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겨울은 꽤나 을씨년스럽다. 비라도 한줄기 뿌리면 회색빛 도시는 마치 웅장한 성채처럼 몸을 느릿느릿 들썩인다. 언덕 위에 웅크린 이스탄불의 얼굴은 가까이 다가설 때와 한 발 물러나서 바라볼 때가 사뭇 다르다. 해질녘 술탄 아흐멧 자미(블루 모스크)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느끼는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르는 유람선에 몸을 싣고 바라보는 이스탄불의 표정이 천양지차다.
계절이 겨울로 흐른다고 해서 이스탄불의 본래 색깔이 퇴색하진 않는다. 해는 오후 4시가 되면 빠르게 바다 쪽으로 곤두박질친다. 아야 소피아 성당과 술탄 아흐멧 자미 사이에 서면 태양을 품에 안은 아야 소피아와 태양을 등지고 선 술탄 아흐멧 자미가 교차하면서 묘한 풍경을 선사한다. ‘성스러운 지혜’란 뜻의 아야 소피아는 이곳이 기독교 문명의 흔적이 서린 비잔틴제국의 땅이었음을 드러내고, 술탄 아흐멧 자미는 이곳이 또 1000만 회교도의 도시임을 보여준다. 이들 유적지가 안고 있는 역사와는 무관하게 이방인은 편견과 갈등을 뛰어넘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