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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7회 ‘홍진기 창조인상’ 영광의 얼굴들 | 과학기술 부문 한미약품 연구센터 

“실패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 결과” 

글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지난해 세계적 제약회사 6곳과 8조원대 기술 수출 성사시켜 주목받아… “함께 고생한 연구팀과 15년간 9000억원 투자해준 임성기 회장에게 감사”

▎경기 화성시 동탄에 있는 한미약품 연구센터. 왼쪽부터 배성민 팀장, 임창기 팀장, 최인영 이사, 권세창 연구소장, 정성엽 이사, 김대진 팀장, 이종수 팀장, 박영진 팀장.
지난해 한미제약은 바이오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미약품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1년간 세계적인 제약회사 6곳에 8조원대의 신약 기술을 잇달아 수출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한미약품 기술의 혁신성이었다.

‘랩스커버리(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는 이제 한미약품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체내 단백질과 같거나 비슷한 단백질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 의약품은 약효가 뛰어난 반면 부작용은 적어 ‘미래형 의약품’으로 각광받는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몸 속에서 약효의 지속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단백질이 혈관에 흡수돼버리거나 신장에서 걸러져 몸 밖으로 배출되는 양이 많아서 실제 치료 단계까지 이르는 양은 적다. 뿐만 아니라 아직은 먹는 치료약이 없어 환자들은 주삿바늘을 자주 꽂아야 하는 수고를 겪는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최초로 개발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은 획기적인 기술이다. 약효와 안전성이 입증된 기존 바이오 물질에 ‘랩스 캐리어(Laps Carrier)’라는 재조합된 단백질을 붙여 바이오 의약품의 수명과 약효를 일주일에서 한 달까지 늘렸다.

한미약품은 2000년대 초반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특히 랩스커버리는 다양한 기존 약물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기술이라는 점에서 부가가치가 높았다. 권세창 한미약품 연구센터 소장과 30여 명의 연구원은 지난 10여 년 동안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는 데 전념했다.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첫 번째 사례는 호중구(백혈병의 일종) 감소증 치료제(랩스 GCSF)다. 랩스커버리를 기반으로 개발된 이 치료제는 투약 주기가 하루 1회에서 3주 1회로 늘어난다. 지난해 기술 수출된 바이오 신약 8개 중 4개도 랩스커버리를 기반으로 한다. 그 가운데 당뇨병 치료제 3종(퀀텀 프로젝트)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가 4조8000억원의 가치를 인정했다. 인슐린 투여 주기를 하루 1회에서 주 1회로, 비만 치료제도 하루 1회에서 한 달 1회로 늘렸다.

한미약품 연구센터를 대표해 상을 받은 정성엽 이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10여 년간 연구개발에 몰두한 선후배 연구원들, 그리고 15년간 9000억원을 투자하며 연구팀을 믿어준 임성기 회장님 덕에 성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도 연구실에서 DNA와 단백질, 세포를 연구하는 대한민국 모든 연구원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 글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201606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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