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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국 경제의 돈키호테’ 132인의 비망록 

창업 지원금 1억원이 ‘유니콘’ 종잣돈 

거듭되는 실패의 반전…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돌파구 마련
중소·벤처 CEO들의 분투 기록 5권 전집으로 엮어


▎CEO의 노트(전 5권) / 장욱진 등 132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각 1만5000원
"72 %가 문 닫는데… 무작정 창업 부추기는 사회”

“창업·벤처기업 정부지원금은 ‘눈먼 돈’”

언론에 비친 정부의 창업·벤처기업 지원 정책은 의혹투성이다. 명분은 좋지만 실효성이 없고 관리도 부실하단 지적이다. 여러 정부 부처가 한 기업에 자금을 중복 지원하는 게 전형적인 경우다. 기업이 시설자금을 저리에 융자받아 사무실을 얻은 뒤, 다른 업체에 세놓는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중소기업연구원이 정부 지원의 실효성에 관한 흥미로운 결과를 내놨다. 창업 지원 기업의 5년 생존율이 2017년 기준 53.1%로 집계됐다. 일반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28.5%, 통계청 집계)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창업 지원 기업 2만233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3년 연속으로 매출·고용이 연평균 20% 넘게 성장한 ‘고성장 기업’도 422곳에 달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2013년 창립된 ㈜비바리퍼블리카(대표 이승건)다. 간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토스(Toss)’로 유명하다. 상대방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전화 번호로 송금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도 필요 없다. 심지어 상대방이 토스 앱을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 ‘페이코’나 ‘카카오페이’ 같은 동종 서비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이런 강점을 인정받아 ㈜비바리퍼블리카는 창립 5년 만에 ‘유니콘기업’에 등극했다. 지난해 12월 8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하면서 1조3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다. 유니콘기업은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비상장 벤처기업을 말한다.

토스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사장 이승직, 이하 중진공)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태어났다. 이승건 대표는 2012년 입교, 창업 지원금 1억여원을 지원받았다. 중진공이 2011년부터 전국 17곳에 설립한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선 입학생들에게 창업교육부터 사업비 확보 등 창업에 필요한 전 과정을 일괄 지원한다. 2011년 입학한 1기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창업가 2400여 명을 배출했다.

그 창업가들의 고군분투 기록을 엮은 책이 나왔다. 중진공이 창립 40년을 계기로 발간했다. 긴 역사만큼이나 전집에서 다루는 기업도 많아 총 132개에 달한다.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비롯해 해외 주요 교역거점에서 마케팅·법률·회계 등 서비스를 지원하는 ‘수출인큐베이터’ 등에서 혜택을 받은 기업들이다.

과거 ‘산업보국’을 내건 한국 정부의 지원이 오늘날 대기업들을 만들었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수많은 중소·혁신기업이 정부 지원을 성공의 마중물로 삼는다. 이번 [CEO의 노트] 전집은 산업보국의 현재사를 써내려간 기록물이다.

- 문상덕 기자

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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