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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 겨울철 별미 과메기의 대명사 ‘꽁치’ 

11월 중순부터 설 전후까지 덕장 그늘에서 말려… 서양에서는 낚시 미끼나 물고기 사료로 활용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싱싱하고 토실토실한 생꽁치에 왕소금을 슬슬 뿌려 석쇠에 구우면 기름이 자글거리며 내는 고소한 냄새가 일품이다. 하지만 필자는 꽁치 통조림을 좋아하니 비린내가 나지 않고, 꽁치구이 때 나는 내장의 씁쓰레한 맛도 없으며, 무엇보다 뼈째 먹을 수 있어서다. 깡통 뚜껑을 따고 빽빽하게 쟁여져 있는 놈들을 통째로 쏙쏙 뽑아먹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뚝배기에다 시래기를 푸짐하게 깔고 거기에 통조림 꽁치를 듬뿍 얹어 푹 조린 시래기찌개를 가장 좋아한다. 짭짤하게 간을 좀 세게 하고 매매 자글자글 끓이니 지금도 마구 침이 고인다. 언제나 출출하고 몸에 모자라는 영양분이 입에 당기고, 군침이 단박에 돋는 법.

꽁치(Cololabis saira)는 동갈치목, 꽁칫과에 속하는 난류성 어종으로 고등어와 더불어 ‘등 푸른 생선’의 한 종류로 소위 말해서 오메가-3가 듬뿍 든 생선이라는 거지. 꽁치는 영양이 듬뿍 들고 값도 싼 편이라 우리가 많이 먹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본사람들도 이 생선을 좋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꽁치라는 이름의 기원은 정약용의 에 있다 한다. 꽁치는 아가미 근처에 침(針)을 놓은 듯 작은 구멍이 있어 한자 ‘구멍 공(孔)’자에 물고기를 뜻하는 접미사 ‘-치’를 붙여 ‘공치’가 되었는데, 그것이 된소리로 변해 ‘꽁치’가 됐다는 것이다. 꽁치를 한자로 ‘공어(貢魚)’, ‘공치어(貢侈魚)’라 불렀고, 가을철에 기름기가 늘고, 몸집이 칼 모양으로 길쭉하기에 ‘추도어(秋刀魚)’라 하고, 또 밝은 불을 따르는 성질이 있어 ‘추광어(秋光魚)’라고 불린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秋刀魚(autumn knife fish)라 부르는데, 학명 Cololabis saira의 속명인 Cololabis의 kolos는 ‘짧은’, labia는 ‘입술’이란 뜻이고, 종명인 saira는 일본의 기이반도(紀伊半島, Kii peninsula) 말로 ‘칼’을 뜻한다고 한다. 또 秋光魚라 부르는 것은 꽁치가 빛에 모이는 주광성(走光性)이 있어서인데, 오징어잡이처럼 센 빛을 켜놓아 고기가 모여들면 그물로 송두리째 잡는다. 한국, 일본 열도에서부터 알래스카에 이르는 북태평양에 서식하기에 ‘pacific saury(태평양꽁치)’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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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호 (201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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