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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화제] ‘현대차 핵심모듈 생산 메카’ 현대모비스 아산모듈공장 

완벽한 품질로 최고 완성차 만든다 

섀시-운전석-프론트엔드 모듈 등 3대 모듈 생산하는 유일한 라인… 모듈화로 1분에 66대 생산, 자동차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

▎현대모비스 아산모듈공장은 자동차의 3대 핵심모듈을 생산하는 라인을 갖췄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와 그랜저. ‘국민차(車)’로 불릴 만큼 수십 년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자동차 브랜드다. 오랫동안 같은 이름을 유지해오면서 국산차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온 데에는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쌓여 왔기에 가능했다. 현대차의 우수한 품질은 최근 수년간 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글로벌 톱(TOP) 5’를 차지할 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 평소 “세계시장 제패를 위해서는 품질은 기본”이라고 외치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의 결실이다.

이렇게 현대차의 품질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만큼 높아진 배경은 뭘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엔진과 같은 핵심 부품의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모듈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이 핵심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모듈 생산방식의 선진화는 곧 완성차의 품질 경쟁력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요인은 디자인과 품질, 가격”이라며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모듈의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높은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인 모듈을 생산하는 곳은 현대모비스 아산모듈공장이다. 아산모듈공장은 4만 9300㎡(1만4940평) 대지에 연면적 1만4280㎡(4330평) 규모로, 현대차의 최대 주력 차종인 쏘나타·그랜저의 모듈을 생산한다. 특히 이곳은 현대모비스 모듈생산 공장 가운데 자동차의 3대 핵심 부품인 섀시 모듈, 운전석 모듈, 프론트엔드 모듈(FEM; Front End Module)을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공장이다.

모듈(Module)이란 완성차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수많은 부품을 개별단위가 아닌 조립 분야나 기능별로 결합해 완성차 생산라인에 직접 공급하는 부품의 단위를 일컫는다. 현대 모비스 관계자는 “아산공장은 현대기아차그룹 공장 중에서 자동차 3대 핵심 모듈을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공장”이라며 “국내외 모듈 공장의 표준인 동시에, 모든 시스템이 선행되는 그야말로 현대기아차의 핵심적인 공장이라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아산모듈공장은 2004년 9월에 3대 핵심모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구축했다. 현재는 쏘나타·쏘나타HEV·그랜저·그랜저HEV·아슬란 등 중형차와 하이브리드 차종 모듈을 생산한다. 생산 규모는 3대 핵심모듈 라인을 가동하면 연간 30만대(2014년 기준)다. 1시간에 평균 66대 꼴로 생산하는 셈이다.

모듈화는 기존 자동차 생산방식과 달리 모듈 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역할을 분담하는 생산방식이다. 모듈업체는 그동안 완성차 업체가 해오던 설계·개발·시험·생산·조립·검사·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분담하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와 동일한 개념의 모듈단위 설계능력과 시험평가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모듈화는 모듈업체와 완성차 업체 모두에게 ‘윈-윈’을 가져다주면서 자동차의 품질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전 세계 모듈공장 벤치마킹 ‘아산모듈공장’


▎현대모비스 아산모듈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신형 쏘나타에 들어갈 섀시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우선 역할을 분담하다 보니 집중화를 통해 기술 진보와 획기적 품질 향상을 이뤄낼 수 있다. 또한 부품 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고 부품의 공용화와 경량화도 함께 추진할 수 있어 원가나 조립 공수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의 경우 생산방식의 유연성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모듈화를 통해 부품 수량은 약 35%, 무게는 약 20% 절감하게 됐다”며 “이는 곧 완성차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아산모듈공장의 첫 모듈 라인은 총 40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운전석 모듈 생산라인이다. 운전석 모듈의 몸통이 되는 카울 크로스바를 바탕으로 공조시스템인 히터·에어컨, 계기판, 오디오, 그리고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에어백이 장착되면 운전석 모듈이 완성된다.

문제는 운전석 모듈의 종류가 한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디오의 경우 일반·고급형, 모니터의 유무, 블루투스 사양의 유무에 따라서 총 40가지 종류의 오디오가 생산된다. 공조 시스템(히터·에어컨)도 싱글·듀얼방식, 클러스터 이오나이저 유무 등에 따라 총 300개(LF·HG)의 사양으로 나뉜다. 이러한 다양한 고객주문 사양들을 적용할 경우 LF쏘나타에만 총 1300여 개 사양의 운전석 모듈이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한 라인에서 여러 가지 사양의 모듈을 혼류로 생산하는 HG 그랜저 차량 운전석 모듈과 합치면 2천여 종류가 넘는 운전석 모듈이 한 라인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혼류생산(混流生産)을 하더라도 부품이 뒤섞이거나 제품 결함이 없는 것은 ‘직서열 방식(JIS:Just In Sequence)’이라는 현대모비스의 독창적 생산방식 때문이다. JIS란 모듈을 공급받는 현대차와 동일한 서열로 생산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현대모비스는 이 방식에 의해 동일한 시간대에 완성차에 들어갈 모듈을 생산하는데, 쉽게 말하면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그 주문에 맞춰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의 JIS는 가장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도요타의 JIT(Just In Time) 방식보다 오히려 효율성 측면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는다. 도요타의 JIT는 시간대별로 필요한 부품을 주문하기 때문에 약간의 재고가 발생하지만 현대모비스의 JIS는 자동차 생산공정과 동일한 시간대에 부품이 생산돼 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최근 완성차 업체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단일 차종에 다수 모델을 내놓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 가지 차에 들어가는 수천 가지 다른 종류의 모듈을 생산하더라도 뒤섞이지 않고 부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JIS 생산방식이 JIT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차종이 다르면 운전석 모듈에 들어가는 부품은 물론 조립 순서나 방식도 다르다. LF쏘나타에 들어갈 모듈을 조립하고 곧이어 HG그랜저 모듈을 조립한다면 부품이 바뀔 가능성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이종(異種) 부품이 들어가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각 공정라인마다 이뤄지는 ‘품질안전보증 시스템’이 4중의 안전장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최첨단 바코드 시스템이다. 아산모듈공장의 모든 라인에는 현대차에서 보낸 차량 주문 정보를 수신하는 모니터가 달려 있는데 이 모니터에서 차량에 새로운 부품이 조립·장착될 때마다 정해진 부품이 제대로 장착됐는지를 계속 확인한다. 이 확인과정을 담당하는 것이 최첨단 바코드 시스템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컨베이어벨트에 의해 이동해 온 부품에 붙여져 있는 바코드를 리더로 읽으면 작업자 시선 바로 앞에 설치돼 있는 모니터에 운전석 모듈의 고유번호와 장착돼야 할 부품정보가 나타난다. 작업자는 다시 장착할 부품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읽는다. 잠시 후 ‘삐익’하는 소리가 나며 모니터에 ‘OK’라는 문자가 뜬다. 정확하게 장착된 부품이라는 표시다. 작업자는 부품을 조립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만약 일치하지 않을 경우 ‘NG’라는 글자와 함께 전체 라인이 중단되며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최첨단 바코드 시스템은 이종 부품을 일차적으로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며 “모듈이 하나 나오는 데 이런 검사만 100여 차례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4중 안전장치 시스템으로 완벽한 품질 추구


▎1. 아산모듈공장의 첫 모듈 라인인 운전석 모듈 생산라인에서는 총 40여 개의 부품이 조립·장착된다. 근로자들이 생산라인에서 운전석 모듈을 조립하고 있다. / 2. 아산모듈공장의 프런트엔드 모듈 라인.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에코스 시스템도 완벽한 품질 추구를 위한 안전장치 시스템 중 하나다. 에코스 시스템은 운전석 모듈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인 전장부품(전기로 작동하는 부품)의 정상작동 여부를 검사하는 시스템이다. 운전석 모듈에는 오디오를 비롯해 시트벨트·에어백·주차브레이크·배터리 경고등과 같은 전장부품이 60여 개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전장부품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이상이 생길 경우에는 고장부품을 찾기 위해 전부 분해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대모비스가 국내 IT업체와 합작해 만든 것이 에코스 시스템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바코드 시스템에 의해 이종 부품이 방지된 운전석 모듈은 계기판과 오디오, 그리고 조수석 쪽으로 연결된 배선을 에코스 시스템과 연결해 모든 경고등과 전기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최종 검사를 받는다”며 “완벽한 품질 추구를 위한 안전장치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에코스 시스템은 라인당 3개가 설치돼 있다.

부품의 잘못된 결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트롤리컨베이어 시스템도 현대모비스의 품질보증 안전 시스템의 한 요소다. 트롤리컨베이어 시스템이란 자재창고에서 작업 순서에 맞게 필요한 부품들이 자동으로 작업자들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과거와 같이 작업에 필요한 부품들을 사람이 직접자재창고에서 운반할 경우 작업자의 실수로 인해 부품이 잘못 전달되거나, 노동피로 강도도 강해져 실수를 유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트롤리컨베이어 시스템은 필요한 부품을 작업라인 1m 거리로 자동으로 운반해준다. 작업자는 순서에 맞게 필요한 부품들을 꺼내 조립만 하면 된다. 만약 작업자가 순서를 지키지 않거나 작업을 빠트리게 되면 경고등이 울리게 되고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조립라인은 정지하게 된다. 부품 오결합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다.

불량률 ‘제로’ 달성한 모듈 생산라인의 교과서

모듈은 여러 부품이 조립돼 있는 만큼 체결부위가 얼마나 적당한 힘으로 결속이 되어있는지도 중요한 품질 확보를 위한 관건이다. 특히 롤링섀시 모듈의 경우, 체결부위가 느슨하게 조립돼 있어도 문제지만 너무 강하게 조립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체결력(締結力) 관리 시스템은 이러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 운용되는 시스템이다. 작업자는 컨트롤러와 연결된 체결력 보증공구를 이용해 결속부위를 체결하는데, 규정된 수치에 도달하면 작업자가 계속 스위치를 넣고 있어도 자동으로 동력을 멈춘다.

이 밖에 액슬(AXLE)과 변속기에 주입되는 오일의 양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주입된 오일의 양을 확인하는 오일자동 주입 시스템, 파워스티어링(파워핸들)과 브레이크의 배관에 새는 곳이 없는가를 검사하고 이력을 관리하는 배관 에어리크(Air-Leak) 관리, 파워펌프·에어컨 컴프레서·얼터네이터 벨트의 장력을 검사하고 이력을 관리하는 벨트장력 관리 시스템을 통해 결함이 있는 부품이 모듈에 장착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 같은 과정들을 거쳐서 생산된 모듈은 완성차 출고 후 23년 동안 생산이력이 컴퓨터에 보관된다”며 “향후 자동차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아산모듈공장에서 생산되는 섀시 모듈은 주로 차체를 지지하는 프레임과 현가장치, 그리고 제동장치와 조향장치로 구성되며, 프런트엔드(헤드램프와 범퍼 등이 포함된 자동차 전면부) 모듈은 엔진의 열을 식히는 냉각장치와 램프·캐리어·혼 등으로 이루어진다. 섀시 모듈과 프런트엔드 모듈은 각각 230여 개와 30여 개의 부품이 하나로 합쳐져 완성된다. 그래서 운전석 모듈처럼 수많은 이종 부품을 정확하게 조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섀시 모듈의 경우에는 ‘주행’과 직접 관련이 있는 만큼 부품과 부품을 정확하게 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부품들을 연결하는 나사나 볼트·너트가 조금만 잘못 결합돼 있어도 모듈의 품질이 저하돼 완성차가 달리는 도중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동차에 타고 있는 사람의 ‘안전’과 직결되는 섀시 모듈의 품질확보는 체결력 관리 시스템으로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산기술 덕분에 현대모비스 아산모듈공장은 전 세계 모듈 공장의 교과서가 됐다. 재고 제로는 물론이고 2013년 하반기부터 2년간 불량률 0%를 실현하면서 매년 각국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불량률 제로는 달성하기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며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수요가 다양화하다 보니 불량률 제로를 넘어서 소위 감성품질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201510호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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