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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한 웰킵스 대표이사 

“1원도 안 올린 착한 마스크… 국민건강 지킴이 되겠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현실화됐다. 막연했던 우려는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가 됐다. 폭증하는 마스크 수요에도 불구하고 가격 동결을 선언한 착한 기업은 극심한 사회적 피로에 한 줄기 단비가 됐다.

황사를 피하기 위해, 고작해야 감기 전염을 막기 위해 착용하던 마스크가 이제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됐다. 무섭게 퍼지는 신종 감염병의 공포 속에 호흡기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현실은 ‘마스크 대란’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정부가 약국을 통한 공적판매에 나서며 수급 조절에 안간힘을 쏟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마스크 제조사의 가격 동결 결정이 큰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단 1원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여전히 약속은 지켜지고 있다. 마스크 전문 제조기업 웰킵스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국내 마스크 시장 수요는 연간 3억5000만 장 수준이었다. 웰킵스는 이 중 약 1억2000만 장을 생산하는 업계 1위 기업이다. 국내 마스크 수요 3분의 1을 책임지는 메이저 제조사가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당장 ‘착한 기업’이라는 훈장이 따라붙었다.

웰킵스가 제조한 마스크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비롯해 동아제약, 암웨이 등에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 방식으로 제조·판매 중이다. 이 밖에 유한킴벌리가 판매하는 (산업용) 방진마스크도 웰킵스가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전까지 하루 60만 장 수준이던 웰킵스의 마스크 생산량은 이번 사태 이후 90만 장까지 늘었다. 2위 업체가 50만 장 수준임을 감안하면, 웰킵스가 국내 신종 감염병 확산 저지의 숨은 주역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스크 가격 동결에 쇼핑몰 서버 다운


1등 업체의 가격 동결에 소비자는 열렬한 환호로 답했다. 이전까지 ‘마스크가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착한 기업’, 더욱이 업계 1등 기업이 생산한 보건용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섰다. 수요 폭증으로 마스크 가격이 급등하자 웰킵스 제품을 찾는 손길은 더욱 늘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건 지난 2월 중순 무렵으로,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31번 환자를 기점으로 한 집단감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다. 그 전까지 수십 명 수준에서 관리되던 확진자 수는 신천지 사태 이후 수천 명대로 급격히 늘었다.

마스크 수요가 한꺼번에 폭증하리란 건 업계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비상 상황이었다. 박종한 웰킵스 대표도 “신천지 사태 전만 해도 확진자 수가 점차 줄면서 독감 수준으로 관리되거나 시나브로 사라질 거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사실 그랬다. 신천지라는 도화선에 불이 붙기 전만 해도 한국이 중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리라고는 마스크 제조업계는 물론 정부와 방역당국도 미처 예상치 못했다.

코로나19 전까지 메이저 제조사 제품 기준으로 1000원 수준이었던 보건용 마스크 가격은 이후 2000원에서 많게는 무려 3000원까지 급등했다. 웰킵스가 자체 운영하는 쇼핑몰(웰킵스몰)도 몰려드는 주문에 서버가 다운되기 시작했다. 회원 가입자가 50만 명까지 급격히 늘며 서버 용량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알람 서비스로 판매 시각을 공지했던 박 대표는 판매 개시 10초 만에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잦아지자 아예 불특정 시간대로 판매 시각을 옮겼다. 관리자조차 쇼핑몰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결정한 고육지책이다.

“게릴라식으로 매일 5만 장 정도를 풀고 있어요. 정부 공적판매가 강화되기 전에는 10만 장씩 공급했죠. 많게는 1장에 3000원까지 가격이 폭등했고 공적판매 마스크도 1500원인 상황에서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1인당 25장씩 판매하고 있으니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도 이해가 갑니다.”

“단 1원도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혜택을 보는 사람만 계속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매크로 구매까지 의심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현재는 구매자 리스트를 일일이 뽑아 주소 확인 작업을 거치고 있다. 몇몇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마스크를 둘러싼 패닉 때문이었을까. 국가적 보건 안녕을 위해 가격 동결까지 단행한 1등 업체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은’ 기업으로 전락한 것도 한순간이었다.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출고 전 마스크를 볼에 비비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자 착한기업은 당장 ‘마스크 테러’를 자행한 논란의 기업이 돼버렸다.

몇몇 맘카페 등 온라인에서 불기 시작한 불만 여론은 삽시간에 전 국민적 비난으로 커졌다. 박 대표는 “우리 같이 작은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랄 게 따로 있었겠느냐”며 “그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끝장나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즉각 진상 파악에 나섰다. 경북 문경시 공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소행임이 밝혀졌다. 즉각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당일 생산한 제품 중 일탈행위가 이뤄진 앞뒤 2시간씩, 모두 4시간 동안 생산된 제품을 전량 소각해 폐기 처분했다. 그렇게 태워버린 마스크가 1만 장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공장 생산직을 포함해 60여 명 수준이었던 웰킵스 임직원은 현재 320명으로 크게 늘었다. 폭증한 마스크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주야간 단기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업었고, 지역 거주 학생, 주부, 심지어 야간에는 용역회사 인원까지 충원해야 했다. 박 대표는 “갑자기 근무 인원이 늘어나 관리에 애를 먹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알바생 일탈, 진정성 있는 조치로 전화위복

오해를 불렀던 맨손작업도 적극 해명하고 사후 조치했다. 박 대표는 “맨손으로 작업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자동포장에서 걸러내기 어려운 전수 작업을 위해 수동 포장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본래 맨손작업 시 하루 10회 이상 철저한 소독을 거쳤지만, 이후 장갑 착용과 손 소독을 겸하기로 결정했다. 아르바이트와 정직원을 구분하지 않고 라운드캡과 위생복 착용을 의무화했다. 작업 라인별로 위생감시 인원을 배치해 해당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조치했다. 보건용 마스크 설비 기준이 클린룸 수준은 아니더라도 ‘국민적 눈높이에 맞추는 게 맞다’는 결단 때문이었다.

“위생장갑을 낀 손에 손세정제를 바르는 게 코미디 같아 보일 수는 있지만, 지금으로선 이전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맞습니다. 이러한 지침을 어길 경우 그 자리에서 퇴사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국민이 우리를 높이 평가해주신 만큼 저희도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죠.”

적극적인 해명과 소통, 마스크 소각 등 진정성 있는 조치가 이어지자 여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급반전했다. 스무 살 아르바이트생의 일탈이 사건의 본질임이 알려졌고, 인터넷 뉴스엔 빠른 조치를 칭찬하고 착한기업을 여전히 응원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철없는 알바생은 어떻게 됐을까. 사건 이후 출근도 마다한 채 겁에 질려 있던 그녀를 찾아낸 박 대표는 반성문을 받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08년 마스크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보건용 마스크 규정이 없어 산업용 방진 마스크를 제조해 유함킴벌리에 납품했다. 현재 웰킵스가 생산한 마스크는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을 비롯해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 온라인에서도 활발히 유통 중이다.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판매 가능한 모든 채널에 제품을 납품하는 곳도 웰킵스가 유일하다. 소셜커머스 1위인 쿠팡에선 보건용 마스크 재구매율이 68%에 달할 만큼 압도적인 1위 업체다. 특히 황사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매년 40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로 생산·판매가 급증한 결과, 올해 매출은 700억원가량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박’이 회사나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건 아니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보건용 마스크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보건당국의 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비상 상황이 닥치면서 누구나 만들어 팔 수 있는 제품이 됐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사태가 진정된 이후 연착륙을 정부가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적 판매도 최소 일주일에 3~5매 수준으로 늘리고, 판매가격 역시 재정을 더 투입해서라도 1000원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스크 업계 전체가 모르핀에 취해 있는 거나 다름없어요. 돈벼락을 맞은 거죠. 하지만 벼락이 폭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마스크는 이미 제조원가 대비 이익이 높은 제품이에요. 유통과정도 심플하죠. 국가적 위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돈 주고 사야 하는 시장이 돼버렸는데, 재난을 이용해 돈을 번다는 건 솔직히 예전 같으면 능지처참감이에요.”

박 대표는 공적판매에 나선 정부 결정을 칭찬하면서도 수매가 인하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평상시 300~500원에 낙찰되던 마스크를 1500원에 판매하는 것 자체가 폭리를 용인하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박 대표는 “지금은 속된 말로 마스크 업계를 정부가 ‘우쭈쭈’해주는 상황”이라며 “업계 역시 판매단가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 덴탈마스크 제조사와 정부(조달청) 간 벌어진 해프닝이 대표적이다.

“모 업체가 정부의 무리한 생산 요청에 맞서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오해가 풀렸다며 생산을 재개했어요. 업계를 잘 아는 사람들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1회용 덴탈마스크는 의약외품도 아닌 공산품이에요. 아무리 구닥다리 기계로 만들어도 하루 4만 장이 보통입니다. 해당 업체가 하루 1만 장을 생산한다고 했던데, 장당 100원만 쳐도 하루 판매총액이 100만원에 불과합니다. 길거리 노점도 하루 100만원 넘게 버는 곳 많아요. 어떤 제조기업이 하루 100만원 매출로 버틸까요? 한마디로 업계 전체를 욕 먹이는 짓이에요. 언론도 깊이 있는 취재에 나서야지, 생산 중지 같은 자극적 보도만 쏟아내선 안 됩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마스크 대란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 거라고 전망했다. 단기 이익에 급급하기보다 국민 보건 안녕에 기여하는 회사가 평소 그의 경영 목표다. 웰킵스는 주력 제품인 마스크 외에도 레벨 D급 방호복, 쿨패치, 핫팩, 제균클리너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늦어졌지만, 세계 최초로 물 없이 쓰는 손세정제를 개발한 미국 퓨렐의 한국 본사로 조만간 관련 제품도 판매할 계획이다.

“우리 슬로건이 ‘Stay Well, Always Welkeeps’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건강한 삶, 그 곁에 언제나 웰킵스’라는 의미죠. 인간은 갈수록 악해지고 환경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어요. 순간의 이익을 탐하는 베짱이 같은 기업이 아닌, 인간을 위해한 환경에서 지키고 보호하는 작지만 강한 회사가 되겠다는 게 경영 비전입니다.”

[박스기사] 마스크 종류와 활용법

마스크는 크게 보건용, 산업용, 일반용으로 나뉜다. 황사 마스크로 통하는 보건용 마스크는 KF 80, 94, 99 단계로 다시 구분한다. 산업용 마스크는 컵 타입 제품으로 주로 공장 등 제조설비에서 사용하는 방진용 제품이다. 이 밖에 치과에서 흔히 쓰는 1회용 덴탈마스크와 면 마스크는 일반 공산품이다.

KF는 0.6㎛(1000분의 1㎜) 이상의 입자를 막아주는 기준이다. KF 80은 0.6㎛ 입자를 80% 이상, 94는 94% 이상, 99는 99% 이상을 막아준다는 뜻이다. 바이러스 크기는 0.1~0.5㎛ 사이여서 KF 99로도 100% 걸러낼 수 없지만, 공기 중 비말 전염을 막기 위해선 일반 마스크보다 보건용 마스크가 훨씬 효과적인 게 사실이다. 덴탈마스크의 방역률은 20~30% 수준이다.

의약외품 마스크는 크게 세 가지 효율을 충족해야 한다. 여과효율과 누설률, 흡배기저항이다. 여과효율은 높을수록, 누설률은 낮을수록 좋다. 흡배기저항은 차압이라고 하는데, 여과율과는 반비례 관계로, 적절한 수준을 맞추는 것이 기술력이다.

보건용 마스크 : KF 80, 94, 99 등급. 미세먼지 등 방역용 마스크다. 이 외에 의료용 마스크(서지컬 마스크)가 따로 있다.

산업용 마스크 : 컵 타입으로 된 마스크. 주로 공장에서 쓴다.

일반 마스크 : 덴탈마스크, 면 마스크 같은 공산품. 덴탈마스크는 제조원가가 장당 40~50원, 판매가는 80~100원 수준이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202004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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