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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인터뷰] 송영선 전 국방연구원 일본연구실장의 ‘집단적 자위권’ 분석 

“일본은 한반도 상륙에 관심없다”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사진 전민규 기자
중동의 원유수송로 안전 확보와 중국의 남중국해 영향력 차단용… 박 대통령, 중국 편드는 인상 주면 한·미 관계 난기류에 휘말릴 수도

▎송영선 전 국회의원은 일본의 군사활동 반경 확대가 한국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믿는다.
일본 정부가 자국 내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안전보장관련법안(안보법안) 11개를 지난 9월 참의원에서 강행 처리했다. 이들 법안은 우방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서 반격하는 권리, 즉 집단적 자위권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 헌법 9조는 상대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전수(專守)방위’를 명시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위법(안보법안)이 상위법(헌법)을 어겼다는 위헌 논란이 일본 안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다.

논란의 향방을 떠나 안보법에 따르면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그곳이 어디든 일본 자위대가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군사활동을 펼치는 근거를 제공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작전을 전개할 수도 있다. 한국의 이익과 안보에 중대한 변수가 생긴 것이다. 한국 정부는 “우리 영역 내 자위대 활동은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필요하다”며 예사롭지 않은 눈길로 일본 동향을 주시한다. 구한말 을미사변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군사적 만행을 기억하는 한국은 일본의 군사활동 범위 확대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본이 총대 메는 對중국 포위전략


▎9월 19일 일본 안보법안이 참의원 본회의에서 통과하자 자민당 등 여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한국국방연구원 일본연구실장과 안보전략센터 소장을 지낸 송영선 전 국회의원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미국과의 교감 아래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됐으며,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초점은 중동과 남중국해에 맞춰져 있음을 강조한다. 미국이 적극 후원하고 일본이 총대를 메는 대(對)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이며 엄밀히 말하자면 한반도 군사작전은 미·일의 일차적 관심권 밖이라는 설명이다. 일본 안보법 성립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미국과 일본이 오랫동안 머리를 맞댄 결과 내놓은 전지구적 군사전략의 완결판으로 규정한다. 그는 “이제 보다 넓은 시야에서 미·일 군사협력과 일본의 안보법제 성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1983년 미국 하와이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래 30년 가까이 한국국방연구원, 국회 국방·외교통일 위원회(17·18대 국회) 등 국방·안보 분야에서 활동했다. 현재 인천대 초빙교수로 활동 중인 그는 일본 방위대학 초빙교수(1995년), 일본 게이오대학 연구원(1997년) 자격으로 일본 현지에서 그들의 군사 안보전략을 연구한 바 있다. 1999년 8월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펴낸 월간지 <국방과 기술> 8월호에 실린 그의 ‘미·일 신방위 협력 지침과 주변사태법’ 제하의 논문은 1945년 종전 이후 미·일의 안보협력의 역사와 진로를 잘 설명한다. 송 전 의원은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간과하는 미·일 방위협력의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안보법안 통과가 훗날 한반도의 미래에 어떤 사건으로 기록될까?

“한국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은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에너지 수급과 안보 측면에서 그렇다.”

왜 에너지 수급에 초점을 맞추나?

“한국은 원유의 절대량(84%)을 중동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의존도가 날로 증가한다. 중동산 원유를 실은 선박이 지나는 인도양 해상교통로(씨레인, sea lane)가 막히는 날에는 경제는 거의 올스톱이다.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동-믈라카해협-남중국해-대만해협에 이르는 원유수송로 안전 확보에 목을 맨다. 예를 들면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페르시아만 호르무즈해협이 특정 국가에 의해 봉쇄된다고 치자. 미국은 당장 군사작전에 나서고 기뢰 제거 작업 등에 일본의 소해정이 뒤를 따른다. 안보법안으로 대외 활동반경을 넓힌 일본이 인도양 해상교통로를 안전하게 관리하면 결국 한국도 이익이 된다.”

안보 측면의 효과란?

“한반도 유사시 미국 본토의 증원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일본 내 미군기지에서 병력과 군수품 지원을 담당한다. 한국의 안보에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곳이 바로 일본의 미군기지다. 특히 탄약보급창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이 한반도에 비축해놓고 있는 전쟁에 필요한 탄약은 길어야 한 달, 짧게는 15일 분 정도가 고작이다. 어떤 탄약은 1, 2일분에 그치는 것도 있다.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일본 미군기지의 대부분이 몰려있는 오키나와에서 탄약을 가져와야 전쟁을 할 수 있다. 안보법 통과로 자위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탄약 공급 등의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일본 군대의 한반도 진출에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의사에 반해 일본이 자의적으로 군사활동을 전개하는 경우를 배제하지 못한다는 게 신중론자들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여론이 뒤숭숭한 건 안다. 이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과 같다.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는 경우는 두 가지에 국한된다. 첫째가 한반도 유사시의 비전투원 철수작전(NEO, 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이다. 한국에 와 있는 일본 민간인을 안전한 곳으로 소개(疏開)하는 일이다. 그러자면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와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이에 난색을 표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일본에 급변사태와 같은 긴급상황이 생기면 한국정부가 주일 한국인들을 구출해야 하는데 일본 정부가 이를 가로막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협의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한·일 영토갈등보다 한·중 영토갈등이 더 치명적


▎2012년 홍콩의 선박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향해 운항하자 일본 순시선 두 척이 에워싸며 항로를 막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또 어떤 경우에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한다고 보나?

“한반도 유사시 해상의 소해(掃海)작전에도 일본의 도움이 불가피하다. 안전한 항해를 위해 바다에 부설한 기뢰 따위의 위험물을 치워 없애는 일을 소해작전이라 한다. 6·25 전쟁 당시 이미 많은 일본인이 미군의 해상작전을 지원하는 형태로 참전한 전례가 있다. 인천·부산·원산 앞바다에서 기뢰제거 작업 등 소해작전에 일본 소해정 수십 척이 동원됐다. 그때 목숨을 잃은 일본인들도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소해 기술은 일본이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만약 당시 일본 소해정 지원이 없었다면 인천상륙작전은 애당초 불가능했을 것이다.”

안보법안이 소해작전에 미치는 영향은?

“종전까지 일본은 공격받지 않는 한 방어만 한다는 헌법상의 ‘전수방위’ 원칙 때문에 남의 나라 앞에까지 와서 소해 작전을 펴기 어려웠다. 특히 기뢰제거 작업은 사안의 성격상 공해가 아닌 특정국 영해 안에서도 진행되는데 이는 평화헌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집단적 자위권이 법에 의해 보장되면 이런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일본 소해정은 연안의 기뢰 제거 작업에 활용돼야 한다.”

한반도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시 한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원칙에 한·일 국방장관이 합의했다고는 하나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일본에 오라면 오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이 조성된다면 한국 정부의 동의를 전제로 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는 자주권이 있다. 설령 북한군이 쳐들어 온다 해도 한국의 동의 없이 외국의 군대가 들어올 수는 없다. 우리는 충분히 ‘노(No)’할 수 있다. 미국도 우리의 동의 없이는 일본을 들어오게 할 수 없다. 한·미연합방위체제는 한·미간 사전 협의를 원칙으로 한다. 그 전례도 있다.”

어떤 전례인가?

“1994년 북한 측의 ‘불바다’ 발언 이후 미국이 북한 폭격을 추진했다. 당시 박영수 남북 특사교환 실무접촉 북측 대표가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된다’고 협박한 게 화근이었다. 미국은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준비했다. 작전계획까지 다 세웠는데 한국의 반대에 직면했지 않나. 막대한 인명 피해를 우려한 김영삼 대통령 등 한국 측의 강력한 제지로 결국 계획이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끝까지 반대하면 미국도 어떻게 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일본 자위대가 한국 정부의 의사에 반해 한반도에 상륙해 주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독도 영유권 문제 등도 있고 해서 그런 걱정을 하는 쪽도 있지만 좀 과하다는 느낌이다. 내가 일본을 믿어서가 아니라 일본이 피를 흘리면서까지 남한과 전쟁을 치르는 일은 절대 없으리란 확신이 있다. 국력과 군사력으로 볼 때 한국은 절대 만만하게 넘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영토 갈등이라면 일본보다는 중국을 더 경계해야 한다. 동북공정 등을 통해 고구려, 발해 등 한민족 고대 국가를 자기네 역사와 강역에 포함시키려 드는 게 중국이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국경을 맞대는 중국과 영토 문제로 충돌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은 궁극적으로 누구를 겨냥하는 것인가?

“일본 안보법안의 관심권은 한반도가 아니라 남중국해다. 중국은 땅덩어리에 비해 해안과 주변 바다가 짧고 좁은 나라다. 오른쪽으로 한국의 평택기지가 있고, 그 밑으로 일본의 오키나와 기지, 또 그 아래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남사군도가 자리한다. 이곳은 중국의 남동쪽에 있는 중국해이자 미국 서태평양 함대의 관할이기도 하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 든다. 이른바 ‘접근거부전략(AAAD, Anti Access Area Denial)’이 대표적이다. 일본-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1도련선(島鏈線, island chain)과 오가사와라-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를 잇는 2도련선을 설정했다. 다시 말해 일본이 2차대전 당시 추구했던 대동아공영권을 지금은 중국이 자국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자연히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첨예할 수밖에 없다.”

안보법안은 미·일동맹이 글로벌동맹으로 진화한다는 증표라는 시각이 있다.

“예컨대 일본은 센카쿠가 자국 땅이라고 여긴다. 이를 둘러싼 영토분쟁이 중국과의 무력 충돌로 비화하면 미국이 항공모함을 파견하게 된다. 이때 일본은 미군의 해상 병참선 방위를 책임진다. 미 항모 전단을 보호하고 해상 보급로를 확보하는 역할이다. 이게 바로 집단자위권의 본심이다.”

송 전 의원은 일본의 안보법제는 일조일석에 갑자기 등장한 법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은 2차대전 패배와 함께 무장해제되고 비군사화와 민주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1951년 체결된 ‘구(舊)미·일안보조약’은 일본의 손발을 묶는 대신 일본 국내의 내란이나 소요가 번지면 미군이 출동토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1961년 ‘신(新)미·일안보조약’에서 기류가 변했다. 미·일 어느 쪽이든 일방적인 공격을 받으면 공동 대처키로 함으로써 일본에 ‘무력에 저항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단초를 열어줬다는 것이다.

일본의 재무장은 미국의 오랜 숙원


▎8월 30일 아베 일본 총리 퇴진과 집단적 자위권 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렸다. / 사진·중앙포토
자위대 재무장의 길을 터준 것인가?

“그렇다. 1970년대 동서 냉전체제가 고착화되면서 미·일안보조약의 기능도 변화한다. 1978년 미·일방위협력지침 등은 일본이 미국과 공동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데 방점을 뒀다. 유사시 공동방위, 공동작전을 펼치는 쪽으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진화했다. 1990년대 냉전 체제가 종식되면서 일본 자위대의 방위력과 구조도 재편기에 접어든다. 1999년 5월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안이 일본 의회를 통과하고 난 뒤 주변사태법 제정, 자위대법과 상호 물자지원협정(ACSA, Aquasition and Cross Service Agreement)이 개정되는 등 조치가 뒤따른다. 일본 주변을 어디로 할 것인지, 자위대는 어떤 수준으로 미국을 지원할 것인지, 일본은 무기·탄약·물품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특히 주변사태법은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 공격에 이를 주변지역의 사태 등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법안이다. 당연히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법안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일본 안보법 제·개정에 이르게 됐다. 이번 일본의 안보법 제·개정은 2014년 7월 일본의 헌법해석 변경, 2015년 미·일방위협력 지침을 통해 구체화된 집단적 자위권을 제도화한 과정이다.”

이들 법안 중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법안을 꼽자면?

“무력공격사태법, 중요영향사태법, 국제평화지원법 등이 한반도 안보에 밀접하다고 하겠다. 특히 중요영향사태법은 1999년 제정된 주변사태법을 대체한 것이다. 주변사태법은 한반도와 같은 일본 주변 지역의 유사시 일본이 미군의 후방지역을 지원하는 사항을 담고 있지만 중요영향사태법은 후방지역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했다. 일본과 중동 페르시아만은 1만㎞이상 떨어져 있다. 페르시아만에 전쟁이 일어나 미군이 투입되면 일본도 당연히 따라간다. 일본의 안보법안이 적용될 주요 대상을 한반도라기보다는 중동 원유수송로, 대만 등 남중국해라고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대만은 왜 거론되나?

“우리의 관심권 밖이지만 일본은 대만에 대해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 일본은 한반도 강점 훨씬 이전인 1895년 대만을 식민지로 삼았다. 그해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대만을 완전 점령한 것이다. 일본인들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대만은 ‘일본화된 섬’쯤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다시 합병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중국과 대만 양안관계에 군사적 충돌이 생기거나 하면 미국이 좌시할 리 없다. 미국 지원을 명분으로 한달음에 대만으로 달려가고픈 게 일본의 솔직한 속내다. 일본은 대만에 필이 꽂혀있다.”

대만에 대한 일본의 애착은 뜻밖의 얘기로 들린다.

“1975년 장제스 전 총통 사망이래 중국은 대만을 적극 끌어 안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한때 식민지 종주국으로서 대만인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으려는 일본 역시 대만을 각별하게 생각한다. 내가 접해본 대만인들은 일본에 대한 감정이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박 대통령, 한일문제에서 여론 너무 의식해


▎송영선 전 의원은 미·중 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최소한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28일 유엔 연설에서 일본 안보법안 통과를 ‘동북아 안보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이라면서 주변국가가 우려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어떤 취지에서 나온 발언으로 이해하나?

“주변국이 우려한다는 언급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자칫 남중국해에서 박 대통령이 중국의 편을 든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미관계는 난기류에 휘말릴 수도 있다. 보다 객관적인 표현을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를테면 안보법이 공정하게 적용되길 바란다는 등의 언급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이 왜 그런 발언을 했다고 보나?

“여러 가지 고려가 있었겠지만 중국에 경도된 입장 표명일 수도 있다.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미·일과 중국의 대결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 외교·안보 관료와 청와대 참모들이 사전에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을까?

“정부 관계자들이 소신보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외교와 안보는 객관적 사실과 국익에 입각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부터가 그런 시그널을 발산하고 있다. 물론 전승절에 갈 수 있는 일이지만 사전에 미국과 일본에 요란스러울 정도로 떠들썩하게 특사를 보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남들이 볼 때 한국이 중국을 불가피하게 가까이하지만 사전에 동맹국이나 우방을 적극 고려하고 있음을 과시했어야 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전승절에 가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말이다.”

외교·안보 라인의 전략적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한국이 중국에 가까워지고 경도될수록 중국에 얕잡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벗어나 중국 편중으로 가면 중국에게 한국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진다.”

10월에는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잡혀있다. 양국 정부는 한미 관계가 돈독하다고 하는데

“속으로 불만을 품어도 내색하지 않는 게 국가 관계이자 외교다. 미국이 마음먹으면 상대를 골탕 먹일 방법은 많다. 통화정책, 금리정책만으로도 중국 경제가 휘청대고 그 여파로 한국은 몸살을 앓는다.”

한미간 견해차가 큰 사안을 하나 든다면?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문제다. 최근까지도 한국은 사드 한반도 배치에 유보적이다. 중국의 명시적 반대가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이를 내심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사드는 북한 핵 위협으로부터의 방어수단이기도 하지만 실은 중국 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을 보호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항모 공격용이라는 동풍 21C(사거리 1800㎞)로 평택을 때리면 주한미군은 초토화된다.”

한일관계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데.

“한일관계는 대세론적 차원에서, 국익에 부합하는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여론을 너무 의식하는 게 아닌지 싶다.”

국방연구원에서 일본정책실장을 8년간 역임했다. 일본의 속성이랄까 행동양식에 비춰볼 때 아베 총리는 전쟁금지 조항을 담은 평화헌법 개정을 강행할까?

“개헌은 할 수밖에 없다. 아베의 성향과 일본정부의 오랜 준비에 비춰볼 때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미 하위법(안보법안)이 상위법(헌법)의 ‘뺨을 때리는’ 상황 아닌가?”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사진 전민규 기자

201511호 (201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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