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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7회 ‘홍진기 창조인상’ 영광의 얼굴들 | 사회발전 부문 이세돌 프로기사 

“과정 중시하면서 창의적 메시지 던질 터” 

글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치열한 복기와 수읽기 통해 3연패 뒤 승리 “상금 5000만원은 사회에 기부… 더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고민 중”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3월 15일 대국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기다리는 동안 부인과 딸이 입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이세돌 9단. 그는 세기의 대결 이후 바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철저히 계산으로 바둑을 두는 알파고가 오히려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수를 더 많이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9단은 “가능한 한 수읽기를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깨달음 덕분일까.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대결 이후 7연승을 일구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에서 우승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이 9단은 “아직은 크게 성적이 좋아졌다고 할 만한 데이터가 나온 것은 아니다”며 몸을 낮추고 있다.

이세돌-알파고의 대결은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인공지능을 비롯한 로봇, 빅데이터, 클라우딩, 3D 프린팅, 퀀텀 컴퓨터(슈퍼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첨단 미래형 컴퓨터) 등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증폭됐다. 또한 ‘아날로그 시대의 놀이’쯤으로 여겨지던 바둑이 재발견됐다. 바둑은 우리 사회에 컴퓨터 보급이 일반화된 90년대 이후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이세돌-알파고 대결 이후 바둑용품과 관련 서적 등의 판매가 급증하는 등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바둑의 본질은 결과 아닌 과정”

이 9단은 “바둑은 처음 배우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뒤로는 재미있는 게임”이라며 “인간이 만든 최고의 지적 게임인 만큼 바둑을 배워놓으면 자신이 수준 높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만족감을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생을 기억하는 순간부터 바둑을 두고 있었다”는 이 9단에게 바둑은 운명과도 같았다. 1983년 전남 신안 비금도라는 오지에서 태어난 이 9단은 여섯 살 때부터 바둑돌을 들었다. 부친 이수오(1988년 작고) 씨는 아들의 목 뒤에 점 3개가 있는 것을 보고 세돌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한자로는 세돌(世乭)로 바둑으로 세상을 지배하라는 뜻이다.

이 9단은 수상소감에서 “바둑의 본질은 사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 최선을 다한다는 정신”이라며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 많은 분이 제가 말한 바둑의 본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그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과정을 중시하고 창의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이 9단은 상금 5000만원을 통 크게 기부하기로 했다. 그는 상금이 더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기부처를 고민하고 있다.

- 글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201606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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