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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집] 대한민국 수출첨병 K방산 경쟁력(3) | 함정(艦艇) 

원해경비함(OPV) 수요 높아, 수출용 표준함 개발 서둘러 

세계 1위 조선소 보유, 다양한 함정 건조한 풍부한 경험이 강점
레이더·소나, 어뢰·대잠로켓 등에 국내 기업의 신기술 탑재 가능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필리핀으로부터 총 7449억원 규모의 원해경비함(OPV) 6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매출을 기준으로 글로벌 방산업체 상위 100개 중 함정 분야를 선도하는 조선소는 13곳이다. 세계 1위의 함정 건조 조선소는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하는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이며, 뒤를 이어 영국의 BAE 시스템 즈(BAE Systems), 미국의 항모를 건조하는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등이 세계 함정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도 미쓰비시중공업(Mitsubishi Heavy Industries)과 가와사키중공업(Kawasaki Heavy Industries)이 세계 10대 함정 건조 기업이다.

조선소를 포함한 글로벌 방산 기업은 정부 주도의 전문화와 대형화 정책을 통해 안정적인 내수 수주물량을 기반으로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세계 최고의 조선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매출 기준으로 세계 방산업체 100위권 내에 진입한 사례가 없다. 과거 정부 주도로 유지해오던 방산 분야의 전문화와 계열화 정책을 폐지하고 자유 경쟁 개념으로 방산을 추진하면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획득 기간 길고, 소량 주문 특징


함정은 중·대형 크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수상함과 잠수함 모두 10종 이상의 탐지 센서, 포·미사일·어뢰 등의 무기, 대항 체계 등을 탑재한 복합무기체계다. 이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어렵지만, 한번 인정받아 수출하게 되면 다른 방산 분야보다 부가가치가 높다. 또 함정은 획득 기간이 길고, 소량 주문으로 글로벌 규격화와 표준화가 어려운 점이 있으나, 어느 국가든 한번 수출의 길이 열리면 상호운용성과 후속 군수지원 측면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례로 지난 20년간 글로벌 방산 규모의 명목 성장률은 194%에 달하며, 실질 성장률은 90%에 이르는 등 2배 이상의 성장을 지속해왔음에도 함정 분야 매출은 2배 이하로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함정 분야 업체 순위는 큰 변화 없이 견고하고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함정 분야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해양 관할권 분쟁 중인 동남아 국가들의 함정 소요 증가가 전망된다. 또한 중동 지역에서는 2020년 1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서 표출된 페르시아만에도 해양 관할권 분쟁이 상존하는 가운데, 해상에서의 저강도 분쟁 상존으로 해군력 군비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다. 기타 지역으로 우리의 퇴역 함정을 공여(供與)한 남미도 해양에서의 이해관계가 중첩돼 국가 간 해군력 강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적 권위의 군사 연감(年鑑)인 [제인(Jane) 연감]은 향후 10년간(2022~2031년) 건조가 예상되는 전 세계 함정 시장의 규모를 약 9930억 달러(약 1311조7530억원)로 예측했다. 자국이 함정을 건조하거나 수출이 금지된 국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기업이 수출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590억 달러(약 77조9036억원)로 예상된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4월 10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울산급 배치(Batch)-Ⅲ 1번함인 ‘충남함’ 진수식을 개최했다. 충남함은 해군의 첫 번째 경하배수량 3600t급 호위함으로 5인치 함포, 한국형 수직발사체계,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 함대함유도탄, 전술함대지유도탄, 장거리대잠어뢰 등을 주요 무장으로 장착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이 가능한 함정 분야별 사업 규모는 호위함(Frigate) 시장이 191억 달러(약 25조2234억원)로 가장 크며, 연안 감시함 121억 달러(약 15조9792억원), 잠수함 102억 달러(약 13조4680억원), 초계함(Corvette) 61억 달러(약 8조544억원), 군수지원함 36억 달러(약 4조7541억원), 기뢰 전함(Mine Warfare) 30억 달러(약 3조9618억원), 상륙 전함(Amphibious Warfare) 24억 달러(약 3조1694억원), 해양조사선 7억 달러(약 9242억원), 탐색·구조함 7억 달러, 쇄빙선(Icebreaker) 2억 달러(약 2640억원), 훈련함 2억 달러, 정보(수집)함 2억 달러, 구축함 3000만 달러(약 396억원) 등이다.

특히 기후 변화와 함께 북극해 항로 개통이 임박하면서 쇄빙선 분야의 경험을 가진 우리나라 기업으로선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러시아와의 핵 추진 쇄빙선 협정으로, 핵 추진 기술을 러시아가 제공해 중국에서 쇄빙선을 건조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해군에서 퇴역한 함정을 필리핀·베트남·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와 페루·우루과이·콜롬비아 등 남미 국가, 카자흐스탄 등에 공여해 우리 기업의 함정 분야 수출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인도네시아에 1400t급 잠수함 3척, 영국·뉴질랜드·노르웨이·베네수엘라 등에 군수지원함(AOE) 8척, 필리핀에 호위함과 초계함 각각 2척씩, 태국에 호위함 1척을 수출했다.

정부·기업 손잡고 수출 특화 전략 세워야


우리 함정 분야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 조선 1위라는 후광 효과와 해군이 작전하는 데 필요한 구축함, 잠수함, 대형 수송함, 호위함, 초계함, 유도함, 고속함, 상륙함, 기뢰부설 및 제거함 등 다양한 함정을 건조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으로 많은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함정의 기본 선령(30년)이 도래해 함정 현대화와 교체 소요 증가는 K방산이 성장할 기회라고 본다.

우리나라 방산업체의 또 다른 경쟁력은 함정에 탑재되는 레이더·소나 등 각종 센서와 어뢰·대잠 로켓·대함 미사일 등의 무기에 신기술을 개발·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전투관리체계(CMS: Combat Management System)를 수상함과 잠수함에 탑재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해군은 209급 잠수함을 국내 개발 전투체계로 성능 개량하면서 기존에 탑재됐던 전투 체계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제인 연감]에서 분석한 것처럼 향후 10년간 우리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하면 함정 분야는 K방산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다음과 같은 수출 특화 전략을 수립·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의 지원으로 기업이 선도해 수출용 표준 함정을 개발·홍보·수출하는 것이다. 일례로 앞으로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되는 원해 경비함(OPV: Offshore Patrol Vessel)의 수출용 표준함을 개발해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2022년 현대중공업이 필리핀으로부터 6척의 OPV를 수주해 설계 중이다. 이에 정부가 주도해 전략적으로 동 함정을 수출용 OPV 표준함으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1500t급 OPV는 ‘장기간 지속 항해’가 가능하며, 헬기와 무인기 탑재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설계 중이다. 또한 잠수함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1400t급 잠수함도 수출용 표준함으로 도전해 볼 수 있다.

둘째, 우리의 함정을 수입하는 국가에 스마트 방산 협력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선 완제품 수출시에는 정부와 기업이 무기 체계에 대한 품질을 보증하고, 수출업체가 교육훈련 장비 제공과 함께 현지에서 장비 운용·정비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다. 또한 국제공동연구개발 협약을 통해 같은 함형의 수요 국가를 패키지로 묶어 공동개발 및 생산으로 건조단가를 절감하고, 함정 총 수명 주기에 대한 운영유지(MRO: Maintenance, Repair, Operation) 소요의 안정적인 ‘공급망(Supply Chain)’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폴란드에 FA-50을 수출하는 것과 유사한 방안으로 선도함은 국내에서 건조하고, 후속함은 현지에서 양산하는 것이다. 선도함 건조 기간 중 현지 조선소 인력을 국내 조선소에 파견받아 기술 숙달과 함께 국내 조선 인력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함정 유형별 방산업체 전문화·계열화 필요


▎우리 해군은 209급 잠수함을 국내 개발 전투체계로 성능 개량하면서 기존에 탑재됐던 전투 체계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 사진:해군
넷째, 중장기적으로 한·미 국방조달협정(RDP: 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일례로 일본도 이미 미국과 RDP MOU를 체결하고 F-35, SM-3 미사일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과 해양에서 패권 경쟁 중인 가운데 해양 주도권 유지를 위해 함대 증강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조선소의 건조 능력 부족 등으로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해외 전진기지를 모함으로 하는 일부 함정은 해외에서 MRO 지원을 받고 있다.

끝으로 미국과 유럽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방산 업체의 전문화·대형화를 추진했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방산 분야의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폐지했는데, 그 영향으로 함정을 건조하는 기업의 영업 이익이 악화하고 우리 함정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역시 지속해서 추락하고 있다. 결국 우리 정부가 과거처럼 함정 유형별로 기업의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다시 복원한다면, 함정 분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방산의 첨병으로 거듭날 것이다.

- 김덕기 제독 strongleg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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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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