오~오후 9시, 일요일·공휴일 오전 11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과 명절 연휴는 휴관) ■현대카드 회원 월 8회 본인 및 동반 1인 무료입장 가능




▎두 채의 한옥을 연결하는 구로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의 회랑에는 벤치가 마련돼있어 시원한 그늘에서 은은한 송진향을 맡으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서울 구로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 - 도심 한옥에서 즐기는 전통문화체험

서울 구로구의 고층 아파트가 늘어선 도심 속에 2층으로 된 제법 큰 규모의 한옥 한 채가 자리 잡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아이들이 시원한 마룻바닥에 엎드리거나 누워 독서삼매경에 푹 빠져 있다. 마당에선 아이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땅따먹기 놀이를 한다. 국내 최초의 한옥도서관으로 불리는 구립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이다.

서가가 있는 ‘향서관’과 체험학습이 이뤄지는 ‘성학당’ 두 채의 한옥이 회랑을 통해 이어져 있는 이 도서관은 조선시대 유생들이 공부했던 서원의 양식을 본떠 만들어졌다. 옛 선비들이 대청마루에 앉아서 글을 읽었던 것처럼 글마루 도서관에는 책상과 의자가 따로 없다.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아서 마루에 아무렇게나 앉아 읽으면 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끼이익’ 하고 마룻바닥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진다.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향서관 2층에 다락방도 있다. 이곳은 좁고 은밀한 공간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학교가 끝나면 이곳에 모여 숙제를 하거나 친구들끼리 작은 모임을 갖기에도 좋은 장소다.

책을 읽어주며 아이와 교감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향서관 1층 서가 맞은편에 꾸민 ‘책이야기마당’에서는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이제 막 글을 익힌 아이들이 소리 내어 책을 읽을 수 있다. 서가에는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도서 2만 권이 구비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곳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던 한 학부모는 “아파트단지가 몰려있는 곳에 아이들과 함께 편안히 책을 읽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정말 좋다”며 “독서교육, 전통교육에 많은 도움이 돼 자주 찾는다”고 했다.

성학당 뒤뜰에는 장독대와 텃밭이 마련돼 있다. 회랑 옆 담장 밑에는 봉선화가 막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매년 8월 꽃이 활짝 필 때면 직접 꽃을 따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체험도 진행된다. 도서관의 구조는 전통적인 한옥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 도시에서 큰 아이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황토와 나무 등 전통 재료만을 사용해 아이들 건강에도 좋다. 건물을 짓는 데도 쇠못을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태희 관장은 “소나무에서 배어 나오는 송진 향이 머리를 맑게 해 아이들이 책 읽기에 좋은 환경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150명이 찾는 글마루 도서관의 주된 이용자는 인근 주민들이다. 최근에는 입소문이 퍼져 먼 곳에서 일부러 찾는 이용자도 점점 늘어난다. 도심에서 한옥의 운치를 느끼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아 한 번 와본 학부모와 아이들은 이곳의 매력에 푹 빠진다는 설명이다.

독서교육 외에도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게 이곳의 장점이다. 서가마다 양반탈·초랭이탈·각시탈 같은 다양한 전통 탈을 걸고 벽에는 풍속화를 전시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전통문화와 가까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매주 토요일 12시30분에 전통놀이·볏짚공예·한식요리·세시풍속 등을 주제로 전통문화 체험 수업이 진행된다. 전통문화 체험은 미리 예약해야 참여할 수 있다. 글마루 도서관 사서 최종숙 씨는 “우리 전통놀이와 한식요리 프로그램은 어린이 손님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전했다.

■위치 :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105-24번지 ■ 운영시간 : 3월~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11월~2월 오전 10시~오후 6시, 토·일요일은 오후 5시까지 ■매주 화요일, 일요일 제외한 법정 공휴일은 휴관


▎거대한 서가가 둘러싼 책의 숲에 들어서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과 친구가 된다.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지혜의 숲’ - 초대형 서가의 종이 내음 가득한 독서의 숲

성인 키의 네 배가 넘는 높은 서가가 방문객을 압도한다. 마룻바닥과 책장에서 풍기는 나무 냄새와 종이 냄새가 좋다. 서가의 높이도 8m에 달하지만 서가의 전장도 3.1㎞에 달한다고 한다. 책으로 우거진 숲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이다.

지혜의 숲에서는 일반 도서관처럼 조용히 뒤꿈치를 들고 걸을 필요가 없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광을 바라보며 산책하듯 서가 사이를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 높게 뻗은 서가들 사이에서 길을 잃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학자들의 손때 묻은 책부터 갓 출판된 따끈따끈한 책까지 특별한 향기를 가진 책들을 꺼내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를 테니까.

지난 6월 19일 문을 연 지혜의 숲 도서관은 책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저마다 가치가 있음에도 사라질 가능성이 큰 책들을 개인과 출판사들로부터 기증받아 꾸몄다. 서가의 배치와 운영 방식도 여느 도서관과는 다르다. 읽고 싶은 책을 뽑아서 바로 볼 수 있는 ‘완전 개가식(開架式)’이다.

이곳에는 ‘사서’가 없다. 대신 ‘권독사(勸讀司)’를 뒀다. 권독사는 지혜의 숲 곳곳에 배치돼 방문자들의 길라잡이가 돼주고 서가를 정리한다. 궁금하거나 찾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도서 검색대’ 대신 권독사에게 물어보면 된다. 장서가 20만 권에 달해 원하는 책을 찾으려면 약간은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50만 권까지 장서를 늘릴 예정이라고 하니 예전처럼 헌책방에서 죽치고 앉아 책을 뒤적이던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권독사들은 모두 책을 사랑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주말이면 지혜의 숲에 나와 권독사로 활동하는 대학생 양예슬 씨는 “갈수록 독서량이 줄어가는 요즘, 책을 읽고자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편하게, 더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권독사들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아이들과 동행한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아서인지, 권독사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아이들 책은 어디에 많나요?”라고 한다. 높이 솟은 서가의 위쪽에 있는 책은 어떻게 빼내는도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독특한 서가 구조 때문에 아이들의 호기심은 더욱 커진다.

책과 친해지기에 이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 싶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안성맞춤일 듯하다. 가족과 옹기종기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임광순 씨는 “집에 있으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만 할 아이들이 이곳에 오면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지고 주변 풍광도 좋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만큼 신나는 모험도 없을 듯하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지혜의 숲을 찾은 배미영 씨도 “도서관에 가면 아이들 조용히 시키느라 바쁜데, 여기는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도 있고 자유롭게 책을 골라 읽을 수 있어서 좋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곳의 책들은 일반 도서관의 분류방식(장르별·제목순)이 아닌 출판사별, 기증자별로 구분해서 배치돼 있다.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서가 중 1구역은 개인 기증자들의 책을 모아놓았다. 석경징 서울대 명예교수, 이홍기 전 KBS 보도제작국장 등 30여 명의 학자, 연구자가 기증한 서적은 개개인의 이름이 붙여진 서가에 정리돼 있다. 학자들의 개인 서재를 한데 모아놓은 모습이다. 서가를 둘러보다 보면 개인 기증자들이 걸어온 학문 연구의 길을 탐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지식인의 서재에서 빼든 책에는 그들의 고뇌가 담긴 메모나 편지들도 발견할 수 있다.

2, 3구역에는 출판사, 유통사별로 책들이 분류돼 있다. 한 출판사가 수십 년간 발행한 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전집류부터 만화책·법전·수험서까지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도서들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아래쪽에 꽂혀 있어 아이들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3구역은 하루 24시간 내내 개방한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책 읽기에 좋은 푹신한 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다. 독서에 목말라 있거나 쾌적한 분위기에서 아이들과 독서를 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혜의 숲으로 향하면 된다.

■위치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운영시간 : 1·2구역 오전 10시~오후 8시, 3구역 24시간


▎종이로 만들어진 안양 공원 도서관의 가구는 하나하나가 예술작품 같다.




▎헝겊과 실로 만들어진 큰 활자책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감각적인 공공예술도서다.
경기도 안양 파빌리온 공원도서관 -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

이 도서관에는 책상·의자·칸막이·책꽂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구가 종이로 만들어져 있다. 골판지처럼 생긴 두꺼운 종이 여러 겹을 덧붙여 만든 소파는 학생 열댓 명이 올라가 드러누워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책상을 나눈 칸막이는 무겁지 않아서 아이들도 너끈히 들어서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다. 배치된 가구 하나하나가 예술작품 같은 이 도서관은 경기도 안양에 있는 ‘공원도서관’이다.

‘공공예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 도서관은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도서관 자체가 숨쉬는 예술품 같다. 공공예술이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주제일 수 있지만 작가가 추구한 건 예술의 감상과 참여의 경계를 허무는 데 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이윤희 코디네이터는 “공원도서관은 공공예술을 읽고, 이야기하고, 나아가 함께 만드는 도서관”이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책을 읽는 차원을 넘어서 직접 이야기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마련된 참여형 도서관이다. ‘종이’로 만든 가구와 더불어 한쪽 벽면에 난 큰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조차 예술적 영감을 얻어 설계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예술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게 공공예술프로젝트의 목표다.

공원도서관의 서가는 공공예술의 역사, 현재 공공예술이 고민하고 있는 이슈, 그리고 여러 예술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루는 국내외 도서와 영상자료 2천여 점이 구비돼 있다. 모두 전문가들의 신중한 선별 과정을 통해 선정했다. 그 외에도 공공예술 작가들의 스케치와 도면 등을 비치해 예술을 다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소장 자료 중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천과 실로 제작된 ‘큰 활자 책’이다. 공원도서관이 특별 기획해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공공예술 도서다. APAP가 작성한 공공예술 어휘록에서 20개의 주제어를 선정해 해당 주제에 대한 짧은 글과 그림으로 구성했다. 커다란 활자와 올록볼록한 헝겊 그림은 어린이와 눈이 어두운 연장자 모두 쉽게 읽을 수 있다. 새겨진 내용뿐만 아니라 촉감을 통해서도 느껴볼 수 있는 감각적인 책이다.

책으로 접한 공공예술은 도서관 바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공원도서관이 있는 안양예술공원에는 4회에 걸친 APAP를 통해 제작된 50여 점의 예술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정자, 쉼터’의 의미를 가진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의 공원도서관 건물도 그중 하나다. 포르투갈 출신의 유명 건축가 ‘알바루 시자비에리아라’가 설계했다. 이 외에도 가족과, 연인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거울 미로’, ‘노래하는 벤치’, ‘천국은 불타고 있다’ 같은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의 의미를 더 상세하게 알고 싶거나 궁금한 점이 생기면 도서관에 있는 APAP 프로젝트 아카이브에서 직접 찾아보거나 평일은 하루에 2번, 휴일엔 3번 진행되는 예술공원 투어에 참가하면 된다. 프로젝트 아카이브에는 2005년에 시작된 APAP를 통해 만들어진 140여 점의 공공예술 작품에 대한 기초 정보가 저장돼 있다.

예술작품을 만든 작가들의 편지부터 스케치, 작품구상을 위해 연구한 자료와 워크숍 결과물까지 작가의 숨결이 깃든 기록물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예술공원 투어는 도서관 건물인 파빌리온에서 시작해 약 90분 동안 공원 내에 있는 주요 작품을 전문 안내자와 함께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APAP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하면 1천 원으로 스토리텔링과 함께하는 공공예술을 즐길 수 있다.

이윤희 코디네이터는 “이 도서관은 공공예술에 관련된 사람만을 타깃으로 한 곳이 아니라,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예술과 어울리며 자유롭게 즐기는 공간”이라며 “사람들이 부담 없이 방문해 편안히 예술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위치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 180 ■ 운영시간 :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은 휴관 ■ 공원투어 문의 : 인터넷 홈페이지 apap.or.kr/tours. 전화 031-687-0548


충북 괴산군 숲속작은책방 - 책과 함께하는 달콤한 힐링 장소

어린 시절 방학 때면 시골의 외할머니 집에서 책과 함께 뒹굴던 추억이 기억나는가? 책을 읽다가 잠깐씩 즐기는 낮잠만큼 달콤한 휴식이 또 있을까. 이런 추억을 떠올릴 만한 작은 도서관이 있다. 충청북도 괴산군의 ‘숲속작은책방’이다. 이곳에는 거실·방·계단 가릴 것 없이 곳곳에 책이 가득하다. 마당에 있는 책오두막에 매달린 해먹에 누워 책을 읽다 보면 시원한 산들바람에 절로 눈이 감긴다. 누워만 있어도 힐링이 될 만하다.

‘숲속작은책방’은 도서관처럼 꾸며진 아담한 전원주택이다. 3년 전 이곳에 터를 잡은 김병록(51)·백창화(49) 부부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귀촌하기 전에 10년간 도시에서 사립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평범한 집을 책방으로 탈바꿈시켰다. 시골마을에 책방이 있고, 자연 속에서 책을 읽고, 책을 사고, 책이 팔린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었다”는 게 부부가 이 작은 시골 마을에 책방을 연 이유다. 귀촌 전 유럽여행을 하며 돌아봤던 ‘책마을’이 모티브가 됐다.

울타리에 달린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카드 병정들이 지키고 있는 책장이 맨 먼저 눈에 띈다. 주택의 외벽까지 책꽂이가 차지하고 있다. 책을 읽다 몸이 찌뿌둥해질 즈음이면 널찍한 앞마당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작은 연못과 꽃밭으로 꾸며진 앞마당을 걷다 보면 시멘트와 아스팔트 일색인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푸근한 감성이 발끝으로 전달된다. 아이들이 흙을 밟으며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자연 친화적 공간이다. 날이 좋은 여름밤이면 마당 한가운데에 모닥불을 피우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장소다.

마당 한켠에는 피노키오가 지키고 있는 ‘책오두막’이 있다. 부부가 직접 만든 이 작은 오두막에도 책들이 가득하다. 낮에는 오두막을 가로질러 걸려있는 해먹에 누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밤에는 랜턴 등을 비추고 공포소설을 읽다 보면 이만한 피서가 따로 없다. 오두막 앞에 작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목가적 풍경의 주인공이 될 있다.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곤 책과 함께 쉬는 것뿐인데도 바비큐 연기 가득한 캠핑 장에서 즐기는 피서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이 있다.

‘숲속작은책방’의 백미는 2층 다락방이다. 부부가 직접 만든 기차 책꽂이와 신기한 팝업북이 가득한 다락방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 공간은 게스트하우스로도 운영되는 작은책방의 침실이 된다. 백씨는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책들이 가득한 다락방에서 하룻밤 묵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을 준다는 손님이 많았다”며 자랑삼아 말한다.

책방 안에는 책 박물관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책이 구비되어 있다. 약 9천 권의 책이 있고 이 중 2천 권은 판매용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도 많다. 백씨가 귀촌 전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할 때부터 모아온 팝업북(Pop-up book) 컬렉션과 아트북·입체북·미니북·캐릭터북처럼 독특한 종류의 책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과 청소년을 위한 책은 백씨가 어린이 도서관 운영 경험을 살려 추천하고 싶은 책들 위주로 구비해뒀다. 작은책방의 책들은 부부가 읽어보고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을 우선해서 전시한다고 한다.

이 앙증맞은 도서관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문을 연다. 월·화요일은 휴무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면 누구나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숙박도 가능하다. 미리 예약하면 간단한 목공체험으로 나만의 책꽂이를 만들어가거나 팝업카드 등 책 만들기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작은책방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는데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은 꼭 책을 한 권씩 사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골마을의 작은 책방에서 책이 읽히고 팔리는 기적 같은 일을 경험하고 싶은” 주인장의 바람이 녹아 있는 원칙이다. “기분 좋은 날엔 직접 담근 자연 음료와 커피도 서비스하니 책 한 권 구입하는 일이 손해나는 일은 아닐 겁니다”라는 백씨의 말을 들으면 책값을 지불하는 게 오히려 미안해질는지도 모른다. 휴가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백씨는 “책을 좋아하고, 내 아이에게 책이 있는 삶을 권해주고 싶은 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라고 말했다.

바로 옆에는 괴산의 괴산댐을 끼고 도는 산막이옛길이 있어 호수의 경치를 감상하며 한나절 트래킹을 하기에도 좋다.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쌍곡계곡, 화양계곡이 있어 괴산의 명물 올갱이를 잡으며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위치 : 충북 괴산군 칠성면 명태재로 미루길 90 미루마을 28호 ■운영시간 : 수~금요일 오후 1시~6시, 토·일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이용 문의 : 043-834-7626

201408호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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