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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패트롤] ‘민족역사 체험 1번지’ 조성한 군위군 김영만 군수 

“일연 스님의 효심과 체취를 느껴보세요”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신화, 문학, 설화, 놀이, 유적 등 <삼국유사>에 서린 민족의 얼을 지역의 대표 문화로 구현… “4차선으로 건설되는 팔공산 터널 개통되면 산림·휴양 전원도시로 거듭날 것”

▎삼국유사의 스토리텔링에 특화한 지역문화를 일구는 군위군 김영만 군수. / 사진제공·군위군
경상북도 군위군의 캐치프레이즈는 ‘삼국유사의 고장’이다. 일연(一然)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인각사 때문이다. 84세의 생애를 살다간 일연 스님이 만년에 머물며 <삼국유사>를 완성한 뒤 입적한 인각사는 군위군 고로면에 자리한다.

군위군은 일연 스님의 뜻을 기려 삼국유사 관련 사업을 다방면으로 진행하는 등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고향’이라는 모토를 전면에 내세운다. 예를 들면 ‘삼국유사 체험 1번지’ 기초자치단체를 자임한다. 삼국유사를 주제로 한 인문교양강좌를 연중 여는가 하면 삼국유사도서관을 개설했고, 군청에는 ‘삼국유사 담당’ 공무원을 두었다. 삼국유사 원문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삼국유사 목판 복각사업’도 추진 중이다. 김영만 군위 군수는 “우리 군은 일연 스님과의 인연으로 인해 민족역사 1번지, 민족역사의 종갓집을 자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더불어 한민족 고대사 기록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귀중한 역사서”라며 “정사(正史)인 삼국사기가 싣지 않은 고대사와 설화, 향가 등을 다수 수록함으로써 민족의 정체성 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삼국유사 관련 사업을 역점 시책으로 삼은 계기는?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하던 시점은 13세기 고려 무신정변의 혼란과 몽골의 침략으로 백성의 삶은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고난의 어둠의 시기로 접어들 즈음이다. 삼국유사에 민족의 시원이라 할 단군신화를 밝혀 당대에 민족 자주의식을 일깨우고 후대에 민족혼을 심어줬다. 그 작업이 바로 인각사에서 이뤄졌다. 인각사에는 일연 스님의 비석과 부도가 남아 있다. 이런 보석과 같은 문화유산을 가까이 두고도 갈고 닦지 못하다가 근래 들어 문화 콘텐트 개발이 본격화됐다. 우리의 얼과 전통을 되살리고 고양하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어떻게 보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지자체가 떠안은 격이다.

“군위군은 대구광역시와 인접해 있지만 지역을 병풍처럼 두른 팔공산에 가로막혀 개발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농업소득 향상, 관광자원 개발 등 다각도의 지역 개발사업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삼국유사의 신화·문학·설화·놀이·유적 등 다양한 콘텐트와 문화 산업을 접목하려는 것이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문화 콘텐트 생산에 각별한 공을 들인다.”

주요 사업으로는 어떤 게 있나?

“2009년 3월 삼국유사 사업추진위원회 사업자 등록을 시작으로 전문가 10명이 참여하는 기구를 발족했다. 삼국유사와 일연 스님에 관한 유물, 유적, 사료, 심지어 설화와 전설에 이르기까지 스토리텔링이 되는 소재들을 모두 발굴하고 일반에 제공하는 작업을 펴왔다. 일연기념관 설립, 향가와 찬시를 모은 삼국유사 시가집 발행, 삼국유사 마라톤 대회 개최 등의 문화·체육 이벤트를 열고 있다. 복합문화관광지를 지향하는 삼국유사 가온누리 사업도 추진 중이다.”

가온누리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가운데라는 뜻의 ‘가온’과 세상을 뜻하는 ‘누리’의 합성어다. 삼국유사와 일연 스님에 관한 역사를 공부하고 체험하는 복합시설로 137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 사업은 정부의 광역경제권 30대 선도프로젝트 중 하나인 경북도 3대 문화권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2010년 사업을 시작해 2019년 완성하는 군위군이 심혈을 쏟고 있는 핵심 프로젝트다.”

대구 50사단 유치해 인구 증가 발판 삼을 것


▎지난해 11월 군위군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삼국유사 목판사업 도감소 개소식.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김영만 군위군수 등이 참석했다. / 사진제공·군위군
군위에 오면 일연 스님의 체취랄까 흔적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인가?

“일연 스님은 말년에 인각사에 머물며 삼국유사를 집필하는 한편으로 노모를 봉양한 효자로도 유명하다. 인각사와 일연 스님 어머니 묘, 일연 스님 부도탑이 거의 정삼각형 구도를 이룬다. 꼭지점 간 거리는 1㎞ 남짓하다. 군에서는 이를 모체로 일연테마로드를 조성하고 있다. 윤리와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충효가 경시되는 요즘 온 가족이 함께 일연테마로드를 거니는 것도 치유과 성찰의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삼국유사 목판 복각사업도 진행 중인데.

“삼국유사는 필사본 등 책으로는 전해 오는데 목판이 없다. 책에 쓰인 글을 보고 목판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삼국유사 판본은 112판이 한 질을 이룬다. 조선초기본과 조선중기본, 경상북도본을 각각 목판으로 판각해 연구자료로 활용하거나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 34억원을 투입된다. 삼국유사 목판사업에 참여하는 각수들은 모두 엄정한 시연평가를 통해서 선발됐다.”

군위군은 경북도 내 23개 시군 중 인구가 셋째로 적은 지자체다. 인구 2만4000여 명, 재정자립도가 6%에 그친다. 산업 구조로 보면 1차 26%, 2차 21%, 3차가 54%를 차지한다.

군위는 온통 삼국유사로 대변되는 듯하다. 삼국유사 관련 사업이 주민들의 실질적인 소득 증대에 어떤 도움을 줄까?

“군위는 경북 중심부에 자리하는 지자체로 중앙선 복선화 사업이 완공되면 서울에서 2시간 10분이면 닿는다. 또 영남권 신공항이 밀양에 들어선다면 1시간 거리에 입지하게 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삼국유사와 일연 스님 관련 콘텐트를 찾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연말에는 팔공산 터널이 완공된다. 지자체 발전의 걸림돌이던 팔공산을 활용하는 계획도 세움직한데.

“4차선으로 건설되는 팔공산 터널은 상주-영천간 고속도로와 연계돼 팔공산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군위 방면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팔공산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팔공산 산림레포츠단지, 위천 수변테마파크 등 산림·휴양 전원도시로서의 면모도 강화할 것이다.”

대구 북구에 있는 50사단을 군위지역에 유치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어떻게 보면 기피시설일 수도 있는 군 부대의 유치를 희망한 배경은?

“지역 인구 감소와 노령화 등으로 지방자치의 존립 기반이 취약하다. 군부대 시설 유치를 통해 군위 재도약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에 더해 군세(郡勢)를 확장할 수 있는 기관이나 시설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한다. 마음 같아서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도 가져오고픈 심정이다.”

-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201607호 (20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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