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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인류가 미증유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유엔의 ‘틀’ 통해 인간중심 다국간주의 강화 기회로 

코로나19 계기로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부상
동료와 악수하고 큰소리로 웃을 수 있는 날 위해 국가 간 연대 강화해야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과 유엔 제5대 사무총장을 역임한 데케야르(오른쪽)의 세 번째 회견. 이때 이케다 회장이 구상한 ‘전쟁과 평화’ 전시회는 그해 10월에 뉴욕 유엔 본부에서 개최됐다. / 사진:SGI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인 감염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증유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나라의 틀을 초월한 ‘행동의 연대’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유엔은 지난해 창설 75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유엔 창설 75주년 기념사업(UN75)’ 의식에 관한 조사에서도 많은 사람이 현대 사회의 과제에 대처하려면 국제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코로나19가 국제적 연대의 긴급함을 더욱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인식했습니다.

의식 조사의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는 각지에서 보낸 목소리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일자리를 비롯해 인간관계·교육·평화를 앗아갔습니다.”

“교육을 받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학생들은 취업을 못 할지도 모릅니다. 과학기술에 크게 의존하는 현대 사회에서 정보와 통신기술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앞으로 살아가기 힘듭니다. 가족을 부양하던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고 예전 생활로 되돌아갈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아 미래를 비관하고, 스트레스와 불안 그리고 절망에 짓눌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냉엄한 현실을 호소하는 목소리에서 나타나듯이 국제 협력을 원하는 목소리는 단순히 이상적인 국제사회를 상상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여러 위협과 과제에 맞닥뜨린 절실한 심정에서 토로한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의식 조사에는 유엔 가맹국에서 100만 명 이상 참여했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유엔에 기대하는 바를 조사한 결과를 두고, 지난해 3월에 서거한 하비에르 페레스 데케야르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한 말이 떠오릅니다.

저는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케야르를 1982년 8월에 도쿄에서 회담한 뒤로 여러 번 만났습니다.

새로운 감염증 대비한 국제지침 채택해야


▎2019년 9월 각국 정상이 개최한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앞서 유엔본부에서 열린 ‘청년기후정상회의’.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주최자로 나선 가운데 SGI 대표를 비롯해 세계 140개 이상의 국가에서 청년들이 참석했다. / 사진:SGI
제가 오래전부터 품은 신념인 ‘시민사회가 유엔을 지원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호소할 때마다, 근엄하고 올곧은 성품으로 알려진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의 사명에 대한 깊은 생각을 빙그레 웃으며 이야기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또 어느 연설에서는 사무총장으로서 인류의 이익을 위해 계속 행동해온 마음을 담아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유엔이 맞닥뜨린 ‘곤란한 상황’이 바로 유엔에 ‘재생과 개혁을 위한 창조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입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와 더불어 코로나19 위기에 맞닥뜨린 지금 전 유엔 사무총장이 호소한 것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꿔 유엔이라는 틀을 통해 ‘인간중심 다국간주의’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미증유의 위기를 마주한 지금, 구테흐스 사무총장도 필요하다고 호소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구축은 앞으로도 더욱 추진해야 할 과제입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위기가 넓혀지는 가운데 ‘지구 규모의 안전망’의 역학을 여러 형태로 맡은 것은 유엔의 여러 기구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입니다. WFP는 오랫동안 기아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면서 분쟁지역에 평화를 싹 틔우기 위한 상황 개선에도 힘썼습니다.

이러한 공헌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입니다. 게다가 WFP는 코로나19의 위기에 대응하는 데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코로나19팬데믹으로 항공 운항이 잇따라 중지되는 상황에서 선박이나 화물용 항공기를 마련해 의료 물품을 포함한 중요 물자를 운송하고, 보건의료와 인도적 지원을 할 스태프를 태울 비행기를 확보했습니다.

WFP에 이어 유엔 아동기금(UNICEF, 유니세프)도 코로나19 대응 구호 물품을 지원하는 데 크게 공헌했습니다. 전 세계 아이들을 여러 감염증에서 보호하는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각국의 물류 업계와 맺은 관계를 동원해 마스크를 비롯해 방호복·산소 농축기·진단키트 등을 많은 나라에 보냈습니다.

또 ‘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이 될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비해 각국에 주사기를 미리 전달하는 시스템을 지난해 10월부터 추진해, 확보한 백신을 곧바로 각국에 보낼 계획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유니세프는 백신을 적절한 온도로 운송하는 방법, 전기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 태양열 냉장고 등을 정비한 경험을 코로나19 대응에 활용할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유엔에는 이외에도 유엔 여성기구(UN Women)와 유엔난민기구(UNHCR)처럼 특정한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는 기구가 많습니다. 이러한 기구의 활동을 통해 자칫하면 대응이 뒷전으로 밀리기 쉬운 사람들에게 늘 초점을 맞춰 국제적인 지원의 길을 열어온 의의는 매우 큽니다.

저는 전부터 심각한 위협이나 과제에 맞닥뜨린 사람들을 지키는 데 주안점을 둔 ‘인간중심 다국간주의’의 중요성을 호소했는데, 21세기에도 그 접근방법을 전 세계의 기축으로 삼는 일이 더욱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저는 코로나19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유엔이 ‘코로나19 위기를 둘러싼 고위급회의’를 개최해 각국의 연대를 한층 더 강화하고,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감염증에 대비해 ‘팬데믹에 관한 국제지침’을 채택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2020년 12월, 뉴욕 유엔 본부에서 코로나19에 관한 특별 총회가 열렸습니다. 볼칸보즈키르 유엔총회 의장은 전 세계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하듯 ‘공포에 떨지 않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는 날’이나 ‘동료와 악수하고, 가족과 끌어안고, 친구들과 큰소리로 웃을 수 있는 날’을 맞이하려면 유엔을 중심으로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 뒤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위해 묵념하고, 각국 대표들이 영상으로 연설하고, 테드로스아드하놈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온라인회의 등을 열었습니다. 특별총회에 이어 유엔회의를 열어서, 코로나19 대책에 협조하는 데 중심축이 되고 앞으로 감염증 위협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지침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1년 유엔이 에이즈와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관한 특별총회를 열었을 때, 달성 기간을 정한 우선 과제 목록과 국제 협력 지침을 제시한 ‘에이즈와 HIV에 관한 선언’을 채택하면서 각국의 에이즈 대책이 크게 진전됐습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는 에이즈와 결핵 그리고 말라리아의 삼대 감염증 등에 관한 목표는 포함했지만 팬데믹에 관해서는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비욘드 코로나19 향한 청년정상회의 개최하자

여기서 새로운 감염증의 위협이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국제지침을 정하고, 2030년을 향한 팬데믹 대책의 중점 항목을 정해 SDGs를 보강하고 각 목표와 연동하기 위한 지표로 삼으면 어떨까 합니다.

둘째,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에 구축해야 할 세계의 모습’을 논의하는 ‘비욘드 코로나19(Beyond Covid19)를 향한 청년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합니다.

2019년 세계 청년이 유엔 본부에 모여 기후변화 해결 방법을 논의하고, 유엔 대표가 그 의견에 귀를 기울여 정책에 반영하는 ‘청년기후정상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참석 형태를 넓혀 분쟁과 빈곤 때문에 괴로워하는 청년이나 어쩔 수 없이 난민 생활을 하는 청년을 비롯해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의견을 모아 유엔과 각국 대표에게 전하는 자리로 만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앞서 언급한 ‘UN75’ 보고서에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의견을 집약해 만든 구체적인 제안을 열거했는데 저는 특히 청년의 관점에서 제안한 내용 등을 유엔 대표에게 전하는 역할을 할 ‘유엔청년이사회’ 설립에 주목했습니다.

청년기후정상회의에 이어 코로나19 위기를 주제로 한 청년정상회의를 개최해 ‘유엔청년이사회’를 설립하려는 분위기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 일이 바로 유엔을 기반으로 한 ‘민중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데 새로운 숨결과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97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108호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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