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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임기 후반 앞둔 설동호 대전교육감 

“‘잘사는 법’ 가르치는 게 교육의 본질” 

글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김성태 프리랜서 기자 photo042@naver.com
임기 전반기 대전지역 학생 기초학력 향상 가시적 성과… 초·중·고·대학과 지역사회 연계해 학생 주도형 진로탐색 기회 제공하기도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대전한밭대학교 총장을 두 번 지낸 교육자다.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오는 6월이면 교육감 임기 전반기를 마치고 후반기가 시작된다. / 사진·김성태
2014년 년 지방선거를 통해 교육자치의 최일선에선 교육감들의 임기가 터닝포인트를 앞두고 있다. 보육대란으로 불거진 정부와 교육감들의 갈등의 골은 여전히 메워지지 않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교육이 정치화, 이념화로 치우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임기 후반기를 앞둔 교육감들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교육의 본질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기다.

설동호(66) 대전시교육감을 만났다. 설 교육감은 17명의 전국 교육감 중 이념보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전 한밭대학교 총장을 8년간 역임한 교육 전문가다. 설 교육감에게서 교육의 방향을 들었다. 3월 8일 대전교육감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취임 이후 2년째를 맞이한다. 지난해 성과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취임 당시 5대 공약, 43개 핵심과제를 정해 추진해왔다. 공약들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 시·도 교육청 평가에서 우수교육청으로 선정됐다. 위기학생의 자기관리와 학교생활 적응 프로그램인 Wee센터 운영에서도 전국 최우수 기관으로 평가를 받았다. 전국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선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2014년보다 0.3%포인트 감소했고, 5년 연속 향상 고등학교 비율이 전국에서 둘째로 높았다. 이 밖에도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전국대회 공모부문에서 대상, 금상, 은상을 휩쓸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모든 교육가족이 지혜와 역량을 모아 얻은 성과다.”

기초학력 높아지고 실력 향상 눈에 띄어


▎설 교육감은 좋은 인재가 갖춰야 할 기본으로 창의성과 인성을 꼽았다. 특히 창의적 능력은 올바른 인성을 통해 발현된다는 게 그의 교육철학이다. / 사진·김성태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선 다양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 창의, 융합, 인성교육의 바탕 아래 5가지 주요 정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학생의 꿈과 끼 성장을 돕는 유·초·중·고·대학의 연계교육을 진행할 생각이다. 또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체험과 실천 중심의 인성교육과 독서·인문소양교육, 창의성 기반의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에도 힘을 쏟는다. 안전교육과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체육교육을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눔과 배려가 있는 교육복지 실현을 위해서 우선배려학생 지원을 강화하고, 참여와 소통의 학교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학교 경영자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는 대신 책임을 강화해 교육 가족들의 소통이 활성화되도록 할 생각이다.”

올해부터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됐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과 실습 등 학생참여형 수업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자기주도 학습과 체험학습을 통해 자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대전에는 총 88개의 중학교가 있다. 자칫 자유학기제가 ‘노는 기간’ 혹은 ‘방학의 연장’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짜임새 있게 운영 할 생각이다. 자체예산을 확보해 학교당 1000만~2000만원의 자유학기제 운영비도 지원한다.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고 학생들에게 실용적으로 필요한 교육과정이 되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대전형 혁신학교인 ‘창의인재 씨앗학교’의 명칭이 인상적이다.

“대전형 혁신학교의 모토는 ‘삶과 앎이 공존하는 행복한 교육혁신’을 선도하자는 데에 있다. 그 밀알 역할을 하는 게 ‘씨앗학교’다. 지난해 10월 공모를 통해 5개교(초등학교 2, 중학교 3곳)를 선정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축하고 교육과정 중심으로 수업 혁신을 이룰 계획이다. 또 민주적·도덕적인 생활공동체 운영에 초점을 맞춰 능력과 인성의 동시 성장을 도울 계획이다. 한국교원대학교 등과 연계해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1기 씨앗학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6월부터 2기 씨앗학교를 모집할 예정이다.”

대전교육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지원센터인 ‘에듀힐링센터’를 개원했다. 기존의 정책과 다른 점이 있나?

“그동안 학생들을 위주로 했던 심리상담을 교사와 학부모까지 대상을 넓힌 것이다. 기존에 운영해온 학생을 위한 Wee 센터에 교직원을 위한 Tee센터, 학부모를 위한 Pee센터를 새로 결합했다. 에듀힐링센터는 심리검사, 개인·집단상담 등을 담당한다.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상담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선생님 마음 사용설명서’를 개발해 교사들의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돕고, 학부모들에게도 가정에서 올바른 자녀 지도를 도울 계획이다.”

대학총장 재직 경험을 초·중등 공교육 정책에 적용하는 구상은 구체적으로 뭔가?

“8년간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겪은 바로는 좋아하는 직업과 일을 찾아서 하는 게 개인이 행복하고 사회적으로도 이익이다. 대학과 연계해 소질을 살릴 수 있도록 멘토링을 해줘야 한다. 특히 초중고교에서 진로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로학습과 체험학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자율 학기제는 무척 효율적이라고 본다.

대학 간판을 보고 진로를 선택하는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각자 다른 관심 분야와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기회와 미리 진로를 탐색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게 공교육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로봇을 좋아하는 학생은 대덕연구 단지나 대학교의 관련 학과와 동아리, 연구모임, 교수진 등을 만나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봐야 한다. 그래야 이 길을 계속 갈지, 말지를 일찌감치 결정할 수 있다. 대학에서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이런 쪽에 충분히 활용할 생각이다. 이런 건 정부가 나서기보다 지역사회가 협력해 대전만의 독특한 교육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

지역사회 힘 모아 인재 육성·공교육 활성화

설 교육감은 대학 총장 재직 경험을 초·중등 교육에 접목하는 데 관심이 많다. “지역사회의 역량을 교육에 집중하는 게 교육자치의 본질”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런 생각들이 다양한 정책과 사업으로 구현되고 있다. 아직은 실험 단계지만 과거의 형식적인 커리큘럼이나 협력사업과는 다르다고 설 교육감은 자신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지난 해 11월 출범시킨 ‘좋은 인재 기르기 협력단’이다. 지역사회와의 연계·협력을 통해 미래 인재를 양성하려는 취지에서다. 진로직업과 인문사회, 문화예술체육,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25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좋은 인재 기르기 협력단’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좋은 인재 기르기 협력단은 지역 사회가 보유한 모든 교육 자원을 연계해 교육현장에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현재 74개 협력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대전 시민 모두가 교육발전에 참여하는 교육공동체를 이루는 게 목표다. 협력단 안에는 교육현장에 보다 적합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실시한 후 학교와 매칭이 되도록 하는 컨설팅단을 별도로 두고 있다. 협력단이 지역사회와 교육현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 진로체험처 제공, 프로그램운영, 재능기부 등으로 교육현장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좋은 인재 기르기 협력단 사업이 자유학기제와 진로교육, 창의·인성 등 교육과정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키우는 것만큼 다소 부족한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공교육의 역할 아닌가?

“맞는 말이다. 우수한 몇 명의 인재를 위해 나머지 학생을 포기할 순 없다. 그건 공교육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교육청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실력 향상을 돕는 사업을 정책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모든 중·고교에 ‘학습부진학생 책임지도제’를 운영하고 있다. 단위학교 차원에서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교육지도를 일관성 있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부진은 지능의 문제보다 정서와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운영해 학생들을 찾아가 학습 상담과 심리 상담을 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 심리치료기관과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두드림학교’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 학습부진학생을 위한 사업이다. 개별적으로 맞춤형 지도를 통해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전략적으로 계획을 짜서 학습동기를 갖고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현재 초등학교 14곳과 중학교 6곳을 지정했다.

이와 함께 기초학력향상도평가(DTBS)를 통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사이에 교과학습 일정수준을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적절한 학습방법을 지도하고 있다. 기초미달 비율이 높지만 학력 향상의 의지가 강한 중·고교 20개 학교를 ‘기초튼튼 행복학교’로 지정해 맞춤형 보정 지도를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을 통해 학교 현장의 기초학력 증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됐다. 학생지원 방법도 교과 프로그램 위주의 단편적 접근에서 인지·정서·행동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입체적 지원으로 바뀌고 있다. 덕분에 올해 대전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2.2%로 전년보다 0.3%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에서 둘째로 고등학교 기초학력 향상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교육자로서 꿈꾸는 바람직한 인재상은 무엇이라고 보나?

“창의성과 인성을 고루 갖춰야 한다. 역량을 길러서 미래를 잘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국가와 세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창의성의 시대다.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창의성은 인성에서 비롯된다. 지구력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분별력,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력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창의인성 인재는 참여, 체험, 발표학습을 통해 길러진다.”

설 교육감은 “교육은 지성과 인성이 조화된 학습으로 학생들이 미래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창의적 능력을 기르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또 이를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자라나 사회를 발전시켜 가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란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교육은 단편적인 지식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량화할 수 없고, 진학용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물러나기 일쑤다. 설 교육감은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삼아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과교육을 편성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의 본질은 잘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는 무수한 학습과 독서활동은 물론, 체험과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창의적 능력이야말로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되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창의적 능력으로 미래사회의 행복 키운다

잘못된 관심과 지나친 보호 속에서 제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공교육의 역할 확대도 주문했다. 설 교육감은 “학생들이 스스로 주도적 학습을 통해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의타심을 기르고 잘못된 습관에 길들여지지 않기 위해서 학생들의 창의성을 길러주어 어떠한 환경에서도 당당하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교육관입니다.”

설 교육감은 “교육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잘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준비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국경 없는 세계화 시대 속에서 완벽히 적응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그는 “세계화 시대 속에서 경쟁의 치열함과 역동적 변화로 인해 10년 후를 예측하기도 어려운 요즘 우리 학생들이 미래에 잘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효율적인 교육 정책을 세우고 실현하여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면서 창의성 교육이 더 튼튼해집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길입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우리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성공적인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새롭게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혁신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임기 후반을 앞둔 설 교육감의 포부다.

- 글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김성태 프리랜서 기자 photo042@naver.com

설동호 교육감은…

1950년 출생/ 보문고, 한남대 영어교육과 졸업/ 충남대 교육학석사 및 문학박사/ 전국 대학교수회 공동회장/ 한밭대학교 제 4대, 5대 총장/ 대전권대학발전협의회 공동의장/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대전충남지역 총장협의회 수석회장/ 제9대 대전광역시 교육감/ 저서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2002), <교육이 답이다>(2014)

201604호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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