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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 ‘해외투자 선봉’ 미래에셋의 나 홀로 질주 

박현주의 이노베이션 글로벌에서도 통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 1300억원… 지난해 실적에 육박
주식 세일즈 넘어 벤처캐피탈·자산투자 등 종합 비즈니스로 진화


▎박현주 미래에셋 창업주 (현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가 2017년 7월 미래에셋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그룹 해외법인이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영업이익에 버금가는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의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 영업이익(이하 세전 기준)은 약 13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한 해 벌어들인 1500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국내 14개 증권사가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을 모두 합친 규모(1351억원)와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같은 성과는 미래에셋그룹이 대내외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놓인 가운데서도 이뤄내 더욱 주목을 받는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대표 수출 산업은 일본의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로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래에셋은 2017년 12월부터 시작된 공정위 조사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었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창업주(박현주)가 미래에셋대우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으로 취임한 뒤 적극적으로 해외영토를 개척한 결과로 보인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실적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주도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은 상반기 872억원의 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12억원)보다 70% 늘어났다.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은 3.3조원의 자기자본을 갖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 방위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주식 세일즈를 넘어 종합 비즈니스 모델을 영위하는 점이 눈에 띈다. 올해 1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새 랜드마크 건물을 조성하는 사업에 3억7500만 달러(약 4200억원)를 투자한 건이 대표적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코스모폴리탄 호텔(9500만 달러)과 애틀랜타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7800만 달러)를 인수하기도 했다. 호주에선 지역 소프트웨어 업체인 MYOB 인수금융 300억원을 제공하는 투자은행(IB) 딜을 진행했다.

신흥시장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방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ETF 운용사인 글로벌 X는 지난 4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클라우드 ETF를 선보였다. / 사진:미래에셋대우
신흥시장에서도 투자에 거침없다. 홍콩법인은 올해 1월 중국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인 마오얀(Maoyan) 엔터테인먼트의 해외 상장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국내 증권사가 중국 유니콘 기업의 상장 작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4월 인도에선 온라인 슈퍼마켓 업체인 ‘빅 바스켓(Big Basket)’에 영국 정부 산하 투자회사인 CDC와 함께 1억5000만 달러(약 17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부칼라팍’에 5000만 달러(약 560억원)를 투자하는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대우 출범 이후 글로벌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해외투자자산 운용이익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압도적으로 해외부문에서 수익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 질주에는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3년 국내 최초의 해외운용법인인 미래에셋자산운용(홍콩)을 출범하며 해외 진출의 물꼬를 텄다. 최근엔 지난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T8 빌딩을 4억 유로(약 5200억원)에 매각한 것이 자랑할 만한 성과로 꼽힌다. 2년 만에 160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 기간 동안 7% 중반대 배당이 이뤄져, 매각이 완료될 경우 연간 25%가 넘는 내부수익률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글로벌 X’를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ETF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미래에셋이 선보인 클라우드 ETF는 두 달 만에 운용자산이 3억6237만 달러(약 4300억원)로 불어나는 등 현지에서 선전하고 있다. 일평균 거래량도 700만 달러 규모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창업자는 지난 4월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글로벌 사업 확대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기회 또한 위기의 모습으로 올 때가 많다”며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향후 글로벌 금융 상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올해 중국과 인도의 비즈니스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1909호 (201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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