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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재 전문기자의 레전드를 찾아서(26)] 주역과학 정립한 초운(草雲) 김승호 선생 

“운명 앞에 겸손하면, 미래 달라질 수 있어” 

유불선·자연과학 최신 이론 융합, 주역에 대한 편견 깨뜨려
“불행 안에 다행 있어, 나쁜 운 달게 받으면 좋은 운 옵니다”


▎김승호 선생이 서울 종로3가 초운주역과학학회에서 주역 64괘가 새겨진 정육면체 모양의 교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초운(草雲) 김승호 선생은 한국 최고의 주역학자다. 50년 동안 ‘과학으로서의 주역’을 연구해 ‘주역과학’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체계를 정립했다. 그는 동양 유불선(儒佛仙)과 수학·물리학·생물학·화학·심리학 등 인문·자연·사회과학의 최신 이론을 주역과 융합시켜 집대성했다.

김승호 선생은 주역(周易)에 대한 두 가지 거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데 일생을 바쳐왔다. 하나는 ‘주역은 점치는 도구’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주역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다.

김 선생은 주역이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최고의 과학이자 철학’이라는 점을 논증하려고 많은 책을 썼다. 또 [일간스포츠]에 ‘알기 쉬운 주역과학’을, [문화일보]에는 ‘소설 주역’을 연재하는 등 주역 대중화에 힘을 쏟았다.

김 선생은 1985년에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물리학자와 의사를 대상으로 주역을 강의했고, 맨해튼 응용지성연구원의 상임연구원과 명륜당(미국 유교 본부) 수석강사도 역임했다. 사단법인 동양과학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한의사·물리학자·수학자 등에게 주역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다산북스), [주역 원론](선영사) 등 많은 저서를 남긴 김 선생은 최근 [공자의 마지막 공부](다산초당)를 히트시키며 서점가에 주역 공부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종로3가에 있는 초운주역과학학회에서 김 선생을 만났다. 그가 쓴 책 6권을 미리 읽은 터라 호기심과 경외심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공자의 마지막 공부] 반응은 어떤가요?

“아주 좋습니다. 작년 11월에 나왔는데 1만 부 이상 팔렸어요. 인터넷 서점 서평에도 댓글이 100개 이상씩 달려 있고요. 세상은 뜻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길 가다가 물벼락만 맞아도 하늘이 우리한테 뭔가를 말하는 것이고, 벌판에 핀 한 송이 꽃에도 다 뜻이 있는 겁니다. 온 우주에 펼쳐져 있는 뜻을 밝혀주는 것이 주역입니다. 그 주역을 세상에 쉽게 소개하기 위해 책을 썼는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도 없고 글자도 없었던 때 주역 존재


▎공자는 주역 책의 끈이 세 번 떨어질 정도로 주역을 깊이 공부했다고 한다.
주역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는 매우 피상적인데요.

“세상에 무수히 많은 사물이 있지만 사물은 서로 닮아 있어서 그걸 유형별로 나눠 분류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물이 담겨 있는 컵과 물이 차 있는 연못은 닮았습니다. 가방에 물건을 넣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더 확장하면 누군가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도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그런 식으로 세상의 사물을 분류하면 몇 개 안 되는데 그걸 표상화 한 게 주역 괘상이죠.”

주역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죠?


▎닐스 보어는 192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식 때 팔괘가 그려진 옷을 입고 나왔다.
“주역이 과학으로서 의미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많은 지성인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엔 우리나라보다 주역 책이 더 많고요. 독일에는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 칼 융이 설립한 주역연구소에서 정신과 의사들이 주역을 공부합니다. ‘현대 물리학의 교황’이라 불리는 닐스 보어가 100년 전인 192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식에 팔괘가 그려진 옷을 입고 등장한 건 엄청난 상징성이 있는 겁니다.”

주역은 과학입니까?

“그렇습니다. 물은 H2O, 술은 CH3CH2OH, 이렇게 분자식으로 표시할 수 있지요. 물질은 그렇게 표시할 수 있는데 사랑·질투 같은 형이상학적인 개념은 어떻게 표시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언어의 무한확장성이 필요한 거고, 그게 괘상인 겁니다. 이런 괘상(화산여)이 있다면 여행을 상징하기도 하고 자유분방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 털털하고 자유스럽다 하면 이 분류가 되겠죠. 팔괘를 두 층으로 쌓아서 64괘를 만드는데 이걸 수학 용어로는 행렬이라고 하지요.”

주역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여러 문헌의 내용을 간추려보면 주역은 5000년 전쯤에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주역 또는 주역 원전에는 문왕·주공·공자라는 세 명의 성인(聖人)이 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역 원전에는 ‘글자가 없던 시절에 성인이 주역의 괘상 택천쾌를 보고 문자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동굴이나 벌판에 살았는데 성인이 나와 주역의 괘상 뇌천대장을 보고 집을 만들었다’는 표현도 있고요. 즉 주역의 괘상은 집도 없고 글자도 없던 시절에 나왔다는 겁니다. 저는 수만 년 전에 우주 문명이 주역을 지구에 전해줬다고 믿습니다. 컴퓨터의 원리가 된 라이프니츠의 이진법이 나온 게 17세기입니다. 라이프니츠는 팔괘와 동양 음양 사상에서 영감을 얻어 모든 숫자는 0과 1로 표현할 수 있다는 이론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수천 수만 년 전에, 과학도 문명도 없던 시절에 누가 완벽한 이진법 체계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해답은 각자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역이 인간에게 뭘 줄 수 있나요?

“옛날 몇천 년 전에는 주역을 뭐에 쓸지 몰랐어요. 그래서 이걸로 점을 쳤고, ‘주역은 점치는 도구다’ 이렇게 된 거죠. 그 덕분에 진시황의 분서갱유에서도 살아남은 겁니다. 일종의 잡서(雜書)로 분류됐으니까요. 주역을 공부하면 정신의 폭이 넓어지고 육감도 발달합니다. 큰 틀에서 미래를 볼 수도 있어요. 지금이라도 나라에서 뜻이 있다면 기상청처럼 나라의 운명을 예견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 수 있겠죠. 나라가 혼란의 조짐이 있다, 사람이 많이 죽을 것이다 정도는 알 수가 있죠.”

김승호 선생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수학·물리학·화학·생물학 등 자연과학 공부를 많이 했다. 우주의 최고 진리가 뭐냐는 근원적인 질문을 하다가 주역을 접하게 됐고, 젊은 날에 주역을 공부하면 공자·제갈량·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주역을 필생의 업으로 삼았다.

김 선생은 “50여 년 동안 많은 학자와 도인을 만나고 현대 과학도 연구하면서 주역을 파고들었어요. 주역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공부지만 알고 나면 주역처럼 쉬운 게 없어요”라고 말했다.

공부하면서 절망한 적도 있었나요?

“그럼요. 자신의 한계를 느끼면서 땅을 치고 통곡한 적도 많았어요. 20대 초반에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죽어서 나오겠다’는 각오로 계룡산에 들어갔어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신선을 만났죠. 그분한테서 일주일 정도 배우면서 한 단계 올라섰습니다. 주역은 공식을 외운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뛰어난 스승이 깨우쳐주는 순간 새로운 깨달음이 오는 거죠.”

그렇다면 주역에 어떻게 접근하고 공부해야 합니까?

“접시와 그릇의 차이가 뭐죠? 그릇은 음식을 담아놓는 거고 접시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떠서 나눠 먹는 거죠. 주역에서는 벌판·바람·접시가 뜻이 같아요. 나누고 흩어진다는 점에서죠. 방·그릇·아늑함 이런 건 다 통하는 거죠. 그릇 속에 물이 있거나, 서랍 속에 물건이 있거나, 영토에 사람이 와글와글 모여 있거나 같은 뜻이죠. 이런 식으로 사물의 본질을 괘상을 통해 표상하는 걸 배워야 합니다.”

미래 알고 마음 수양하는 데 주역 활용


▎닐스 보어는 자신의 가문 문장에 태극 문양을 넣을 정도로 주역에 심취했다.
우선 팔괘부터 배워야 하겠네요.

“그렇죠. 양효와 음효를 세 개씩 쌓으면 팔괘가 됩니다. 하늘(天·☰) 땅(地·☷) 물(水·☵) 불(火·☲) 산(山·☶) 바람(風·☴) 연못(澤·☱) 우레(雷·☳)가 팔괘지요. 물은 그냥 물이 아니라 물과 같은 속성·본질 이런 걸 나타냅니다. 팔괘를 이층으로 쌓으면 64괘가 나옵니다. 64괘에는 각각 이름이 정해져 있어요. 하늘 위에 바람이 있는 괘의 이름은 풍천소축(風天小畜)인데 바람이 자유자재로 부는 것처럼 밖으로 분출되는 게 많아서 쌓이는 게 적다는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괘상과 그 이름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응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 책 [공자의 마지막 공부]는 64괘의 이름과 의미를 요약하고, 각각의 괘에 공자가 의미를 부여한 문장을 소개한 겁니다.”

주역을 배웠으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요?

“미래를 알고 마음을 수양하는 겁니다. 사람을 보면서 그의 인품과 길흉을 분류해 낼 수 있습니다. 미래를 안다는 건 인류에게 무한한 이익을 주죠. ‘저 사람은 지금은 이렇지만 앞으로 이렇게 될 거다’를 알게 돼요. 그걸 심상이라고 합니다. ‘저놈 잘될 놈이야’ 이거 갖고는 안 되죠. 좀 더 체계적이어야 하겠죠. 지난번 국장님과 몇 시간 얘기하니까 마음의 구조가 다 보였어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얘기하다 보면 나타납니다. 마음·목소리·표정·취미 등에 다 암시돼 있습니다. 유형이 보인다는 겁니다. 국장님은 바람 풍(☴)이 맞습니다. 남을 잘 보호하는 사람은 연못(☱), 우직하고 둔탁하면 산(☶) 등이죠. 제갈량은 산에 올라가서 군사들 움직임만 봐도 이 군대는 망할 군대다 하는 걸 다 알았다고 합니다. 거기 맞게 병법을 쓴 거죠.”

주역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번에 이 사업을 시작하는데 잘 될까 안 될까 같은 거라면, 일단 징조라는 게 있습니다. 그 사업을 하기 전에 나타나는 징조를 보고, 그다음에 점을 칩니다. 그리고 육감으로 압니다. 왠지 될 거 같다 하는 느낌이죠. 그런데 미래를 볼 때는 시나리오가 있어야 합니다. 막연히 ‘난 잘 될 거야’가 아니라 어찌어찌해서 잘 될 거라고 구체화해야 하는 거죠. 모든 게 계획대로 갈 수는 없고 어긋날 수도 있지만 자꾸 스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주 명리학이나 점보는 것과 주역은 어떻게 다릅니까?

“사주 명리학은 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에 오행(木火土金水)의 기운이 어떻게 얽혀 있는가로 사람의 유형을 나누는 건데요. 그건 과학이라 할 수 없어요. 갑자년과 을축년이 어떻게 다른지 왜 다른지 설명을 못 해주잖아요. 사주 명리학이 평면이라면 주역은 3차원 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점이 들어맞는 것, 생각지도 못한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칼 융은 ‘동시성’이라고 정의했어요. 주역을 알면 굳이 점을 칠 이유가 없고, 반대로 주역을 모르면 점을 쳐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주역이 도달하려는 종착점은 어디인가요?

“모든 공부의 끝은 성인(聖人)이 되는 겁니다. 공자님처럼 말이죠. 공자님이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라고 했을 때 그 도가 바로 주역입니다. 그래서 공자님은 평생 주역을 공부하고도 모자라 수명의 짧음을 한탄하신 겁니다. 신선들이 공부하는 것도 주역이지요. 몸을 단련해서 불사의 몸을 만들지만 정신을 채우는 건 주역입니다.”

주역의 종착점은 성인(聖人)이 되는 것


▎김승호 선생은 ‘사는 곳이 운명이다’는 표현으로 풍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경주 최부자집.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건가요?

“오래된 건물이 있다고 합시다. 그것도 운명입니다. 그런데 그걸 리모델링하면 바뀌잖아요. 작은 운명은 그때그때 변하고, 엄청난 운명은 정해져 있습니다. 코로나19 같은 건 개인의 운명이 아닌 인류의 운명이죠. 작은 운은 바꿀 수 있지만 큰 운은 바꿀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명 앞에 겸손해야 하는 겁니다. ‘군자는 세 가지를 두려워하는데 첫째가 운명이다’는 말도 있습니다.”

나쁜 운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장애인이나 유복자로 태어나거나 살다가 큰 사고를 당하거나….

“운명이 나쁠 때 ‘무언가 잘못해서 이런 운명을 받는구나’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죠. 전생의 자기 잘못일 수도 있고요. 인간은 계속 반성하면서 살면 뭐가 보이지만 반성을 안 하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자기가 잘났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그걸 자기중독이라고 해요. 알콜중독·마약중독보다 더 무서운 게 자기중독입니다.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니까 자기가 기준이 되는 거죠. 나이 들수록 굳어지는 사람도 정말 많죠. 나이 들어서도 천진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게 발전입니다.”

좋은 일 하는 사람은 복을 받습니까?

“무조건입니다. 그런데 그게 10년 뒤에 올지 아니면 내 후대가 받을지는 모릅니다. 좋은 일 해 놓고 기다리는 겁니다. 반드시 오게 돼 있으니까요. 좋은 일이란 우주를 이롭게 하는 건데, 그러면 우주도 그 사람을 이롭게 해 줍니다. 운명을 너무 기다리지 마세요. 그날그날 들어오는 운명 소화하기도 벅차잖아요. 나쁜 일 하고 살면 언제 당해도 당해요. 주거니 받거니 계산하며 살지 말고, 심어놓고 기다려야죠. 운명은 달게 받아야 합니다. 아픈 사람, 장애인으로 태어난 사람, 자기 운명이라 생각하고 소모를 시켜야 해요. 싫다고 버리지 말고, 운명이니까 내가 달게 받겠다 하고 받아내면 나쁜 운이 가고 좋은 운이 옵니다. 불행 안에도 다행이 있잖아요.”

국가나 지역도 운이 있나요?

“네. 그걸 집단운이라고 하죠. 회사도 가정도 운이 있습니다. 몸에서 발가락이 아프다고 해서 발가락만 아픈 게 아니잖아요. 세상살이에 집단 아닌 게 없어요. 그래서 집단의 흐름을 규명하는 게 중요하고, 그 변화를 추적하는 게 주역입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에 전 지구적으로 뭔가 음산한 느낌이 있었어요. 역병이 돌거나 큰 전쟁이 나거나 하기 전에는 반드시 징조, 조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지구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코로나는 인간이 겸손해야 하고 인간끼리 화합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 인류의 대재앙입니다. 속도에 맞지 않게 빨리 가려 하다가 탈이 난 거죠. 우리는 이 고통의 시기를 통해 반성해야 합니다. 세상에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전쟁도 끊임없이 일어나고요. 인간끼리 서로 돕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굳이 하늘이 돕지 않아도 대책이 있습니다. 생태계는 조화를 이루고 사는데 일시적으로 이 조화가 무너지면 큰 전쟁이 나거나 역병이 돕니다.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면 코로나도 금방 극복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재앙, 인류가 과속하다 탈이 난 것


▎김승호 선생은 “하늘에 세금 낸다는 마음으로 로또를 한 주에 한 장 정도 사는 게 좋다”고 했다.
김승호 선생이 쓴 책 중에서 [사는 곳이 운명이다](쌤앤파커스)가 있다. ‘좋은 운명을 끌어당기는 공간과 풍수’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기운을 보호해 주는 방, 운명에 이익을 주는 집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나와 잘 맞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현재 살고 있는 집과 방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어떤 기운을 보충하는 데 집중해야 할까? 등 운명과 기운, 사는 곳에 대한 모든 궁금증에 대해 김 선생은 해답을 내놓는다.

사는 곳이 운명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끊임없이 장소를 찾아다녀야죠. 나이 들어서 할 일이 있다면 좋은 땅을 찾아서 거기서 사는 겁니다. 돈 벌어 도시에서 호의호식하는 건 뜻 없어요. 좋은 자리에 가면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땅의 기운이 그렇게 해 줍니다. 저는 20년 가까이 돌아다니다 강원도 홍천에 명당자리를 찾았어요. 땅은 저마다 모양에 따른 뜻이 있는데 그 뜻을 정하는 게 주역 괘상이죠.”

젊은 사람은 명당이 아니라 아파트에 월세 살기도 힘든데요.

“인테리어나 가구의 방향·위치 등만 바꿔도 생활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벽을 산이라 하고 바닥을 평원이라 생각합니다. 그 안에 들어섰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움직여야죠. 꽃도 놓아보고 가구도 바꿔보고. 집은 어린애들이 울지 않는 곳, 어른이 병이 잘 안 나는 곳, 식구들이 자꾸 들어오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편안함이 괘상으로는 연못(澤·☱)이잖아요. 우리 영혼이 거기 담겨 있어요. 고향처럼 푸근한 느낌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는 곳은 음(陰)이어야 합니다. 앞에 강이 흐르고 전망이 좋다고 집 짓고 살다가 1∼2년 만에 병 얻어서 나가는 사람 많이 봤어요. 나무 한 그루, 돌덩이 하나가 인간을 안정시킵니다. 오래된 물건들은 사람을 편하게 하죠. 아파트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닙니다. 임시로 거쳐 가는 병영이나 마찬가지죠. 65세쯤 되어서 아파트 떠날 수 있다면 최상이고, 70이 넘어서도 아파트에 사는 건 실패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평생 그 아파트 하나 못 사서 끙끙대고 있으니 국가 정책이 잘못된 거죠.”

[돈보다 운을 벌어라](쌤앤파커스)는 책도 내셨죠.

“운이 살아있으면 가난해도 기회가 옵니다. 저는 평생 공부만 하다 보니 신변이 개발 안 됐어요. 어느 날 ‘이러다 안 되겠다. 신변의 운을 고쳐야겠다’ 마음먹고 친지들한테 선언했어요. ‘야 이제부터 내 운명 고칠 테니까 봐라.’ 그리고 고쳤어요. 그 내용들은 책에 있는데,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평화를 느끼는 사람이 운수가 좋습니다. 불안한 사람은 만날 남의 뒤꼬리만 잡지요.”

푼돈 아끼고 빌린 돈 안 갚는 건 운을 걷어차는 짓


▎김승호 선생은 “주역 괘상은 분자식보다 수천 년 전에 존재한, 가장 과학적인 기호”라고 말했다.
평화를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는 곳도 고치고, 버르장머리도 고쳐야죠. 푼돈 아끼는 건 최악입니다. 내가 뭔가를 주지 않는데 그게 내게 오겠어요? 그리고 습관적으로 돈 빌리고 안 갚는 사람 있습니다. 있어도 안 갚는데, 그거 하늘이 다 뺏어갑니다. 좋은 습관 중 하나는 쓸 돈을 미리 쓰는 겁니다. 돈이 있다면 한 달 뒤에 줄 걸 한 달 전에 미리 주세요. 할부·외상 다 나쁩니다. 저는 직불카드 외에 카드 안 씁니다.”

좋은 운을 위해 피해야 할 사람은요?

“피해야 할 사람 찾기 전에 내가 운이 좋아지는 소위 귀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을 소중히 할 줄 알아야죠.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람이 천한 사람입니다. 똑똑하긴 한데 정 없는 사람이 재수 털어갑니다. 그런 사람이 옆에 있어도 자기가 강하면 이겨낼 수 있어요. 그래서 주역 첫 괘상(건위천)을 설명하면서 공자님이 ‘스스로 강해지기를 멈추지 말라(自强不息)’고 하신 겁니다.”

운을 부르는 좋은 습관이 있지요?

“우선 나쁜 습관부터 없애야 합니다. 하는 짓거리가 졸렬하고 궁상맞으면 운을 차 버리는 겁니다. 푼돈 안 쓰고, 남 쓰게 하고, 작은 일에 성질내고…. 돈은 내 주머니에 있다고 돈이 아닙니다. 나가고 들어가고 하면서 쌓여야죠. 돈 쓰는 데 뒷걸음질 치고, 화장실 가는 척하고, 이러면 다른 데로 돈이 나가게 돼 있어요. 지금 돈 없다고 걱정할 것 없어요. 흐름이 중요하지요. 그리고 로또는 무조건 사세요. 일확천금을 바라는 게 아니라 행운이 들어올 문을 열어놓는 거죠. 일주일에 한 장, 한 달에 2만원 정도, 삼겹살 1인분 덜 먹고 하늘에 세금 낸다, 요즘은 길거리에서 동냥하는 거지가 별로 없으니 적선한다 생각하세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주역은 세상 모든 일을 다 설명할 수 있습니까?

“여자 마음만 빼고요. 하하. 너무 변화가 많은 건 분석하자 마자 바로 바뀌거든요. 천천히 흐르는 것, 큰 모양들은 알 수 있어요. 주역을 공부하세요. 한 달에 한 번 여기 모여서 서당식으로 강의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모친의 부음을 들었다. 그것 또한 운명이었다. 운명 앞에 겸손하고, 좋은 일 많이 하면서 스스로 강해지기로 다짐했다.

※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 중앙SUNDAY에 ‘스포츠 오디세이’ ‘스포츠다큐-죽은 철인의 사회’를 연재하고 있다. 중앙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했고, 2013년 이길용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연세대 국문학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공부했고 한국체대에서 스포츠산업경영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와 한양대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202104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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