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전주행(行) 고속버스에 올라탄 연인 한 쌍이 이어폰을 한 짝씩 끼고 음악을 같이 듣고 있다. 사진·박종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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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 사이로 걸어 들어왔다얼굴이 보이지 않는 다정이라는 음성흰 피의 수혈이라고 해도 좋았다바라보지 않아도 당신 표정이 보인다맨발로 찰박찰박 걷던 빗길 아스팔트처럼 저 수심 밑에 숨겨둔 소리의 뼈들목소리보다 살빛이 먼저 타들어가서애절해지는 귀의 응시새로 시작한 당신의 말을 끝까지 듣느라꼼짝달싹 못한 규칙들이 요람처럼 흔들린다이 평화는 노래에서 시작되었다꿈속까지 밀고 들어가는 밀어가 불길이 되어잇몸 터지도록 함께 깨무는 노래저 노래가 이어주는 세계는 서로 모르는 거리였지만알고 보면 우리에겐서로 가장 잘 듣는 동공이 있었다
※ 천수호 -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겸임 조교수,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아주 붉은 현기증] [우울은 허밍]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