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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한국 고등교육 수출 1호’ 타슈켄트 인하대(IUT)의 비상(飛上) 

우즈벡에 부는 교육 한류 2년 만에 명문대 도약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양영유 중앙일보 논설위원 yangyy@joongang.co.kr
2014년 정보통신(IT) 특성화 대학으로 설립, 올해 330명 뽑는 입시에 1400여 명 몰려 “중앙아시아는 학령인구 감소 직면한 한국 대학에 블루오션”

▎타슈켄트 인하대(IUT)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고등교육 협력사업으로 2014년 10월 개교했다. 정보통신 특성화 대학인 IUT는 한국 고등교육 프로그램의 해외 수출 1호가 됐다. 사진은 7월 29일 타슈켄트의 컨벤션 센터에서 치러진 IUT 입학시험으로 4.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한국 고등교육은 ‘우물 안 개구리’다. 4년제 대학을 포함한 전체 고등교육기관이 433개나 되지만 해외 진출은 거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아시아의 중심지인 우즈베키스탄(아하 우즈벡)에 고등교육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우즈벡은 동서양의 문명과 교역의 십자로였던 실크로드(Silk Road)가 관통했던 곳. 전체 인구 3000만 명 가운데 학생 수가 계속 늘어나고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 우즈벡의 고등교육기관은 69개로 이 중 30개가 인구 300만 명의 수도 타슈켄트에 몰려 있다. 오아시스 도시로 불리는 타슈켄트가 중앙아시아의 교육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즈벡의 대학은 종합대학보다는 법학·경영·정보통신(IT) 등 단과대학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고등교육 한류 바람의 진원지는 한국 고등교육시스템 수출 1호인 ‘타슈켄트 인하대(IUT: Inha University in Tashkent)’다. IUT는 2014년 10월에 설립된 정보통신 특성화 대학으로 우즈벡 고교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신설 대학이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4차 산업혁명의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아 고등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국내 대학들에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입시부정 막자” 컨벤션 센터서 입시시험 진풍경


7월29일 오전 7시30분 타슈켄트의 대형 컨벤션 센터 ‘코르가즈마 사브도 마르카즈(korgazma savdo markazi)’. 섭씨 35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컨벤션 센터 주변에는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펼쳤고, 휴대폰 등 모든 소지품을 수거한 뒤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곳이 바로 올해 9월 입학할 타슈켄트 인하대(IUT)의 신입생 시험 장소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여학생 사도갓 자니뉴트 지노바는 “이민우·장근석· 강지원 등 한류스타를 좋아하고 한국이 IT 강국이어서 지원했다”며 “컴퓨터 프로그래머 되는 게 꿈인데 한국의 대학원에도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형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고사장은 마치 옛날 과거시험장을 연상케 했다. 운동장 같은 실내에 450명이 동시에 앉아 시험을 치렀다. 앞뒤 좌우 간격이 넓어 부정행위(?)를 할 수 없을 듯했다. 우즈벡에서는 “돈과 백이 있으면 대학에 들어간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 정도로 입시부정이 골칫거리인데 인하대 측이 묘안을 짜냈다. 시험 전날 예비 소집일에 수험생들의 사진을 일일이 찍고, 손목에는 수험번호와 이름이 적힌 종이 팔찌를 채웠다. 그리고 시험 당일에는 감독관이 신분을 다시 확인했다. 이승걸 IUT사업단장(인하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은 “시험 문제는 인하대에서 출제해 이곳으로 가져오고, 모든 답안지를 다시 인하대로 가져가 채점한다”며 “부정이 개입할 수 없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험이라는 인식이 각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9시에 시작된 시험은 오후 6시에 끝났다. 수험생 1400여 명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같은 장소에서 시간차를 두고 시험을 봤다. 서로 만날 수 없도록 입실·퇴실 통로가 반대 방향으로 났고 경찰과 직원들이 감시했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2학년 때 컴퓨터 공학과와 정보통신 공학과로 분리되는 학부단위 모집인 컴퓨터 공학 및 정보통신공학부(CIE: School of Computer and Information Engineering)는 250명 모집에 940명(경쟁률 3.8대1)이 지원했다. 두 시간씩 두 그룹이 시험을 치렀는데 물리·수학이 주관식 20문제씩 영어로 출제됐다. 수험생 아크말 마유포브(Akmal Ayupov)는 “수학이 어려웠지만 꼭 붙어 삼성전자·LG전자의 스마트폰과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인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에 시작된 물류학과(School of Logistics) 입시 경쟁은 더 치열했다. 80명 모집에 492명이 지원해 6.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역시 영어 주관식으로 경영수학 한 과목을 치렀는데 여학생 지원자가 30%를 넘었다. 이승걸 단장은 “올해 입학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4.3대 1로 지난해 3.2대 1보다 더 높아졌다”며 “인하대가 성적을 채점한 뒤 엑셀파일로 등수와 합격명단만 IUT에 보내기 때문에 백과 돈이 통할 수 없는 구조”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IUT에 지원하려면 국제공인영어능력평가 시험인 토플이나 아이엘츠(IELTS)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등교육 수출 계기된 IUT… 우즈벡 정부가 요청


국내 대학들의 해외 진출은 걸음마 단계다. 고등교육법상 국내 대학이 해외에 직접 대학을 설립하거나 분교를 설치하기가 어렵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과 통폐합과 구조조정이 시급하고 교수 인력도 넘쳐나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지만 법적인 뒷받침이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지 언어능력에 자유로운 교수가 많지 않은 데다 개발도상국의 근무를 꺼리는 것도 한 요인이다. 최근 서울대 초빙 외국 교수들이 연구·근무·주거 환경 등을 이유로 한국을 떠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고등교육의 자화상이다.

그런 점에서 IUT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IUT는 인하대 분교가 아니다. 친한파로 알려진 카리모프 우즈벡 대통령이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을 자국민에게 교육하고 도입하기 위해 타슈켄트에 설립한 정보통신 특성화 4년제 대학이다. 우즈벡 정부는 2013년에 KAIST와 수도권의 여러 대학에 교육 프로그램과 교수, 대학 운영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난색을 표했는데 공과대에 강한 인하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뒷받침을 해주었다. 2014년 4월 박근혜 대통령과 카리모프 대통령이 대학 설립에 관한 합의를 했고, 같은 해 7월 첫 신입생 116명을 뽑아 10월에 개교하게 된 것이다.

IUT의 운영 방식은 독특하다. 우즈벡 정부와 10개 국영기업이 대학 설립·운영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대신 인하대는 운영 노하우와 커리큘럼 등 교육 콘텐트를 제공하고 학교 운영의 전권을 행사한다. 돈은 우즈벡이 대고 운영은 인하대가 하는 방식이다. 2014년 개교 당시부터 현장을 지키고 있는 박세근 IUT수석부총장(인하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은 “IUT는 양국 정상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사업이자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해외 수출 신호탄이 된 의미가 있다”며 “고등교육 프로그램 수출을 활성화하는 블루오션 개척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 교육법령상 IUT 운영을 위해 인하대는 교비를 전혀 활용할 수 없다. 우리 정부도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한 교육교류 사업 단계를 벗어나 우즈벡에 고등교육 프로그램을 수출한 효과는 크다. 인하대의 경우 IUT 운영과 프로그램 제공에 따른 수익을 일정부분 보전받는 데다 유·무형의 가치를 엄청나게 높이고 있다. IUT가 우즈벡은 물론 키르기스탄·타지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인접 중앙아시아 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 최초로 대학 단위의 교육시스템을 수출해 교육 한류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의 고등교육과 산업 참여 이니셔티브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즈벡의 한국에 대한 IT 러브콜은 기대 이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행정안전부 차관을 지낸 김남석 씨를 2013년 우즈벡 정보통신부 차관으로 영입했다. 또 우즈벡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전자정부(e-government)와 타슈켄트 정보기술대학(TUIT) 등에 한국 인사들을 자문관이나 부총장으로 초빙했다. 우즈벡 정부의 ICT 인프라 구축과 고등교육에 대한 갈증이 우리 대학과 기업에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인하대 “제2 IUT 확산하려면 교수진과 콘텐트가 관건”


▎1. 지난 3월 25일 UI T 학생들이 우즈벡 정부의 UI T 공식설립 발표 2주년을 맞아 대학 본관 앞에서 전통의상 차림으로 축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2. 타슈켄트 시내 8차선 도로 옆에 위치한 UI T 본관 전경.
국내 고등교육 프로그램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려면 탄탄한 교수진과 커리큘럼이 필수적이다. IUT의 경우 3개 전공의 커리큘럼을 인하대 본교와 동일하게 편성한다. 졸업 요건도 인하대와 동일한 130학점 이상 취득이 필수이며, 한국공학교육인증원 표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적용하다. 굳이 다른 점을 들자면 우즈벡의 교육 수요를 반영해 소프트웨어(SW)와 국가 윤리 교과목을 추가한 정도다. 역사 과목을 제외한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한다. 1년 2학기제로 우리와 달리 첫 학기가 매년 9월에 시작된다. IUT에 파견 근무 중인 조우석(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 대외부총장은 “모든 프로그램 운영은 인하대가 전권을 가지며 한국공학교육인증제(ABEEK)를 적용한다”며 “내년 이맘때면 전교생 1000명 시대를 열어 IUT의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IUT의 현재 재학생은 360여 명이다. 이번에 330명을 선발하면 9월부터 1~3학년이 700명 가까이 되고 내년 9월에는 1000명이 넘는다. IUT에는 현재 교원이 24명이다. 인하대 파견 교수와 외국인, 현지인 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우석 부총장은 “IT 분야의 실력과 영어 강의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교수진 확보가 제일 큰 과제”라며 “타슈켄트에 진출한 7개 외국계 대학과 학비는 비슷하지만 IT 특화는 우리 대학이 유일해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튜린공대와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국제대 등 타슈켄트 소재 외국계 대학들은 본교 학위를 인정하지만 IUT는 그렇지 않은 것은 단점이다.

IUT의 학비는 미화로 연간 5000달러 정도다. 타슈켄트 내 일반 대학 등록금보다 4배 이상 비싸다. 그렇지만 설립 3년 차를 맞은 IUT의 인지도와 인기가 매년 높아지고 있어 첫 졸업생이 나오는 2018년 이후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타슈켄트 시내를 둘러보니 실크로드의 전통을 이어가듯 상위권 대학은 모두 도시의 대로변에 위치해 있었다. 타슈켄트 국립대나 외국어대, 정보통신대학 등이 모두 그랬다. 7월 31일 찾아간 IUT는 타슈켄트 중심에서 5.6km 떨어진 우즈벡 과학 단지의 왕복 8차선 대로 옆에 있었다. 본관 1층 로비에는 삼성과 KT관이 마련돼 있고, 대학 설립에 참여한 우즈벡 국영기업들과 장학금 지원기업들의 명단이 걸려 있어 인상적이었다.

방학인데도 학생들이 나와 프로그램을 짜며 미래 전문가의 꿈을 키웠다. 컴퓨터 공학과 3학년 세르조메키(Sherzodbek)는 “실크로드 같은 IT로드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실력을 키워 IT로드의 개척자가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2학년 무하오(Mukhayyo)는 “형의 실력이 대단해 많이 배우고 있다. 애플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데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는 IUT가 동기를 자극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IUT 본관 뒤에는 올해 10월 준공을 목표로 새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강당을 포함한 교육동으로 1000명 학생 시대를 열기 위한 시동이었다. 조우석 부총장은 “입시가 가장 공정하고, 교육의 질이 가장 높고, 졸업생의 진출이 가장 활발하다는 세 가지 명성을 우즈벡에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려면 해외진출 규정 등 개선 시급

IUT는 한국 최초의 교육시스템 수출이자 고등교육 한류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부여를 할 만하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전공의 다양성과 현지화, 그리고 교원의 질 업그레이드가 가장 큰 과제다. 우즈벡인들은 손재주가 남다르다. 수를 놓는 솜씨나 조각·공예·건축 기술 등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 그런 현지 상황을 반영한 전공 개발이 필요하다. 만화나 3D, 컴퓨터 그래픽에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IUT 총장 쉐르조드 쉐르마토프(40)도 “한국인과 우즈벡인은 같은 우랄알타이어 언어권에 속하고 손재주 DNA도 많이 닮은 것 같다”며 “한국의 고등교육 콘텐트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꿈틀대고 있는 중앙아시아에 특히 교육 관련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는데 교육 시스템과 노하우, 콘텐트가 부족하다”며 “교육의 힘으로 짧은 기간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에는 여러 함의가 있다. 한국의 고등교육기관은 현재 과포화 상태다. 4년제 대학 200개와 전문대 136개, 사이버대학와 대학원대학 등을 모두 합친 고등교육기관은 400개가 넘는다. 하지만 학생 수가 급감해 입학 정원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위기가 닥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해외로, 특히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 고등교육 수요가 많은 지역에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정부부터 해외 진출을 적극 도와야 한다. 현지 대학 설립과 복수학위 인정 등 제반 규정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교수의 자세는 더 중요하다. 미국이나 유럽 대학은 물론 아시아 지역의 대학에서 러브콜을 받으려면 가장 중요한 게 실력이다. 하지만 그런 자질을 갖춘 교수는 많지 않다. 실력이 있더라도 저개발국 근무 회피 분위기가 강해 교육한류 확산의 걸림돌이 된다. 그런 현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IUT는 고독한 실험에 머물지도 모른다.

학령인구 감소로 2023학년도에는 대입 자원이 16만 명이나 부족한 대형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현실에서 고등교육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 숙명인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의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이 절실한 이유다. 대학들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인하대 타슈켄트대‘IUT’가 그 가능성을 열고 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중앙아시아에 고등교육의 한류 바람을 확산시키려면 고등교육 콘텐트의 글로벌화와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 국내 대학들의 변신이 요구된다.

-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양영유 중앙일보 논설위원 yangyy@joongang.co.kr

[박스기사] 인터뷰│쉐르조드 세르마토프 IUT 총장 - “한국은 우즈벡의 정보통신 로드 어머니 국가”


고등교육 수요 늘어 한국 대학들에 기회의 땅… 고등교육 한류 바람 확산은 한국의 몫

“한국은 우즈베키스탄 정보통신(IT)의 어머니 국가다. 21세기형 정보통신 실크로드를 놓는데 필요한 인재를 IUT가 양성하겠다.”

쉐르조드 쉐르마토프(40, Sherzod Shermatov) 타슈켄트 인하대(IUT) 총장은 “우즈벡의 고등교육 수요가 팽창하고 있어 한국 대학엔 ‘교육 수출’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한국과는 달리 우즈벡은 학생이 계속 늘고 있는 데다 대학 진학에 대한 열망이 예전의 한국을 빼닮았다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한 쉐르마토프 총장은 우즈벡 정부가 아끼는 젊은 인재다. 20대에 우즈벡 제1 부총리 보좌관으로 일했고, 정보통신부 차관을 거쳐 2014년 9월 38세의 나이에 IUT 초대 총장이 됐다. 그는 “IUT를 우즈벡 최고의 대학으로 키우는 게 목표인데 교육의 질이 우수하고 우리 정부도 적극 지원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4년제 대학이 200개이고, 고교생의 대학 진학률은 70%를 넘는다. 우즈벡은 어떤가?

“전국에 고등학교가 1600개가 넘고 올해는 66만3000명이 졸업한다. 반면 고등교육기관의 입학정원은 5만6907명에 불과해 10%도 진학하지 못한다. 평균 입학 경쟁률이 11.5대 1로 살인적이다. 지난 8월1일 전국 동시 입학시험이 있었다. 매년 이날은 요일에 관계없이 대입 시험일로 정해져 있다. IUT는 일종의 국제학교여서 전국 시험 이전에 특별히 먼저 입시를 치른 것이다.”

입학시험 현장을 둘러보니 인상적이다.

“(웃으며) IUT가 입시 부정을 원천적으로 막는 롤모델이 되고 있다. 나도 놀랐다. 인하대 방식대로 하고 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사실 전국 입학시험을 보는 날 오전에는 인터넷이 중단되고 휴대폰의 모바일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 하도 입시 부정이 많아 이를 막기 위한 조치인데 IUT 시험 방식은 더 철저하다. IUT 입시를 타슈켄트 10개 언론사가 취재해 보도하고 인터넷으로도 생중계 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2014년부터 IUT 초대 총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성과를 꼽자면?

“짧은 기간 동안 명성이 많이 알려졌다. 경쟁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데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 그리고 IT 강국 한국의 고등교육 프로그램을 그대로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매력을 끌고 있다. 교육의 품질도 톱 수준이다. 외국계 대학인 타슈켄트 튜린공대의 학생 20여 명이 편입을 신청했을 정도다.”

현재 전공과목이 정보통신학과와 컴퓨터공학과 둘뿐이고, 올 9월에 물류학과가 신설되는데 규모가 너무 작지 않나?

“작은 규모지만 시작이 중요하다. 특히 양적 팽창보다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대입 정원을 채우려고 억지로 실력이 안 되는 학생을 뽑지는 않는다. 실력이 안 되면 정원을 못 채우더라도 탈락시키는 게 원칙이다. 대학 규모를 키우겠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IT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즈벡에서 IT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이고, 일상생활이나 학교·산업 어느 분야와 관련되지 않은 게 없다. 우즈벡 정부도 경제·산업은 물론 전자정부에도 적극 접목하고 있다. 멋진 아이디어 하나, 전문가 한 명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조그만 스타트업이 거대 프로젝트로 발전돼 국가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 그런 인재를 키우는데 한국의 경쟁력 있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한국의 고등교육 한류 바람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우즈벡은 정보통신 관련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타슈켄트 정보기술대학(TUIT)에서 매년 2000명 정도를 배출하는데 상당수가 정부 기구나 민간 기업에 취업한다. 하지만 더 많은 인력과 더 우수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IUT에 대한 기대가 큰데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다른 국가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IUT에서 2018년 첫 졸업생을 내면 대학원 과정도 개설할 계획이다. 고등교육의 한류의 지평을 넓히는 건 순전히 한국의 몫이다. 한국 정부와 대학들이 적극 나섰으면 한다.”

<만난 사람=양영유 논설위원>

201609호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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