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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12) 늦가을 파리(Paris)가 던진 세 가지 질문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아름답고 화려한 연말 크리스마스 장식이 수많은 쇼핑 인파를 유혹하고 있다.
벌써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을 맞는다.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본다. 올해는 새해 벽두부터 예상치 않게 들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구의 모든 인류가 엄청난 위기에 직면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모든 걸 쏟아부은 아주 힘든 한 해였다. 평생을 매년 평균 석 달 내외의 해외 출장을 다녔던 필자도 올해처럼 나라 안에만 머문 건 처음이다. 그러나 예전에도 인류는 페스트와 스페인독감, 홍콩감기, 사스, 메르스와 에볼라 바이러스 등을 극복해냈다. 이 또한 결국은 가까운 장래에 해결해낼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연말을 맞고 싶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가슴이 설레고 낭만적인 시간을 기대하는데 올해는 아직도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런 마음과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희망과 아름다움, 낭만을 생각하며 연말을 맞이하고 싶다. 이제 분위기를 바꾸어 연말이면 도시와 마을마다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이고 캐럴이 울려 퍼지는 유럽, 특히 프랑스 파리로 떠나보자.

낭만과 문화의 정수, 파리


▎파리 중심인 개선문 옆을 지붕에 앉을 수 있는 관광버스(Hop On Hop Off Paris Bus)가 지나치고 있다.
파리는 많은 이가 동경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다. 문화, 예술, 낭만, 자유를 만끽하고 음식, 와인, 패션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날씨가 스산한 초겨울이 되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가까워오니 파리의 아름다운 문화적 분위기를 더욱 느끼고 싶다. 코트 깃을 올리고 겨울을 재촉하는 낙엽이 뒹구는 파리의 거리를 걸어본다.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샹젤리제 거리의 가로수에 걸려 있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꽃전등 장식이 파리의 분위기를 한껏 낭만적으로 끌어올린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특히 갤러리 라파예트, 봉마르셰 같은 여러 백화점, 프랑스에서 팔라스 등급을 받은 최고급 호텔에서 설치하는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은 매우 창의적이고 아름답다.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신선하고 아름답게 보았던 크리스마스 장식을 지면에 소개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세일 시즌이 되면 수많은 파리 시민이 아침 일찍부터 백화점 앞에 모여든다. 백화점 입장을 기다리며 장사진을 친 모습도 재미있는 풍경이다. 사랑스러운 문화의 도시에서 낭만적인 분위기에 흠뻑 젖어 연말을 보내는 것도 한번 계획해볼 만한 일일 것이다.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 내려가 콩코르드 광장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루브르박물관에 도착한다. 루브르에서는 전 세계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볼 수 있다. 규모가 너무 방대해 박물관을 한 번 돌아보려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프랑스어나 영어로 적혀 있는 안내문을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국내 항공사가 주도하여 한국어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이어폰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다시 근처 센강 다리를 건너 조금만 이동하면 오르세미술관에서 인류 역사에 빛나는 수많은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번에 파리를 방문했을 때는 운 좋게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대형 전시장이자 박물관인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프랑스 대표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Henri de Toulouse-Lautrec)의 특별전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방향을 바꾸어 나폴레옹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고 군사와 미술 컬렉션을 소장한 복합 군사문화시설 앵발리드(Invalide)를 방문하면 전제군주 시대부터 민주화 과정을 생각하게 하는 많은 역사적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파리는 역사의 도시이기도 하다. 센강에서 유람선을 타거나 패스를 사면 자유로이 타고 내릴 수 있는 관광버스(Hop On Hop Off Paris Bus Tours)로 에펠탑과 노트르담 대성당, 몽마르트르 언덕을 방문하며 파리의 다양한 문화적 색채를 접해보는 것도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추억에 추억이 쌓이는 파리 여행


▎대형 전시장이자 박물관인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린 전시회 포스터. 프랑스 대표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Henri de Toulouse-Lautrec)의 특별전이다.
오래전 우연히 거리를 산책하다가 발견한, 시차를 극복하기 좋은 맛집도 찾아가보자. 파리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슐랭 등급의 식당이 많지만 여행자들이 오랜 비행 뒤에 텁텁해진 입맛을 바꿀 수 있는 편안한 가격의 식당도 많다. 콩코르드 광장을 향해서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서 걸어 내려가다 보면 파란색 간판에 레옹(Leon)이라는 사인이 보인다. 서울에서 출발해 오랜 시간 비행 후에 조갈이 날 때 찾는 파리의 맛집 레옹 드 브뤼셀 샹젤리제점이다. 우선 맥주 한잔을 마시며 갈증을 풀고 짭짤한 홍합 요리를 먹으면 시차가 극복되고 입맛도 돌아옴을 느낀다. 이곳은 원래 홍합요리 전문 식당으로서 벨기에 브뤼셀에서 100년 이상 된 역사를 자랑하는 레스토랑이다. 여유가 있으면 미슐랭 등급의 식당에 가서 프랑스 요리와 와인을 즐기며 서비스의 진수를 맛보는 것도 멋진 일정이다.

코끝을 스치는 상큼한 냉기를 접하는 계절에 수많은 파리 출장과 여행을 다니며 경험한 옛 추억을 회상해 본다. 1970년대 후반에 이 아름다운 프랑스 파리를 찾기 위해서는 김포공항에서 출발하여 미국 앵커리지를 경유해야만 했다. 중국과 옛 소련이 수교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앵커리지까지 비행한 후 한 시간 정도 내려서 경유하는 코스였는데, 파리까지는 거의 하루 가까운 시간이 걸려서 너무 지친 상태로 도착하곤 했다. 그 후 옛 소련과는 수교하고 중국과는 수교하지 않은 상태라 서울에서 출발해서 유럽 방향과 반대인 동쪽의 일본 상공을 거쳐서 다시 북서쪽으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상공과 시베리아 대륙을 건너서 파리를 가는 노선이었다. 대략 14시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중국과 수교한 후에는 지금과 같이 인천에서 출발해 서쪽 방향으로 중국 베이징과 만리장성 상공을 거쳐서 몽골 고비사막과 시베리아 루트를 거치게 됐다. 11시간 가량 걸리는 코스다. 예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무척이나 가벼운 마음으로 유럽에 출장이나 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세상은 항상 변하고 진화해왔다. 그리고 미래에도 변하고 또 진화해나갈 것이다.

연말에 한 해를 돌이켜보며 인생의 여정에 던지는 근본적 질문 세 가지를 음미해본다. 첫째는 ‘나는 누구인가(Who am I)?’, 둘째 ‘어떻게 살 것인가(How to live)?’, 마지막 ‘어떻게 아름답게 생을 마감할 것인가(How to die)?’라는 질문이다. 이는 연세대학교 김상근 교수가 주도하는 플라톤아카데미의 인문학 대중 강좌로, 몇 년 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강의 제목이기도 하다. 당시 대학 강당에서 약 1000명이 넘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강의가 진행됐는데, 사전 인터넷 신청이 조기에 마감되곤 했다. 질문당 10명씩 강사 30명이 있었는데 필자도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진행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의를 맡았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개선문 정상에서 내려다 본 파리 전경. 멀리 에펠탑이 보인다.
플라톤아카데미 대중 강연은 당시의 인기를 반영하듯이 케이블 TV 채널에서 거의 1년 가까이 재방영되기도 했다. 올해를 뒤돌아보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와중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수의 리더가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하고 그 덕에 가짜 뉴스가 판을 쳤다. 이렇게 혼란한 시기에 던질 수 있는 질문이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인가? 그동안 주인공으로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주인공으로 살아갈 것인가?’이다. 거짓으로 순간적인 작은 성취를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힘 앞에 진실이 밝혀져 언젠가는 거짓이 굴복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 덴마크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며 얻은 소중한 교훈이 있다. 그들은 온 국민이 정직이라는 행복의 원천을 갖고 있고 그것이 바로 덴마크의 힘이라는 것이다. 거짓된 개인이나 집단은 절대로 인생이나 역사라는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에는 ‘먼저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어보자’라고 제안하고 싶다. 두바이의 프레임 타워에서 내려다본 신구 두바이의 모습은 차원이 다른 생각의 프레임이 사막 위에 어떤 신천지를 만들어냈는지 웅변한다. 즉,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면 세상 모든 일이 다르게 다가온다. 열린 자세로 외부의 변화와 자극을 수용하되 나만의 관점과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이 둘이 조화를 이루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의식이란 자기 자신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정신이며 얼마나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

다음으로 ‘어떻게 아름답게 생을 마감할 것인가’라는 주제는 인생 후반기에 주어지는 숙제일 것이다. 먼 훗날 인생을 정리할 때 최선을 다하여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면 얼마나 값지고 멋진 인생일까? 혼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삶은 아름답다. 인생을 살며 지금 이 순간 매번 최선을 다한다면 아름다운 유산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위 세 가지 질문에 더해 한국코치협회 김재우 회장께서 최근에 메시지로 주신, 연말에 음미해볼 만한 질문을 더 추가해본다. ‘당신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How do you want to be remembered)?’다. 요즘 언론 매체에서 거론되는 보도 내용을 보면 특히 리딩 그룹에 있는 리더들이 가끔 되뇌어봐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12월에는 한 해 동안 잘했던 일, 잘하지 못했던 일과 주변을 되돌아보며 다시 한번 지난 일들을 분석하고 정리해보자. 새해에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소중한 마지막 달이 되도록 하자.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이고 어떻게 아름답게 생을 마감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라는 주제에 답하면서 한 해를 마감하자.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툴툴 벗어던지고,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면서 더 신나고 아름다운 새해를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자. 연말을 지내며 세 가지 건배 구호를 생각해보았다.

“감사합시다! 오래오래!”, “건강합시다! 오래오래!”, “사랑합시다! 오래오래.”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012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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