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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테크닉을 넘어 사물을 보는 방식으로 

최악의 사진가는 ‘시인이 아닌’ 사진가…사진공부는 감성훈련으로 시작하라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은 사람으로 치면 ‘인상이 좋은’ 책이다. 그 매력은 매끄러운 글의 전개 방식에서 나온다. 오랜 기간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지내며 이미 보도사진에서 일가를 이룬 작가의 관록이 엿보인다. 책은 발매 불과 1주일만에 교보문고 예술 부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집필의 전략은 정교하다. 먼저 명제를 제시한다. 예컨대 “사진공부는 감성훈련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개진한다. 그 다음은 이론, 그리고 그 이론을 구체화하는 사진, 그 사진을 찍기까지의 과정, 경험이 촘촘하게 맞물려 전개된다. 그 사이에는 그림과 음악, 철학과 문학의 여러 삽화가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결국 사진으로 통하는 크고 작은 길이다.

소챕터 ‘사냥과 사진’에 소개된 치타의 톰슨 가젤 사냥 이야기는 탁월한 비유다. 청각·후각·촉각·미각 등을 공감각적으로 활용하는 사진과 사냥의 유사성을 이야기한다. 피사체를 결정한 후 거칠게 다가가는 사진가의 공격성은 치타의 가젤 사냥 과정과 흡사하다.

감성훈련의 강조는 사람의 눈과 카메라 렌즈의 차이를 분석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사람의 눈은 렌즈에 비해 우월한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왜 카메라인가? 사람의 눈보다 화각이 좁은 카메라는 집중력 측면에서 우월한 시스템이며, 그 집중력의 능란한 활용 여부는 감성 훈련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접 예술과의 통섭은 그래서 끊임없이 강조된다. 곁가지를 다 쳐낸 추상의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진은 시와 같다. 은유와 직유 등 다양한 시적 장치가 사진에 적용되는 방식을 제시한다. 통섭의 필요를 끝까지 밀어붙여 급기야 “최악의 사진가는 시인이 아닌 사진가”라는 극언에까지 이른다.

요컨대 사진 찍기는 테크닉을 넘어 ‘사물을 보는 방식’이라는 점을 집요하게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책의 구성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제5장에 기술된 카메라 다루기, 즉 사진 기술에 대한 할애는 전체 분량의 10%에 불과하다. 거친 비약이지만 기술이란 사진예술의 방대한 세계의 1할 정도를 차지할 뿐이란 메시지다.

카메라에 익숙지 못한 상당수의 사람에게 이런 메시지는 큰 위안이 되지 못한다. 기계와 수치에 대한 공포가 존재하는 것이다. 제5장 카메라 다루기 도입부에서 이런 말을 들려준다.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숫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시간이 해결한다. 똑딱이도 좋고, DSRL도 좋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손에 카메라가 있느냐 없느냐다.”

‘사진 만발의 시대’를 부른 휴대폰 사진에 대한 생각도 유연하다. ‘지금 내 손의 카메라’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는 점에서 휴대폰 카메라는 칭찬받아 마땅한 매체다. 그러나 오해는 금물이다. ‘닭이 천 마리면 봉(鳳)은 한 마리’란 속담처럼 좋은 사진은 궁리와 정진의 결과다. 그 깊은 궁리의 단초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숨은 메시지다.

201408호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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