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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_(1)] 유행과 명품 소비의 역설 

마케팅 전문가가 보는 ‘유행과 소멸’ 

김부종 동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기술은 발전했고 정보는 많아졌다. 유행의 변화는 더 빨라졌고, 인간의 소비욕은 더 다양해졌다. 기업은 더 복잡한 마케팅을 시도한다. 반면 수백 년이 지나도 가치를 인정받는 명품도 있다. 찰나에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유행, 우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계절이 바뀌면 옷장에서 유행이 지난 정장과 넥타이를 발견한다. 하지만 쉽게 버리진 못한다. 구두와 운동화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쓸 만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버려서는 안 될 것도 있다. 수십, 수백 년의 스토리를 가진 명품이나 작품은 세월이 가도 여전히 품위와 가치를 지닌다.

마케팅이 유행을 만나면?

마케팅에서 ‘유행’이란 뭘까. 일정 기간 고객이 계속 구매하고 사용하는 소비자행동을 일으키는 요소로 본다. 기간 차이에 따라선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표현 방식인 스타일(Style), 특정한 감각이나 스타일은 패션(Fashion),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한정된 지역에서만 유행하는 패드(Fad)가 있다.

신제품 개발의 측면에서 보면 마치 사람처럼 개발·도입·성장·성숙·쇠퇴의 전형적인 제품수명주기(PLC)가 있다. 여기에 스타일·패션·패드냐에 따라 제품수명주기의 진행 형태가 달라진다. 마케팅 목표와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 행동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몇 년 전 반짝 유행했던 ‘하얀 국물 라면’에 설비투자를 과다하게 해 곤욕을 치른 것과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유행이 생기고 소멸하는 것은 소비자 본능 탓이다. 인간은 언제나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한다. 그 가치란 편리·가격·품질과 같은 기능적 가치는 물론 디자인·색상·스토리와 같은 감성적 가치까지 포함한다. 패션 산업의 유행은 새로운 감성적 가치에 기술적 부가가치를 더하는 셈이다.

21세기는 더 빠르게 변한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는 이미 지난 세기 모든 총량을 넘어섰다. 인공지능 같은 기술까지 나타나며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 박사는 이러한 시점을 ‘특이점이 온 때’라고 표현하며, 그 시점을 2045년으로 예견했다.

기술이 빠르게 변할수록 유행 주기는 더 짧아진다. 인간 욕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매슬로의 인간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생존과 안전의 기본욕구에서 점차 존경과 자기실현 단계로 이동하는데, 생활이 풍족해지면 자아실현의 욕구는 더욱 커진다. 정보가 많을수록 더 심해진다. 최근 소비자가 이런 성향을 보인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인터넷으로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어 글로벌 유행 상품에 더 민감하다.

경영학에선 유행이 발생되고 진화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경영사상가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티핑포인트, Tipping Point』에서 마치 전염병처럼 번지는 유행이 폭발할 때 대박 상품이나 획기적 트렌드로 발전한다고 한다. 이러한 ‘전염’에는 세 가지 법칙이 필요하다고 봤다. 첫째 네트워크가 강하고 열정이 뜨거운 소수가 앞장서야 하고(소수의 법칙), 둘째 대중고객의 뇌리에 메시지가 박혀 있어야 하며(고착성 요소), 셋째 주변 환경 상황과 서로 맞닿아 있어야 한다(상황의 힘)는 것이다.

유행에 민감한 이유

유행의 변화를 보면 인간형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다른 사람과 같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 두 번째 유형은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추종하는 사람, 세 번째 유형은 주위 사람들과 똑같아야 안심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서로 연결돼 있다. 첫 번째 유형이 새로운 행동을 하면 두 번째 유형이 동조하고, 점점 집단화되면서 세 번째 유형이 따라 하기 시작한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첫 번째 유형은 또 다른 가치를 찾아 나선다. 새로운 유행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이유다.

유행에 민감해진 이유, 두 가지 용어로 풀이한다. ‘편승효과’(밴드웨건효과)와 ‘백로효과’(스놉효과)다. ‘편승효과’란 특정 제품에 대한 수요가 앞서 선도한 사람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고, ‘백로효과’란 다수가 구매하는 제품을 오히려 꺼리는 소비현상으로, 자신을 남들과 다르다고 믿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붙인 용어다.

한국 사람은 유행에 더 민감하다. 한국리서치 미래트렌드연구소가 2017년 조사한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 분석에 따르면 결혼·결핍·열등·취향·열정 등 다섯 가지 사회적 인정지표 (SRI)가 한국 사람들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이는 행복지수에 큰 영향을 미쳐 배제·멸시·존중·관용 등의 사회적 유형이 나타난다. 특히 한국은 유교 영향을 받아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다른 사회보다 상대적으로 크다. 최근엔 이것이 새로운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욕구로 분출되기도 한다.

유행에 어떻게 대응할까?


▎사진은 린 스타트업 (Lean Startup) 개념도다.
그 덕분에 미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세계적인 경영전략가 톰 피터스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는 최근엔 현장 경영(MBWA, Management by Walking Around)이 필수라고 했다. 끊임없이 고객의 요구를 경청하고, 현장 직원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기술과 문화환경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혁신 제품을 새로 출시하는 건 많은 투자와 위험이 따른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전통적인 시장조사를 넘어 최소기능제품(MVP)을 만들어 고객(주로 얼리어댑터)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고 보완한다. 한 번에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벤처스(GV)가 투자한 스타트업도 같은 방법을 쓴다. 이른바 ‘린 스타트업’ 방식이다. 린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의 반응을 살펴본 뒤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것을 반복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경영전략이다. 난해하고 위험부담이 큰 프로젝트일수록 더 필요하다. 구글벤처스에서는 7명 이하의 구성원이 5일 이내에 결과물로 이끌어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수백 건의 구체적인 사례를 대중에 공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네이선퍼 교수도 비슷한 방법을 제안한다.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로 고객 공감과 문제를 통찰한 시제품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를 반복한다. 유럽 글로벌기업도 5가지 비즈니스 실험 프로젝트를 위해 5개 팀이, 5주 이내, 5000유로의 비용으로 수행하는 일명 ‘5×5×5 접근법’을 사용한다.

명품 브랜드는 유행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들은 기본적인 기능과 품질에 변하지 않은 가치를 유지하면서 시대 변화를 디자인과 패션에 잘 융합시킨다. 에르메스의 광고 카피인 ‘Everything change, but nothing change’에서도 잘 드러난다. 물론 전설적인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고가 가격전략, 전속적 유통전략, 한정 판매 프로모션과 같이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 김부종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뒤 서강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6년 한국리서치 시장조사 업무를 시작으로 랄스톤퓨리나와 네슬레에서 중국 담당 마케팅 상무로 재직했다. 현재 동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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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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