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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특집 | 정치 포커스] 지방선거 후 與野 권력지형 지각변동 온다 

당권 경쟁··· 이제는 내부 적과의 싸움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여당, 2020년 총선 공천권 걸린 전당대회에 주류-비주류 사활 건 쟁투...야당, 생존 위한 범보수 통합 필요성 절감하지만 리더십 창출 ‘막막’

6·13 지방선거는 보수 야권의 주요 지도부를 궤멸시킬 정도로 여당에 일방적 승리를 안겼다. 진보 진영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 내부 정비와 함께 정국 주도권을 굳히기에 나설 참이고, 보수 진영은 새 지도체제가 들어설 때까지 격렬한 혼돈과 진통이 예상된다. 양 진영의 모색은 정계개편이라는 접점에서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후보들의 이름표 옆에 스티커를 붙인 뒤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정치를 시작한 지 30년이 됐다. 선거를 해마다 한 번씩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제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 했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과를 가져 왔다.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우리가 참으로 무겁게 느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 최다선 국회의원인 이해찬 의원(7선)은 집권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지방선거 결과에 스스로도 놀라는 눈치였다. 지방선거 다음 날인 6월 14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그는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나아가 “특히 정부 수립 70주년 되는 해에 비로소 선거혁명이 일어나고 그동안의 냉전 체제가 종식될 수 있는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어깨가 무겁다”며 지방선거 결과를 ‘혁명’에 비유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1당의 자리에 올라선 민주당은 2017년 5월 대선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한 데 이어 올 6월 지방선거에서는 사상 최대의 압승을 거뒀다.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14명을 민주당에서 배출했고, 22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절반이 훌쩍 넘는 151곳에서 승리했다. 12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재·보선에서도 11명을 당선시켰다. 통계상으로 ‘민주당 독주’ 시대를 확신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적을 받아든 추미애 대표는 6월 14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민심은 지역, 세대, 이념을 초월해 나타났다”고 반색했다.

집권여당은 남북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논란을 빚어 온 정책을 보다 힘차게 추진할 여건을 갖췄다고 하겠다. 여권 핵심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선 전후로 형성된 ‘촛불지형’이 유지, 강화되고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높은 국정지지도와 야당의 협조는 별개 문제


▎6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원내에서 민주당 운신의 폭도 한결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11석을 불린 데 반해 자유한국당은 1석을 챙기는 데 그쳤다. 의석 수도 더불어민주당 130석, 자유한국당 113석으로 격차는 17석으로 벌어졌다. 민주당은 21석을 보태면 원내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여권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6석)에다 바른미래당(30석) 내 호남 의원들까지 아우른다면 과반 세력 지위를 점하게 된다.

이런 여권의 현상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이 마냥 순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강화된 촛불지형과 기존 정당지형 간 마찰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게 정치컨설팅 업체 입소스코리아의 전망이다. 입소스코리아는 지방선거 관련 보고서에서 현재의 한국 정치지형이 ‘2016년 총선에서 형성된 여소야대 정당지형과 2017년 형성된 촛불지형이 중첩된 불안정 구조’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입소스코리아는 “문 대통령이 높은 국정운영 지지도를 바탕으로 야당을 압박할 수는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압박일 뿐 야당의 근본적인 협조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야당은 내부 혁신 과제와 별개로 2020년 4월에 치러지는 21대 총선에 초점을 맞춰 제1야당으로서의 선명성 부각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리 높은 국정지지도를 유지해도 야당의 협조는 별개의 문제이자 각 당의 이해관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입소스코리아는 지적한다.

예컨대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기대하고 작은 실수라도 크게 부각시키면서 선거에 유리한 구도를 창출하고자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함에 있어 필요한 국회 동의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기존 정당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은 “정당 간 알력과 마찰은 21대 총선이 치러지는 2020년 4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승리로 정국의 해답을 찾았다기보다는 새로운 문제와 만나게 됐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또한 권력 교체기에 들어선다는 점도 정국의 관전 포인트. 민주당은 8월 막을 내리는 추미애 당 대표 체제를 대신할 새 리더십을 창출해야 한다. 당내의 관심은 벌써 차기 당권 경쟁 구도에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당권 예비 주자는 자천타천으로 10여 명에 이른다. 이해찬(7선), 이종걸(5선), 김진표·박영선·송영길·최재성(이상 4선), 우원식·이인영(이상 3선), 전해철(재선), 김두관(초선) 의원에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직을 겸하고 있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4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3선)도 당 대표 후보감으로 거론된다.

임기 2년의 새 지도부가 당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이유는 2020년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류·비주류 간 치열한 경합이 불가피하다. 당권 경쟁은 속성상 내부의 ‘적’을 만드는 과정이다. 당력이 절정에 달한 시점에서 치러지는 전당대회지만 친문(親文, 친문재인)과 비문(非文, 비문재인) 간 갈등과 반목이 지방선거 승리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는 지방선거 결과로 확인됐다”면서 “당내 주류·비주류 싸움에서는 아무래도 주류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주류에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류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면 비주류의 핵심 인물들에게 밀리는 경우도 배제하지 못 한다는 게 박 원장의 진단이다. “주류와 비주류 간, 또 주류 내부의 교통정리 과정에서 상당한 혼전으로 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여권이 21대 총선에 갖는 불길한 예감


▎2016년 8월 야당 시절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2016년 이후 민주당은 늘 이기는 선거를 해왔다. 예상을 깨고 원내 1당으로 올라선 2016년 20대 총선, 촛불민심의 일방적 성원으로 압승을 거둔 2017년 5월 대선, 숙적인 자유한국당을 대구·경북의 지역당으로 가둬 버린 지방선거까지 지난 3년간 민주당의 선거는 파죽지세(破竹之勢)였다.

하지만 2020년 21대 총선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심지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고전하리라는 우려마저 여권 내에서 제기된다. 민주당 내 사정에 밝은 여권의 한 소식통은 “2년 후 기준으로 시간을 역산해 보며 불길한 예감을 갖는 정치인들이 한둘은 아닐 것”이라고 다음과 같이 귀띔했다.

“지금은 모든 게 순풍에 돛을 단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일은 다 좋아 보이고 지지율도 높아서 힘을 받으니까.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 의제가 한풀 꺾이는 올 하반기 이후 국민의 관심사는 경제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청와대와 내각이 경제 실적 수치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등 논란을 빚은 게 우연이 아니다. 지금은 북핵 문제가 경제 이슈를 덮어주지만 하반기에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도 예측을 불허한다. 이런 민생 이슈가 임기 중반에 접어드는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어쩌면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총선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문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정치인들이 속출할지도 모를 일이다.”

선거 구도의 불리함에 더해 여권 내부의 공천 경쟁도 더 험악해질 수 있다. 2020년 총선은 권력이 내리막길로 가는 집권 4년차에 치러진다. 청와대와 정부 등 공직에 몸담은 정치권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을 일컬음)들이 너도나도 선거판으로 쏟아져 나올 타이밍과 맞물린다. 앞서 여권의 소식통은 “이렇게 새로 공천 경쟁에 뛰어들 정치 지망생들이 줄잡아 100~200명을 헤아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수도권과 호남의 주요 지역구 상당수에서 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과 정치 신인들이 경합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결국 당내 공천 경쟁이 더 격화된다는 말이다. 이 소식통은 “이렇게 되면 당내 기득권 세력인 현역 의원들의 입지가 흔들린다”면서 “그래서 당 주류인 친문 진영은 이를 적절하게 제어할 강력한 리더십을 세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치러야 하는 국회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입장에서는 당권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겠다.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공천이 좌우될 가능성 크기 때문이다. 유력한 당권 주자에게 줄을 서는 눈치작전도 덩달아 치열해질 것은 자명한 이치다.

점점 불리해지는 판세와 더 격화되는 공천 경쟁을 감안하면 당의 주류인 친문 진영은 반드시 당 대표에 자파 인사를 내세우고 최고위원도 다수를 점하려는 욕구를 느낄 법도 하다. 사실 친문 진영에는 당 대표 후보들이 넘친다. 이해찬·김진표·전해철·최재성 의원 등 핵심 인사들의 하마평이 나온다. 여기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범친문계로 분류된다.

“모두가 스스로 친문이라고 해서 더 겁난다”


▎6월 5일 서울 세종로공원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법 개악 폐기를 위한 한국노총 결의대회.
그래서인지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모두가 스스로를 친문이라고 해서 더 걱정”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약간의 엄살이 더해진 말이긴 하지만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진단은 아니다. 자칭 친문 주자가 난립해 비문 내지 비주류 주자가 당권을 차지하는 사태를 은근히 경계하는 주류 내 기류와 맞닿은 발언이다. 민주당 당권 향배도 친문계의 일방적 우위로 매듭지어질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는 민주당은 2년 후 있을 총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민주당이 중앙과 지방의 권력을 완벽하게 장악한 데다 경쟁 상대인 보수 정당은 상당기간 갈피를 못 잡고 지리멸렬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황 평론가는 “보수에 재기 가능성이 있어야 진보도 견제하고 두려움을 갖는데 지난 대선 이후 보수 진영은 회생의 기미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황 평론가의 말대로 보수 진영은 보수 지지층에서조차 “폭삭 망해야 한다”는 질책을 듣는다. 문민정부에서 활동한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를 대변한 정당이 폭삭 주저앉으면, ‘이제는 이거 가지고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한국당이 망하고 민주당이 둘로 갈라져서 경쟁하는 게 차라리 나은 게 아닌가”라는 말까지 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자유한국당이 정신을 차리던가, 아니면 정신을 차린 정치인이 나오던지 어떤 변화가 왔으면 좋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대통령학연구소 부소장)도 “6월 지방선거는 보수층이 보수를 심판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조차 투표를 포기하거나 투표장에서 2번을 찍지 않는 방식으로 자유한국당을 응징하고자 한 이들도 있다”고 임 교수는 분석했다. 보수층의 낮은 투표 성향과 투표용지의 1번과 2번 중간에 기표한 적지 않은 무효표 등에 견줘봤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도 6월 15일 의원총회에서 “수구기득권과 낡은 패러다임에 머무는 보수는 탄핵당했고, 저희는 응징당했다”고 자책하기에 이르렀다.

패권주의 정당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며 제3의 길을 표방한 바른미래당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단 한 석의 광역·기초자치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해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박주선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결국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따로 똑같이’ 벼랑끝에 섰다. 지난해 5월 대선에 나섰던 주요 야권 후보 3인부터 모두 2선 뒤로 사라졌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6월 14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고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도 “여러가지로 숙고하고 앞으로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잠행에 들어갔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야권은 권력 진공 상태에서 리더십을 새로 세우고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로 내몰렸다.

보수 진영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각 당의 체제 정비 및 혁신 방안 도출이 하나고, 정당 간 이합집산 등 야권발 정계개편의 뇌관이 언제 터질 지가 다른 하나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패배 직후 당의 구조, 체제, 관행과 관습을 일신하고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6월 15일 지방선거를 “국민이 자유한국당을 탄핵한 선거”로 규정하고 “자유한국당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절규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해체에 버금가는 변화를 주겠다는 다짐이다. 그 첫 단추는 “물러날 분은 뒤로 물러나고 확실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김성태 원내대표)는 발언처럼 대대적 인적 물갈이에서 찾아질 전망이다.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김무성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보수정당 재건을 위해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수를 쳤다. 나아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선과 정책의 대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공천권 걸린 2019년 전당대회


▎자유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당초 자유한국당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현행 당헌이 사퇴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인 경우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 대표를 선출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홍 전 대표가 임기를 1년 남기고 사퇴했으므로 자유한국당은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게 원칙이다. 새로 뽑히는 대표는 ‘전임자의 잔여임기로 한다’는 당헌에 따라 2019년 7월까지 임기를 채우게 된다.

그래서 한때 임기 1년의 당 대표 경선에 누가 나설 것인가를 놓고 당내에서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다. 심지어 정치권 마당발로 통하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홍 전 대표가 사퇴는 하지만 다음 전당대회를 준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의원은 “홍 전 대표가 재출마할 것이라고 본다”며 “스스로가 대권에 대한 욕망을 가진 무서운 사람”이라고 빗댔다.

홍 전 대표가 올 8월로 예상되는 임시 전당대회에 나선다면 “원인 제공자가 전당대회 나선다”는 비난이 부담스럽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대표의 귀환은 자기모순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홍 전 대표 주변에서는 임시 전당대회는 깨끗이 단념하고 내년 7월 정기 전당대회를 겨냥하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 측 인사는 지방선거의 패색이 짙어질 즈음 “온갖 손가락질을 감내하면서 임시 전당대회에 나서기보다는 2019년 정기 전당대회에서 당당하게 권토중래하는 게 모양새도 좋고 재임 기간도 2년을 보장받는다”는 의견도 개진했었다. 게다가 2020년 21대 총선 공천권도 내년 정기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에게 주어진다. 따라서 홍 전 대표로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떠안으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절충점을 내년 정기 전당대회에서 찾을 수 있는 셈이다. 이 밖에 김무성 전 대표와 이완구 전 총리를 비롯해 정우택·정진석·나경원·주호영·심재철·김용태 의원 등이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군으로 인식됐다.

최근 지방선거 패배의 후속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당대회 개최 방안은 쑥 들어가는 분위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6월 15일 “당 지도체제에 대해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 혁신비대위를 구성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당 안팎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비대위가 정기 국회 전이나 혹은 연말까지 당의 인적 쇄신 및 보수가치의 재정립 같은 당면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개혁 보수 정치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지방선거 직후 2선으로 후퇴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하지만 비대위 체제로는 당 대 당 통합 등 정계개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보수 세력 규합 같은 합종연횡을 주도하는 데는 전당대회를 통해 정통성을 부여받은 지도부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서성교 바른정치연구원장은 “자유한국당이 당장은 외부의 새로운 인물까지 아우르는 비대위 체제로 방향을 정하고 민심이 누그러질 즈음 전당대회를 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바른미래당도 새로운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실감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6월 15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지금 필요한 야당은 중도보수의 야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공 보수도 좌파적 진보도 우리의 가치가 아니다”면서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찾는 중도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통합”에 적극 참여할 의향임을 밝혔다.

바른미래당의 최대 주주격인 유승민 전 대표는 보수의 완패로 판명 난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핵폭탄을 맞았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개혁 보수를 표방하며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그 역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소수 정당의 한계를 피부로 느낀 탓이다. 그는 바른미래당 소속 후보들의 지지율이 좀처럼 뜨지 않자 “지방선거운동 과정에서 ‘개혁 보수 정치하기가 이렇게 힘들구나’라는 걸 절감을 했다”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발언이 눈길을 끈다. 선거운동 기간인 6월 11일 대구를 찾은 유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철저히 반성하고 책임진다면 언제든지 그 사람들과 힘을 합칠 수 있다”고 전제를 달긴 했지만 야권 통합의 운을 뗐다. 당시 그는 “자유한국당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저렇게 반성할 줄 모르는 한국당에 우리 시민들께서 회초리를 들어 주셔야 한다”고 심판론을 내세웠다.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기조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지방선거 이후 보수통합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시선을 모았다.

보수 진영의 주요 인사들이 야권의 근본적인 대개편을 다짐하는 일종의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으나 이게 실제로 야권 통합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21대 총선(2020년 4월)이 2년 가까이 남았기에 정당과 국회의원들도 정국과 민심의 추이를 지켜본 뒤에 행동에 들어갈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쪼개져서는 어렵다는 사실을 통감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총선까지는 시간이 많은 만큼 통합이 단시일 내 현실화되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양당 공히 통합을 결정할 시스템이나 리더십이 와해된 처지다. 양당의 대표들이 모두 사퇴함으로써 협상 창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도 야권발 정계개편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보수의 재편이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한계들로 인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김 부소장은 전망한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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