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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A to Z 

스타 부흥사에서 보수진영 트러블메이커로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태극기 세력 차지하며 보수진영 아스팔트 패권 전쟁에서 승리
한때 한 달 헌금만 50억원 자랑… 애국 비즈니스로 자산 불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보수진영의 기독교 영향력을 얼마간 확보하면서 선거시즌마다 여권을 흔들고 있다. 202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교인들을 국민의힘에 입당시키면서 전당대회 때 여러 중진으로부터 ‘헬프’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 사진:연합뉴스
전광훈(67)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용산 대통령실 간의 교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밝혀진 바 없다. 전 목사가 사랑제일교회에서 매주 열리는 예배마다 대통령실 수뇌부와 직접 접촉한다고 주장해도 대통령실은 초지일관 무대응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 목사는 대통령실의 문을 계속해서 두들기고 있다. 5월 7일 예배에서 나온 발언이 특히 그렇다.

“신방(訊訪) 하는 게 직분인 대통령실 ‘모 수석’이 교회에 찾아와 큰일이 났다고 했다. 정부에서 만든 재외동포청 이거 크게 실수한 거라고, 야당이 하자고 해서 만들었는데 본인들이 말려들었다고. 알고 보니 재외동포를 전부 구성하는 평통자문위원회를 호남향우회가 점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투표에선 윤석열도 (지난 대선에서) 지지 않았나.”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 이도운 대변인 등에게 수차례 문의했지만 답은 듣지 못했다. 재외동포청을 소관하는 대통령실 주진우 법률비서관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 목사의 일이라면 얽히고 싶지 않은 뉘앙스가 짙다.

대통령실과 밀고 당기는 관계?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보수 기독교계 원로들과 만남을 가져왔다. 천공 논란이 일자 김건희 여사는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과 만남을 갖기도 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독교계 원로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대통령실의 침묵만으로 전 목사와의 지난 발언이 모두 유언비어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난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앞두고 대통령실에서 “민주노총 세력을 막아달라”는 연락이 왔다는 주장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지만 전후관계를 알면 그럴 만하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21년 11월부터 촛불세력과 민주노총에 대항할 계획을 세우고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측과 접촉을 시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전 목사와는 17년 전 광화문 아스팔트 집회에서 알게 돼 서로를 ‘동지’라고 칭했던 변희재(미디어워치 대표고문)씨의 설명이다. “사실 촛불 집회가 작년 5월쯤을 기점으로 해서 광화문에 나왔다. 대통령실에서도 예상은 했겠지만 그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근데 전 목사가 미리 준비해서 싸워주니까 고마워했을 거라고 본다.” 이를 종합하면 전 목사의 집회 동원력을 목격한 대통령실에서 민원 정도는 전달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전 목사는 측근들에 대선 전 김건희 여사를 만났다거나, 대선 당일에는 윤석열 당시 후보와 6시간 동안 통화했다는 등 대통령 부부와의 인맥을 자랑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는 대통령 부부도 유세 차원에서 보수 개신교계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던 시기였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21년 9월 고(故) 조용기 목사의 장례식을 찾아 기독교계 원로들을 차례대로 만나는가 하면, 2차 당내 경선 직후인 2021년 10월 여의도순복음교회 오전 예배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여사는 대선 직전인 2022년 2월 서울 마포구의 극동방송국을 찾아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와 3시간가량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 목사는 이후 윤 대통령 당선 후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회동에서 배석하는 등 공식적인 행보에 얼굴을 내비쳤다. 김 목사는 미 정계와 깊숙이 연결된 인물로 오래전부터 보수진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다.

반면 이들 부부가 공식 석상에서 전 목사를 만난 일은 없다. 아무래도 전 목사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광화문 집회에서 입지를 갖췄지만 여권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려는 전 목사의 성향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자유한국당 시절 보수진영 의원들은 2019년 대규모 집회를 성사시킨 전 목사를 과대평가하며 그와 함께 ‘반(反)문재인’ 구호를 기치로 21대 총선에 임했으나 대패한 경험도 있다.

훗날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전 목사가 그의 측근으로 채워진 과도한 수의 공천 명단을 요구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결국 전 목사의 광화문 집회 동원력은 보수진영 입장에서는 매혹적인 선거 수단이지만 이너써클에 들여놓기엔 위험한 인물이라고 봐야 한다. 변씨는 이런 관계를 ‘주인과 사냥개 관계’로 설명했다. 굳이 집 안에 들여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스팔트에 나간 스타 부흥사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은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명박·박근혜 당시 후보는 그해 6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호국기도회 및 북핵 폐기 자유·민주통일 국민대회’에 참석해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이때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청교도 영성훈련원 원장’으로 해당 집회를 공동 주최했다. /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전 목사는 언제부터 보수진영의 기독교인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을까? 공식적으로는 2007년 초 ‘반핵반김 국민협의회’ 집회에 참석한 기록이 있다. 반핵반김 국민협의회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주한미군의 감축 및 재배치를 반대하는 단체다. 변씨는 “당시에 40대 젊은 목사라고 이미 꽤 알려진 상태였다”고 설명한다. 이는 전 목사가 1998년 청교도 영성훈련원을 세우고 전국 각지의 교회를 돌면서 스타 부흥사로 유명세를 떨쳤던 것과 오버랩된다. 당시 전 목사는 신도들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강력한 확신을 주는 연설 능력으로 유명했다. 5년 동안 약 3만명이 그의 부흥 집회에 몰릴 정도였다. 기자가 만난 한 목사도 “2000년대 초반에도 유명한 목사였다. 내가 전도사 시절 우리 교회에도 찾아와 부흥 집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특기할 점은 전 목사의 부흥 집회에 일반 신도가 아닌 목회자(목사·전도사)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것이다. 목회자는 교회에서 신도들을 동원할 수 있는 위치에 속한다. 전 목사에 동조하는 목회자는 교회 신도들에게 전 목사의 정치사상을 전파할 수 있는데, 결국 전 목사를 위시하는 기독교계 세력은 이런 식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 목사가 부흥사로 활동하면서 집회 선동에 대한 테크닉을 갖추게 됐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전 목사는 대중 집회에서 음향 장비를 곧잘 이용하는데, 부흥사 시절 이런 스킬을 익혔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수도권의 한 목사 K씨는 “전 목사는 예배에서나 집회에서나 소위 말하는 ‘뽕짝’ 계열의 효과음을 반복적으로 넣는다. 부흥사 시절 어떻게 하면 대중을 휘어잡을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찬양 시간이나 통성 기도 때 이런 음향 효과가 들어가면 사람들은 취한 듯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그걸 ‘성령에 인도한다’고 곧잘 착각하는 것이다. 그 기분을 한 번 겪은 사람은 계속해서 예배를 찾아가는데 전 목사의 집회나 예배도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이 같은 배경으로 전 목사는 아스팔트 집회 세력을 넓혀가기 시작했고, 2007년 현충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호국기도회 및 북핵 폐기 자유·민주통일 국민대회’를 공동주최하는 성과를 거둔다. 광장에만 10만명의 인파(주최측 추산/경찰 추산은 3만명)가 결집한 대규모 집회였다. 특히 이 집회에는 당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할 만큼 보수진영의 큰 관심을 받았다. “보수성향이 강한 기독교는 어느 때보다 보수당의 경선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교인의 표를 쥐고 있는 목사가 누굴 지지하느냐에 따라 최대 몇십 만표까지 갈 수 있어서다. 그래서 목사 개인의 몸값이 가장 비싸지는 시기다.” 기자가 만난 한 목회자의 말이다.

실제로 전 목사는 당시 집회 이후 “이명박 후보가 청와대에 들어가면 교회를 짓기로 약속했다. 처음부터 교회 짓는다고 하면 불교가 반발하니 종교관 짓는다고 해서 시민단체 반발을 잠재운 뒤 중간에 십자가를 달면 된다”고 하면서 정·교 유착 논란을 유발했다. 이명박 후보 측이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즉각 진화에 나섰지만 유력 대선 후보와의 접점을 주장할 만큼 전 목사는 체급을 키운 뒤였다.

태극기 세력 차지하며 최절정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최절정기는 2019년 개천절 집회에 300만명(주최 추산)을 불러들였을 때다. 그해 1월 한기총 제25대 회장으로 당선되면서 교계에서의 입지도 탄탄해진 뒤였다. 특히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광화문광장에 등장한 ‘태극기 세력’까지 수용한 상태였다. / 사진:연합뉴스
전 목사의 최절정기는 2019년 개천절 집회에 300만 명(주최측 추산)을 불러들였을 때다. 그해 1월 한기총 제25대 회장으로 당선되면서 교계에서의 입지도 탄탄해진 뒤였다. 그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광화문광장에 등장한 ‘태극기 세력’까지 수용한 상태였다. 이를 두고 변씨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전 목사가 원수지간이다. 당시 아스팔트 패권을 놓고 싸웠다가 전 목사가 다 먹었다”고 설명했다.

사랑제일교회의 교인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자금력도 향상된 시기가 바로 이때다. 전 목사는 매달 사랑제일교회 측이 받는 헌금을 50억원가량이라고 직접 밝힌 적 있다. 여기에 집회를 열 때마다 헌금 명목으로 챙기는 후원금까지 더해진다.

당시 집회에 참석했던 시민운동가는 “집회 헌금은 전 목사를 위해 내는데, 집회를 주최한 장본인은 전 목사가 아닌 측근 목사들 명의로 열리는 게 대다수다. 애초에 현금으로 1~5만원씩 받기 때문에 자금 추적도 어렵겠지만 그 가능성마저 차단한 것이다. 그 돈을 전 목사가 개인적으로 유용한다고 해서 증거가 남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외에도 전 목사는 한기총 주관 집회라고 홍보하고 후원 계좌는 자신이 운영하는 조직으로 돌리기도 했다.

실제로 교회 등 종교단체는 기부금품법의 제한을 받지 않으나 모금된 돈은 종교활동에만 사용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전 목사와 2020년 집회 활동을 벌인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현금이란 명목으로 돈을 걷고는 사용처를 묻지 않는다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놨다. 당연히 회계 보고도 없었다”고 밝혔다. 사랑제일교회 정관에 교회의 헌금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이 실려 있을 정도로 교회 운영이 폐쇄적인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한편 전 목사는 2019년 집회에서 15억원 상당의 기부금을 불법 모금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전 목사는 이를 두고 “집회 중 예배를 거쳐 모금된 헌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전 목사가 이렇게 모은 돈을 개인적인 자금으로 쓴다는 주장도 있다. 기자가 만난 모 인사는 “전 목사가 보수진영의 특정 인물이나 언론인, 원로에게 돈을 건네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동욱 회장은 “전 목사는 주변 사람들한테 몇 천만원에서 몇 억원에 이르기까지 현금으로 준다. 받은 사람은 약점을 잡힌 거다. 본인 입으로 누구에게 얼마를 줬다고 떠들고 다니는데…”라고 주장했다. 이 실정을 잘 안다는 변씨도 “목사가 주는 돈은 굉장히 편하게 받는다. 나 같은 시민운동가들은 더 편하고, 정치인들도 편하다. 막말로 목사가 ‘우리 하나님의 돈이다, 좋은데 쓰세요’라며 주는데, 그보다 편하고 안전한 논리가 있을까? 정치인들도 전 목사한테 많이 받았을 것이다. 설마 저렇게 공개적으로 까댈 줄 누가 알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전 목사는 다양한 자금 루트를 개발했다. 알뜰폰 사업 진출이 대표적이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사업법인인 더피엔엘은 지난 4월부터 알뜰폰 사업인 ‘퍼스트 모바일’을 시작했다. KT망을 임대해 알뜰폰 사업을 전개하는 것으로 같은 상품을 파는 KT의 알뜰폰 사업자 KT엠모바일에 비해 요금제 가격은 다소 비싸다. 이 가운데 신도들이 기부하도록 만든 요금제도 존재한다.

실패로 돌아간 국민의힘 당권 개입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만나 1차 투표 때 과반득표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애플리케이션 ‘광화문온’도 출시했다. 보수성향의 언론 기사와 영상, 집회 등에 대한 콘텐트가 담겨 있는데, 애플리케이션 중간중간에는 전 목사의 최대 숙원 사업인 ‘세계기독청’ 설립 후원금을 모으는 배너가 달려 있다. 기자가 사랑제일교회를 찾은 5월에도 전 목사는 예배 중 “여러분들이 지금은 날 따라오는 거 힘들지 몰라도 돈 내라고 그러면 돈 내야 돼. 여러분들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나하고 사는 게 제일 행복한 거야”라면서 세계기독청 후원을 거듭 독려했다. 기자는 전 목사와 직접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신을 받지 못했다.

2019년 무렵에 전 목사는 자유한국당의 실질적인 고문이나 다름없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를 직접 찾은 보수당의 중진만 해도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자유한국당 의원, 국무총리를 역임한 황교안 전 대표가 거론된다. 그뿐 아니라 2019년 5월 전 목사가 대표로 주최한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에는 정진석·주호영·권성동 의원 등 굵직한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 때문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 목사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애당초 김 대표는 원만한 성격으로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맺지만 역설적으로 자기 세력을 규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거기다 전 목사가 2019년부터 자신의 교인을 조직적으로 자유한국당에 입당시켜 당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관측이 있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태극기 부대가 아니라 특정인이 내년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특정 종교 세력을 대거 입당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전 목사가 현재 국민의힘 책임당원 80여만명 중 5~10만명의 표심을 쥐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영향력을 과시하며 전 목사는 김 대표와의 만남을 이렇게 묘사한다.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다른 목사님들과 함께 만났다. 그때 김기현 장로는 1차 투표에서 절반이 안 넘으면 나머지 반대하는 사람이 합쳐서 뒤집힐 수 있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렇게 들어온 이중당적자를 처리하는 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과반 득표를 했고, 전 목사 집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한 김재원 최고위원이 1등으로 선출됐다. 그리고 낙선 운동을 벌이던 민영삼 후보는 탈락했다. 결과적으로 전 목사의 의중대로 마무리된 셈이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전 목사가 국민의힘의 공천권을 쥐고 있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중당적자 981명을 색출했지만 탈당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당헌·당규상 이들을 강제로 탈당시킬 명분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탈당 권고도 추천서에 전 목사의 이름을 적은 당원들에 한정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연히 더 많지 않겠나. 당원 투표 100%로 룰이 바뀌면서 전 목사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거다. 아예 뿌리를 뽑으려면 제도를 바꾸거나 이중당적자는 탈당시킨다는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시 전국위원회를 소집해야 하는 등 복잡해진다. 당장은 변화를 모색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시그널과 전광훈의 읍소

전 목사가 앞으로 국민의힘 당권에 개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광훈으로 우파 천하 통일’ 등 설화(舌禍)로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이 기회로 외곽에서 당을 흔드는 전 목사와의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계기로 원내에 측근을 만들어보려던 전 목사의 계획도 틀어졌다.

전 목사가 선을 넘는 발언을 하거나 당권에 개입하려는 타이밍에 대통령실이 검찰을 통해 나름의 시그널을 전달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최근 검찰은 전 목사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론을 낸 사건 2건을 재수사하라며 돌려보냈다. 대표적으로 전 목사와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 조합 측 간의 갈등에 연관된 사건이다. 앞서 사랑제일교회는 조합측과의 명도 소송에서 패소하며 법적으로 자리를 내줘야 했지만 2020년 12월 강제 철거에 나선 법원집행인력에 격렬하게 반발했다. 철거반에 화염병을 던지거나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화염방사기를 동원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를 두고 특수공갈·부당이득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이 경찰 수사에서 불송치 처분을 받았으나 작년 8월 검찰의 재수사 지시가 내려졌다. 공교롭게도 전 목사가 주변에 “김건희 여사를 만나 당권을 받기로 했다”는 등을 퍼뜨린 시기와 겹친다. 검찰은 지난 4월에도 전 목사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결론을 뒤집고 재수사를 지시했다. 전 목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설전을 벌이고, “(국민의힘이) 내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던 때였다.

전 목사는 올해 만 67세로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2020년 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을 때 잦은 병치레로 고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목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구속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했던 당시 광복절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을 때 전 목사가 심리적으로 위축돼 보였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전 목사는 최근 예배 중 돌연 이렇게 읍소하기도 했다.

“설령 전광훈 목사가 실수를 좀 하더라도 이해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님, 나와 대화 좀 하자. 내가 대한민국 앞에 뭘 잘 못 했느냐? 내가 5년 동안 광화문 광장에서 목숨 걸고 나라 지키려는 죄밖에 없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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