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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중국의 ‘일방통행’ 외교 

영유권 수호 위해 ‘전쟁불사’ 하겠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PCA(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 판결 불복 이후 군사전력 강화… 인공섬 실효지배 단계적 조치 등 자국 주장 합리화 위해 외교 공세 펼쳐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소속 함정이 8월 1일 동중국해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날 중국 해군은 함정 100여 척과 전투기 수십 대를 1만6000㎞ 해역과 상공에 총출동시켜 실전 수준의 대규모 훈련을 벌였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남중국해 하이난다오에서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군도)까지의 해역에서 육·해·공군을 동원해 적군과의 전쟁을 가상해 대규모 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인민해방군은 섬 탈환을 위한 상륙 훈련까지 벌였다. 이에 앞서 우성리 중국 해군 사령원(사령관)은 7월 18일 베이징을 방문한 존 리처드슨 미국 해군 참모총장을 만나 “남중국해에서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우 사령원은 “남중국해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며, 영토 주권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면서 “중국은 어떤 권리 침해와 도발에도 대응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밝혔다. 우 사령원은 또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필리핀명 칼라얀 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에서의 인공섬 건설과 관련해서도 “절대 중간에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계획대로 인공섬 건설을 완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민해방군이 상륙훈련을 실시한 것은 우 사령원의 발언처럼 미국이 인공섬을 점령할 경우 이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이 남중국해 전쟁까지 가상해 훈련한 것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분쟁 해결기관인 상설중재재판소(PCA: 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의 판결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PCA는 7월 12일 필리핀과 중국간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소송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한 바 있다.

필리핀은 2013년 1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15개 항목으로 나눠 PCA에 제소했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핵심 쟁점은 중국이 주장해온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 Nine Dash Line)을 법적으로 인정해주느냐 여부였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를 ‘난하이(南海)’라 부르면서 자국의 내해(內海)라고 주장해왔다. 중국은 면적 350만㎢에 달하는 이해역에 남해구단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해놓았다.

남해구단선은 남중국해의 90%에 달하는 해역을 자국 영해로 주장하기 위해 그려놓은 9개 선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모든 해역이 중국의 영역이 된다. 중국 국가측량지리정보국은 남중국해가 자국 영해로 표시된 4개의 새로운 지도 발행을 인가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여권에도 남중국해 전체를 자국 영해로 표기한 지도를 삽입했다. PCA는 중국이 주장하는 남해구단선 범위 내의 영유권, 관할권, 역사적 권리가 유엔해양법협약 규정에 위배된다면서 법률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영해는 자국 연안으로부터 12해리(22.2㎞)의 바다로, 이 안의 섬과 암초에 대한 영유권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자국의 연안으로부터 200해리(370.4㎞)까지의 바다로, 섬에 대해서만 영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PCA는 또 중국이 그동안 남중국해에서 건설해온 인공섬들도 모두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PCA는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파나탁섬) 등 남중국해의 7개 해양 지형물에 대해 섬으로 인정되는 곳은 없으며 모두 암초나 간조 노출지(low tide elevations)로 판단했다. 간조노출지는 간조 때 수면 위에 떠올랐다가 만조 때 물에 잠기는 지형물을 말한다. PCA는 중국이 이들 해역에 인공섬을 건설, 필리핀의 어로와 석유 탐사를 방해해 EEZ에서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섬의 경우 영해와 EEZ에서 영유권을 인정받지만, 암초는 영해만 인정되고, 간조노출지는 아무것도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간조노출지가 육지나 섬으로부터 영해의 폭을 넘지 않는 거리에 있을 때는 영해기선으로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런데 남중국해의 간조노출지는 육지나 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해당사항이 없다.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을 모두 불법으로 판결


▎7월 12일 중국 국방부는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자국 해군의 미사일 발사 모습 등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그동안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 베트남명 다쯔텁)를 비롯해 암초와 산호초 등을 매립해 조성한 7개 인공섬이 모두 국제법적으로 EEZ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불법 해양지형물이 됐다. PCA는 필리핀이 주장한 15개 항목을 법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중국의 완패로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에서 벌여온 영유권 주장과 인공섬 건설 등 영유권을 강화하기 위해 벌여온 모든 활동에 대한 국제법적 근거를 송두리째 상실하게 됐다.

하지만 중국은 PCA의 판결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남중국해 도서는 예로부터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토”라면서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주권과 해양권익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PCA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PCA의 판결에 근거한 그 어떤 주장이나 행동도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군부의 최고 실세인 판창룽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직접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부전구를 방문해 “군사투쟁 준비를 강화하고 해상과 공중에서의 순찰·경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창완취안 국방부장도 “인민해방군은 해양 권익을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라며 “싸워 이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전쟁 불사의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우리나라의 대법원)은 “국내법과 유엔해양법에 따라 우리나라의 관할 해역은 영해, 연안, 경제수역, 대륙붕 등 기타 해역이 포함된다”고 밝혀 남중국해를 자국 영해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자국 영해에 불법으로 진입하거나 떠나지 않을 경우 중대 범죄로 간주해 1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이 강경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시 주석이 적극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전략의 핵심이 되는 남중국해를 반드시 자국의 바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앞으로 구축할 해상 실크로드의 가장 중요한 통로인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권을 미국에 맡겨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포위 전략’을 추진해 왔다. 미국은 중앙아시아와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를 잇는 육상 루트와 인도양과 태평양,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에 이르는 해상 루트를 장악해 중국을 철저하게 봉쇄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왔다. 이에 맞서 중국이 추진해온 묘책이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일대일로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바로 남중국해를 장악하는 것이다.

해·공군 전력 현대화 강화로 공세전략 전향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가 랴오닝함 함상에서 해상 경계를 서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앞으로 남중국해 영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추진할 것인가.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PCA의 판결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준비해왔다. 중국의 전략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힘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군사력의 강화, 인공섬에 대한 단계적 실효 지배 조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국제사회에 대한 외교 공세 등 크게 세 가지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무엇보다 해·공군 전력을 현대화하는 등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PCA 판결 이후 미국에 힘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전략 무기들을 선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중국이 관영 언론을 통해 공개한 전략무기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신예 094형 진(晉)급 핵잠수함과 훙(轟·H)-6K 전략폭격기이다. 094형 핵잠수함은 사거리가 8000㎞에 이르는 쥐랑(巨浪·JL)-2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12발을 탑재할 수 있어 미국 서해안을 공격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094형 핵잠수함 4척을 남중국해와 접한 하이난다오에 배치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핵잠수함은 094형을 개량한 094A형으로 추정된다. 094A형은 사거리가 1만2000㎞에 달하는 쥐랑-3 미사일을 탑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쥐랑-3 미사일은 쥐랑-2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미국의 모든 영토를 타격할 수 있다.

훙-6K는 중국판 B-52라고 불리는 전략폭격기다. 옛 소련의 TU-16 전략폭격기를 도입해 개량 생산한 것으로 최대 비행거리는 8000㎞, 작전반경은 3500㎞이다. 이 전략폭격기에는 사거리가 2500㎞인 창젠(長劍·CJ)-10A형 크루즈 미사일을 최대 6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중국은 훙-6K 개발로 미국과 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전략폭격기 보유국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이 전략폭격기는 미국의 괌 기지는 물론 하와이까지 공격할 수 있다. 중국 공군은 훙-6K를 비롯해 전투기, 정찰기, 공중급유기 등을 동원해 남중국해 전투 순찰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또 최근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부전구 소속 부대가 준(準)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둥펑(東風·DF)-16으로 타격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둥펑-16은 사거리가 1000㎞에 달해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남부전구가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21D 대함 탄도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둥펑-21D는 사거리가 1500㎞로 남중국해에 진입한 미국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다. 중국이 사거리가 1500㎞ 이내의 탄도미사일을 공개한 것은 남중국해에서 제한적인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점을 미국에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에 대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개입하지 말 것과 항행의 자유작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왔다.

차세대 핵심 전력으로 최신예 이지스 함도 추가 배치


▎남중국해 분쟁지 내 산호초에서 중국 소속으로 추정되는 크레인과 선박들이 인공섬을 건설하고 있다. 미 해군 초계기 P-8A 포세이돈이 촬영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이 남해함대에 052D형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한 척을 추가 배치한 것이다. 이 함정은 길이 156m, 너비 18m, 만재배수량 7500t으로 항공모함 랴오닝 호와 상륙함 쿤룬산 호에 이어 중국 해군이 보유한 최대 전함이다. 중국의 차세대 전력의 핵심인 이 함정은 대함·대공·대잠수함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이 함정의 추가 배치에 따라 남해함대는 모두 4척의 052D형 이지스 구축함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섬을 방어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 중국 군사전문가들은 052D형 이지스 구축함이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으며, 미국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에 필적한다고 평가해왔다.

중국은 또 항공모함급 크기의 신형 원양보급함 2척을 남해함대에 배치했다. 신형 보급함 훙후 호와 뤄마후 호는 만재배수량이 2만여t으로 남중국해에 배치된 함정들에 연료, 식수, 식료품, 탄약, 물자 등을 공급한다. 남해함대는 공격용 핵잠수함 2척, 전략 핵잠수함 4척, 재래식 디젤잠수함 16척, 구축함 11척, 프리깃함 20척, 상륙함 25척, 미사일 고속정 38척, 코르벳함 8척을 보유하는 등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해군부대가 됐다.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핵 항모 2척을 포함해 모두 6척의 항모를 보유할 계획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해·공군 전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을 경우 동중국해와 마찬가지로 방공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을 선포할 가능성도 있다.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중국의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남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수 도 있다”고 밝혔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 방위를 목적으로 영공과 연결된 바깥 상공에 설정하는 지역이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비행물체를 식별해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군사상의 위협을 평가해 대응하기 위한 공간이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이 아니고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지역이다. 각국은 방공식별구역이 영공이 아니기 때문에 타국(他國)의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격추할 수 있는 권리는 없지만, 보통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대응 조치를 취한다. 한 국가가 타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할 경우 항공기를 진입시킬 때 이를 사전에 통보해 허가를 받는다.

중국은 2013년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어느 정도 압박할 의지가 있는지를 시험해보았다. 당시 미국은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군사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지는 않았다. 대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동맹 강화에 적극 나서는 전략을 구사했다. 미국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문제로 자칫하면 우발적 충돌 상황이 벌어져 역내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국은 남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감안해 인공섬들을 군사기지화하고 있다. 중국이 파라셀 제도의 우디 섬(중국명 융싱다오)에 최신예 전투기 젠(殲·J)-11전투기 16대를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J-11은 중국형 F-15 전투기로 최고 속도가 마하 2.35로, PL-12/SD-10 공대공미사일 등을 탑재하고 있다. 젠-11 전투기 2대는 지난 5월 남중국해상 국제공역에서 미국 해군 EP-3 정찰기에 접근, 비행을 방해하는 등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 7개에는 활주로와 레이더 및 통신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이 인공섬들에 젠-11 등 중국의 공군 전투기들이 포진할 경우 가공할 전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작전 반경 500∼1000㎞ 전투기가 주둔하면 남중국해 전체의 제공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공섬들이 이른바 ‘불침항모’(不沈航母)라고 불리고 있다.

여론 의식한 등대 설치 등 민간용 시설 확충 계획도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영유권 분쟁 판결을 하루 앞둔 7월 11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는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성토하는 시위가 열렸다.
중국은 인공섬들에 대한 실효 지배를 강화하고 군사기지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민간용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 전략이 중국이 추진하는 두 번째 대응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등대다. 중국은 PCA의 판결이 나오기 하루 전인 7월 11일 스프래틀리 제도의 5개 인공섬에 설치한 등대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쉬루칭 중국 교통부 해사 국장은 “이들 등대는 남중국해의 중요 공익시설로 중국의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설치됐다”고 밝혔다.

7월 11일은 중국이 명나라 정허(鄭和)의 남해원정 600주년을 기념해 2005년 제정한 중국의 항해의 날이다. 등대는 높이가 50∼55m에 이르며 직경 4.5m의 대형 회전식 등기(燈器)와 첨단 장비를 갖추고 불빛 도달거리가 22해리에 이른다. 또 유람선 운항도 대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 싼야 인터내셔널 크루즈 디벨롭먼트는 향후 5년간 남중국해 관광을 위한 크루즈용 선박 5∼8척을 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유기업인 중국원양해운(COSCO)과 차이나 내셔널 트래블 서비스, 중국교통건설(CCCG)의 합작사인 이 기업은 현재 신형 크루즈용 선박인 ‘남중국해의 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선박은 이미 하이난다오의 싼야에서 파라셀 제도까지 운항하고 있다. 중국은 또 이들 인공섬에 민간 여객기도 운항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은 남방 항공과 하이난항공 소속 여객기 2대가 7월 13일 스프래틀리 제도의 인공섬인 미스치프 환초와 수비 암초에 건설된 활주로에 이착륙 시험 운행을 실시했다. 중국 국유통신사인 중국 전신은 7월 24일 7개 인공섬에 구축해온 4세대(4G) 이동통신망을 개통시켰다. 이로써 인공섬들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이 4G 이동통신을 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인공섬들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중국은 해상 부유형(浮游型) 원자력발전소도 건설할 방침이다. 이 원전은 오는 2018년까지 제작을 마친 뒤 2019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국선박중공집단(船舶重工·CSIC)이 제작하고 있는 이 원전은 선박에 원자로를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섬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중국의 원자력 전문가들은 해상 부유형 원전의 투입으로 남중국해 인공섬들에 전기는 물론 담수까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확보와 상업적인 개발을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 인공섬들과 대륙과의 거리가 멀어 화석연료를 운송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선박중공집단은 이미 첫 번째 해상 부유형 원전 설계에 착수했으며 앞으로 총 20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원전이 가동될 경우 인공섬에는 민간인들도 대거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중국은 인공섬을 섬이라고 우기면서 사실상 실효 지배를 강화할 수 있다.

중·러 합동군사훈련 계획, 미·중 갈등 증폭할 듯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 주비자오에 건설한 대형 등대.
중국은 또 남중국해의 영유권이 자국에 있다는 점을 합리화하기 위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외교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올 들어 PCA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자국의 주장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전을 벌여왔다. 중국의 관영 영자신문인 차이나 데일리가 PCA의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7월 13일 1면에 ‘중국의 입장’이란 제목의 세계지도를 싣고 70여 개국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고 보도한 것도 이런 외교 공세 덕분이다. 하지만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지지를 명시적으로 밝힌 나라는 레소토와 아프가니스탄 등 8개국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향후 외교 공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강대국의 횡포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남해 구단선이라는 인위적인 바다 국경선을 긋고, 암초에 인공구조물을 만들어 해양 주권을 독점하려는 것은 PCA의 판결에 따라 명백한 국제법의 위반임에 틀림없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강대국엔 국제법이 필요없다’는 냉혹한 국제현실에 대한 불문율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중국은 PCA의 판결을 아랑곳하지 않고 ‘패권국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아세안 회원국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를 보일 것이다.

7월 24일과 25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외교장관 회담에서 나온 공동성명을 보면 중국의 외교 공세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아세안 외교 장관들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관련국들은 영유권 분쟁에 대해 상호 신뢰와 자제력을 보여야 하며,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원론적인 수준의 공동성명만을 발표했다. 중국에 대한 PCA의 판결 준수 요구라든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은 공동성명에 한 글자도 들어가지 않았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과 베트남이 회원국들을 설득하고 나섰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중국은 아세안의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대성공이라면서 한껏 고무된 표정을 보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아세안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태국과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연쇄 회동해 중국과 아세안의 발전을 위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의 원만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하게 설득했다. 왕 부장은 또 일부 아세안 회원국에 대해선 압력까지 행사했다. 중국은 이미 아세안 회원국들 중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등 우군으로 확보해놓은 상태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대부분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중국의 입장을 거스르는 의견을 표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국제 여론을 자국에 호의적으로 바꾸기 위한 홍보전에도 열을 올린다. 중국 정부는 7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 미국 뉴욕 한복판인 타임스스퀘어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이 자국에 있다는 내용의 홍보 영상물을 방영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미국과 대립하는 러시아를 끌어들였다. 양국은 9월 남중국해 해상과 공중에서 합동군사훈련인 ‘해상연합-2016’을 실시할 계획이다. 양국이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군사력에서 미국에 비해 열세인 중국이 러시아와 힘을 합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무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남중국해의 파고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1609호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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