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Home>월간중앙>사람과 사람

[스포츠] 기다렸다! 2015 프로야구 Big 관전포인트 - 류중일(삼성), 김성근(한화)도 넘어설까 

사상 첫 10개 구단 체체로 팀당 144경기 소화… 마운드와 백업요원이 관건... 최강 삼성의 사상 첫 통합 5연패에 못지않게 한화의 탈꼴찌도 초미의 관심사 

이용균 경향신문 야구전문기자
프로야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켰다. 3월 7일 시범경기를 시작한 2015 프로야구는 3월 28일부터는 정규시즌에 들어간다. 최대 관심사는 삼성의 사상 첫 통합(정규시즌+한국시리즈) 5연패 달성 여부다. 그에 못지않게 ‘만년 약체’ 한화의 4년 만의 탈꼴찌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2015 프로야구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보았다.

▎2015 프로야구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삼성의 통합 5연패 달성 및 한화의 4년 만의 탈꼴찌 여부다. 2011년 감독 데뷔 이후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끈 류중일 삼성 감독(왼쪽)과 4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성근 한화 감독
2015 시즌 프로야구 일정표를 들여다보자.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www.koreabaseball.com)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지난시즌까지는 하루 4경기였는데 ‘막내’ KT가 합류하면서 2015시즌부터는 사상 첫 10개 구단 체제로 팀당 144경기를 소화한다.

3월 28일 열리는 개막전 대진부터 흥미진진하다. 삼성은 2010년부터 3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SK와 2연전을 치른다. 넥센은 한화와 만난다. NC는 두산과 경기를 갖는데 NC 김경문 감독은 두산이 친정이다. 김기태 KIA 감독 역시 직전 시즌 자신이 감독이었던 LG와 개막전을 치른다. KT가 치르는 롯데와의 데뷔전 역시 관심이 간다.

일정을 좀 더 살펴보자. 4월 14일 대전구장 경기. 한화와 삼성이 3연전을 치른다. 이 경기가 바로 2015시즌 초반 최고의 하이라이트 경기다. 프로야구 전체의 관심이 쏟아진다. 왜냐고?

KBO 홈페이지에서 지난시즌 순위표를 보자. 삼성은 1위 팀이다. 지난시즌에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함으로써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4번 연속 함께 우승한 팀이 됐다. 한화는 맨 마지막 자리에 있다. 9위다. 지난시즌만 꼴찌가 아니라 3년 연속 꼴찌다.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2007년이었다. 2009년 이후 6시즌 동안 한 번(2011년) 빼고 다 최하위를 기록했다.

1위와 9위의 시즌 첫 3연전 맞대결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화의 바뀐 감독 때문이다. ‘야신(野神)’이라 불리는 김성근(73) 감독이 돌아왔다.

‘보증수표’의 귀환과 ‘야통’의 건재

2014년 10월 25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되던 중 3년 연속 꼴찌팀 한화에서 ‘빅뉴스’가 터져 나왔다. 거취를 두고 모든 관심이 집중되던 상황, 김성근 감독의 복귀가 드디어 결정됐다. 한화는 이날 밤 늦게 “한화 이글스는 팀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 제10대 감독으로 김성근 감독을 선임하고, 3년간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9월 중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해체가 결정된 뒤 김 감독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여러 팀에서 ‘하마평’이 쏟아졌다. 찌라시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 대전에서, 부산에서, 광주에서 그를 봤다는 ‘설(說)’이 돌았다. 언급이 나올 때마다 해당 팬들은 ‘혹시나’ 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그는 성적 반등의 ‘보증수표’였다. 한화에 앞서 여섯 팀의 감독을 맡았던 그는 팀을 맡을 때마다 첫해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렸다. 2007년 SK 감독이 됐을 때는 대번에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성적에 목말라 했던 팬들은 ‘야신의 귀환’을 바라고 또 바랐다.

가장 적극적이었던 팀은 3년 연속 꼴찌에 머문 한화였다. 한화 팬들은 김성근 감독 영입을 기원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누군가는 서울 중구 한화 본사 사옥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야신’의 복귀는 프로야구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감독 취임만으로도 기대가 쏟아졌다.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한화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가 시작되자 캠프 사진은 마치 화보처럼 인터넷을 떠돌았다. 흙투성이가 된 한화 선수들의 유니폼은 마치 교회 벽을 장식한 성화(聖畵)처럼 한화의 변신과 그에 따른 기대를 상징했다.

‘지옥훈련’은 계속됐다. 김성근식 훈련에 대한 우려 역시 없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과거 어느 해보다 선수들의 부상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훈련 페이스를 조절했다. 메인 캠프와 재활 캠프 사이를 오간 선수가 수두룩했다.

2015시즌, 프로야구의 최대 이슈는 역시 ‘야신의 귀환’이다. 돌아온 김성근 감독, 그가 이끄는 한화가 어떤 성적을 낼지가 핵심이다. 그가 떠난 4시즌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은 모두 삼성의 차지였다. 3년 연속 꼴찌팀의 전력이 단숨에 4년 연속 우승팀을 넘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야신의 복귀는 팬들로 하여금 그 불가능을 꿈꾸게 한다.

류중일(52) 감독은 2011년 1월 전격 삼성 감독에 부임했다. 앞서 6시즌 동안 삼성을 이끌었던, 같은 기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 번 했고 직전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했던 선동열 감독이 2010년 말 전격 용퇴한 뒤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전임 감독의 성적에 따른 부담감이 컸지만 오히려 더 훌륭하게 팀을 이끌었다.

그는 1987년 입단해 단 한 번도 삼성의 푸른색 유니폼을 벗은 적이 없었던 정통 삼성맨 출신이다. 1999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뒤 곧장 삼성 코치로 부임했다. 단 한 시즌도 삼성과 헤어진 적이 없었다. 그만큼 삼성을 잘 알고 있었다. 삼성에 입단해 성장한 선수들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었다.

감독 첫해 조급함을 떨치고 기다리는 여유를 보이며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즐비한 스타급 선수들을 잡음 없이 이끌고 가는 ‘형님 리더십’이 돋보였다. 첫해 우승 뒤 이듬해부터는 ‘감독 리더십’을 갖췄다. 주축 선수의 부상이 발생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갖췄다.

시즌을 치를수록 감독으로서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번째 시즌이었던 2013시즌에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1승3패로 몰린 가운데에서도 결국 시리즈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위기에서 과감한 투수 운영이 분위기를 바꿨다. 승부사 류중일을 보여준 시리즈였다.

지난시즌 역시 상대의 파상 공세를 버텨내는 경기 운영을 보였다.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순간 경기를 뒤집는 것은 삼성의 힘, 류중일의 힘을 드러냈다. 장난처럼 붙었던 ‘야통(야구 대통령)’이라는 별명은 류중일 감독의 수식어로 손색없는 수준이 됐다.

한 팀을 오래 맡음으로써 그 팀의 장단점은 물론 팀 전체의 흐름을 꿰뚫는 데 커다란 장점을 지녔다. 선수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특정 선수의 슬럼프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2013시즌 이승엽(39)의 부진에도 끝까지 믿음을 놓지 않았고, 이승엽은 2014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 단단한 팀 구성 속에 매년 ‘새 얼굴’을 발굴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팀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있어서 이제 탁월한 리더십을 가졌다. 감독을 성장시키는 것은 역시 승리다.

독수리, 사자 공포증 극복할까

2011년 중반 SK와의 재계약 포기 선언 뒤 경질 사태를 겪은 이후 4시즌 만에 복귀한 한화 김성근 감독의 별명은 잘 알려진 대로 ‘야신(野神)’이다. 2002년 한국시리즈 때 삼성 김응용 감독은 LG 김성근 감독을 맞아 6차전 승리로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이끈 뒤 “야구의 신과 대결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야구의 신을 넘어선 스스로에 대한 칭찬이기도 했지만 이후 김성근 감독의 별명은 ‘야신’이 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부임 첫해였던 2011시즌 ‘야구 대통령’을 줄인 ‘야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한대화 한화 감독이 ‘야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이에 맞춰 취재진과 농담처럼 주고받던 말 속에서 나온 별명 ‘야통’이지만 이후 4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조리 통합우승으로 이끈 점을 고려하면 ‘야통’이라는 별명만큼 잘 어울리는 말도 없다. 이제 ‘야신’이 돌아왔고 ‘야통’과 대결을 펼친다. 둘 다 피할 수 없는 대결이다. 반드시 서로를 이겨야 할 이유가 있다.

김성근 감독이 새로 사령탑을 맡은 한화는 최근 3년 동안 꼴찌였다. 꼴찌 과정에서 1위 삼성에 내준 승리가 적지 않았다. 2012년에는 6승13패로 밀렸고, 2013년에는 4승12패로 더 뒤졌다. 지난시즌에는 4승1무11패에 그쳤다. 한화는 투타 모두 삼성만 만나면 맥을 추지 못했다. ‘삼성 공포증’이었다.

팀타율 0.283의 한화 타선은 삼성을 상대로 0.262, OPS(출루율+장타율) 0.710에 머물렀다. 대구구장에서는 더욱 심각해 팀 타율 0.200, OPS 0.467밖에 되지 않았다. 한화 마운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 상대 평균자책점이 7.36이나 됐다. 피OPS는 무려 0.952였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말하자면 한화 타자가 만난 삼성 투수들은 모두 KIA 양현종(피OPS 0.710·선발 투수 중 6위)급이었고, 한화 투수가 만난 삼성 타자들은 모두 LG 이병규(7번·OPS 0.956·리그 11위)급이었다. 대구구장에서 만난 삼성 투수들은 한화에 모두 LA 다저스의 에이스이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한 투수 클레이튼 커쇼(피OPS 0.521)보다 무서웠다. 삼성전 열세를 극복하는 것은 한화의 성적 향상에 필수요건이다. ‘야신’이 반드시 ‘야통’을 넘어야 하는 이유다.

‘야통’ 류중일 감독은 2011시즌 삼성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후 단 한 번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다른 팀에 내주지 않았다. 그동안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일궜다. 그럼에도 ‘최강’에 한 걸음 모자란다고 여겨지는 것은 앞선 진짜 강자, ‘야신’과의 풀시즌 맞대결이 없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최강’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야신’이 돌아온 지금이 최적의 기회다. ‘야신’을 꺾음으로써 진짜 승부사로서의 훈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삼성은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를 상대로 호각 승부를 벌였지만 조금 밀렸다. 2007~2010시즌 동안 삼성은 SK에 통산 상대전적 32승2무40패를 기록했다. 삼성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2009년(7승12패)을 제외하면 25승2무28패로 격차는 조금 줄어든다.

그런데 정작 류중일 감독은 ‘야신’과의 맞대결에서 우세였다. 2011년 전반기에 13번 만나 삼성이 7승6패로 앞섰다. 김성근 감독의 SK 마지막 경기였던 2011년 8월17일 경기 역시 9대 0으로 이겼고, 다음날 이만수 감독대행의 첫 경기도 류 감독이 2대 0으로 이겼다. 그해 SK전 상대전적은 10승1무8패였다.

류 감독은 김 감독의 한화를 넘어섬으로써 진짜 ‘야통’을 증명할 기회를 찾았다. 야통은 일단 자세부터 고쳐 잡았다. 류 감독은 “한화가 우승후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넥센 부럽지 않은 최강의 창, 삼성


▎올해 한국나이로 불혹을 맞은 이승엽은 스프링캠프를 무난히 소화했다.
류중일 감독은 2011년 1월 가진 감독 취임식에서 “잠시 야구장을 떠난 우리의 올드팬들이 다시 야구장을 찾을 수 있도록 신명 나는 화끈한 야구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신임 감독의 취임 일성으로서는 무척이나 당찼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임 선동열 감독이 이끌었던 삼성 야구의 특징은 강한 불펜을 바탕으로 한 ‘지키는 야구’였다. 마무리 오승환을 중심으로 권혁·권오준·안지만 등이 버티는 불펜이 최강이었다. 6회 이전까지만 이기고 있으면 거의 지지 않았다.

류 감독의 취임 일성은 삼성 야구의 색깔 변화 선언이었다. 류 감독은 “2002년 우승했을 때 삼성 타선이 정말 강했다. 그때 야구가 롤모델”이라고 했다. 당시 박한이, 틸슨 브리또, 이승엽, 마해영, 진갑용 등이 펄펄 날았다. 양준혁이 6번 또는 7번을 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삼성은 이제 ‘공격의 팀’이다. 워낙 안정된 선발진, 단단한 불펜진 덕분에 덜 드러나는 편이지만 삼성의 공격은 무척 강했다.

2014시즌 최고의 공격력을 가진 팀은 넥센이었다. 넥센은 박병호·강정호가 버틴 넥센은 팀 홈런 199개를 때려내며 가공할 화력을 보였다. 팀 장타율이 5할을 넘었다.(0.509) 프로야구 역사상 팀 장타율 5할을 넘긴 것은 단 한 팀도 없었다. 넥센의 전신이었던 현대가 2000년 0.483을 기록한 것이 최다였다.

그런데 삼성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삼성의 지난시즌 팀 장타율은 0.473이었다. 삼성 프랜차이즈 사상 가장 장타력이 높았던 2003시즌(0.482)에 이어 둘째로 높은 기록이었다. 류중일 감독의 목표는 실제 현실이 돼가고 있는 중이다.

야구는 상대보다 1점을 더 얻어야 이기는 종목이다. 홈런 장타율에서는 뒤지지만, 삼성의 득점력은 넥센과 거의 차이가 없다. 넥센이 지난 시즌 835점을 얻은 것이 비해 삼성의 득점 역시 812점이나 됐다.

2015시즌 삼성은 공격력에 있어서 손실이 거의 없다. 넥센은 유격수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공백이 생겼지만 삼성은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와 재계약하는 데 성공했고, 주축 선수들이 그대로 남았다. 노장 선수들의 나이가 한 살씩 더 늘어나지만 하루아침에 공격력이 바닥을 칠 선수들은 아니다.

나바로-박한이-박석민-최형우-채태인-이승엽으로 이어지는 타선의 짜임새가 탄탄하다. 누구 하나 쉽게 상대할 수가 없다. 지난시즌 신‘ 데렐라’로 떠오른 중견수 박해민은 공·수·주에서 모두 재능을 선보였다.

삼성으로서는 무엇보다 이승엽의 ‘부활’이 고무적이었다. 이승엽은 2013시즌 타율 0.253, 13홈런, 69타점에 그치면서 ‘이승엽 시대의 종말’을 뜻하는가 싶더니 지난시즌 거짓말처럼 부활했다. 이승엽은 한국나이 서른아홉에 맞은 2014시즌 타율을 다시 0.308로 끌어올렸고 32홈런으로 한국프로야구 최고령 30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타점 101개 역시 상징적이었다. 서른아홉에 거둔 30홈런-100타점은 ‘라이언 킹’의 부활 성적표로 전혀 손색이 없었다. 스스로의 변화에 대한 인정, 그리고 과감한 변신이 만들어낸 기적과 같은 부활이었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이승엽은 앞선 시즌까지 곧추세웠던 방망이 끝을 어깨 뒤로 눕혔다. 스윙의 시작에서 공을 맞히는 곳까지의 거리를 단축시켜 줄어든 스피드를 만회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대신 타구의 힘이 떨어질 위험성이 있었지만 이를 훈련으로 메웠다. 낮아진 방망이는 나이와 함께 변한 이승엽의 몸에 딱 맞아 떨어졌다. 타구의 거리가 줄지 않았고 오히려 몸 쪽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였다. 타구는 훌쩍훌쩍 담장을 넘어갔다. 이승엽이 타선에서 살아난 삼성 타선의 공격력은 더욱 매서워졌다.

이제 노련한 사자가 된 이승엽은 지난시즌의 성공을 섣부른 패기로 연결시키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승엽은 “자신감이 생겨서 다시 방망이를 세워 힘을 더 키워볼까 싶었지만 이대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한 맹수의 스윙은 그 노련함이 더해져 더욱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리그 최고령 선수인 진갑용(41)을 제외하고 팀 최고참인 이승엽이 부활 시즌을 이어가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새 얼굴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타격왕에 오른 외야수 구자욱(22)이 주인공이다. 훤칠한 외모뿐만 아니라 스프링캠프에서 빼어난 타격 실력을 선보였다. 구자욱은 스프링캠프에서 치른 연습경기 9경기에 나와 타율 0.474(38타수 18안타)에 홈런 두 개를 때렸다. 출루율 0.524, 장타율 0.737 역시 눈을 다시 한 번 씻고 보게 만드는 숫자였다. 기존 타선이 탄탄한 가운데 더해진 ‘추가 전력’은 삼성의 5연속 통합 우승의 확률을 높이는 요소다.

다만 삼성은 마운드 재편이라는 숙제를 안았다. 삼성은 2013시즌이 끝난 뒤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였던 오승환이 일본에 진출했다. 오승환의 빈자리를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임창용으로 메웠지만 ‘100%’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찾아온 겨울, 삼성은 자유계약선수(FA) 투수 2명을 한화로 떠나보냈다. ‘푸른 피의 에이스’라 불리며 삼성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던 배영수가 떠났고, 불펜에서 쏠쏠한 역할을 했던 좌완 권혁이 한화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삼성의 가장 큰 숙제다. 류중일 감독은 스프링캠프 동안 군에서 제대한 정인욱을 배영수의 빈자리 5선발로 기용하며 테스트했지만 일단 캠프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정인욱은 2경기에 나와 6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점이 13.50이나 됐다.

정인욱이 기대만큼 채워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플랜 B’가 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갔던 차우찬이 또 하나의 선발투수 후보감이고 좌완 백정현도 선발 투입이 가능하다.

김성근 야구의 기본은 ‘계산’


▎한화는 스프링캠프 동안 지옥훈련을 소화했다. 지옥 펑고를 받은 뒤 흙투성이가 된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김회성(앞쪽)과 김태균.
오히려 걱정거리는 지난시즌 후반 확실한 에이스 역할을 해줬던 외국인선수 릭 밴덴헐크의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이적이다. 일본에서 뛴 경험이 있는 강속구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가 밴덴헐크만큼 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타일러 클로이드는 지난해 트리플A에서 보여줬던 노히트노런 실력만 발휘해준다면 오히려 지난시즌보다 선발진이 더 강화될 수 있다. 물론, 외국인선수의 성공 여부는 매 시즌 모든 팀이 그렇듯 섣불리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요소다.

불안요소가 있지만 마운드의 수준, 선수층 모두 삼성은 리그 최강 수준이다. 144경기를 치르는 데 있어 선수층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비록 과거만큼의 구속이 나오지는 않지만 삼성 불펜의 핵심 역할을 했던 권오준이 부상에서 돌아왔고, 지난시즌 후반 인상 깊은 강속구를 보여줬던 김현우도 기대주다. 고양 원더스에서 지난해 영입한 김동호 역시 150㎞에 가까운 빠른 볼을 스프링캠프부터 보여줬다.

2014시즌의 한화와 2015시즌이 한화는 같고 또 다른 팀이다. 선수들은 그대로 남았지만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코칭스태프는 거의 모두가 바뀌었다. 빙그레 이글스 시절부터 이어온 ‘레전드 코치’들인 송진우(해설위원), 한용덕(두산), 정민철(해설위원), 장종훈(롯데) 코치 등이 모두 팀을 떠났다.

그러나 한화에 코칭스태프의 개편보다 더 시급했던 것이 3년 연속 꼴찌에 따른 팀 분위기의 혁신적 변화였다. 김 감독에게 그 변화의 첫 단추는 김 감독 특유의 강한 훈련이었다.

김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뒤 한화는 단숨에 뉴스의 중심에 섰다. 오키나와 마무리훈련 캠프에서 쏟아지는 사진은 화보처럼 인터넷을 장식했다. 선수들의 찡그린 표정에, 지친 얼굴에, 엉망진창이 된 유니폼에 팬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오전 7시40분 훈련 시작.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20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시간표상에 훈련시간은 오후 6시까지라고 적혀 있지만 오후 8시를 넘기는 일이 허다하다. 쉴 틈도 없다. 오키나와 훈련장 야구장 2면에서 동시에 코치 6명이 쉴 새 없이 수비훈련을 위한 타구를 날린다. 강한 훈련은 원래 김성근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훈련을 통해 성장한 선수가 여럿이다.

김성근 훈련의 효과는 단순히 ‘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훈련량을 늘리는 것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성적이 나쁜 대부분의 구단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녹음기처럼 ‘강한 훈련’을 반복해 강조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따라오지 않는다.

김성근 훈련 효과의 비밀 중 하나는 이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심리적 차이를 줄인다는 점이다. 연봉 15억원의 선수든, 2400만원의 선수든 훈련 앞에서 모두가 똑같아진다. 고액연봉 선수들은 훈련 앞에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신인급 선수들은 훈련 앞에서 기회의 가능성을 찾는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주전 선수와의 심리적 거리가 줄어든다. 강한 훈련은 선수단 전체를 평평하고 고르게 다지는 작업이다.

강한 훈련의 겉모습에는 과거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저돌적 산업화’의 향수가 묻어나지만 안을 뒤져보면 고착화된 구질서를 재편해 기회를 재생산하는 혁명의 가능성이 묻혀 있다. 그게 바로 김성근 야구의 힘이고 그 힘이 마무리 캠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거쳐 한화를 바꿔나가고 있는 중이다.

김성근 감독 야구의 기본은 ‘계산’이다. 야구는 불확실성의 경기이지만 그렇다고 감독이 뒷짐을 진 채 운에 맡겨놓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타격은 ‘3할의 예술’이라 불린다. 실패할 확률 70%에 승부를 걸 수는 없다. 반면, 수비율은 98% 이상이어야 한다. 실패의 확률이 2%다. 계산이 가능한 야구의 기본은 ‘수비’에서 시작한다.

종교 수행을 연상시키는 한화 지옥훈련 사진의 대부분은 펑고를 받은 수비 훈련이다. 실제 많은 훈련이 수비에 맞춰져 있다. 감당할 수 있는 극한까지 끌어올려 수비에 이골이 나게 만드는 방식이다. 방심에서 나온 실수는 실점으로 연결되는 것을 넘어 승리를 날리고, 시즌을 망칠 수 있다. 1루수 김태균이 3루에서 수많은 펑고를 받은 것 역시 이 때문이다.

3루에서는 송광민과 김회성이 경쟁을 펼쳤다. 2루수 정근우는 연습경기 도중 악송구에 턱을 맞아 턱뼈 골절 판정을 받았지만 치료 뒤 다시 스프링캠프로 돌아갔다. 외야수들 역시 입에 단내가 나도록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수비는 한화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한화가 지난 시즌 기록한 팀 평균자책점 6.35는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악의 기록이었다. 그러나 온전히 마운드 탓만은 아니었다. 한화의 새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는 2012시즌 삼성에서 뛴 적이 있었다. 한화와 계약한 뒤 탈보트는 “이제 한화의 수비는 조금 좋아졌느냐”고 물었을 정도로 한화의 수비는 악명이 높았다. 수비 불안은 마운드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마운드의 불안은 타석에서의 조급함으로 연결된다.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한 훈련이 마무리 캠프와 스프링캠프 내내 이어졌다.

다 바꾼 한화, 4월 14일 대전구장 지켜보라

김성근 감독의 아들이자 한화 전력분석 코치인 김정준 코치는 “지난시즌 한화의 128경기를 모두 살펴본 결과 경기 초반 수비의 느슨함이 경기 전체의 흐름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한다. 시즌 초반 적극적이고 압박에 가까운 수비가 이뤄진다면 상대에게 “한화가 달라졌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한 번 자리 잡힌 경계심은 상대로 하여금 거꾸로 압박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한화는 스토브리그 동안 삼성으로부터 배영수·권혁을 영입했고, KIA 송은범을 데려왔다. 송은범은 김성근 감독과 다시 만나 과거 SK 시절 보였던 활약을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단단하다. 그러나 전력 강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화의 내부적인 분위기 변화다. 강한 훈련을 통해 줄어든 체중만큼 자신감이 부쩍 자랐다.

1위 삼성과 9위였던 한화의 첫 경기가 4월 1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다. 두 팀이 앞서 치른 경기 중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지만, 이 3연전이야말로 2015 시즌 프로야구의 방향을 가를 한 판 승부다. 단단한 전력의 삼성과 확 바뀐 한화가 야통과 야신 사령탑의 지휘를 바탕으로 경기를 펼친다.

한화가 이 승부를 잡아낸다면, 그래서 앞서 3시즌의 일방적 열세를 만회한다면 탈꼴찌를 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삼성 역시 3시즌 동안 한화에 대한 압도적인 우세를 이어갈 수 있어야 SK·넥센 등 추격자들을 따돌릴 수 있다. 이제 곧,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프로야구가 시작된다.

- 이용균 경향신문 야구전문기자

201504호 (2015.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