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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리포트] 바이든 행정부 출범 첫해 동북아 삼국지의 향배 

한반도는 미·중 대치 외줄타기 운명 

‘동맹 전선’ 넓히려는 미국과 ‘동반자’ 강조한 중국의 양면 압박
동북아 정세 불안 높아질수록 섣부른 남북관계 이벤트 경계해야


▎조 바이든의 당선으로 2021년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려는 미·중 경쟁이 고조될 전망이다. 2015년 9월 24일 미국 워싱턴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나란히 걷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정보기관(DNI)으로부터 국가안보에 관한 ‘대통령 일일 정보 브리핑(PDB)’를 받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침내 선거인단 선거 결과에서 패배하면 백악관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본인 소유의 뉴욕 트럼프 타워나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로 돌아가 골프와 사업에 집중하든지 4년 후 차기를 도모하든지 백악관의 주인은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이 될 것이다.

우리의 관심사인 외교 안보라인도 속속 지명했다. 예상대로 국무장관에 지명된 토니 블링큰(Tony Blinken)은 바이든이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시절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던 최측근이다. 20년 동안 그림자처럼 보좌해 눈빛만 봐도 보스인 바이든의 생각을 간파하는 그는 국무부 부장관(2015~2017)을 거쳤다. 블링큰은 김정은을 ‘최악의 폭군’이라고 일갈할 만큼 북한에 비판적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40대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은 동맹주의자다.

청와대와 바이든 당선자 간의 소통도 시작됐다. 지난 11월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선인은 전화 통화를 했다. 통화의 키워드는 린치핀(linchpin)이었다. 린치핀은 바퀴가 축에서 빠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핵심 축’이라고 번역되는 린치핀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회자되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사라졌던 용어다. 바이든은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한미동맹이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에 대한 안보의 핵심축”이라고 언급한 후 ‘린치핀’은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바이든 당선인이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지역의 린치핀’이라고 강조한 것은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대중 압박 노선에 한국의 역할과 참여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다. 인도·태평양 구상은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견제 기조인 ‘아시아·태평양’ 구상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전략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리언 파네타(Leon Panetta) 국방장관은 2012년 호주에서 전 세계 미국 군사력의 비중에서 유럽과 중동 대 아시아의 비율을 6:4에서 5:5로 조정하는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발표했다. 아시아의 비중을 늘려 외교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 전략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앞서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인도·태평양지역 안전과 번영의 주춧돌(cornerstone)로서 미·일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코너스톤’이라는 용어 역시 린치핀과 유사하게 오바마 행정부에서 사용되다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사라졌다가 복귀한 셈이다. 요컨대, 바이든 당선자는 전통적인 한·미와 미·일 동맹을 린치핀과 코너스톤으로 각각 지칭하며 동북아에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했다.

정부 여당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트럼프 배제하기(ABT: Anything But Trump)’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극적인 리얼리티쇼 형식의 흥행카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여권은 내심 조바심이다. 11월 셋째 주 송영길 외통위 위원장 등 민주당 한반도TF 의원 3명은 급한 마음에 미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인수위 측 인사들과는 면담하지 못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 정책’ 다시 꺼내든 바이든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통화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
지금 바이든 인수위에 관여하는 인사가 외국인들을 만나 정책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워싱턴의 인사이드 정치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이야기다. 500여 명의 인수위 명단에 오른 인사는 물론 외곽에서 절치부심하는 비주류 인사와 각료급으로 거론되는 거물들은 잠행 속에서 커넥션을 잡아 자리를 차지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이 대규모 정무직을 임명하는 전통은 미국 양당정치로 인한 엽관주의(spoil system)의 오래된 유물이다.

결국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워싱턴 비행기를 탔지만, 전환기의 분위기 파악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3명의 국회의원은 귀국 후 “자신(비건 부장관)이 겪었던 하노이 회담 실패의 교훈부터 모든 것을 충실하게 (바이든 당선자) 인수위 팀에 전달해서 시행착오가 안 되도록 하겠다 등 (비건 부장관과) 전폭적으로 합의를 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비건이 서울로 송별 여행을 와서 광화문 식당을 전세 내서 그가 좋아하는 ‘닭 한 마리’ 식사를 했으니 워싱턴 방문 전후와 큰 차이는 없다. 구태여 합의를 안 해도 미국에서 정권교체기 전·현직 정부 간 인계인수는 기본이다.

수전 라이스(Susan E. Rice)가 11월 16일 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인 ‘트럼프의 버티기는 미국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Trump stalls and imperils U.S. security)’에는 미국 행정부가 정권 인계인수를 어떻게 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 2000년 이후 3차례 정권 인계인수를 경험한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새로 출범하는 공화당 행정부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 지명자에게 인계인수 업무를 추진하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파월은 보좌관도 없이 홀로 국무부에 와서 매우 사려 깊게 업무를 파악했다고 한다. 인계팀과 인수팀 간에 스타일 차이에 따라 방식은 달랐지만 대체로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으로 인수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에는 관료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계인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협상 행태는 트럼프의 톱다운(Topdown, 하향식)이 아닌 버텀업(Bottom-up, 상향식) 방식인 만큼 비건의 경험에 대해 크게 무게 중심을 둘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와 정상회담 과정에서 파악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상정보는 이미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파일을 축적하는 만큼 바이든 외교라인이 체계적인 분석을 할 것이다. CNN은 12월 3일 바이든 외교팀이 트럼프와 김정은 간에 오 간 친서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갔다가 빈손 귀국한 여권의 조바심


▎더불어민주당 한반도태스크포스(TF) 송영길 위원장이 11월 15일 오전 미국 방문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으로 이동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정 의원, 송영길 위원장, 윤건영 의원. / 사진:연합뉴스
서울에서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연일 평양을 향한 일편단심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이 장관은 우리가 부족하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을 북한과 나눠야 하고 서울-평양 대표부 및 개성 신의주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 관광을 제안하며 36년 전 북한으로부터 받은 수해 물자를 고려해 북한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연평도 포격 10주기에는 4대 재벌기업 부사장급을 호텔로 초청해 남북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지난 7월 장관 임명 이후 코로나 사태로 북한과 대화는커녕 남북관계가 동면상태로 들어가는 시점에 북한 접근에서 트럼프 행정부와는 결이 다른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정부의 초조감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교착상태를 뚫어보려는 통일부 장관의 눈물겨운 노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시운이 맞지 않고 있다. 세계식량원조계획(WFP)을 통한 5만t의 대북 쌀 지원도 북한의 거부로 140억원의 예산이 환수될 예정이다. 야심 차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어느덧 집권 종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장관의 다양한 구애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고립주의는 코로나 사태로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남북관계 경색의 직접 원인으로 작용해온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개정법률안을 12월 2일 국회 외교통일 위원회에서 의결, 처리했다. 한편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와 상관없이 북한의 코로나로 인한 봉쇄는 밀봉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전단방지법 통과 직전인 11월 29일 국경과 분계연선 지역들에서 봉쇄장벽을 든든히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장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비상식적인 조치를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경제난 속에서도 “중국이 지원한 식량을 방치하는가 하면 바닷물이 오염되는 것을 우려해 어로와 소금 생산까지 중단했다”고 한다. 북한의 철통 장벽 구축은 코로나 봉쇄를 겨냥한 것으로 백신 지원을 통해 남북 보건의료 협력의 물꼬를 트려 했던 정부의 구상은 물 건너갔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는 경제위기로 비화하고 있다. 주민 불만 해소의 희생양으로 환전상을 처형하고, 외화 사용금지는 환율 급락으로 이어지는 등 평양 내부 정세는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통일부 장관의 온정주의적 접근과 달리 북한의 행태를 비이성적이라고까지 규정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더 ‘북한스럽게’ 만들었다(made North Korea more North Korea)”며 “좀 이상한 상황”이라고 중동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언급했다. 마침내 김여정 제1부부장은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6개월 동안의 침묵을 깨고 ‘강 장관의 망언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서울로 보냈다. 김여정의 표현대로 남북관계는 동지섣달 냉기가 흐르고 있다.

청와대에 ‘동반자’ 역할 주문한 왕이 中 외교부장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이 차질을 빚고 있다. 12월 9일 북한 방역 요원이 평양 대동강변 미래과학자거리에 있는 기상수문국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 사진:노동신문
남북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자발적인 퇴진을 기다리며 진용을 정비하는 사이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발 빠르게 도쿄를 거쳐 서울을 찾았다. 11월 마지막 주 2박 3일 동안 서울을 방문한 왕이 부장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은 물론 정부 여당의 핵심 실세들을 두루 만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떠났다. 과공비례(過恭非禮) 의전 때문인지 면담 요청이 쇄도해서인지 왕이 부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는데 불발됐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통일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정정보도 신청까지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왕이 부장의 발언은 외교 의전과 화법에서 비외교적이고 한국을 훈계하는 수준이었다. 조선시대 명·청나라의 칙사들이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사대주의에 사로잡힌 한양을 압박하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 정권 교체라는 민감한 시기에 방한한 왕이 부장은 한국에 양국 간 ‘공통 인식’과 공통 비전인 ‘청사진’을 제안하면서, 미국에 너무 쏠리지 말고 중국과 “국제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수호”하자는 뜻을 전했다. 그는 강경화 장관과 회담 전 모두 발언에서도 두 나라 간의 ‘수망상조(守望相助)의 정신’을 강조하며 한국과 함께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수망상조는 공통의 적이나 어려움에 대비해 서로 망을 봐주고 돕는 관계로 실질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뜻한다. 조찬에서 문정인 특보가 “미·중 사이가 나빠지면 한국이 처신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왕 부장은 “신냉전에 반대한다. 이는 역사적 발전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중국의 견해를 자세히 설명했다. “미국의 중국 압박에 동참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크게 웃으며 “외교가 그렇게 간단한가”라고 답변했다. 오히려 “세계에는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도 중국도 모두 독립 자주국가다.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뼈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 외교부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합의된 10가지 항목을 발표하면서도 한국 발표엔 없는 “중·한 외교·안전 2+2 대화 (외교·안보 당국 연석회의) 시동”을 언급해 한·중 관계의 ‘전략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용과 입장은 한국 외교부의 발표와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6일 오후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앞선 일본 방문에서 왕이 부장의 행보는 한국과 달리 한계가 있었다. 왕이 부장의 도쿄 방문은 냉랭한 분위기에서 끝났다. 왕이 부장은 일본에서 협력이 필요한 가까운 이웃이라는 뜻의 ‘일의대수’(一衣帶水)란 말을 꺼내 들었다. 왕이 부장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회담에서 중·일 관계를 ‘장기적 협력 동반자’라고 하며 “적절한 전략적 소통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냉랭한 분위기의 원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날 선 공방이었다.

상대가 만만치 않은 만큼 왕이 부장의 행보는 의전과 화법 모두 한계가 있었다. 요컨대, 왕이 부장의 순방은 미국의 두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시각 차’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한미동맹에 대해 강한 견제구를 던지고 떠났다. 일본에는 메시지만 던지고 관망하지만, 한국에는 행동으로 압박하는 수준이다. 중국에 미·일 동맹은 난공불락이지만 연결고리가 약한 한미동맹은 얼마든지 토대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특히 동북아에서 한·미·일 삼각연대가 약화하는 것은 중국의 대한반도 외교가 추구하는 중요한 목표다.

외교·무역 총동원한 미국의 중국 고립 작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사회에서 제재 압력을 받는 중국의 반도체 기업 화웨이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게재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전투기 사진. ‘영웅은 자고로 많은 고난을 겪는다(英雄自古多磨難)’는 문구를 달았다.
마침내 바이든의 당선과 왕이 부장의 한·일 양국 방문으로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미·중 간 패권 싸움의 서막이 올랐다. 바이든의 동맹 강화 전략의 구체적인 일차 카드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소집이다. 바이든은 지난봄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취임 첫해에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 개최를 약속했다. 정상회의 개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약화된 동맹국들과 유대 관계를 강화할 뿐 아니라 점차 노골화하는 중국과의 이념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중국과 일대일로 대결하기보다 정상회의를 통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응하는 구도를 그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트럼프 배제하기’ 정책에서 예외는 대중(對中) 압박이다. 대통령 교체에 상관없이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바로잡는 데 핵심은 군사·경제력의 견제다. 미국 의회는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태평양 억지 구상’ 항목을 신설했다. 22억 달러(약 2조 4000억원)를 들여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목적이다. 의회가 1월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중 군사력 대응에서 전진하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다.

주목할 만한 점은 화웨이·ZTE 사용국에 미군과 주요 무기체계 배치의 재검토 권고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이익을 기준으로 화웨이 배제를 요구했다면, 향후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에게 민주주의 수호 차원에서 중국 압박에 동참을 요구할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중국 회사들을 배제한 ‘클린 네트워크’ 구상 참여국이 50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앞서 7월에는 국내 이동통신사 중 SK텔레콤과 KT가 중국 장비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깨끗한 통신사”라고 평가하며 LG유플러스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현재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국내 유선망 업체들은 모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 다만, 미국 의회가 문제 삼은 5G와 6G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 업체는 LG유플러스뿐이다.

화웨이 배제를 결정한 영국과 호주의 경우 모두 정부가 전면에 나서 화웨이 장비 금지를 결정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동참 여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셈법은 복잡하다. LG의 화웨이 장비 사용은 주한미군의 철수와도 맞물린 복잡 미묘한 현안으로 비화할 수 있다. 당장 교체는 어렵더라도 미국의 우려를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

또한 바이든은 중국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기 위해 ‘아시아 차르(Asia Tsar)’라는 아시아 업무 총괄 직책 신설을 구상 중이다. 실효성 여부에 상관없이 미국의 대중 결전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는 12월 1일 중국의 대북제재 비협조에 최대 500만 달러(약 55억원)를 준다는 ‘북한 포상금’ 웹사이트(DPRKrewards.com)를 새로 개설했다. 중국 앞바다에서 유엔 대북제재 위반 행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으며 2년간 관련 정보 788건을 중국 측에 전달했지만, 단 한 번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국무부의 주장이다.

미국은 지속해서 남포항에서 출항하는 북한 선박을 위성사진으로 촬영해 공개하고 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71호를 위반해 약 4억 달러어치의 석탄을 수출했다는 것이 미국이 파악한 정보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북한은 편의치적(便宜置籍: 실제로는 북한 선박이나 제3국 국적으로 등록)이나 추적 신호를 끄고 운항하는 방법, 또는 우회하는 방법으로 추적을 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북한 인공기를 단 선박들이 수백 차례에 걸쳐 중국 닝보-저우산 지역으로 석탄을 실어 날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의 미국’과 다른 접근법 필요할 때


▎조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4월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 사진:포린어페이스 홈페이지
한미동맹은 일단 2021년 4월 문 대통령의 방미에 의한 1차 한미정상회담으로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과 문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취임 후 가능한 한 조속히 만나자고 언급한 만큼 강경화 장관은 “시기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언급했지만, 워싱턴에 벚꽃이 만개할 즈음에는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다. 여당은 바이든 취임 후 100일 이내에 외교·안보 정책의 윤곽이 잡히는 만큼 조기 정상회담 개최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든 시대에 성공적인 한·미 관계를 위해서는 맞춤형 대(對) 워싱턴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을 위해 한국이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그의 자서전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과 [조 바이든: 약속해주세요 아버지]에 따르면 바이든은 상원에서 외교위원장으로만 8년을 일한 만큼 전 세계 지도자는 물론 독재자들과도 수많은 만남과 통화를 가졌다. 이라크,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등 분쟁국의 지도자와는 실시간 통화를 했다. 외교는 겸손이 아니며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때로는 힘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 관리 이슈에서 바이든과의 동상이몽 가능성에 조심해야 한다. 우선 2020년 내내 강조해온 한국전쟁 종전선언 등 기존 의제와 방식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비핵화 조치가 없는 종전선언은 워싱턴의 초점이 아니다. 토니 블링큰 국무장관 지명자 등 외교·안보 라인들은 종전선언이 비핵화의 입구가 될 보장이 없으며, 비핵화 입구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비핵화 출구를 찾는 것은 더욱 보장이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2021년 7월 미국을 움직여 도쿄올림픽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해 ‘제2의 평창 데자뷰’를 재연하는 이벤트 구상의 제안도 신중해야 한다. 중국 이슈는 국익 관점에서 접근하되 미국의 체면도 고려해야 한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이분법적 논리로 워싱턴에 접근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양국 정상은 전화 통화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한반도와 역내 평화·번영의 기반이 돼온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해 긴밀히 협력(working closely)”하기로 합의했다.

역내 평화와 번영에서 안보와 경제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는 용이하지 않다. 국제정치에서 무임승차(free-rider)는 없다. 방위비 협상으로 예산을 절약하는 대신 한국은 미국이 강조하는 가치 동맹(value alliance)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북핵 해결을 위해 한·중 협력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이 중국에 잘해준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한국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중국의 이익에 부합할 때 행동한다”는 입장이다.

21세기 중국은 미국에 가장 큰 도전이며 이는 동맹국에게도해당되고 미국 외교정책에서 향후 수년간 최우선적인 문제(top issue)가 되리라는 것이 바이든 참모들의 속내다. 미국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면서 인권과 종교 자유 탄압, 국제규범 침해, 주변국에 대한 공세 등 중국의 ‘나쁜 행동들(bad behaviors)’에 맞서 함께 목소리를 높이기를 기대한다. 미국은 한국이 한·중 관계를 좀 더 세심하게 접근하고 부당한 행동들을 지적하는 반중(反中) 전선 연대에 동참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이것이 바이든 시대 한미동맹이 가치동맹으로서 나아가야 할 길이며 5배의 방위비 인상을 주장했던 트럼프 시대와는 다른 린치핀(Linchpin)의 함의다.

2021년 상반기까지 동북아 정세 불확실성 고조


▎문재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화면 위 오른쪽 두 번째부터)가 11월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셈법은 복잡하다. 문 대통령은 11월 중순 중국이 주도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서명했다. 미국은 ‘포괄적이고 점진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복귀해 동맹국들과 대중국경제 포위망 형성을 구체화할 것이고 한국의 참여도 불가피하다. 경제적 실리의 극대화는 매우 난해한 문제다. 단순한 대중·대미 무역흑자 총액만 갖고 비교하는 것은 유형의 평가다. 무형의 가치를 포함하면 계산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27%, 미국은 10%의 비중이지만 지적소유권과 에너지 조달 및 미래산업 발전 등 한미 간의 무역 구조는 고차방정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미국산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 역할은 중국이 할 수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면 안 된다.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내퍼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는 “많은 이들이 중국이 한국의 교역 1위 국가라고 말하지만, 미국이 2위라는 점을 망각하곤 한다”며 “미국의 대(對) 한국 투자 비율이 전체 대비 15%인데 비해 중국은 겨우 3%로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보, 투자 및 과학기술 등에서 한·미가 공유하는 광범위하며 복합적인 경제 관계는 한·중 관계에는 없다는 지적이다.

왕이 부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확정하고, 북한도 올해 초 8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방침을 정하는 7개월 동안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북한이 (사태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킬) 군사도발을 하진 않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북한이 왕이 부장의 발언대로 군사도발을 자제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향후 올해 상반기까지 7개월이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기간이라는 점은 왕이 부장의 지적대로 명약관화하다.

1960~70년대 미·중 외교의 주역으로 미 외교가의 원로로 꼽히는 헨리 키신저(97) 전 국무장관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미·중 갈등의 조속한 봉합을 주문했다. 그렇지 않으면 “제1차 세계대전에 비견할 수 있는 재앙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명·청 시대 등 대륙이 급변하는 전환기에 사태의 흐름을 정확하고 제때 파악하지 못해 백척간두의 국가위기를 경험했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전환기(transition)에 아군과 적군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아군의 방향이 어디인지를 가늠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위를 결정할 중요할 가늠자가 될 것이다. 어디로 골프공을 보내야 할지 방향과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한반도 안보의 정밀 거리측정기는 없는 것일까?

-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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