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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 ESSAY 2025] 천진혁 널리소프트 대표 

단일 책임 원칙(Single Responsibility Principle) 


‘단일 책임’이라는 용어는 자바(Java) 프로그래밍에서 나온 말이다. 객체당 단 하나의 책임만 부여해 설계하라는 원칙이다. 객체 하나에 맥가이버칼처럼 다양한 용도를 부여하지 말고 칼·송곳·십자드라이버를 따로 만들어 하나의 책임만 갖게 하라는 것이다.

맥가이버칼은 여러모로 쓸모 있지만 칼로도, 십자드라이버로도 최고의 기능은 가질 수 없다. 맥가이버칼의 십자드라이버가 조금 불편해도 ‘다른 기능이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라는 핑계가 생긴다. 하지만 단일 책임 원칙을 적용하면 다르다. 십자드라이버는 십자 볼트를 조이는 단 하나의 책임을 갖기 때문에, 항상 최고의 기능을 유지해야만 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단일 책임 원칙을 ‘SR’이라고 부른다. 일을 하는 데는 항상 이 원칙이 기본이다. SSEM의 조직구조도 마찬가지다. 최저 세금을 책임지는 ‘이론 팀’, 문제없는 세금 신고를 책임지는 ‘신고 팀’, 부가세 신고를 책임지는 ‘부가세 팀’ 등이 있다. 만약 세금 신고 과정에서 에러가 발생하면 오롯이 신고팀의 책임이다. 너무나 명확한 책임이 가혹해 보일 수 있지만, 하나의 책임에만 집중할 수 있어 기술을 더 높은 수준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

단일 책임을 적용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잘되지 않을 때 핑계가 생긴다. 또 책임이 두 개가 되면, 각각의 책임이 서로 간섭해서 적당히 해도 되는 상태를 만든다. 가혹할지라도, 단일 책임이어야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 얼마 전 포브스 인터뷰에서 “서비스의 비전은 알겠는데,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의 목표도 ‘단일 책임 원칙’을 따른다. 나의 책임은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은 너무 어렵다. 안 그래도 쉽지 않은데 다른 책임까지 간섭하면 훨씬 더 어려워진다.

우리 회사는 연말 비전 선포식에서 샴페인을 터뜨리거나, 창립 기념일을 거창하게 기념하는 소위 ‘멋져 보이는 행사’는 하지 않는다. 대신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좋은 서비스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고되고 지난할 수 있지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면서, 세상을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꿔 나가고자 한다. 이런 회사가 내가 생각하는 진짜 멋진 회사다.

사업을 하다 보면 풀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 부닥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단일 책임 원칙을 적용하면 실마리가 보인다. ‘단일 책임 원칙’은 내가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만의 한 수’이다.

202501호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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