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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터뷰] 모노레일을 지역 명물로 키우는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지상 10m ‘이동 전망대’에서 프러포즈를! 

대구도시철도 3호선 ‘특별 이벤트 열차’가 선사하는 사랑과 낭만의 물결… 개통 100일 맞은 3호선이 지역의 경제, 문화, 교통의 새 흐름을 이끈다

▎설계 당시 안전성 논란을 불렀던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이제는 효율적인 교통수단일 뿐만 아니라 관광수단으로서도 효자 노릇을 한다.
지난 4월 개통된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달리는 전망대’, ‘하늘열차(Sky Rail)’ 등의 애칭이 따라붙는다. 10m 상공에 깔린 모노레일을 따라 대구 도심을 남북으로 내달리며 다채로운 풍광과 지역의 토착 정서를 승객들에게 선사하는 까닭이다. 3호선은 북구 동호동에서 수성구 범물동 용지역까지 모두 30개 역을 거친다. 이 구간(23.95㎞)을 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분이면 족하다. 자동차 또는 지하철로 이동하는 대구 시민들, 경부선 열차 혹은 KTX를 타고 대구를 스쳐 지나가는 외지인들이 지상에서 결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도시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지하철로 운행 중인 1·2호선과 달리 3호선이 지상으로 달리게 된 건 누적된 대구시의 지하철 관련 부채 때문이다. 예산절감 차원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게 지상 모노레일이다. 지하철 1m 건설비용이 1억원이라면 지상 모노레일은 5천만원이면 충분하다.

3호선이 이제는 대구의 도시 이미지와 경제 구조를 개선하는 교통 인프라 역할로 주목받는다. 도시철도 건설과 운영을 책임지는 대구도시철도공사 홍승활 사장(60)은 “3호선은 주·야간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지상 10m 이상 상공에서 바라보는 ‘움직이는 전망대’로서 대구의 새 명물이자 관광의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을 잇는 3호선 개통으로 대구 동서남북 어디든지 1시간 내에 갈 수 있는 도시 철도망이 완결되면서 팔달로, 달성로, 명덕로 등 옛 도심 낙후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됐다고 강조한다. 3호선 개통 100일을 맞은 7월 31일 대구시 달서구 대구도시철도공사에서 홍 사장과 만나 모노레일이 가져올 대구시의 변화상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3호선이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기발한 이벤트 효과도 한몫한 것 같다.

“모노레일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신교통시스템이다. 공사는 대구의 명물로 등장한 모노레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기능성을 강화하는 아이디어를 많이 짜냈다. 대표적인 게 ‘특별 이벤트열차 운영’이다. 모노레일 열차(3량 1편성, 길이 46.2m)를 통째로 각종 이벤트, 행사 공간으로 빌려주는 사업이다. 정규열차 운행시간 사이의 빈 틈을 활용해 특정 고객만을 위한 특별열차를 운행한다. 대구시의 구석구석을 탁 트인 시야로 조망하는 관광열차라서 무료함이 없고 이동하는 열차에서 보는 야경 또한 환상적이다.”

누구나 열차를 통째로 전세를 낼 수 있나?

“그렇다. 특별열차는 기업, 학교, 각종 동호인 단체에서 회의장이나 간담회, 친목회 장소로 빌려 쓸 수 있다. 또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의 현장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거나 국내외 관광객들이 그들만의 특별한 행사 공간으로도 쓸 수도 있다. 개인이 전세를 내도 된다. 결혼식, 팬 사인회, 생일축하 파티장 용도로도 가능하다. 단, 제품 판매 등 오로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임대는 허용되지 않는다.”

“35만원의 프러포즈라면 해볼 만하지 않나?”


▎도시철도 3호선에 탑승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왼쪽부터 셋째).
열차를 통째로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편도 기준으로 기본운임 27만원, 회송비 8만원 등 총 35만원이다. 기본운임은 ‘열차 1회당 평균 수송인원(245명)’에 ‘기준운임(1100원)’을 반영해 산출한 비용이다. 일반승객을 수용하지 않는 데 따르는 손실이 없도록 비용을 산정했다.”

특별 이벤트 열차는 주로 어떤 용도로 임대되나?

“지역의 한 청년이 사귀는 여성에게 프러포즈를 하고자 열차 한편을 통째로 빌렸다. 오늘 저녁이 D데이다. 아마 전국 최초의 프러포즈 열차가 아닐까? 기억에 두고두고 남을 아주 낭만적인 프러포즈가 될 것이다. 나 같으면 결코 35만원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모 결혼정보회사에서 선남선녀 10여쌍의 첫 만남을 특별 이벤트 열차에서 주선하기도 했다. 9월 중에는 첫 웨딩열차가 운영될 계획이다. 7월 말 현재 17건의 예약이 들어와 있다. 다른 시·도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이벤트 열차로 성장하도록 홍보와 운영에 최대한의 정성을 기울이겠다.”

모노레일이 대구시민의 경제 활동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했는데.

“대중교통 소외지역인 대구의 북쪽인 칠곡, 남쪽인 범물 지역의 교통난 해소에 숨통을 틔웠다. 또 대구 동서남북 어디든 1시간 내 갈 수 있는 도시철도망이 완성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경제활동도 탄력을 받는다.”

3호선은 서문시장, 팔달시장 같은 많은 재래식 시장을 경유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예전 같으면 승용차나 택시를 타고 새벽 장보기에 나서는 상인들이 3호선 첫차를 이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가장 많은 승객이 붐비는 역은 서문시장역으로 하루 평균 6500명이 이용한다. 오는 10월 야시장이 개장되면 하루 2천~3천 명이 더 몰릴 전망이다. 역세권 개발 등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얼마 전 중국에서 에스컬레이터 발판이 빠져 애꿎은 아기 엄마가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했다. 3호선은 안전한가?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리지 않았다. 3호선 환승역인 신남역 에스컬레이터는 길이가 57m로 한국에서 가장 길다. 당초 지하로 설계되던 3호선이 예산문제로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에스컬레이터 길이도 덩달아 세 배로 늘었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공사 직원 200명을 태워 수차례 왕복 시운전을 하는가 하면 개통후 지금까지 에스컬레이터 엔지니어가 현장에 상주하도록 조치했다. 안전 관련 트라우마를 가진 대구 시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하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상 10m 이상 높이의 고공 운행과 무인운전에 대한 우려는 불식됐나?

“역과 역 사이에서의 불시 정차, 겨울철 궤도 결빙 사고 등의 우려가 제기된 게 사실이다. 지상 10m에서 차량 고장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낭패다. 시민들은 이 점을 우려했지만 지난 1년 동안의 시운전을 통해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고 하겠다. 그래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고 발생 15분 내에 도착 가능한 고가사다리 차량, 차량 화재를 진화할 열차 지붕 위 물탱크(워터 미스터), 나선형 미끄럼틀식 비상 탈출장치인 ‘스파이럴 슈터’ 등 2중3중의 안전장치를 구비했다.”

1995년 11월 설립된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대구 도심 도로는 바둑판 구조를 갖춰 다른 광역시에 비해 교통 체증이 덜하고, 버스 등 대중교통체계가 발달한 편이다. 이런 도시에서 승객을 도시철도로 유인하자면 더 많은 착상과 노력이 요구된다. 홍 사장은 “각 역마다 ‘김광석 거리’, ‘헬스 케어 존’ 과 같은 특성화 사업을 펼치는 등 고객에게 감사를 전하는 창의적인 시민감동 이벤트를 통해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201509호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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