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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복거일 소설 ‘이승만’ | 물로 씌여진 이름 (제1부 광복) 

제16장 사이판 (3) 

사이판의 전투는 막바지로 치달았다. 일본군은 패전의 기색이 역력해질수록 오히려 전의(戰意)를 더욱 불태웠다. 싸울 수 없게 된 일본군과 민간인은 집단 자살로 명예를 지키려 했다. 저들의 광기에 미군은 경악했다.
일본군의 거세고 효과적인 저항으로 작전이 오래 끌면서, 미군의 손실은 빠르게 늘어났다. 섬에 상륙한 지 1주 만에 미군은 4000명 가까운 사상자들을 냈다. 2해병사단이 1016명, 4해병사단이 1506명, 그리고 27보병사단이 1465명이었다.



이런 엄청난 인명 손실을 불러온 싸움터의 조건들은 줄곧 미군의 형편을 어렵게 만들었다. 병사들은 상륙할 때 걸친 옷을 싸움이 끝났을 때까지 그대로 입었다. 작전이 끝났을 때, 병사들의 군복은 땀과 비로 해어져서 너덜너덜했다. 싸움이 치열할 때는 군복을 입은 채 소변을 보아야 했으니, 병사마다 냄새가 지독할 수밖에 없었다. 평지의 사탕수수 밭은 농부들이 뿌린 인분으로 덮였는데, 적의 총격이나 포격을 받으면, 병사들은 그 인분 덮인 땅에 얼굴을 파묻어야 했다. 열대에서 싸우는 터라, 땀 찬 발을 씻고 양말을 빨아 신는 것이 긴요했지만, 바닷가에서 작전하는 병사들을 빼놓고는 대부분의 병사들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면도하거나 몸을 씻는 것은 물론 누릴 수 없는 사치였다. 땀을 많이 흘리니 먹을 물을 구하는 것이 당장 급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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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호 (201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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