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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강신업 “당이 아직도 이준석 눈치 본다”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 당대표 선거 1차 컷오프에 “형사고소와 손배 청구” 소송전 예고
■ 김건희 여사와 소통? “노코멘트… 여사 팔아 정치하지 않겠다”


▎강신업 변호사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서류심사 결과를 두고 “당이 이준석 전 대표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강신업(59)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언론의 주요 취재 대상으로 꼽혔다. '0선'의 무관(無官) 강 변호사가 여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 때문이었다. 김 여사의 팬카페 ‘건희사랑’ 회장이었던 강 변호사는 2022년 6월 팬카페에 김 여사의 활동을 담은 사진을 단독으로 공유해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는 모습을 비롯해 김 여사가 팬이 선물한 안경을 쓰고 업무를 보는 모습 등이 강 변호사를 통해 대중에 알려졌다. 공식 창구를 통하지 않은 정보 공개에 비판 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강 변호사는 “나는 여사의 지인이자 공인이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축출의 최전방에 섰다는 점 또한 강 변호사를 향한 세간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강 변호사는 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전 대표가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성진 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법률대리인을 맡아 법적 다툼에 직접 뛰어들었다. ‘건희사랑’ 회장직을 유지한 채 김 전 대표의 변호를 맡은 게 대통령실 개입 논란의 빌미가 되자 그는 ‘건희사랑’ 회장직을 내려놨다.

이 전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해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며 사건은 일단락된 뒤 암중모색하던 강 변호사는 최근 당 대표직 도전을 선언하면서 다시 이목을 끌었다. 그는 “정권교체 다음은 정치교체”라며 2024년 총선 승리를 기치로 내걸었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초보 정치인인 그에게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1차 컷오프 관문을 넘지 못했다.

월간중앙은 컷오프 전인 2월 3일 강 변호사를 만났다. 비록 당대표 도전은 짧게 끝났지만,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국민의힘 당권 경쟁 상황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컷오프 이후 추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강 변호사는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소송전을 예고했다.

“등록비 4000만원 받고 평가 없이 탈락? 이는 갈취 행위”


▎강신업 변호사는 2월 2일 후보 등록 후 그 어떤 심사도 없이 후보들을 예선탈락 시킨 데 대해 “궁예 관심법으로 심사했다”고 공관위를 비판했다. 연합뉴스
강 변호사는 “선관위가 ‘관심법’으로 심사하고 등록비 4000만원을 착복한 것은 사실상 불법”이라며 “후보 등록 이후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탈락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 선관위의 이런 행위를 "갈취 행위”라고도 했다.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기에 형사고소를 진행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강 변호사의 목소리는 한껏 격앙돼 있었다.

강 변호사는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이유에 대해 “당이 이준석 전 대표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허은아 의원이 최고위원 예비경선에 통과한 것을 염두에 둔 말이다. 강 변호사는 “허은아 의원은 살인행위나 다름없는 음주운전을 2회나 저질렀는데도 최고위원 예비경선에 당당하게 패스했다”며 “후원회장 이준석의 위력에 선관위 눈이 멀었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믿는 눈치였다. 그는 “윤 대통령도 이 전 대표를 측은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여지껏 몇 개월 동안 이 전 대표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이상하리만치 이 전 대표 건에 당이 꼼짝 못 한다”고 미심쩍어했다.

그는 최근 국민의힘을 흔들고 있는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2월 5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공개했다. 여권에선 이를 안철수 의원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강 변호사는 “대통령실에서 개입했든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개입했든 당 자체에 맡겨지지 않고 외부의 힘이 작용했다는 건 자명해 보인다”라며 “어떤 식으로든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탈당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월간중앙에 “탈당 선언을 통해 내 분노를 표출한 것일 뿐, 아직 탈당계는 내지 않았다”고 했다. 우선 지지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강 변호사는 “전국을 돌면서 국민 속으로, 광야로 나서겠다”며 “기득권 적폐 세력이 가득한 당에 더는 기대할 게 없기 때문에 국민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면서 내 새로운 정치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월 6일 현충원 분향을 시작으로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여전히 강 변호사에게는 '건희사랑 회장'이란 꼬리표가 붙는다. 최근 김건희 여사가 공개 활동을 늘리면서 덩달아 강 변호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여전히 김 여사와 소통하느냐?"는 질문에 강 변호사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이어 “여사를 팔아 정치하지 않겠다”라며 “나는 윤심팔이하는 의존형 정치인들과는 다른 자체발광형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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