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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취재 | 어른들이 잘 모르는 ‘LOL’의 세계 - 아빤 월드컵 보세요? 우린 롤드컵이 더 좋아! 

서울 월드컵경기장 롤드컵 결승전에 4만 관중 몰려 전 세계 롤 폐인들 경악… 한국에선 중독성 있는 오락 취급받지만 미국선 프로 스포츠로 극진한 대접 

박명기 게임톡 편집국장

10월 19일 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4만 명이 넘는 롤팬들이 몰려 만원관중을 기록했다.
10월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서울월드컵 경기장이 꽉 들어찼다. 축구 때문이냐고? 천만의 말씀. 이날 이곳에서는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롤 또는 LoL)’의 세계대회 결승전인 ‘롤드컵’이 열렸다. 4만여 관중석을 가득 메운 건 축구 관중이 아니라 롤 게임 팬들이었다.

사실 요즘은 축구대표팀의 A매치라도 경기장을 다 채우기가 힘들다. 최근 들어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만원관중을 기록한 건 지난해 10월에 열린 브라질전이 유일했다고 한다. 그 전에는 2010년 10월의 한·일전 때였다. 지난 4년을 통틀어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만원관중을 기록한 건 세 차례에 불과한 셈인데, 그중 한 번은 롤게임을 보러 온 사람들이 상암벌을 가득 메운 것이다. 가위 ‘롤신드롬’이라고 할 만하다.

팀플레이 쾌감에 보는 재미까지


왼쪽 작은 사진은 롤드컵 홍보 포스터.
롤은 ‘롤드컵’, ‘롤폐인’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관전형 e스포츠(온라인게임으로 승패를 겨루는 경기 혹은 리그를 가리킴)의 대명사가 됐다. ‘롤드컵’은 ‘롤’과 ‘월드컵’의 합성어로 이번 롤드컵에선 전 세계의 롤게임 강자들이 서울 상암벌에서 토너먼트 경기로 일합을 겨뤘다. 이번 롤드컵 결승전은 예약분 티켓이 순식간에 동이 났고, 경기 당일에도 티켓 매출이 15억원을 훌쩍 넘었다. 유료 관중이 벌떼처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롤이 과연 어떤 게임이기에 이런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는 걸까? ‘게임황제’ 임요환으로 대표되는 2000년대 초반의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그와는 다른 팬덤을 보유한다.

롤은 미국 게임개발사 라이엇게임즈(Riot Games)에서 제작한 온라인게임이다. 한국에는 2011년 12월부터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식 서비스 전부터 한국 접속자 수는 이미 30만 명을 넘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롤은 한국에서 출시되자마자 불과 3개월 만에 PC방 게임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리니지 등 한국 게임이 주종을 이루던 기존 게임업계 판도를 단숨에 갈아엎고 외국산 게임으로는 6년 만에 1위에 올랐다. 그 후 몇 번의 등락을 거쳤지만 지난해 7월 25일부터 2014년 11월 현재까지 140여 주 동안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순위뿐 아니라 점유율도 괄목할 만해 지난해 6월 이후 40% 안팎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1월 7일에는 45.06%의 점유율을 기록해 정점을 찍기도 했다. 이는 국내 게임 사상 역대 최고의 점유율로 기록돼 있다.

롤은 게임 장르로 보면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여러 명이 제한된 구역에서 배틀을 벌이는 방식)다. MOBA는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맵 에디터 기능을 활용해 만든 유저 창작맵) ‘AOS(Aeon of Strife)’에서 시작된 장르다. 이후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 제작에 의한 게임 ‘도타’가 등장했고, ‘도타’ 개발진이 다시 롤을 만들었다.

롤은 5대 5로 팀을 나눠 상대의 본진을 파괴하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1대 1 대결이 중심인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5대 5 팀 대항전으로, 개인 실력보다는 팀워크가 더 중요하다. 한 게임당 20~40분간 대결하게 되는데 잔인한 장면도 없고 피 한 방울 안 나온다. 기성세대가 어린 시절 동네에서 축구나 자치기 등을 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면, 요즘 아이들은 가상세계에서 롤을 통해 친구들과 어울리는 셈이다.

롤에는 청소년들을 끌어당길 만한 몇 가지 흥행 요소가 있다. 먼저 121개에 이르는 캐릭터다. 이 중 나만의 캐릭터를 골라서 성장시키는 롤플레잉 게임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또 흔히 ‘머리싸움’이라고 일컫는 전략 게임의 요소가 있고, 여기에 화려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전투액션 요소가 녹아 있다. 다른 게임과 달리 ‘신드롬’으로 불릴 정도로 어린 세대를 사로잡은 비결이 여기에 있다.

청소년들이 롤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있어서’다. 롤은 5대 5 대전으로 ‘혼자가 아닌’ 팀플레이로 한다. 각자 담당하는 포지션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략을 만든다. 게임 속에서 개개인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팀원과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전에서 승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친구들끼리 PC방에 모여 게임을 할 때는 주저 없이 롤을 선택하는 것이다.

10억 상금 ‘롤드컵’ 체육계도 관심


2014 롤드컵 그룹스테이지가 열린 대만에서 관객들이 게임을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롤을 잘하는 아이는 학교에서 인기가 높고, 롤을 안 하면 ‘왕따’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롤은 랭크게임 모드에서는 게임 실력에 따라 ‘계급(티어·tier)’이 부여되는데, 이런 점이 서로를 구분 짓기 좋아하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자극한다는 분석도 있다. 롤은 유저의 실력에 따라 계급이 브론즈-실버-골드-플래티넘-다이아몬드 순으로 높아진다. 다른 게임이 비싼 아이템을 사들이는 것으로 계급을 높일 수 있는 것과 달리 롤은 오직 자신의 실력만으로 계급을 높일 수가 있다. 이런 점이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의 인기 요소는 롤이 단순히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 유저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점이다. 유럽축구를 보거나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을 보는 것과 다름없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롤 팬들은 마치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 경기를 보듯 e스포츠경기장이나 체육관에서 무대가 설치된 대형 모니터의 게임방송 중계를 실시간으로 보며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즐기고, 응원한다. 이것이 바로 ‘롤드컵’이라는 별칭으로 주목받는 ‘롤 e스포츠’다.

라이엇게임즈는 2011년 12월 한국에서 롤을 출시한 직후 2012년 봄부터 e스포츠 대회를 운영해오고 있다. 연 3회 결승이 진행되는 한국리그는 매번 1만여 좌석이 늘 만원을 기록한다. 용산 e스포츠상설 경기장에서 열리는 ‘롤 챔피언스’ 경기에는 매번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북적댄다. 여기에 연예인들도 롤의 인기를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슈퍼주니어’ 등 아이돌 스타나 장동민·유상무 등 인기 개그맨들은 ‘롤폐인’을 자처하면서 롤에 등장하는 캐릭터 의상을 입고 공식석상에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의 유명 록밴드 ‘이매진 드래곤스’도 멤버들이 모두 롤 팬이다. 이 밴드는 올해 롤드컵의 공식주제가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e스포츠 강국, 한국의 자부심


라이엇게임즈의 공동창업자 브랜든 벡.
축구에서 각 나라 1~3부 리그에 국가간 월드컵이 있는 것처럼, 롤 e스포츠 대회 역시 PC방 토너먼트부터 프로게이머 리그, 세계 대회인 ‘롤드컵(롤 월드챔피언십)’까지 단계별로 이어진다. 롤을 즐기는 누구나 동네 PC방에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여기서 실력을 인정을 받게 되면 한국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대회뿐만 아니라 세계무대에서도 뛸 수 있다.

직업 프로게이머를 보유한 프로게임단도 있다. 한국의 경우 SK텔레콤, KT, 삼성전자, CJ 등 대기업이 프로게임단을 운영한다. e스포츠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후원도 자연스레 뒤따랐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데 롤 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세계적인 음료업체 코카콜라를 비롯해 글로벌 피자 브랜드 파파존스, 일본 자동차 브랜드인 닛산 등 다양한 기업이 해외 리그 및 팀 후원을 하고 있다.

전 세계 대표팀이 모여 펼치는 롤드컵은 이제 글로벌 핫이슈다. 10월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시즌 롤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은 e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유료 관객 4만 명 ‘전좌석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롤드컵 결승에서는 한국의 ‘삼성 화이트’와 중국의 ‘로얄클럽’이 100만 달러(10억6천만원)의 상금과 세계 최고라는 명예를 걸고 맞붙었다. 결과는 삼성 화이트가 3대 1로 이겨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경기 관전 티켓은 실버석(2만5천원), 골드석(4만원), 플래티넘석(5만원), 다이아몬드석(5만5천원) 네 종류였다. 지난 8월부터 10월 초까지 순차로 판매 했는데, 1차 판매분은 30분, 2차분은 15분, 추가분은 2시간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역대 롤드컵 유료관객의 추이는 폭발적인 증가세다. 시즌 2(2012년)에는 8천 명이었지만, 시즌3(2013년)에 1만2천 명 이었다가 올해 4만 명이라는 엄청난 수로 상승하면서 일반스포츠 못지않은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라이엇게임즈 본사의 마크 메릴·브랜든 벡 공동 창업자와 더스틴 벡 부사장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역대 e스포츠 대회가 치러진 곳 중 가장 큰 규모의 경기장”이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권정현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전무는 “주최 측인 우리들도 입장권 완판 열기에 놀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e스포츠 최대의 축제인 롤드컵이 열린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인기로만 보면 롤드컵과 월드컵이 같은 반열에 오른 느낌”이라며 웃었다.

참고로 2012년과 2013년 롤드컵은 라이엇게임즈 본사가 위치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다. 2012년에는 USC(서던캘리포니아대학) 농구경기장에서, 2013년에는 스테이플스 센터(프로농구팀 LA 레이커스 홈구장)에서 개최됐다. 모두 실내경기장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보다는 규모가 작다. 롤드컵 결승이 미주 지역이 아닌 곳에서 열린 것도 이번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처음이다.

라이엇게임즈의 공동창업자인 메릴과 벡은 게임사를 차리기 전에는 열혈 게임마니아였다. 이들이 게임에 푹 빠져있던 시절 LA 한인타운의 PC방을 즐겨 찾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메릴과 벡은 게임을 하고 한인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시켜먹었다고 한다. 창업자가 이런 추억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라이엇게임즈의 미국 본사에는 컵라면을 파는 한국식 PC방이 있다. PC방 이름은 롤의 게임캐릭터 중 하나인 ‘아리’다. 이처럼 e스포츠 전반에 깊이 스며든 한국 문화가 이번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롤드컵 결승전이 열리게 한 숨은 배경이다.

올해 롤드컵 결승전을 중계로 지켜본 지구촌의 게임 팬들도 한국의 롤 저변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냈다. 게임전문사이트 ‘레딧’은 올해 롤드컵 결승전에 대해 “e스포츠라는 말을 만들어낸 한국은 역시 e스포츠의 메카다. 게임 전문방송사와 프로게임단이 처음 생긴 곳도 한국이다. 관련 방송 프로덕션 수준은 비할 수 없이 뛰어나다. 엄청난 e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한국에서 대회를 개최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요즘 아이들이 롤드컵을 관전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기성세대가 유럽축구리그나 월드컵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기성세대가 월드컵을 일종의 ‘남의 잔치’로 생각하면서 축구 강국의 스타들이 펼치는 묘기 같은 플레이에 경외심을 갖고 감탄만 했다면, 요즘 아이들은 ‘한국이 최강’인 롤드컵을 즐기면서 기성세대는 느끼지 못하는 자부심을 갖는다.

프로야구 중계 접속자 수를 초월해


2 2014 롤드컵 우승팀 삼성 화이트 멤버들. 3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의 홍보 이미지컷. 4 롤 게임 장면을 대형 화면으로 중계하는 ‘롤 e스포츠’ 장면. 5 2014 롤드컵 결승전에 내걸린 삼성 화이트의 대형 걸개 사진.
롤의 인기를 수치로 확실히 알 수 있는 척도는 ‘인터넷 중계 접속자 수’다. 지상파 TV로 치자면 시청률에 해당한다. 지난해 6월 진행된 ‘롤 챔피언스 스프링 2013’의 결승전은 한국 온라인 방송사인 ‘티빙’을 통해 중계됐다. 당시 온라인과 모바일 시청 수요가 몰려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시기에 기록한 동시 접속자수 20만 명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중계되는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의 최대 접속자인 19만 명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롤 시즌3 월드 챔피언십’의 경우에는 전 세계에서 3200만 명의 시청자가 경기를 지켜보았다. 1년 만에 약 4배에 이르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 셈이다. 결승전의 순간 최고 시청자 수만도 850만 명으로 지난 시즌 결승전 전체 순시청자 수를 웃돌았다.

또 롤의 유저 추이 중 주목할 만한 점은 여성 유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이번 롤드컵 8강전, 4강전 및 결승전과 관련해 평균적으로 25% 이상의 구매자가 여성이었다. 연령별로도 10, 20대의 구매가 가장 많은 편이지만 30대 이상 장년층의 구매 비중도 20%가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승현 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는 “이번 롤드컵은 e스포츠 역사에 있어서도 최대 규모의 유료관객을 모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이제 많은 사람이 e스포츠를 가치 있는 문화 콘텐트로즐긴다. 앞으로 롤을 정규 스포츠와 어깨를 겨루는 또 하나의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롤의 글로벌 인기는 어떨까?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2014년 1월 발표 기준 전 세계의 롤 회원은 7천만 명으로, 매일 2700만 명 이상이 게임을 즐긴다. 접속하는 플레이어의 국가 수도 145개 국에 이른다. 최고 동시 접속자는 750만 명 이상인 것으로 발표됐다. 롤은 한국은 물론 북미, 중국 등에서 오랫동안 인기게임부문 1위를 독주한다. 동남아, 유럽, 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마찬가지다. 지난해 터키, 러시아 등지에서도 서비스가 확대되고 향후 일본 등 여러 지역에서 추가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이러한 글로벌 인기는 롤드컵으로 불리는 롤 e스포츠와 게임 자체의 재미가 갖는 시너지효과에서 나온다. 롤 리그는 현재 한국을 비롯해 북미와 유럽, 중국, 동남아 등 각 지역에서 1년 단위의 시즌제로 진행된다. 매년 10월경 그 해의 지역별 우승팀을 모아 세계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롤드컵이다.

올해 서울에서 열린 롤드컵의 경우 싱가포르, 대만에서 조별예선을 거친 뒤 부산에서 8강, 서울에서 준결승과 결승전을 치렀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결승전에서 나온 유료관객 4만명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롤드컵 결승전 관중의 약 10%가 넘는 4천여 명이 해외 팬이었다. SK텔레콤 T1 K 소속의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유튜브 플레이 영상은 전 세계 롤 플레이어가 가장 선호하는 콘텐트 중 하나다.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롤 올스타 2014’ 대회의 경우, 이탈리아·독일·네덜란드·스위스·영국 등 유럽 전역에서 롤 대회 관람을 위해 찾았다. 롤은 이제 지역을 불문하고 같은 세대를 이어주는 하나의 놀이문화로서 역할을 한다.

이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은 영국 공영방송 BBC나 미국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직접 취재해 한국 e스포츠 시장과 선수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스타 임요환을 앞세워 e스포츠의 역사가 시작됐다. JTBC ‘비정상회담’에서 캐나다 대표로 나오는 기욤 패트리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던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그는 프로게이머로 활동 하면서 ‘e스포츠 강국’ 한국에 오게 됐다는 사연이 있다.

부모 손 잡고 게임 보는 청소년 늘어나


2014 롤드컵 챔피언 팀에 수여되는 우승 트로피.
처음 e스포츠를 접한 온라인게임 1세대는 어느덧 자녀를 둔 부모가 되었다. 이 때문에 롤 e스포츠 현장에는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도 적잖이 눈에 띈다. e스포츠는 직접 하는 재미에서 ‘보는 재미’로까지 게임의 경험을 확대한다. 임요환으로 대표되던 프로게이머의 인기는 이제 롤로 이어지고 있다. 팬들은 직접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홍민기(CJ), 이번 롤드컵의 승리 주역인 구승빈(삼성 화이트) 등 프로 롤 선수들을 위해 선물과 각종 응원문구를 만들어 경기장을 찾는다.

롤을 비롯한 온라인게임은 아직 한국에서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전국체전에 롤을 비롯한 몇 개 게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지만 게임의 중독성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 게임도 엄연한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10, 20대 젊은 세대와 ‘중독성이 있는 오락’이라고 걱정하는 기존세대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를 좁혀가는 게 한국 게임계가 짊어진 숙제다.

미국 정부의 경우, 롤 프로게이머들에 대해 야구선수 등과 같은 프로스포츠 선수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프로게이머로서 활동하고자 하는 경우 일반 스포츠 종목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자(P1-A)를 발급한다고 미국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했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출신의 롤 프로선수들은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와 동일한 비자를 발급받아 선수 생활을 한다.

전병헌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e스포츠는 과거 아날로그 스포츠의 시각에서 벗어나 바라봐야 한다”며 “정식 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을 홍보하고 아마추어 시스템 기반을 만드는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201412호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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