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식물의 재생을 맡은 기관이다.
식물의 재생과 번영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벌이 점점 사라지는 것은
인류의 위기다. 문명과 생존의 바탕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증좌다. 인류는
그 허물어짐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우매함에 갇혀 있다.
꽃 세상이다. 안식구가 일군 베란다의 꽃밭도 환하다. 화분 몇 개 놓인 손바닥 만한 꽃밭이지만, 가볍게 치부할 것은 아니다. 서울의 몇 백만 가구에서 자라는 화초를 다 합치면 상당해서, 도심의 공원을 중심으로 정원수와 가로수로 이루어진 ‘도시 숲(urban forest)’의 긴요한 부분이 된다.
흔한 화초가 심겼지만, 화분마다 사연이 있다. 신혼 때부터 꾸리고 다닌 것은 정이 들었다. 딸아이가 어릴 적 제 엄마 생일 선물로 사온 양난 한 포기는 아직 자잘한 송이를 피워 올린다. 이사 가는 사람들이 쓰레기 터에 버리고 간 것을 안식구가 들고 와서 보살핀 작은 화초는 봄마다 밝은 얼굴을 내민다.
밖으로 나가면 도심이지만, 곳곳에 화단과 화분이 있어서 크고 화사한 꽃들이 맞는다. 어릴 적 들판엔 풀이 많았어도, 꽃이 화사하진 않았다. 야생 꽃은 화사하지 않다. 벌을 유혹할 만큼만 화사하다. 요즈음 우리 눈에 들어오는 꽃은 모두 사람이 키우고 화사하게 개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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