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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의 지구촌 인문기행(11)] 태초의 자연을 품은 마오리족의 나라 뉴질랜드 

몽환적인 자연풍경… '반지의 제왕' 촬영지 

북섬 와이토모 동굴의 반딧불 탐사여행, ‘지옥의 계곡’ 연상시키는 로토루아 화산지대
원시림 보전한 레드우드 수목원과 마오리족 전투춤… 최대도시 오클랜드는 ‘요트 도시’


▎뉴질랜드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천혜의 자연이다. 이 나라는 환경을 산업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세상에 이럴 수가….” 깜깜한 동굴 속 작은 쪽배에 올라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신음에 가까운 감탄사를 연발한다. 좁은 동굴 안, 별안간 새까만 하늘에서 무수히 반짝이는 은하수 무리를 접한 순간이었다. 뉴질랜드 북섬의 와이토모(Waitomo) 반딧불이 동굴 탐사 여행을 하면서 겪은 일이다. 요즘 시대에 웬만하면 찾아보기 힘든 반딧불이 수 천 수 만 마리가 칠흑 같은 석회동굴 천장 벽을 가득 메우면서 영롱한 밤하늘을 연출하고 있었다. 반딧불이는 흔히 개똥벌레로도 불리는 글로우웜(Glowworm)을 지칭한다.

갖가지 녹회색 잡풀과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 흘러내린 석회암의 석순과 종유석들이 어우러져 태곳적 자연을 연상시키는 좁은 동굴 입구를 지나 만나는 미로 같은 별세계는 무아지경에 이르게 한다. 그래서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양이다.

약 30~40분 정도 쪽배로 동굴 안 개천을 굽이굽이 여행하는 동안 구경꾼들은 아마 자신이 환상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착각을 할 수도 있겠다. 요즘 아이들은 반딧불이의 존재를 동화책에서나 보았을까? 반딧불이는 딱정벌레의 한 종류로 배의 노란 부분이 산소와 만나면 빛을 발한다. 한국에서는 이젠 환경오염 등으로 거의 볼 수 없다.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전라북도 무주군 남대천 일대 서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할 정도니까.

와이토모 동굴은 뉴질랜드 북섬 와이카토(Waikato) 지방에 자리하고 있다. 와이토모는 그쪽 원주민인 마오리족 언어로 ‘물과 동굴’을 의미한다. 남서태평양에 떠 있는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 2개의 큰 섬과 60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다. 1840년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07년 독립했으나 영국 국왕이 국가 원수로 행세하는 영국 연방의 입헌군주제 국가에 속하게 됐다. 정치는 의회민주주의 형태로 이뤄진다.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지형이 험준하고 북섬은 면적의 63%가 산지와 구릉으로 덮여있으며 특히 화산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자연스럽게 간헐천과 유황온천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조산대는 ‘불의고리’를 의미하며 지구상의 지진 중 90%가 이곳에서 발생하고 활화산 중 70% 정도가 여기에 있다. 지난 1만1700년 동안 있었던 25개의 대형 화산 폭발 중 22개가 이 ‘불의 고리’에서 터졌다.

‘불의 고리’가 빚은 간헐천과 유황온천


▎동굴 속에 매달린 반딧불이 수천만 개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별빛 영롱한 밤하늘을 만들어내고 있다. / 사진:뉴질랜드 관광청
‘유황의 도시’로 알려진 로토루아(Rotorua) 소재의 와카레와레와(Whakarewarewa)는 북섬 최대의 화산지대 관광지다. 지금은 60여 개의 온천이 작용 중이다. 와카레와레와는 마오리 원주민 언어로 ‘치솟는 물’을 뜻한다. 지구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암석 지면의 길고 크게 갈라진 사이로 솟구쳐 나오고 있다. 물의 온도가 섭씨 50~70도에 이른다니 상당히 뜨거운 셈이다. 19세기경에는 최대 200여 개의 간헐온천이 들끓었다. 북섬의 최고봉인 루아페후산(2797m), 나우루호에산(2291m) 등 여러 개의 화산이 둘러싸고 있다. 30여 m까지 뜨거운 물줄기가 치솟는 간헐천 등은 이곳 이름이 왜 ‘와카레와레와’인지 상기시켜준다.

숲과 계곡 곳곳에 자리한 간헐천들은 매캐한 유황 냄새를 가득 풍기며 사방으로 솟구친다. 주변을 운무 속으로 몰아넣어 마치 영화에서 그려놓은 ‘지옥의 계곡’ 같은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지표면이 장작불 위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팥죽처럼 부글거리며 튀어 오른다. 여행객들은 으스스한 풍경에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일부 스파에서 천연온천과 마사지, 진흙 목욕을 즐길 수 도 있다. 곳곳에는 ‘기분출 조리기(Steam vent cooker)’라고 쓴 표지판들이 있어 그 옛날 이곳의 마오리족들이 어떻게 추위와 난방, 음식 조리 등을 해왔는지 대충 가늠하게 한다.

북섬의 오클랜드반도에는 1억9000만 년 전부터 살아와 ‘뉴질랜드 숲의 군주’라 불리는 카우리(Kauri)소나무와 리무(Rimu), 마타이(Matai) 등이 도열한 원시림의 산악지대가 포진하고 있다.

뉴질랜드 로토루아 고유의 동·식물을 관람할 수 있는 동·식물원인 레인보우 스프링스 자연공원은 이 나라의 상징이며 국조(國鳥)로 취급하는 조류, 키위(Kiwi)새를 만방에 홍보하기 위한 개방형 키위 부화 장소이기도 하다. 야행성 조류인 키위새는 타조처럼 날개가 퇴화한 대신 다리가 발달해 아주 잘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키위새는 호기심이 많고 사람들을 잘 따라 마오리족이 사랑하는 조류다. 이곳에선 멸종위기에 처한 다른 희귀 동물 등도 접할 수 있다.

또 아름드리 붉은 나무들로 빽빽한 레드우드(redwood) 수목원도 깊고 편안한 휴식감을 안긴다. 태고의 세월을 머금고 있는 듯 우듬지와 밑동이 우람한 나무 덩치를 대하면 숲에 정령이 깃든 신비가 느껴진다. 정령은 산천초목이나 무생물 등 여러 사물에 깃들어있다는 영혼으로 원시종교 숭배 대상 중 하나였다. 흔히 삼나무로 불리는 세콰이어종 레드우드는 붉은빛을 띈 갈색으로 세로로 길게 죽죽 갈라지며 가지와 잎이 빽빽하고 원뿔 모양의 나무 모양새를 보여줘 듬직하고 장쾌한 매력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크게 자라는 나무로 최대 100m 이상 솟구쳐 ‘살아있는 마천루’라 불린다. 그 숲속에 안개가 스며들면 세월 아득한 원시림이나 정글에 놓여있는 느낌이 강해진다. 거대한 나무의 그늘 밑에는 이끼, 고사리류의 풀들이 포복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영화 [아바타]와 [쥐라기 공원] 촬영지로 적격이었을 것이다.

한국전쟁 때 참전한 원주민 마오리족


▎유황의 도시로 알려진 로토루아 화산지대를 덮고 있는 간헐천이 수증기와 뜨거운 물을 내뿜고 있다. / 사진:고혜련
이런 경이로운 자연과 동식물을 접하다 보면 ‘하나님을 찬양한 인간의 목소리’로 알려진 [성경]의 시편(Psalms)이 떠오른다. “주님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하늘과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 주의 손으로 만드신 온 만물을 그 발아래 두셨으니 (…)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요?”라고 읊은 일부 구절(8장 3~9절) 말이다.

그 어느 곳보다 자연 친화적인 뉴질랜드의 방대한 농장 투어를 하는 것도 주요 여행 코스 중 하나다. 야외 목장에서는 종일 그 수많은 양 떼들을 마치 조무래기 아이들 대하듯 몰고 다니는 견공들이 보여주는 ‘양몰이 개의 시범 묘기’가 즐겁다. 견공들은 주인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움직이는 충복들이다. 양몰이에 몰입 중인 견공들을 보면 그 의젓함과 영특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넓은 농장지대를 트랙터를 타고 구석구석 돌아보며 알파카나 소, 양들에게 먹이를 직접 줘보는 먹이주기 놀이도 재미있다. 이미 구경꾼들에게 익숙해서인지 전혀 저항감 없이 때론 장난도 치고 더 달라고 어리광도 부리는 모습이 이웃집 개구쟁이들 같다. 원주민 마오리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테푸이아 민속촌에 들리면 이들의 오랜 가옥과 수·공예품, 전통춤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들의 전통 민속 쇼와 전통요리를 뷔페식으로 체험할 수도 있어 한발 깊숙이 그네들의 생활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폴리네시아계 해양 종족인 마오리(Maori)족이 뉴질랜드에 거주하기 시작한 시점은 대충 1200~1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교적 최근까지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다. 이들이 맨 처음 거주했던 곳은 하와이키(hawaiki)섬, 마오리족은 부족들 간 계속되는 전투와 부족한 식량을 해결할 목적으로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다 우연히 뉴질랜드섬을 발견했고 삶터로 정하게 됐다. 발견 당시 마치 섬이 아닌 ‘긴 흰 구름’ 같은 것으로 보였기에 뉴질랜드는 마오리족 언어로 ‘긴 흰 구름’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다. ‘마오리’의 뜻은 ‘보통의, 일반적인’을 의미한다. 스스로를 ‘땅의 사람’이라고 칭하는 그들의 전투 춤인 마오리 하카(haka)가 유명하다.

마오리족의 전투 춤은 그야말로 공격적이다. 춤은 이들의 일상이며 자신들의 감정을 여과 없이 저돌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다. 자신들이 ‘영토를 지키는 수호자’라는 의무감이 강하다. 춤을 추며 그들은 외친다. “지축이 떨리게 하라. 할 수 있는 최강의 노력을 다하여. 할 수 있는 만큼 강하게, 나는 살아있고 내 생명은 나의 것이다. 전투에서 지게 되면 나는 죽을 것이다. 나는 뛰어난 인간의 자손으로 태어났다. 그런 전설이 나를 태양처럼 비출 것이다.”

괴성을 지르고 벌거벗은 상체와 다리, 근육질의 양팔을 주먹으로 두들겨대며 호전성을 드러낸다. 얼굴에는 침입자가 겁을 먹도록 기괴한 문신을 그려넣고 포효하면서 긴 나무로 된 장대 무기를 마구 흔들어댄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파투(patu)라는 나무를 깎아 만든 몽둥이와 기다란 나무 막대기를 둔기처럼 휘둘러 싸운다.

한국전쟁 때 파견된 6000여 명의 뉴질랜드 지상군 중 마오리 족이 20% 정도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친숙함이 느껴진다. 이들 참전 용사들이 향수병을 달래기 위해 불렀던 마오리족 민요,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가 한국에서는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이라는 연가(戀歌)로 번안(1972년)돼 현재의 60~80대 한국인들은 학창 시절 즐겨 불렀다.

뉴질랜드의 관문이자 최대도시인 오클랜드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관광객들에게 그들의 민속춤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고혜련
현재 뉴질랜드 인구는 약 527만 명이다. 70%가 유럽계이며 그중 마오리족은 16%에 달하며. 약 80만 명이다. 호주 등으로 이민 간 사람들을 합하면 90만 명 정도다. 뉴질랜드 정부는 마오리어를 영어와 함께 법적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고 큰 행사 때마다 불리는 국가도 마오리어와 영어 순서로 부른다니 조상과 원주민을 존중하는 태도에 진정성이 느껴져 고맙기까지 하다.

뉴질랜드는 1800년대 초반 이곳으로 몰려든 유럽인들과 원주민들이 크고 작은 600여 차례 전투를 벌인 끝에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잦은 전투에서 3만여 마오리족이 전사한 후 결국 1840년 영국과 마오리족 추장들 사이에 와이탕기(Waitangi) 협약을 맺어 영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았다. 이 나라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국기 역시 영국과 아주 흡사하다.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 잭’에 그려있는 붉은 십자가의 기본 문양을 그대로 왼쪽 상단에 옮겨놓고 그 오른편 아래에는 남반구의 별자리인 남십자성을 의미하는 빨간 별 4개를 넣었다. 청색 바탕은 남태평양을 의미한다. 역시 영연방 국가 중 하나로 뉴질랜드와 2000여 ㎞ 떨어진 호주 역시, 뉴질랜드와 거의 같은 바탕과 무늬에 하얀 별 5개를 그려 넣은 국기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정착하기 전 뉴질랜드는 무인도로 거대한 조류들의 서식지였다고 한다. 가난과 싸움을 피해 이곳에 온 마오리족은 화산섬인 이곳의 지열을 이용해 난방과 요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항이(hangi)라고 알려진 요리법은 지열이 있는 땅속에 고구마나 육류 등을 묻어놓고 그 위에 다시 뜨겁게 달군 자갈들을 덮어 조리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반지의 제왕', 뉴질랜드의 상징이 되다


▎뉴질랜드 북섬의 몽환적인 자연 풍경을 주된 촬영지로 삼은 [반지의 제왕] 포스터. / 사진:CGV 페이스북 캡처
뉴질랜드 북섬은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영화 애호가들의 역대급 사랑을 받은 영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과 [호빗(The Hobbit)] 시리즈의 주요 촬영지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몽환적인 자연 풍경이 상상 속 별천지를 그려내고 있다. 영국 출신 학자며 소설가인 존 로널드 톨킨(John Ronald Tolkien, 1892~1973년)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뉴질랜드 태생의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이 연출한 총 6편의 영화가 탄생했다. 북섬의 와이카토 지역을 포함, 남섬과 북섬의 150여 군데가 배경으로 등장해 뉴질랜드의 환상적이고 독특한 자연환경을 널리 알렸다. [반지의 제왕]은 오늘날 판타지 문학의 고전이 됐다. ‘중간계’라는 상상공간을 무대로 한 가상의 아주 작은 호빗 종족의 모험담을 그린 [호빗] 역시 주목을 받았다. 톨킨의 원작 소설은 1979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군데의 출판사에 의해 연이어 소개됐었다. 특히 [반지의 제왕] 연작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의 굵직한 영화상을 골고루 수상해 피터 잭슨 감독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인천 공항에서 최소 11시간 30분 이상을 날아와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Auckland) 국제공항에 들렀으니 아름다운 ‘요트의 도시’, 오클랜드를 만나는 일은 필수다. 게다가 뉴질랜드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이기도 하니 상징성이 크다. 남반구에 위치한 이 나라, 이 북섬에서 가장 여행하기 좋은 기간은 12월에서 3월까지로 돼 있다. 필자가 들린 2월 초순, 기온은 18~25도로 연일 맑고 쾌청한 날들이 이어졌다. 특히나 뱃놀이를 하고 해수욕이나 서핑을 하려면 이곳의 여름철인 2월도 아주 제격이다. 사방이 가없이 뻥 뚫린 바다에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요트와 각국의 초대형 크루즈 선박들이 드넓은 바닷속 무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인구 122만 명의 오클랜드는 한때 50개가 넘는 화산이 솟아오른 화산지대로 도심 곳곳에서 분화구를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화산구가 마운트 이든이다. 2만 년 전 마지막 폭발로 이루어진 50m 깊이의 분화구가 있지만 지금은 사화산이다. ‘에덴동산’이라고 흔히 불리는 이곳은 높이가 2백m로 오클랜드 화산구 중 가장 높다. 지금은 마치 녹색 주단을 깔아놓은 듯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민들의 휴식처다. 1700년대 마오리족이 살았던 계단식 밭, 집터 등의 흔적이 남아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오클랜드 시내와 항구, 주변 섬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노스 헤드 역사보호구역’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태평양으로 둘러싸여 막힘없는 광활한 바다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보이는 것은 바다 한가운데 점점이 박혀있는 무수한 선박들이다. 정상에 오르면 그야말로 광활한 대양이 파노라마식으로 장쾌하게 펼쳐진다. 마치 컴퓨터그래픽(CG)으로 연출한 거대한 바다의 해전 풍경 같다.

자동차나 페리를 이용해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분화구를 담고 있는 ‘마운트 빅토리아’에 당도한다. 정상으로 걸어가는 길가에 오래전 외세로부터 항구를 지키기 위해 설치한 벙커 터널과 대포 진지 등이 보존돼 있다.

바다 위 짜릿한 체험을 즐기고 싶다면 오클랜드의 세인트 메리스 베이와 노스 코트를 연결하는 하버 브리지(Auckland Harbor Bridge)가 제격이다. 총길이 1020m로 북섬에서 가장 긴 다리다. 모든 배가 통과할 수 있도록 둥근 아치형으로 지어진 데다 바로 뒤 시가지 풍경이 그림같이 어우러져 야경이 특히 환상적이다. 낮에는 40m 높이에서 바닷물에 닿을 듯 뛰어내리는 번지점프를, 하버브리지 다리 위에서 점프대까지 65m를 걸어 올라가는 모험, ‘클라임 투어(climb tour)’에 도전하는 것도 젊음이 누리는 특권이리라.

자연환경과 부유함을 동시에 갖춘 나라

뉴질랜드는 국토면적이 한국의 약 2.5배 정도(26만8000㎢)로 유럽인이 57%, 아시아인과 마오리족이 각각 7~8%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1인당 실질 국민 총소득(GNI)은 뉴질랜드가 약 4만8000달러, 한국은 약 3만6000달러 수준이다. 한국과는 1961년 정식으로 수교를 맺었다. 한국 교민은 약 3만1000명이다. 이 나라는 낙농업이 국가 경제를 견인, 전체 수출 물량의 절반가량이 낙농업에서 나온다. 양과 양고기·양모·육류·버터·치즈 생산이 활발하다. 이들은 1차 산업에서 번 돈을 금융업과 IT 등 3차 산업에 투자해 국부(國富)를 일구는 발전 궤적을 보여 왔다.

※ 고혜련 - 칼럼니스트. 자연과 함께하기, 온 세상 여행하기가 요즘 주요 관심사다. 중앙일보 등 국내 외 주요 일간지에서 기자·문화부장·런던특파원을 지냈다. [어머니, 당신은 내 운명], [힘내! 이제 다시 시작이야] 등 7권의 저서가 있다. 이화여대를 거쳐 미국 뉴저지주립대, 영국 런던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저널리즘을 전공했다. 현재 출판사(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로 일한다.

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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