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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물고기 중의 으뜸이라 ‘참치’ 

‘바다의 닭고기(sea chicken)’로 불리며, 기름기 많아지는 12~2월 잡힌 것이 최고 진미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감칠맛 나는 다랑어지만 수은 같은 중금속이 많은 게 탈이다 / 사진·중앙포토
참치(다랑어)는 맛이나 영양 면에서 다른 어종을 앞지르는 물고기 중에서 으뜸이라 하여 ‘진어(眞魚)’, ‘진치’, ‘참 물고기’라 불러왔는데, 그 말들의 뜻을 함께 묶어 ‘참치’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맞는 듯하다. 그런데 참치라는 말은 그렇다 치고, 순우리말인 ‘다랑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 답답할 뿐이다. 그리고 참치를 일본사람들은 마구로(まぐろ), 서양인들은 ‘tuna’로 부른다.

고등어과의 경골어류인 육식성 바닷물고기로 풍미(風味)가 있는 것이 비릿하지 않다. 학자에 따라 분류체계가 퍽이나 다르지만 보통은 6속15종으로 친다. 그중에서 열대성 다랑어에는 가다랑어·눈다랑어·황다랑어, 온대성 다랑어에는 참다랑어·날개다랑어 등이 있다.

다랑어 중에서도 맛이 가장 좋기로는 참다랑어 (Thunn us thynnus, bluefin tuna)를 친다. 참다랑어는 우리나라·일본·미국·멕시코 해역에 분포하는 태평양참다랑어, 대서양참다랑어, 남방참다랑어가 있고 전체 다랑어 어획량 중 0.75%가량이라 워낙 귀하고 비싸다. 또 총중에 큰 편으로 태평양의 것은 체장 3m, 체중 560㎏에 달한다고 한다. 필자의 몸무게를 70㎏으로 쳐도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간다.

다랑어 종류에 따라 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됨됨이가 뚱뚱한 것이 방추형(원기둥)이고, 머리는 원추형(원뿔)이다. 긴 주둥이 끝이 뾰족하고 입이 크며, 큰 머리에 비해 눈은 작은 편이다. 우글우글 무리 지어 망망대해를 표표히 떠다니는 습성이 있고,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한 유선형으로 속도를 내기에 알맞으며, 두 갈래의 꼬리지느러미는 커다란 것이 초승달 꼴을 하고, 그놈을 마구 흔들어 급물살을 내면서 내달리는데 황다랑어(yellowfin tuna)는 무려 시속 80㎞나 된다.

몸의 등 쪽 바탕은 짙은 청색이고, 중앙과 배는 은회색이며, 측선(lateral line)과 머리 뒤 몸통을 제하고는 비늘(scale)이 없다. 등지느러미는 둘이며 제2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에는 7~10개의 자잘한 지느러미(finlet)가 나고, 꼬리지느러미가 달라붙는 꼬리자루(미병, 尾柄)는 똑 부러질 듯 아주 가늘다. 또한 물고기·갑각류·오징어·날치·고등어·멸치·어린 상어 따위를 잡아먹으며, 대신 이빨고래가 다랑어의 주된 천적이다.

그런데 백상아리와 다랑어 등 일부 물고기의 몸에 온혈(溫血)이 돈다. 그렇다고 조류나 포유류 같은 온혈동물이란 뜻은 아니다. 어쨌거나 다랑어 체온이 수온보다 훨씬 높아 수온이 6℃인데도 몸속 온도는 아예 33℃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몸이 더운 탓에 빠른 유영속도를 내어 열대·온대·한대 바다까지 돌아치며, 또 표층(表層)에서 제법 깊은 심해(深海)까지 먹이 사냥터를 넓힐 수 있다.

바다 밑 400m 양식장에서 키우는 참치

그리고 다른 물고기 속살은 죄다 희지만 다랑어 근육은 분홍 또는 검붉은 빛깔을 띤다. 살이 붉은 것은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탓이기도 하지만 소, 돼지의 살코기가 붉은 것처럼 산소를 헤모글로빈보다 더 잘 결합하는 미오글로빈(myoglobin) 색소 때문이다.

빛이 셀수록 그림자가 짙은 법. 다랑어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바닷물고기들의 등은 검푸르고, 뱃바닥은 은빛 흰색이다. 이렇게 햇빛에 노출되는 등짝은 어둡고 그늘진 곳은 밝은 색인 것은 몸을 위장(僞裝, camouflage)하기 위한 전략이다. 물고기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등과 바다 밑 어두운 색이 섞여 잘 보이지 않고, 물밑에서 위로 보면 배의 밝은 색과 환한 하늘색의 혼합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방어피음(防禦被陰, counter-shading)이라 하고, 이 원리를 처음 연구·발표한 화가(畵家) 테이어(Thayer)의 이름을 따 ‘테이어의 법칙(Thayer’s law)’이라고 한다. 이렇게 날짐승이나 길짐승들이 아래위 등과 배가 흑백 배색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다랑어는 ‘바다의 닭고기(sea chicken)’라 불리며, 기름기가 많아지는 12~2월에 가장 맛이 난다. 참치는 고단백질이면서 저지방·저칼로리 어종으로 DHA, EPA, 셀레늄 등을 함유하여 성인병을 예방하는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는다. 고등어처럼 고등어과의 ‘등 푸른 물고기’이므로 오메가-3 지방산(omega-3 fatty acids)이 많다.

헌데 다랑어는 더없이 좋은 물고기이지만 수은(水銀, mercury) 같은 중금속(重金屬)이 많다는 것이 탈이요, 흠이다. 먹이사슬에서 정점포식자(apex predator)인지라 중금속이 농축돼 있어, 특히 임신부나 산모, 유아들은 고기를 많이, 자주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특히 맛있다는 뱃살 지방에 더 많은 수은이 들었다고 한다.

다랑어는 바다에서 잡자마자 으레 머리와 내장을 없앤 뒤 영하 60℃ 이하의 저온에 냉동 보관한다. 다랑어는 횟감으로 인기가 높고, 부위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이다. 참치뱃살은 등살에 비해 줄잡아 50배가 넘게 지방이 들었다 하는데, 최고급으로 치는 하얀 뱃살에서부터 속살·옆구리·등·갈비·목·머리·꼬리살이 부위별로 색깔과 맛, 식감(texture)이 다 다르다.

다랑어는 회 말고도 초밥·굽기·건조·염장·훈제로 먹고, 주로 가다랑어(Katsuwonus pelamis)로 만든 통조림은 그대로 또는 샐러드나 김치찌개로 먹는다. 그리고 다랑어의 고상하고 특유한 감칠맛은 핵산조미료의 구성 성분인 이노신산(inosinic acid)이 많기 때문이다. 어허, 살 한 점을 토막내 김에 싸 소금참기름에 쓱 찍어먹는 생각을 하니 군침이 한입 도는 것이….

일본사람들이 최고로 다랑어 먹기를 좋아하는 통에 세상 다랑어 씨를 말린다. 그래서 외려 사육 연구도 가장 깊게 많이 한다. 노르웨이연어가 그렇듯이 다랑어를 바다 밑 400m에서 가두리양식을 한다는데 우리도 제주 남해에서 시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무튼 물고기들도 바다 텃밭에서 키워먹는 세상이 됐다.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201512호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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