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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럴 아츠의 심연을 찾아서 - 인간과 견공(犬公)의 영적인 동행 

영미권에서 개는 인간과 동격의 반려동물이자 정치적 상징물… 기원전 10세기에 만들어진 대리석 무덤에 개 묘비가 세워져 

파리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
“여기 그의 주인이 파르테노페(Parthenope)를 묻는다. 즐겁게 함께 지냈던 시간에 대한 고마움과 행복한 마음으로 그를 기린다. 그가 나에게 했듯이 사랑은 서로에게 보답하는 것이다. 나의 친구에 대한 예의로 내가 이 무덤을 만든 것이다. 이 무덤을 통해 너야말로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었고, 살아서나 죽어서도 함께 기억하고 싶은 존재였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기원전 10세기쯤 만들어진 대리석 무덤에 실린 묘비명이다. 발견 장소는 크레타섬. 가로 세로 약 80㎝정도 크기다.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국립 고고학박물관 내 구석에서 발견한 묘비다. 묘비명을 읽어 내리면서 가슴이 흥분되는 것을 느꼈다. 파르테노페가 개(犬)이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만날 것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마침내’ 옛날 옛적의 개 무덤을 찾아냈다. 무려 3천 년 전에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세워진 개 무덤이다.

묘비명에 새겨진 개의 그림을 보면 ‘양털을 뒤집어 쓴 늑대’를 연상케 해 강하고 사나운 개로 느껴진다. 주목할 부분은 요즘 유행하는 반려동물로서의 묘비명이란 점이다. 필자의 경우 반려동물이 아닌, 애완동물이 입에 익은 세대다. 애완동물이 인간을 상위에 둔 수직적 시각인데 비해, 반려동물은 인간과 개를 동격에 둔 수평적 개념인 듯하다. 결혼을 통해 남자가 여자를 평생의 반려자로 삼듯이, 인간과 개가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묘비명 내용으로 보건대 파르테노페의 주인은 개를 반려동물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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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호 (201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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