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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패트롤] 환(環)태평양 시대 열어가는 심규언 동해시장의 도전 

“동해시는 북방교역의 거점이자 중심도시로 성장 중” 

공직 입문 후 35년째 동해시의 살림 맡고 있는 터줏대감… 투명하고 효율적인 시정으로 시민과 신뢰 구축에 총력

▎심규언 동해시장은 “화려한 청사진이나 거창한 공약으로 인기를 얻기보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시민에게 신뢰받는 시정을 목표로 4년을 40년같이 일하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초단체장이 그렇듯 심규언(60) 동해시장도 토박이 출신이다. 하지만 그에게 특별한 이력이 눈에 띈다. 올해로 공직생활 35년째인 그는 단 한 번도 ‘동해시’를 떠나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1980년 동해시 개청(開廳) 이래 이 지역의 살림살이를 자신의 손금 보듯이 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민들은 그를 ‘동해의 맏아들’, ‘동해의 맏사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1981년 공채 7급으로 공직에 입문한 심 시장은 행정국장·부시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다 2012년 전임 시장이 예기치 못한 일로 하차한 이래 1년 9개월간 시장은 권한대행을 맡았고, 지난해 6월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제17대 동해시장으로 당선됐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화려한 청사진이나 공약으로 인기를 얻는 시정이 아닌,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시민에게 신뢰받는 시정을 목표로 4년을 40년같이 일하겠다”고 밝혔다. 최근들어 시정혁신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심 시장을 9월 3일 동해시청 시장집무실에서 만나 지난 1년여 동안의 성과와 남은 임기 동안의 포부를 들어봤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매주 철저히 점검”


▎심규언 동해시장은 ‘서민시장’답게 농사일에도 손놀림이 익숙하다. 이양기를 운전하고 있는 심 시장.
동해시에 대해 소개해달라

“동해시는 180.20㎢의 면적에 인구 9만5천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눈높이는 세계에 두고 다양한 바닷길을 여는 북방교역의 전진기지이자 중심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50년간 가로막혔던 분단의 아픔을 딛고 금강산 관광선의 첫 뱃고동을 울렸던 곳으로, 동해항에서는 한·러·일 국제크루즈페리가 운항되고 있다. 동해·묵호항 배후지역에는 강원도 유일의 국가산업단지인 북평산업단지와 동해자유무역지역이 있으며, 2013년 2월에 지정된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등은 동해시를 비롯한 한반도 동쪽지역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충·강화하는 일환으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주요 관광자원으로는 무릉계곡과 두타·청옥산, 도시 속에 위치한 천곡천연동굴, 축구장 20개를 만들고도 남을 만큼 넓고 깨끗한 백사장, 해송(海松)으로 감싸 안은 망상해변, 이국적인 멋을 간직한 망상오토캠핑리조트, 아름다운 일출과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널리 알려진 추암 촛대바위, 묵호항 배후에 위치한 묵호 등대 마을의 논골담길 등이 있다. 묵호항과 울릉도를 잇는 여객선이 운항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동해시를 즐겨 찾는다.”

취임한 지 1년이 조금 더 지났다. 그동안의 시정 성과를 자평한다면?

“시민들의 격려 속에서 동해시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시민의 생활현장을 꼼꼼하게 살피고, 시민의 작은 소리도 크게 들으며 동해시의 10년, 20년 후의 먹거리를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민중심의 현장행정으로 신뢰받는 시정, 갈채 받는 행복시정으로 거듭나기 위해 공직자에게는 친절과 혁신을 강조하면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 또한 시민중심·경제중심·행복도시 동해라는 시정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8월에는 일과 기능 중심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리고 시민과의 소통으로 공감하고 화합하는 자치공동체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월 25일은 ‘시장과 대화의 날’로 정해 시민과 만나고 있으며 시민들의 시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명예시장제를 운영해오고 있다. 앞으로는 특정한 분야와 주제를 선정해 시민 대토론회와 사랑방 좌담회 등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시민과 함께 특정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내고, 지역발전에 뜻을 모으고 힘을 키워가는 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

선거 공약들은 잘 실행되고 있나?

“민선 6기 1년 기준(2015년 7월)으로 총 71개 공약사업 가운데 택시감차(減車)사업 등 10개 사업이 완료됐으며(14%), 묵호항 재개발사업 등 57개 사업은 한창 진행 중이다.(80%) 그 밖에 행정절차를 밟는 4개 사업도 곧 착수될 예정이다. 전체 71개 공약사업 중 우리 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특화발전을 이룰 중요한 사업들은 매주 점검을 하면서 추진하고 있다.

진행 중인 주요 사업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광활한 석회석 폐광지를 친환경적 복합체험 관광단지로 조성해서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해내는 ‘무릉 복합영농 휴양단지’ 조성사업이다. 이와 함께 인근 백두대간의 옛길을 창조적으로 복원해 지역소득과 관광객 유입을 도모하고자 하는 ‘백복령 옛길 복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둘째는 동해항의 상업적 기능강화를 위한 교류촉진 시스템 구축사업으로 중국·러시아·일본·북한과의 민간교역을 지원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북방물류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셋째는 묵호의 역사성·경관·어촌문화를 바탕으로 동해를 전국 제1의 감성관광지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묵호등대 주변부터 시작해 묵호항 주변, 그리고 동쪽바다의 중앙시장과 연계하는 도시재생 성격의 ‘묵호 감성관광지 개발사업’이다. 이 같은 공약사업은 시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서 시민과 함께 완성해나갈 생각이다.”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에 2014년까지 1조3075억원 투입


▎1. 심규언 동해시장은 전통시장을 자주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고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 / 2.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있는 심규언 동해시장.
심 시장의 그랜드 디자인 중에는 동해시가 북방경제시대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는 구상이 있다고 들었다. 이를 위해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나?

“우리 동해시 소재 동해항의 현재 체선율(滯船率)이 24%로 전국에서 최고 수준의 포화상태를 맞고 있다. 이를 해소하고자 2013년부터 해양수산부가 동해항 3단계 확장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착공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안에는 반드시 착공이 필요한 사업이다. 동해항은 중국의 동북 3성, 러시아 연해주 등과의 북방교역에서 부산·울산·포항 등에 비해 수도권과 가까워 경쟁력이 높다. 동해항 3단계 확장 사업은 우리 지역의 개발사업을 넘어 국토의 균형 발전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국가사업이다. 단순히 동해항의 항만기능을 넘어서 복합산업 클러스터(산업집적지) 역할을 수행하는 동해항만배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며, 동해항과 국도 38호선 및 동해고속도로와의 원활한 접근 교통망을 위해 항만진입도로 개설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지역의 역량만으론 역부족이기에 중앙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

둘째는 광역교통망 확충이다. 먼저 철도망 구축사업으로 원주~강릉 간 고속전철의 동해 연장은 동해시뿐만 아니라 영동 남부권의 염원이다. 동해북부선(삼척~제진) 또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추진할 계획이다. 동해항의 활성화와 직접 연관성이 있는 이 철도망 구축사업은 장차 북한의 철도망과 연결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의 실현을 앞당겨 주리라 기대한다.

셋째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다. 현재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은 ‘첨단 녹색소재산업 육성으로 환동해권 경제중심지 건설’이라는 비전을 갖고 추진 중이며 북평지구는 환동해 교역비즈니스 거점 육성을, 망상지구는 종합 사계절 명품 해양·복합 관광도시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사업은 2013년부터 2024년까지 12년간 4개 지구에 총 1조307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북평지구는 기(旣)조성 산업단지(0.32㎢)와 기타 구역으로 구분해서 기조성 산업단지 구역은 투자설명회 및 개별기업 투자유치 활동을 통해 미국·일본·중국과 투자 협의 중이다. 망상지구와 관련해 2013년 9월 캐나다 던디 코퍼레이션과 망상지구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2014년 9월 ‘종합 사계절 명품 해양·복합 관광도시’ 조성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던디 코퍼레이션은 ‘360동해개발공사㈜’라는 국내법인을 설립해 올해 2월 26일 강원도지사로부터 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받아 마스터플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청렴서약… 1년 동안 공무원 부조리 ‘제로(0)’


▎심규언 동해시장은 “동해시의 주인은 9만5천여 시민들”이라며 다시 한 번 ‘섬김의 시정’을 약속했다.
북방물류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사업인가?

“북방물류센터는 동해항의 상업적 기능강화를 위한 교류촉진 시스템 구축사업이다. 현재는 북방교역이 각국의 통관제도와 진입장벽 및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제거하고 정보제공 등으로 민간기업의 교역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북방물류센터 설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내년 초에는 재단법인 북방물류센터가 출범할 예정이며 북방물류센터는 기업지원 기능, 물류네트워크 구축, 연구기능으로 교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동해항 활성화, 기업유치 및 연계산업으로 고용창출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취임 초부터 공무원들에게 청렴을 특히 강조한다는데 좋은 결실을 거두었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서는 제도적인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직제개편을 통해 감사담당관실을 신설해 공직비리 예방활동과 예방감사에 중점을 두고 전 부서에 대해 사전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청렴과 부패방지 실천을 위해 공직자 부조리신고센터와 공직자 불친절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민선 6기 1주년을 맞아 모든 공직자가 실천의지를 다지는 청렴선서를 실시하기도 했다. 또한 수시로 암행 감찰을 시행해 공직기강을 바로잡고자 애쓰고 있다.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조직 내부기강이 어느 정도 확립됐고 대(對)시민 친절도가 높아지는 등 공직 내부에 책임감과 신뢰감을 심어주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고 본다. 또 ‘시민중심! 경제중심! 행복도시! 동해’의 시정목표를 공직자들이 공유·공감하고 의식을 바꾸는 전환기가 됐다. 지난 1년 동안 단 한 건의 공무원 관련 부조리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동해시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평가한 전국 기관별 청렴도 측정에서 강원도 내에서 2위를 차지했다.”

동해시민들의 봉사활동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동해는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는 시민이 전체 9만5천 명 가운데 무려 1만6천여 명에 이른다. 공직자 가운데 상당수도 봉사활동이 일상이 될 정도로 동해시는 전국 최고의 봉사도시이기도 하다.”

‘행복한 동해 만들기’를 위한 시민운동도 진행되고 있다던데.

“소득 양극화와 개인주의 팽배, 그리고 지역공동체 의식결여 등이 우리 사회의 화합과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행복한 동해 만들기’ 운동을 범시민 운동으로 전개해나가고 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도, 특권층만 누리는 것도, 그리고 어렵고 힘든 것도 아니다. 또 행복을 찾고 만드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리고 시민 모두가 작은 것, 손쉬운 것부터 찾아 실천하자는 운동이다.”

평소 말보다 행동을 중시하는 시장이란 평가를 듣는데 시정혁신과 관련해 어떤 것을 실행에 옮겼나?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행정은 하지 않으려 한다. 지난해 조직개편과 대대적인 인사를 앞두고도 시장에게 누구 하나 인사 청탁이 없었다.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행정을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것이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배치했다. 늘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할 방침이다. 600여 동해시 공직자와 함께 행복한 동해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시장의 임무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공이산의 자세로 일할 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광 동해시’에 대해 설명해달라.

“관광은 산업이다. 따라서 관광이 주민의 소득증대,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 시를 세계적인 명품, 웰빙, 관광·휴양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관광이 소득창출과 연계되도록 시티투어 운영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명사십리 망상해변에는 평창동계올림픽 특수를 대비해 2016년까지 국비 등 12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2단계 한옥타운을 확충하는 ‘망상웰빙휴양타운’을 조성하게 되는데 올해 완공된 캠핑장과 함께 휴양·레저 문화를 선도할 것이다. 동해안 제일의 일출명소인 추암관광지는 올해 안에 보상을 마무리하고 민간사업자와 역할분담을 통해 차별화된 문화체험 공간으로 조성할 것이다. 올해 124억원을 투자해 환경성 질환(아토피·비염·천식) 치료를 목적으로 완공되는 무릉계곡 내 동해무릉건강숲은 특색 있는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것이다. 묵호등대 일원과 논골담길은 어부와 서민의 삶과 애환이 깃든 장소로 잊혀가는 추억을 살려내고, 옛 것에 대한 문화적 감성요소를 가미해 동해안을 대표하는 ‘감성관광명소’로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또한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국행수륙대재(國行水陸大齋)를 관광자원화시키는 등 전통의 맥을 잇는 유·무형의 문화자원을 지속적으로 육성시켜나가겠다. 더불어 수준 높은 공연을 유치해 시민의 문화적 소외감을 해소하고, 올해 완공한 동해문화원과 문화예술회관의 활발한 운영을 통해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여나갈 예정이다.”

평소 마음에 두고 있는 좌우명이 있나?

“그럴싸한 좌우명은 없다. 다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소신이다.”

시장은 책임이 막중한 자리로 스트레스도 크다. 심 시장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는가?

“특별한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다. 대신 밤 9시쯤 업무를 마치고 청사를 나선 뒤 이따금 전천강변을 산책한다. 혼자 조용히 걸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바람을 쐬러 나온 시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남은 임기 동안 ‘이것만은 꼭 이루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뭔가?

“우리 사회 곳곳에 깊게 뿌리내린 부조리·불법·편법 등 비정상을 바로잡아 기본과 원칙이 바로서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사회를 만들어 시민과의 신뢰를 구축하겠다. 또한 시민참여의 열린 행정, 시민중심의 민주행정을 펼쳐 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시민중심·현장중심의 행정서비스 실천에 대한 공직문화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행정 지평을 열어나가야 한다. 시민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과 가감 없는 조언을 부탁드린다.”

요즘 동해시민들은 심 시장을 ‘맏사위’ 또는 ‘맏아들’로 부른다고 한다. 넉넉한 덩치만큼이나 뚝심도 대단하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심 시장이다. 고사성어에 빗대면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자가 산을 옮긴다)이라고나 할까.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201510호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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