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낙첨자에 또 다른 기회와 보상 주는 앱 개발해 수익 올려“앱테크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한 해 유저 1만 명은 모집해야”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트렌드픽커’의 김중근(37)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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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app)을 활용한 비즈니스인 앱테크 시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2023년 기준 앱테크 사용자 수는 1022만 명에 달한다. 전년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10대부터 20대는 물론 40대 이상 중·장년층 사용자의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규모가 700조원, 광고 시장이 450조원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하지만 사업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한 해 1만 명의 앱 사용자를 유치해야 순탄하다고 평가받는 이 업계에서 중도에 하차하는 업체가 부지기수다. 설령 사업이 유지된다 해도 업체 대표와 개발자 간 갈등도 빈번하다. 개발자가 앱의 소스코드를 가지고 잠적하는 바람에 사업이 공중분해되기도 한다. 이러한 앱테크 시장에서 김중근(37) ‘트렌드픽커’ 대표는 10여 년을 살아남았다. 2011년부터 앱테크 개발 회사에서 영업직으로 시작한 김 대표는 결국 자신만의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김 대표를 만나 앱테크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직면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고 성공으로 이끈 비결을 들어봤다.
보상형 플랫폼 앱 전문 개발 회사 창업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 ‘트렌드픽커’에 대해 소개해달라.“보상형 플랫폼 앱 개발에 주력하는 회사다. 널리 알려진 표현으로 ‘앱테크’라고 한다. 사용자는 앱 내부의 광고를 보거나 특정 미션을 수행하면 그에 맞는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대표적인 앱테크를 꼽는다면 만보기 앱 ‘캐시워크’다. 사용자의 특정 걸음 수만큼 포인트를 주는 앱이다. 우리는 낙첨된 로또를 재추첨해 상금을 주는 ‘리픽’을 지난해 6월 출시했다.”
요즘 앱테크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지난해 시장 조사 결과 앱테크 사용자가 1022만 명으로 집계될 정도로 시장성이 높다. 최근 추세로는 10~20대가 아닌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증가세도 뚜렷하다. 앱의 활용도 측면에서 보면 2010년대 초반에는 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 압도적이었다. 2020년대부터 OTT(OverTheTop) 서비스가 치고 올라왔고, 지금은 앱테크가 사용자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앱테크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수익은 제로나 다름없는데?“틀린 말은 아니다. 앱테크라고 하면 사람들은 ‘티끌모아 태산’으로 인식하는 게 대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만보기 앱은 만보를 걸어야 몇 백원 받는 수준이니까. 운전 앱을 예로 들어도 해당 앱을 실행한 상태에서 한 달 내내 운전해야 커피 한 잔을 사는 정도다. 사실상 사용자가 앱 이용시 시청해야 하는 광고로 사업자들만 돈을 벌지, 사용자들은 얼마 못 번다. 이런 현실을 뒤집어 생각한 게 로또 재추첨 앱 리픽이다.”
리픽은 어떤 모델인가?“사람들은 누구나 대박을 꿈꾸며 로또에 응모한다. 로또 판매액만 한 주에 1200억원가량이다. 한 사람 당 1만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매주 약 1000만 명이 로또에 도전하는 셈이다. 하지만 당첨자 극소수를 제외하면 거의 모두가 낙첨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리픽은 이러한 낙첨자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주최하는 로또에 재응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이뿐 아니라 즉석복권도 만들었다. 다른 앱테크와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보상금 액수다. 사용자가 주마다 진행되는 리픽의 로또나 즉석복권에 당첨되면 100만원 상당의 보상을 챙겨갈 수 있다.”
앱테크의 수익 구조는 어떻게 형성되는가?“우리는 광고로 돈을 번다. 사용자가 특정 앱을 열면 15~20초짜리 영상을 필수적으로 시청하지 않나? 업체는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여러 개 수주 받아 앱에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광고 배너에 대한 수익도 있다. 이에 더해 우리는 쇼핑몰 홈페이지를 개설해 앱과 연동하고 있다. 쇼핑몰에 등록된 제품사들의 유통망 역할까지 도맡으면서 앱 하나로 광고 수익과 유통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앱 개발사 대표이지만 업무적으로는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데?“2007년 군 전역 후 22살 때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사정이 급하다 보니 서류만 내면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회사에 들어갔는데, 전화 영업을 하는 아웃바운드(불특정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품판매를 하는 영업)였다. 첫 출근 날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됐다. 50평 되는 공간에 300명가량 직원이 헤드셋을 낀 채 전화기 하나만 붙들고 쉴 새 없이 통화하는 모습이었다. 자리를 안내받자마자 엉겁결에 전화를 돌렸다. 광고와는 무관한 가정집이 나왔지만 주변 눈치를 보며 뭐라도 말하는 척했다. 그러다 옆자리 동료가 인터넷에서 ‘회사’를 검색한 뒤 나오는 업체를 가리지 않고 무작정 전화 거는 행동을 보고 따라 했다. 하루에 족히 400통은 영업한 것 같다.”
그렇게 전화 영업을 하면 몇 건이나 성공시키는가?“400통에 1~2건이다. 솔직히 그것도 많다. 그때 경험으로 맷집이 단련돼 지금은 오히려 거절을 즐기는 편이다(웃음).”
“개발사 대표와 개발자 갈등 잦아… 관계 설정 잘해야”
▎‘트렌드픽커’ 직원들이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회의하는 모습. / 사진:트렌드픽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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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는 어떤 직종에서 일했나?“전화영업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해, 한 달에 450만원을 벌었다. 그때부터 내 회사를 차려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마침 평소 알고 지내던 광고주가 앱테크 사업에 뛰어들 건데 영업이사를 맡아달라고 했다. 모바일 광고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시점에 팀을 꾸리면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판단해 회사에 들어갔다. 그때가 2011년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앱 시장이 블루오션일 때였다. 모바일 게임이 급부상하고 있었고, 그 점을 노려 게임 업계로부터 광고를 받아내는 데 전력했다.”
특별한 전략이 있었는가?“목표는 광고주의 게임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최상위권으로 올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내세운 전략이 우리가 개발한 앱의 사용자에게 광고 받은 게임을 설치하면 보상금 200원을 주겠다고 홍보했다. ‘보상형 플랫폼’의 시초인 셈이다. 고작 200원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게 대박이 났다. 며칠 안 돼서 광고주의 게임이 플레이스토어 1위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자 게임 회사들이 알아서 광고 좀 받아달라고 오히려 영업 전화를 걸어왔다. 그때 제가 관리하는 직원이 5명이었는데 우리가 1년 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경험까지 더해지니 내 회사를 차리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렬해졌다. 그래서 2013년 앱 개발사를 차리고 개발자를 구했다.”
창업할 때 자본금은 얼마가 들었나?“사무실 전세 계약금 3000만원이 전부였다. 그간 아무리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고 해도 그게 제 돈은 아니지 않나. 그 외에 제 돈은 모두 광고주 미팅에 드는 영업비나 운영비 등에 들어갔다. 어차피 스타트업은 돈 없이 시작해서 돈 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그때도 아웃바운드 때 터득한 경험대로 회사 어디든 전화해서 영업을 시도하고, 정 안 풀리는 날에는 강남 모처의 회사에 무작정 들어가 홍보팀과의 접선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에 어떤 앱을 출시했나?“기존의 회사에서 나오기 전 제가 기획한 앱은 소위 말하는 ‘무료충전소’였다. 모바일 게임 중에는 게임플레이 1회당 포인트 10점 차감 개념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러다 포인트를 다 소진해 더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을 때 특정 광고를 보면 사용자에게 일정 포인트를 충전해주는 것이다. 요즘에야 다들 이 시스템을 도입하지만 그때는 제가 최초였다. 제가 외근하며 영업하는 동안 개발자가 알고리즘과 소스코드 등 시스템을 개발했다.”
꽤 성과를 냈을 것 같은데?“창업하고 반 년 만에 월 매출 3억원씩 광고 수주를 했다. 때맞춰 모바일 게임 시장 활황으로 광고주가 넘쳐나 두려울 게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외근을 하고 회사에 복귀하는 날 개발자가 저더러 무단침입이라며 저를 쫓아냈다.”
무슨 얘긴가?“개발자가 저를 배신한 것이다. 제가 밖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개발자에게 제 인감도장과 증명서 등을 모두 맡겼다. 그런데 수익이 나기 시작하자 이 친구가 제 인감을 이용해 업장을 자기 명의로 돌린 것이다. 회사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경찰이 출동해 서류를 보고는 결국 저를 끌고 나갔다. 졸지에 회사를 빼앗겼다.”
“창업?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뛰어들라”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트렌드픽커’의 김중근(37) 대표는 개발자의 배신과 사기 등 숱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 비결은 20대 초반부터 단련해온 영업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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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비일비재한가?“이쪽 업계에선 자주 일어난다. 영업자와 개발자가 공동창업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쉽게 말해 영업자가 앱에 대한 기획력을 가지고 회사를 설립하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개발자를 스카우트해온다. 그래서 회사가 잘 된다 싶으면 개발자는 본인이다 이룬 거라고 착각하고 대표를 쫓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상품은 개발자가 만들었지만 그 가치를 알리고 돈을 가져오는 건 영업자의 능력이다. 개발자가 이 점을 끝내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회사는 공중분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앱 개발과 관련한 스타트업이 유행인데, 예비 창업자들에겐 창업멤버들과의 관계설정을 잘해두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리고 개발자가 개인플레이를 펼치는 것은 영업자가 앱에 대한 기본지식이 전무하다고 판단할 때다. 최소한 앱이 어떻게 개발되는지 공부해둬야 회사 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고 보안에도 대비할 수 있다. 개발자가 앱의 원천 소스코드를 가지고 잠적하는 것은 이 바닥에서 너무 흔한 일이다.”
이후에도 앱 사업을 하면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나?“그렇다. 광고주에게 받아온 5억원가량을 개발자가 가져가서는 잠적하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설립한 회사가 트렌드픽커다.”
본인만의 영업 노하우가 있다면?“얼마간 자본이 축적됐기에 가능한 전략이지만, 저는 광고를 따내기 위해 제 돈을 먼저 쓴다. 예컨대 광고주로부터 2000만원 영업이익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먼저 홍보팀에다 500만원어치의 광고를 선행해서 효과를 보여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래서 실제 그만큼의 효과를 내면 광고주 쪽에서 믿고 일을 맡기게 된다. 대기업의 경우에도 홍보팀 입장에서 상부에 보고할 수치와 자료가 분명해지니까 확실하게 저희를 밀어준다. 그럼에도 거절하는 광고주도 있지만 미안한 마음에 다른 기업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많은 시대다. 조언을 해준다면?“일단 창업을 결심했다면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뛰어들라는 것이다. 제가 동업자에게 배신과 사기를 당하고 회사를 강탈당하기도 했지만 결국 일어설 수 있었던 건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였다. 실제 처음 회사를 창업했을 때 경쟁 업체의 대표들보다 제가 10살은 더 어렸다. 그래서 모든 걸 다 빼앗긴 와중에도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하고 투자를 유치하면 재기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늦게 시작하면 실패를 거듭할 기회가 없다. 한 번 고꾸라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