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주기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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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물 든 하늘은 수북하다봄꽃이 들어가/ 하늘이 좀 더 연해진다연필심을 열심히 깎다 보니/ 연필심에서/ 흘러나오는 꽃도 있다봄물이 들어아가의 알몸에도/ 노란 아지랑이들이 피어나고봄물이 녹아/ 어둡던 계단도 환해진다병든 노모의 몸을 닦다가/ 옆구리에서 꽃들이 떨어져나간/ 자리가 문득 붉고 환하다내가 가꾸던/ 몇만 평의 백지 위에도/ 황사가 밀려오고/ 붉은 꽃 몇 송이 떨어져 내린다
김경주 -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시차의 눈을 달랜다> <고래와 수증기가>가 있다. 김수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