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팔자 좋은 사람이야.”
퇴직 후 햇수로 9년째, 그간의 일상이 여행과 공부, 글쓰기라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돌아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 말에 당사자인 이기성(62) 씨는 서운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돈이 있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돈은 누구한테나 늘 부족해요. 또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그 쓰임새가 달라지는 거죠.”
혹한이 서울을 덮친 12월 중순, 서울 종로구 관철동 그의 집필실은 냉기가 코끝을 감쌌다. 대화가 길어지면서 발이 시려서 코트로 발을 감싸야 했을 정도였다. “설마 난방비를 아끼느라고 이러시는 건 아니죠?”라고 물었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난방비야 얼마 안되겠지만 원래 씀씀이가 그렇거든요.” 평소 절약하는 자세가 몸에 밴 탓이라는 설명이었다. 요즘 그의 삶이 돈과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뤄진 게 아니라는 걸 말해주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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