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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포커스] 인터뷰·파르마난드 즈하 네팔 부통령 - “ 네팔과 한국은 닮은꼴, 한국의 경제성장을 모델삼아 민주주의 완성하겠다” 

239년 만에 왕정 종식했지만 여전히 갈등 상존… 가정을 중시하는 네팔문화에 지속적인 ‘평화운동’ 필요해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즈하 부통령은 “네팔은 민주주의를 믿고 새 헌법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제성장 비결과 경험이 네팔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네팔 국민 7만여 명이 모인 다문화교육평화축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지원한 곳은 다름 아닌 네팔 정부다. 네팔의 공식국명은 네팔연방민주공화국. 2007년에 왕정이 종식돼 2008년 5월 28일부터 공화제를 표방하고 새 출발했다. 민주주의로의 정착을 위해 헌법제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야권인 마오주의공산당(CPN-M)의 반대로 안건 상정이 번번이 불발에 그쳐 정치혼란이 계속된다. 세계 최빈국에 속하면서 120여 개 민족과 언어로 나뉘어 갈등을 겪는 네팔사회에서 이번 평화축제는 더 큰 빛을 발했다. 행사 하루 전날인 2월 20일 파르마난드 즈하 네팔 부통령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나 네팔의 정치상황과 평화축제의 의미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네팔 국민 7만여 명이 모이는 최대 규모의 다문화평화축제에 기조연설을 하신다. 이번 평화축제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

“국민 7만여 명이 참석하는 행사는 네팔에서는 최대 규모다. 원래 네팔은 합동결혼식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한 달 반 전에도 카트만두에서 100~150쌍의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네팔의 전통에는 ‘결혼의 신’이 있는데 그 앞에서 합동 결혼식을 하는 문화가 계승돼왔다. 이번 다문화평화축제의 합동결혼식은 네팔의 전통문화와도 많이 닮아 있어 기대감이 크다. 이 행사를 계기로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해 더욱 성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선명 총재를 ‘참부모(Father Moon)’라고 칭하실 정도로 깊은 인연을 자랑하셨는데 어떤 계기라도 있었나?

“오래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경기도 청평에 있는 천정궁에서 문 총재와 오찬을 함께했다. 당시 문 총재는 많은 사람 중 나를 가장 먼저 뜨겁게 포옹해줬다. 문 총재는 내게 ‘우리가 세계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거듭해서 강조했다. 심정적으로 하나가 됐던 그 순간의 기억은 마음속 깊이 각인돼 잊히지 않는다. 세계평화와 화합에 대한 문 총재의 고민과 아이디어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때부터 문 총재를 참부모(Father Moon)로 칭하게 됐다. 문 총재의 평화의지는 현재도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 같다.”

네팔의 정당 중 하나인 가정당은 가족의 화목과 평화이념의 정당을 추구한다. 또 네팔은 가정 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한다고 들었는데 가정당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네팔에는 무려 31개의 정당이 있다. 가정당은 2석을 확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다. 가정당은 화합(team work)이 잘되고 다른 당과의 관계도 좋다. 네팔의 가정문제는 가장이 해외취업을 위해 2~3년씩 긴 시간 동안 해외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늘어나 생기는 것이 많다. 하지만 네팔은 일부일처제에 아내들 또한 종교적으로도 신앙이 깊어 이를 잘 극복해가고 있다고 본다.”

네팔은 239년 만에 군주제가 종식되고 민주정부가 들어선지 벌써 7년이 지났다. 네팔에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부통령으로서 어떤 역할과 노력을 하고 있나?

“네팔은 최근까지 군주제가 지속됐다. 40년 전부터 네팔은 자연경관이나 유산들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소문이 나면서 외국 관광객이 증가했다. 덩달아 네팔 국민들도 해외에 나가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선진국들에 비해 네팔의 인권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음을 알게 됐다.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왕권에서 민주주의로 이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해 헌법 제정 등에 각고의 노력을 쏟고 있다.”

정치 안정이 경제발전에 우선해야


▎2010년 한국을 방문한 파르마난드 즈하 부통령은 문선명 총재를 직접 만났다.
네팔의 문맹률은 약 40%에 달한다. 최근(1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민주주의 헌법제정도 계속 미뤄진다.(현재 새 헌법제정은 안건에도 상정하지 못한 상태이며, 제헌의회는 2017년이 되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문맹률을 줄이는 것이 민주주의 안착에 도움을 줄 거라고 보는데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네팔의 문맹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히말라야 지대와 수도가 아닌 지방의 문맹률이 특히 높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경제발전에 우선돼야 한다. 헌법제정이 민주주의 경제발전의 기본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헌법제정을 통해서 정부가 안정이 돼야 외국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제정에 더욱 집중할 생각이다. 현재 선출된 601명의 의원으로 제헌의회가 구성돼 있는데 1차 안을 정해서 파트별로 요구사항을 수집하고 반영하도록 수정해나가고 있다. 각 정당마다 이견이 있어 조율이 쉽지는 않지만 최대한 의견을 반영하도록 조정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한국과 네팔의 수교를 맺은 41년째를 맞았다. 네팔 정부는 한국 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

“네팔은 민주주의를 믿고 헌법제정을 위해 노력한다. 네팔도 경제발전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특히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좋은 모델이 된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증대했고 여행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네팔 국민들은 특히 한국에 가는 것을 상당히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네팔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외교적으로 한국과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형성해갈 것으로 기대한다.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는) 네팔은 한국처럼 주변국과 좋은 우호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특히, 대한항공이 일주일 2번 카트만두와 한국을 오가는 직항이 운항하기 시작했는데 매우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한국과의 관계가 더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본다.”

한국과의 교역에서 가정연합과 천주평화연합(UPF)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향후 한국과의 관계에서 가정연합과 UPF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2010년 한국을 방문했다. 문선명 총재 생전 당시 UPF의 초대를 받아 간 것이다. 당시 선문대학교에서 1만5천명의 합동결혼식이 있었다. 그때 문선명 총재는 세계적인 평화 역할에 대해 연설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네팔과 한국과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진다. 한국정부가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 국민의 수를 계속 늘려주기 때문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네팔 국민이 더 늘어날 것이고 양국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네팔에서는 지난해부터 한국 정부의 투자로 새마을운동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나?

“40년 전만 해도 한국과 네팔은 비슷한 경제수준이었는데 한국은 빠른 속도로 아주 높은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한국의 경제성장 비결과 경험은 네팔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점을 배우기 위해 네팔의 한국대사를 만나 이야기를 경청했고, UPF 한국 분들도 사무실에 초대해 많은 조언을 듣는다. 특히 한국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네팔을 지원해주고 있어 향후 네팔의 경제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본다.”

-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201504호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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