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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가 간다] 전면 개방된 북악산 남측면 산행 

54년 만에 열린 ‘김신조 루트’ 직접 가보니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남측면 산행로 갈 방법은 세 가지, 편도 기준 1시간 10분 소요
무턱대고 인증샷 찍다간 보안 위반… 등산로 벗어나면 경보음


▎4월 6일부터 개방된 북악산 남측면 등산로는 창의문안내소· 말바위안내소· 삼청안내소 중 한 곳을 선택해 갈 수 있다. 이번에 개방된 코스는 약 3㎞로, 등산로의 총 길이는 5.2㎞다. 총 개방 면적은 여의도공원 4.7배(110만㎡)에 해당한다. 사진은 4월 6일 창의문안내소를 찾은 등산객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1968년 이른바 ‘김신조 사태’의 침투로로 밝혀지면서 민간인 출입이 제한됐던 북악산 남측면이 4월 6일 개방됐다. 이번 개방으로 3.0㎞ 길이의 산행로가 새로 추가되며 등산객들은 한층 다양한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신설된 삼청안내소~청운대쉼터 구간을 찾아가 봤다.

북악산 남측면 산행로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총 세 가지. ▷청운동 창의문안내소 ▷삼청동 말바위안내소 ▷삼청동 삼청안내소 중 한 곳을 통해 입산할 수 있다. 삼청안내소는 남측면 등산로 개방에 맞춰 마련한 곳으로 이 지점에서 입산할 경우 바로 새로운 등산로를 걸을 수 있다. 해당 구간을 등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편도 기준 1시간 10분 내외다. 삼청안내소는 북악스카이웨이의 초입에 있다. 가장 가까운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10분가량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오르막길이지만 등산로와 동일하게 야자 매트를 깔아둬 편히 걸을 수 있다.

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받은 뒤 입산할 수 있는데, 별도의 신분증 확인 절차는 없다. 삼청안내소에서 청운대쉼터로 향하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법흥사 터로 가는 방법과 만세동방을 경유하는 방법이 있다. 만세동방을 거쳐 가는 구간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바위가 대부분을 차지해 길을 내기 쉽지 않은 탓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나무 재질로 만든 계단과 야자 매트를 깔아둔 덕에 걷기는 어렵지 않은 편이다.

경사면도 가파르지 않아 주변을 둘러보기에 좋다. 성인 남성 어깨높이의 고목에는 완충용 스펀지를 둘러 다치지 않도록 한 배려도 눈에 띈다. 다만 등산로 너비가 성인 남성 두 명이 꽉 채울 정도인 만큼 마주오는 등산객과 부딪히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 즐기던 만세동방 약수터도 열려


▎남측면 산행로가 개방된 4월 6일 시민들이 새 등산로를 걷고 있다. / 사진:이민준 인턴기자
등산로 중간에 마련된 전망대에선 탁 트인 하늘과 서울 시내를 함께 볼 수 있다. 전망대를 기준점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낙산부터 왼쪽의 아차산까지 산줄기와 서울 동북권이 어우러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풍경을 즐기며 30~40분가량 산을 오르다 보면 만세동방 약수터에 도착한다. 바위 표면에 음각으로 ‘만세동방 성수남극(萬世東方 聖壽南極)’이라는 글씨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문구는 ‘나라의 번창과 임금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직접 이곳의 물을 떠다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약수는 아직 맛볼 수 없다. 이날 물을 뜨려 하던 일부 등산객을 관리원이 제지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면서 피기 시작한 꽃도 볼거리 중 하나다. 개나리, 매화 등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 피면서 등산객들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다만 무턱대고 ‘인증샷’을 찍다가는 보안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 북악산 인근에 있는 군부대 여러 곳이 앵글에 담길 수 있어서다. 삼청안내소 뒤편에 군부대 출입문이 있으며, 등산로 인근에도 군부대가 있다. 보안 유지를 위해 등산로 중간에 사진 촬영이 불가능한 포인트들이 표시된 만큼, 이를 참고해 사진을 남기는 것을 권한다.

20분 정도 산행을 계속해 청운대쉼터에 도착하면 세 갈래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창의문 방향으로 갈 경우 해발고도 342m의 백악마루까지 고난도의 등산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숙정문 방향을 선택하면 13m 높이의 촛대바위를 볼 수 있다. 법흥사 터 방향을 선택해 하산할 경우 처음 출발한 삼청안내소로 돌아갈 수 있다.

이번에 개방된 남측면 구간을 포함한 북악산 산행 간 주의해야 할 점은 절대 산행로를 벗어나선 안된다는 것이다. 아직 청와대가 전면 개방되지 않은 만큼 북악산도 곳곳에서 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구간마다 경비 인력이 배치돼 있으며, CCTV도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약 50m마다 한 개씩 설치돼 있다.

특히 산행로를 벗어날 경우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반응해 즉시 경광등과 경보음이 켜진다. 경보가 울리면 경비 인력이 확인을 위해 움직이는 만큼 등산객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19g2970@naver.com

202205호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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