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그의 주인이 파르테노페(Parthenope)를 묻는다. 즐겁게 함께 지냈던 시간에 대한 고마움과 행복한 마음으로 그를 기린다. 그가 나에게 했듯이 사랑은 서로에게 보답하는 것이다. 나의 친구에 대한 예의로 내가 이 무덤을 만든 것이다. 이 무덤을 통해 너야말로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었고, 살아서나 죽어서도 함께 기억하고 싶은 존재였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기원전 10세기쯤 만들어진 대리석 무덤에 실린 묘비명이다. 발견 장소는 크레타섬. 가로 세로 약 80㎝정도 크기다.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국립 고고학박물관 내 구석에서 발견한 묘비다. 묘비명을 읽어 내리면서 가슴이 흥분되는 것을 느꼈다. 파르테노페가 개(犬)이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만날 것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마침내’ 옛날 옛적의 개 무덤을 찾아냈다. 무려 3천 년 전에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세워진 개 무덤이다.
묘비명에 새겨진 개의 그림을 보면 ‘양털을 뒤집어 쓴 늑대’를 연상케 해 강하고 사나운 개로 느껴진다. 주목할 부분은 요즘 유행하는 반려동물로서의 묘비명이란 점이다. 필자의 경우 반려동물이 아닌, 애완동물이 입에 익은 세대다. 애완동물이 인간을 상위에 둔 수직적 시각인데 비해, 반려동물은 인간과 개를 동격에 둔 수평적 개념인 듯하다. 결혼을 통해 남자가 여자를 평생의 반려자로 삼듯이, 인간과 개가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묘비명 내용으로 보건대 파르테노페의 주인은 개를 반려동물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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