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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의 성서 오디세이–예수의 위대한 질문⑲] 간음한 여자와 예수의 선택 -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복음 8장 7절) 

관습과 전통을 뛰어넘은 예수와 <주홍글씨>의 헤스터… 군중의 일원이 아닌 개인의 도덕과 판단이 삶의 기준 돼야 

배철현 인문학 인재양성기관 건명원(建明苑) 원장
유대인들은 믿었다. 그들의 삶의 지표가 되는 토라는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라고. 2세기경 구전으로 내려오던 지혜의 글들을 모은 토라에 대한 해석집인 미쉬나(Mishna)에 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공자의 처럼 토라를 기초로 삶의 기준이 되는 유명한 랍비들의 격언을 기록하였다. 은 이렇게 시작한다.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토라를 받았으며, 그것을 여호수아에게 건네주었다.” 여기서 “받았다”라는 히브리어·아람어 동사는 ‘키벨(qibbel)’이다. 유대인들은 토라, 십계명과 같은 경전의 신성성과 무결성을 강조하기 위해 신이 모세에게 직접 하늘에 보관하고 있는 석판을 그대로 지상에 전달해주었다고 믿는다. 이 전달의 엄숙성과 압도성을 강조하기 위해 모세는 신이 전해준 토라를 그대로 받았다. 유대인들에게 ‘키벨’이란 단어는 자신들의 경전이 여느 책과는 달리 신이 직접 전달해준 구별된 책이란 믿음이기도 하다. 예수시대에 활동하던 유대인, 특히 바리새인들은 로마제국 아래서 자신의 생존과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토라의 신성성을 더욱 강조한다.

당시 최고의 바리새인들 중 한 명이었다가 예수 운동에 참가하는, 신약성서 중 가장 오래된 문헌들을 기록한 자가 바로 사도 바울이다. 바울은 유대종교의 한 분파로 시작한 예수운동을 당시 지중해를 지배하던 헬레니즘에 편입시키려 노력했다. 그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예수운동이 이스라엘에서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헬레니즘의 도시들인 소아시아(터키)의 그리스 도시들에 편지형식으로 글을 남긴다. 그가 사용한 언어는 아람어가 아니라 그리스어였다. 예수는 아마도 그리스어를 말하거나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제자들과도 아람어로 소통하였다. 그러니까, 네 권의 복음서는 예수가 제자들과 말한 아람어 어록들을 중심으로 나중에 복음서 저자들이 그리스어로 번역한 번역본이다. 바울이 그리스어를 쓰는 소아시아 도시민들에게 예수의 말을 전달할 때, 바로 ‘키벨’이란 단어를 통해 자신이 전달하려는 말의 신빙성을 강조한다. 그는 아람어 ‘키벨’을 그리스어로 ‘파라람바노(paralambano)’라는 단어로 교체한다. ‘파라람바노’는 (전통을) ‘수용하다’, ‘받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유대교나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이렇게 수용된 경전을 텍스투스 리셉투스(textus receptus)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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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호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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