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리버럴 아츠의 심연을 찾아서] 사(死) 죽음을 넘어선 또 하나의 여정 

육체적으로 죽어도 정신적으로 살아있다면 영원한 삶… 인간 김종필과 고대 비문을 통해 살펴본 삶과 죽음의 의미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
신드롬(Syndrome)과 현상(Phenomena) 어디에 속할지 모르겠다. 2월 말 한국사회 전체를 뒤흔든, 전 국무총리 김종필(이하 JP)씨 관련 뉴스다. 부인 박영옥 여사의 죽음을 맞이한 90세 노인 JP의 사부가(思婦歌)가 신드롬과 현상의 진원지다. 바보 중의 바보라는 ‘마누라 흠모’에 빠진 JP의 사부가가 가슴 깊이 숨어 있던 감정을 흔들어놓는다. 만년 2인자로 불리던 정치가 JP가 아니라, 감동과 소통으로서의 JP가 국민들 앞에 나타난다. 민족·국가를 앞세운 국민적 대의명분이 아닌, 죽음과 사랑이란 개인적 주제를 통한 순애보적인 등장이다.

임종 직전의 키스, 국립묘지를 대신해 함께 합장을 원한다는 기원, 부인을 흠모하는 묘비명…. 신문·방송을 통해 전해진 장면 하나하나가 이미 잃어버렸거나, 잃어가고 있는 정리(情理)를 되살려준다. 바로 인간에 대한 의리이자, 예의다. 한반도 역사를 통틀어 감동과 환희의 사부가로 JP를 뛰어넘은 인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박영옥 여사는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 JP는 부인과 64년간 함께 살았다.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뜨거운 사랑도 있는 반면, 엄청난 세월의 무게로 빛이 바랜 평범하면서도 공기 같은 사랑도 존재한다. JP는 미국 CIA와 일본 관동군정보국을 합친, 독재정권의 비수로 움직였던 중앙정보부를 만든 사람이다. 독재로 점철된 유신정권 하에서도 2인자 자리를 지킨 정치가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대통령 자리를 빼놓곤 권력의 최정상을 전부 섭렵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3김의 한 명으로 유년기·청년기·장년기로 이어지는 필자 삶의 궤적에 선명히 드리워진 인물이다. 40여 년간 권력의 최고봉에 군림해 왔던, 한국 근현대사의 1면 톱기사의 주인공이 바로 JP다. 그런 그가 휠체어에 몸을 기댄, 늙고 힘없는 노인으로 나타났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504호 (2015.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