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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로드 클래식’ | 허클베리 핀의 모험② 포획과 탈주의 이중주 - 자유를 향한 여정이라면, 지옥이라도 좋다! 

지옥을 선택한 자를 대체 누가 다시 포획한단 말인가? 해피엔딩을 거부하는 허클베리 핀의 끝없는 방황과 도전의 연대기 

마크 트웨인은 동기와 교훈과 줄거리를 무시한다. 자신도 소설의 전개 방향을 알 수 없었다. “그 책을 쓰지 않았다. 단지 그 책이 스스로 써졌을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장난기 가득한 자율의 공간이다. 엄숙주의를 맘껏 조롱하고, 전복과 반전을 거듭해 결국 매우 낯선 진실에 도달한다.


“누구나 격찬하지만 결코 읽지는 않는 책.” 고전에 대한 마크 트웨인의 정의다. 하긴 그렇다. 고전의 반열에 들어서는 순간, 그 책은 대중들로부터 멀어진다. 경이원지(敬而遠之), 다시 말해 존경하지만 가까이하기는 싫은 대상이 되어버린다. 고전의 입장에선 몹시 불행한 일이다. 왠 줄 아는가? 고전은 어디까지나 당대의 ‘문제작’이기 때문이다. 가장 첨예하고 불온한 이슈를 제기하고, 그 이슈가 시공을 넘는 파동과 울림을 확보하게 될 때 비로소 고전이 된다. 그런데 읽히지 않고 장서각에 보존만 된다? 고전으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그런 식의 ‘말라 비틀어진’ 존경이라면 차라리 ‘쓰레기통에 처박히는’쪽을 택할 것이다.

요컨대, 모든 고전은 낭송을 염원한다! 왜 ‘낭송’인가? 읽는다는 건 텍스트와 소리와의 뜨거운 접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텍스트는 정지된 물체에 대한 명칭이 아니라 씌어진 것과 음성, 그리고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과의 동적 관계를 가리키는 명칭이 된다. 따라서 텍스트는 씌어진 것의 음성적 실현에 지나지 않으며, 낭독자의 음성 없이 씌어진 것만으로는 표현도 분배도 할 수 없게 된다.”(로제 샤르티에 외 엮음, 이종삼 옮김, ·79쪽) 그렇다.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줄 음성을 기다리는 책, 다시 말해 ‘북book-소리’의 울림과 파동, 그것이 고전이다. 이 그 증거다. 그 탄생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북book-소리’의 역동적 현장과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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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호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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